Seven Star Kingdoms RAW novel - Chapter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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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방어[守]
“북문을 열어라! 북문을 열어라!”
커다란 목소리가 북쪽에서 외쳐왔다.
―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
나각 특유의 깊숙한 저음이 모두의 귓가에 닿자 성내의 인간 병력들은 소리의 정체를 가늠할 수 있었다.
원군이었다.
* * *
“장제(蔣濟)! 나각을 더욱 힘차게 불어라!”
모진오가 말을 달리며 자신의 곁을 근접하게 따라오는 장제에게 소리쳤다.
장제는 말에 탄 상태로 볼을 부풀리며 입가에 댄 나각을 더욱 길고 힘차게 불었다.
―부우. 부우우우우우.
몸을 낮춘 모진오는 발을 놀려 말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이미 지칠 대로 지쳐있을 말이었지만 그럼에도 주인의 명령에 보답하기 위해 발을 놀렸다.
대완(大碗)이라 불리는 말은 자신과 벌써 3년이나 함께한 최고의 명마였다. 그런 자신의 애인과도 같은 말이 땀을 뻘뻘 흘리며 거친 호흡을 하고 있는 것이 안장을 통해 느껴졌다. 지난날 소맥성에서 잘 빗어주었던 갈기가 땀에 절어 헝클어져 있었다.
“조금만 더 버티자꾸나, 대완.”
몸집이 크기에 식사량도 많아 큰 그릇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대완의 귀에 모진오가 살며시 속삭였다.
대완은 말을 알아듣기라도 했는지 푸릉거리면서 네 다리를 교차하며 땅을 짚어 나아갔다.
“북문의 책임자는 이 나각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냐! 어서 북문을 열어라! 원군이 왔다! 징소리가 계속되는 것을 보니 적의 공격일 터! 우리가 지원하겠다!”
모진오가 어둠 속에서 소리를 버럭 지으며 검단성 북문을 향해 외쳤다. 그러곤 뒤를 돌아 달려오고 있는 기마대에게 말했다.
“기수를 검단성 북문으로! 속도를 줄이지 마라! 그대로 전속력으로 달려라!”
“여강 저하, 만일 북문이 열리지 않으면 어찌하려고 그리 급히 가시는 겁니까! 속도를 조금 줄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장제가 나각을 불다 말고 모진오에게 외쳤다. 문이 제때 열리지 않는다면 말의 속도에 성문에 돌진하여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모진오는 고개를 저으며 투구를 고쳐 쓰고 말했다.
“아니! 북문은 열릴 것이다! 반드시 열려야 한다!”
모진오는 미간을 좁히며 흔들리는 말안장 위에서 흐릿하게 떠오르는 검단성의 외각을 훑어보았다.
보랏빛으로 흔들리는 성의 잔영에서 모진오는 검단성 내부에 무언가 일이 있음을 직감했다. 늦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머리에까지 도달하자 모진오는 말을 멈출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어떻게든지 삼천의 기마대를 성안으로 넣어야 했다. 말의 속도에 바람은 칼날처럼 뺨을 때리고 검단성은 초가 지날수록 가까이 다가왔다.
* * *
“북문을 열어라! 북문을 열어!”
나각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권중과 권보가 동시에 외쳤다. 하지만 이미 병력은 대부분 남쪽으로 밀려있는 상태. 남문이 열리면 성 밖의 적병이 일제히 검단성으로 진입해 올 것을 알기에 남문을 방어하기 위해 대다수의 병력이 남쪽으로 몰려있었다.
순간적으로 모두의 눈이 북쪽으로 돌아갔다. 호인들 또한 나각 소리를 들었으며 코를 킁킁거리며 멀리서 오는 원군의 냄새를 맡았다.
그들은 북쪽 문이 열리면 인간의 원군이 성내로 들어올 것을 직감적으로 눈치챘다.
북쪽에 잔류하고 있던 병력이 명령을 전해 듣고 문을 열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그런 그들을 저지하기 위해서 호인 무리가 슬쩍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성벽 위의 궁사들은 북문으로 다가서려는 호인들을 저지하라! 무슨 일이 있어도 저지하라! 저하가 오신다! 여강 저하께서 오신다!”
천인대장들과 백부장들의 외침은 죽어있던 병사들의 사기에 다시 기름을 부었다. 꺼져가는 불씨였지만 기름에 불이 달라붙자 다시 무섭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빗발치는 화살비 속에서도 호인들은 북으로 달려갔다.
성안의 상황이 정반대로 바뀌었다. 남쪽 문을 열려던 호인들은 이제 북쪽 문을 열지 못하게 하려고 북으로 달려갔고 남쪽 문을 지키던 병사들은 그런 호인들을 필사의 각오로 견제했다.
북문을 열려던 병력은 호인들이 달려오자 그 강렬한 압박감에 순간적으로 다들 손을 주춤거렸다. 하지만 곧 힘찬 나각 소리가 가까워짐을 느끼고 그들은 죽음을 불사한 채로 성문에 달려들었다. 도르래에 걸쳐있는 사슬들의 고정 쇠를 빼고 축을 돌리기 시작했다.
수 명이 들러붙어 안간힘을 쓰며 축을 돌렸으나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평상시에는 여유를 가지고 여닫던 성문을 급격하게 열려다 보니 한층 더 문이 느리게 열리는 것 같았다.
순간 호인 병사 몇이 축을 돌리는 병사들에게 당도했다. 그들은 북문과 남문의 거리가 상당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달려왔다.
도중 검단성으로 피난한 백성 중 용기 있는 자들이 앞을 막아섰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을 베어버리고 북문에 도달했다. 그러곤 거대한 도와 손톱을 휘두르며 축에 힘을 주고 있던 병사 몇을 공중으로 날려버렸다.
시체가 조각조각으로 나뉘어 공중을 선회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괴기에 가까웠다. 인간 병사들은 두려움에 떨며 축에서 멀어졌다.
다행히 축에는 톱니바퀴 형식의 걸쇠가 있기에 지금까지 열어둔 부분이 떨어져 내리지는 않았다.
병사들을 공격하여 성문이 열리는 속도를 늦추었으나 순간적으로 고정된 그들의 움직임 위로 화살 한 무더기가 쏟아졌다.
그것에 몇몇이 화살 꼬치가 되고 몇몇은 화살을 피하기 위해 발을 놀렸다.
“남측 병사들은 죽을 각오로 남문을 지켜라!”
“화살로 성벽 위에서 엄호하겠다! 북측 병사들은 북문을 열어라!”
권중이 어느새 성벽 위로 올라가 궁사들과 북문 개방을 방해하려는 호인들에게 시위를 잔뜩 먹여놓고 있었다.
호인들을 향한 정확한 화살 세례를 위해 밤눈이 비교적 밝은 권중이 궁사들을 지휘했다. 권보는 남문에 남아 남문을 열기 위한 호인들과 계속 대치했다.
북문의 병사들은 몇몇 화살이 자기 머리 위로 떨어지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호에 용기를 얻어 다시 달려가 축을 당겼다.
거대한 북문이 서서히 도르래로 당겨진 사슬들에 의해 들어 올려졌다.
반쯤 문이 간신히 열렸을까, 화살비들을 피한 호인 몇몇이 다시 북문의 축을 당기고 있는 병사들에게 달려갔다.
병사들은 눈을 질끈 감은 채로 몸을 부들부들 떨며 죽음을 각오했다.
그러나 그 순간, 검은 그림자 하나가 우레와 같은 말발굽 소리를 내며 반쯤 열린 성문을 통과하여 호인들에게 돌진했다.
반밖에 열리지 않아 말과 사람이 도저히 통과할 수 없는 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그림자는 신기에 가까운 기마술을 선보이며 그 사이로 들어왔다.
그것은 두 다리로만 말안장을 붙잡고 자신의 몸을 말의 옆 배에 붙이는 놀라운 기술이었다.
그렇게 그림자는 문을 통과하자마자 다시 몸을 일으켜 그 상태에서 또 박차를 가했다.
그 어마어마한 속력과 박력에 호인 둘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쾅 하는 소리를 내며 받혀 나가떨어졌다. 둘이 떨어져 나가면서 그 뒤에 접근하던 한 호인도 같이 날아갔다.
그들은 뒤쪽 얕은 지붕의 집 벽까지 날아가 부딪혔다. 실로 무시무시한 기세. 단순간의 돌진으로 호인 셋을 절명하게 만든 것이었다.
“죽음을 각오하고 성의 북문을 연 병사들이여! 그 용기! 이 여강이 칭찬하리라! 자! 이제 나의 뒤를 따라 적도(賊徒)를 베어라!”
붉은 면갑에 검은 망토, 기다란 창, 구불구불한 창두의 날 옆에는 구(鉤)가 살짝 튀어나와 있었다. 그는 창을 길게 뻗어 병사들을 아우르며 미소를 지었다.
조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신망하는 세자 모진오의 등장이었다.
* * *
“2군이 움직이고 있군요.”
마진츠가 전선을 흘깃 바라보며 고스보치에게 말했다.
“곧 성문이 열리겠지. 삼백여 병력이 성벽을 타고 넘어갔으니 문이 열리면 2군이 바로 움직여 성을 완전히 진압할 테지.”
먼 검단성 벽은 아직도 기름들이 타며 붉게 물들어 있었다. 해는 완전히 저문 지 오래였고 주변에 횃불 몇 개가 있었으나 검단성의 벽을 감싸고 있는 불기운 때문에 밖은 한낮처럼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마진츠가 코로 숨을 크게 들이켜니 싸늘한 늦가을의 바람이 검단성의 타는 기름 냄새를 예까지 실어 나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슬슬 1군단도 움직일 채비를 할 거 같습니다. 저희도 준비하죠.”
선봉이 있는 2군단이 성에 먼저 들어가는 것이 옳았기에 1군단은 2군단의 진입 후에 성에 들어가야 했다.
마진츠는 고스보치와 함께 이동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 * *
모진오가 가장 먼저 검단성에 돌입했고 그 뒤를 이어서 기마대 수십이 북문을 통해 들어왔다.
모진오가 호인들의 기를 완벽하게 압제한 까닭에 호인들은 쉽사리 덤비지 못했다. 그 틈을 타서 북측 병사들이 북문을 완연히 열어놓았다.
방금 들어온 기마대 뒤로 더 긴 기마의 행렬이 어렴풋 보였다.
“오오오오! 지치고 힘들 것이다! 입에서 단내가 나고 토악질이 날 정도로 온몸이 노곤할 것이다! 하지만 보라!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적을 보라! 검단성채로 들어와서 우리 군을 휩쓰는 가당치 않은 적의 무리를 보라!”
모진오는 뒤에 달려온 기마대와 같이 그대로 돌진하며 외쳤다. 그는 자신의 구겸창(鉤鎌槍)을 높이 들며 이어 말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들을 용서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의 나라! 우리의 국토(國土)! 우리의 신민(臣民)을 해악(害惡)하는 저들을 그 어떤 일이 있어도 결코 용서치 말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서 베어라! 조국의 힘을 보여주어라!”
모진오가 빠른 속도로 호인 사이를 들어가 창을 선회시키며 좌우를 베어나갈 때마다 호인 서넛이 나가떨어졌다.
호인 병력 또한 기세를 다시 가다듬어 저항했다. 기마를 물고 그 위의 병사들을 떨어트려 죽였지만 모진오의 돌진과 창술을 막을 자는 아무도 없었다.
성 내부로 들어온 수백여 기의 기마들 사이에서도 압도적으로 호인들을 참살하는 것은 오직 모진오뿐이었다.
용맹한 호인들은 죽음을 두렵게 생각하지 않고 모진오에게 달려들었다. 모진오의 말을 공격하기도 하고 모진오를 공격하여 낙마시키려 했다.
모진오는 가벼운 몸동작으로 그들의 공격을 받아내었다. 무시무시한 도약과 힘이 가해진 공격을 모진오는 천성적이라고 칭할 수밖에 없는 무예로 튕겨내었다.
그는 창두를 이용해서 호인들을 찌르는 공격보다는 그 옆에 달려있는 구로 호인들의 공격을 방어하고 베어내었다.
모진오의 등장으로 전세의 판도가 확연히 뒤바뀌자 말을 타지 않은 인간 병사들은 그에 기운을 얻고 창을 호인들에게 내밀기 시작했다. 뒤로 도망가기 급급했던 그들이 이제 전진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전황이 바뀌자 호인들은 서로 어쩔 줄 몰라 했다. 아무리 강력한 힘을 가진 그들도 갑작스럽게 돌진해 오는 기마병을 상대하는 것은 부담스럽기 그지없었다.
개개인으로는 용맹하게 싸우는 그들이었지만 전쟁의 승패가 기울기 시작하자 급격히 기세가 가라앉는 것이 눈으로 확연히 보였다.
“크어어어엉! 뭣들 하는 거냐! 제깟 인간 놈들이 말을 탔다고 해서 우리 적모 지파의 예기(銳氣)를 앞지를 수는 없다! 남문을 열어라! 남문을 열면 우리 2군이 진입할 것이다! 모든 병력은 나의 뒤를 따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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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9 출판 본으로 본문을 수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