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 Star Kingdoms RAW novel - Chapter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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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단몽[短夢] – 1부 완[完]
파르르 눈썹이 떨리는 모습에 나는 곧 그분이 깨어나실 것을 알아차렸다. 정말 간만에 드시는 깊은 잠. 그렇기에 아무도 그분의 잠을 방해하지 않았다.
붉은 어깨 갑주를 착용하고 있는 그 상태 그대로 전장의 옥좌 위에서 잠든 그의 모습은 깨어있을 당시의 무시무시한 것들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나는 천막 사이로 들어오는 아침의 광명을 바라보며 그분 곁에 몸을 옮겼다. 곧 곧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안진(安鎭)이냐?”
그 목소리의 울림에 나는 부복하여 대답했다.
“네. 길 안진입니다.”
목소리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이어 말했다.
“내가 얼마 동안 잠들어 있었지?”
그 목소리에 나는 그가, 그가 아닌 다른 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보통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를 오랫동안 모셔온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는 때때로 아주 가끔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나는 그러한 그의 모습이 그분이 담고 있는 진정한 내면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세 시진 정도 잠들어 계셨습니다.”
그분은 나의 말에 한참을 대답하지 않았다. 햇살이 그 공허 사이로 파고들어 그의 얼굴을 슬며시 비추었다.
눈물이, 그분의 얼굴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철혈의 왕이라고 불리는 그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을 꼽는다면 첫째가 될 눈물이 그의 볼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꿈을 꾸셨습니까?”
그는 대답을 하지 않다가 이내 깊은 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그래. 아주 깊은 꿈을 꾸었지.”
“무슨 꿈이셨습니까?”
말라붙은 입술을 혀로 적시며 나는 물었다. 질문 하나를 하는데도 신중해야 했다. 그가 평상시와 같다면 아마 눈물을 보인 것 자체로 나를 죽이는 데 망설임이 없을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그리운 꿈이었다.”
그는 그렇게 답했다. 답이 끝나자 나는 고개를 살짝 들고 그를 살펴보았다. 그는 오른손을 들어 자신의 두 눈을 살짝 매만지고 있었다.
“어떤 그리운 꿈이셨습니까?”
내가 계속 묻자 그는 갑자기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안진, 너는 용케도 나를 알아차리고 묻는구나. 다른 이들은 구분조차 하지 못하는데 말이다.”
“제가 무슨 능력이 있겠습니까. 그저 신하로서 걱정을 할 따름입니다.”
“내가 검(劍)일 때에는 질문조차 수십 번을 헤아려 하는 녀석이 나일 때에는 거리낌 없이 대하는 것이 웃겨서 말이다.”
그는 또 다른 자신을 검이라 칭했다. 그것은 명백히 그가 검과 다른 개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내가 아무 말을 하지 못하고 조용히 있자 그는 약간 슬픈 듯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인가. 그래 뭐 그런 것도 좋겠지. 나는… 나는 어린 시절의 꿈을 꾸었다.”
그분의 어린 시절은 어떠한 책과 이야기로도 얻을 수 없는 것이었다. 어린 그분을 상상할 수조차 없기도 했지만 철저하게 비밀로 감싸여 있었던 것이다.
스스로가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하지 않으니 알 방도가 없었다. 단지 그가 어린 시절에 염에 잡혀 노역을 했다는 것만이 세간에 알려져 있는 이야기였다. 그 이외의 사항은 알 수 없었다.
“그 기억은 슬픈 것이오리까?”
나는 공손히 그에게 물었다. 평소의 그라면 결코 이런 질문에 답을 해주지 않을 테지만 지금의 그라면 이야기를 해줄 것만 같았다.
“내 눈물을 보고 그렇게 속단하는 것이냐? 아니다, 그 기억은 슬픈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 기억은 기쁜 것이오리까?”
“아니다.”
그는 딱 잘라 대답했다.
“기억은 슬픈 것도 기쁜 것도 아니다. 또한 누군가의 잣대로 감정을 정형화하거나 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는 방금 전까지 눈물을 흘렸던 사람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밝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햇살이 그의 부드러운 흑단 머리카락을 따라 부서지며 반사되었다.
“기억은 오늘을 살아가기 위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내일을 예비하기 위해 있는 것이다. 내가 눈물을 흘린 것은 슬퍼서도 기뻐서가 아니라 내가 살아있기 때문에 흘리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이야기하고서는 자리에 일어섰다.
“실로 오랜만에 깨어난 것이 기분이 너무나도 좋구나. 하지만 이때에 해두어야 할 것이 있지. 군략을 열겠다. 안진, 너는 서둘러 제장들을 모으라.”
나는 오늘을 살기 위한 기억이라는 그의 말에 스스로 놀라는 한편 군략을 열겠다는 말에 어서 표정을 추스르고 자신 있게 대권하며 대답했다.
“예, 조왕(趙王) 전하(殿下).”
============================ 작품 후기 ============================
2014-08-09 출판 본으로 본문을 수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