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 Star Kingdoms RAW novel - Chapter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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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 0. 착[着]
시퍼런 하늘은 작열하는 태양을 품고, 시뻘건 빛무리는 대지를 뜨겁게 달구었다.
다리는 부들 부들 떨리고, 시야는 혼탁했다. 입안은 바짝 말라 갈라졌고, 하얗게 갈라진 입술은 마치 가뭄에 갈라진 토지를 보는 듯 했다. 그 갈라짐 사이로 피가 베어 나와 빨갛게 굳어져 있었다.
옷은 헤져있었고, 헤진 틈 비치는 살들은 태양에 익어 검게 타있었다. 신발조차 없는 청년은 완전히 헝클어진 긴 머리 사이로 눈동자를 빛내며 힘겹게 한 걸음을 떼고 있었다.
그는 오른손 위에 왼손을 놓고, 그 아래 지팡이에 온 몸을 의지하며 느릿하지만 힘겹게 앞으로, 앞으로 전진 했다.
달구어진 대지를 맨 발로 걷는 것조차 일반인들에게는 고통스러울 일이겠지만 그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남루하고 비루한 모습이었지만 그의 눈은 살아있었다. 그 어떠한 것보다 삶에 대한 욕망에 가득차 있었다.
하지만 역시 그늘이 없는 대지를 걷는 것은 너무나도 힘든 일. 그는 지치고 지쳐갔다. 모래 바람이 한차례 지나자, 그는 모래바람을 피하기 위해 눈을 질끈 감고 야윈 왼손을 간신히 들어 코와 입을 가렸다. 모래 알갱이들이 땀에 달라붙어 더욱 그를 괴롭혔다.
“콜록, 콜록”
순간 그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아주 멀고 먼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 말라붙은 바람에 가려져 아주 희미한 목소리였지만, 그것은 분명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모래바람 속에 슬며시 눈을 뜬 그는 더욱 귀를 기울여 기침소리를 찾았다.
늙은 노인의 기침 소리. 자신의 왼편. 약 100자 정도 떨어져있다.
그는 지체 없이 거뭇 거뭇한 발을 놀려 왼쪽으로 향했다.
* * *
모래 바람이 잦아질 무렵, 그는 한 사람의 인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삿갓을 쓴 노인이었다. 노인 또한 그를 발견했다. 노인은 그를 발견하자마자 오른손에 들고 있던 곡괭이를 두 손으로 움켜쥐고 그를 경계했다. 하지만 곧 노인은 그를 경계할 필요가 없음을 눈치챘다.
척 보기에도 그의 뺨과 팔과 몸. 모든 것이 야윈 상태였고,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휘청였기 때문이었다.
노인은 곡괭이를 다시 한 손으로 고쳐 잡고, 그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약간은 경계하고 있는 듯 해 보였지만, 그의 상태가 워낙 좋지 않아, 해코지 할 수 없음을 직감적으로 알기에 노인은 의심하지 않고 다가왔다.
“이보게, 자네 괜찮은가?”
점잖은 목소리가 노인의 입에서 울려 퍼졌다.
그는 노인의 목소리를 듣고 몸을 부르르 떨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입술을 계속 들었다 떼어, 뭔가 말을 하려 했지만 쉽게 말문의 틔지 않는 듯 했다. 노인은 그러한 그를 그저 지긋히 지켜보았다.
한참을 뜸들인 끝에 목에서 쇳소리가 나왔다.
“실례하지만, 질문 한 가지 하겠소. 여기가 어디오.”
“여기? 이으레라는 곳인데, 자네는 무슨 고생을 하여 그런 몰골인가?”
노인의 대답에 그는 고개를 살짝 흔들며 재차 물었다.
“지역이 아니라, 나라를 알려주시겠소?”
“여기는 나국(娜國) 이라네, 자네는 외지 사람인겐가?”
노인의 말에 그는 몸을 흔들었다. 노인이 잘 보니, 그는 고개를 숙이고 몸이 들썩일 정도로 웃고 있었다.
“내가 여기까지 왔소. 내가, 여기까지 도착했단 말이오.”
갈라진 목소리였지만 그 것은 희열에 가득 찬 목소리였다. 그는 털썩하고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그대로 땅에 입을 맞추었다.
“여기가, 바로 인간의 땅. 인간의 고향. 내가 있을 곳이오.”
노인은 갑자기 쓰러진 그를 부축했다. 가까이서 보니 준수하게 생긴 상이었지만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살이 빠져있는 상태였다.
“이보게, 이보게 자네! 정신차리게.”
그의 입술이 가뭄 난 땅처럼 매말라 있는 것을 발견한 노인은 서둘러 허리 춤에서 가죽으로 된 물주머니를 꺼내 그의 입술을 적셨다.
물은 그의 입술을 타고 혀를 거쳐 목 아래로 들어갔다. 꿀과 같은 단 맛. 생명을 깃들게 하는 최고의 음식. 삶의 끝에서, 삶을 연맹한 것을 얻은 그는 노인이 부어주는 물을 아낌없이 받아 마셨다.
힘이 빠져있던 몸이, 다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노인은 그를 부축하며 말했다.
“일어날 수 있겠나? 여기서 누워 있다간 곧 메말라 죽을 것이니, 그늘로 피함세.”
그는 노인의 말에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게 물을 주어 참으로 감사하외다.”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 가만 둘 수 있겠나. 살리고 봐야지.”
그는 노인의 부축을 받아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어디, 어디. 이름이나 들어봅시다.”
노인의 말에 그는 혀로 자신의 입술을 훑는 것을 그만두고 답했다.
“무명. 아니, 등편이라 하오.”
장장 10여년 만에 불러본 자신의 이름이었다.
============================ 작품 후기 ============================
정말로 반갑습니다.
이렇게 2부를 시작하려 하니 기쁘기 그지 없습니다.
연재를 중단한 1년간 저는 일자리를 잡고, 휴일 없이 잠 못자고 일을 하다 몸이 탈나 한동안 쉬고 있었습니다.
여러모로 힘겨운 일들이 많아서 글을 다시 잡는 것에 두려움이 컸습니다.
경제적으로도 궁핍한 탓에 글을 다시 써야하나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1여년간 밤잠 설치며 쓴 글로 30만원이 안되는 돈을 벌었습니다.
이 것이 제게 정말 가치 있는 일인지 계속 자문해보았습니다.
이제야 결론이 났습니다.
시작을 하면 끝을 봐야 하는 것이 옳습니다. 1부로는 칠성국은 미완입니다.
많은 선작이 떨어졌고,
심신으로도 많이 지쳐있지만
그래도 끝을 보기 위해서 돌아왔습니다.
정말 어렵게 글을 다시 잡아봅니다.
많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추신-
어차피 전자 출판 팔리는 걸 보니, 19세 제한 없이 팔리는 듯 하여 일반으로 돌렸습니다. 선정적인 장면이 있긴 하지만 상관 없겠지요.
현재 칠성국은 조아라에만 유료연재를 하고 있으나, 다른 사이트에도 유료연재가 가능하게 계약 조건을 변경하였습니다. 계약 조건이 좋은 사이트가 있다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