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 Star Kingdoms RAW novel - Chapter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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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침노[侵]
등편(登偏)은 산 타는 것을 즐기는 아이였다. 그는 누구보다 산을 잘 탔다.
나무꾼인 아버지가 등편이 어릴 때부터 데리고 다녀 산에 익숙했고, 자주 오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산은 그를 교육시켰다.
그러다 보니 등편은 또래 아이들과 달리 혼자 산에서 노는 것을 즐겼고, 아이들 패거리는 그런 등편을 기피하고 멀리하게 되었다.
하지만 등편은 딱히 그런 눈초리에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또래 아이들이 해내지 못하는 일들을 쉽게 해내면서 어른들의 칭찬을 받았다.
등편은 9세에 불과했지만 마을 근처의 산이란 산은 모두 제집처럼 뛰어다녔다.
아버지처럼 나무를 해서 집으로 가져올 체력은 되지 못해 큰 도움은 되지 못했으나,
특유의 판단력으로 작은 동물들을 잡는 데엔 일가견이 있었던 것이다.
마을 자체가 부유한 형편이 되지 못해 다들 못 먹고 못 크는 상황이었지만, 등편은 제 손으로 자기 먹을 건 풍족하게 찾을 수 있는 아이였다.
제 배를 산에서 불리고 남는 것들은 오히려 집에 가져와 부모님께 드렸다. 그가 또래보다 키가 크고 체중이 더 나가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만일 등편이 심약하고 유약했다면 아이들 사이에서 조롱을 면치 못했을 터다. 하지만 등편은 힘으로도, 삶의 경험으로도 아이들에게 꿀릴 것이 전혀 없었기에 오히려 어른들의 칭찬을 받고 또래에게는 시샘을 샀다.
등편은 천성적으로 사냥꾼의 재능이 있었다. 동물의 배변 냄새만 맡아도 그 동물이 언제 그 자리를 지났는지 알 수 있었고, 특히 덫을 놓는 데도 일가견이 있었다.
그건 아버지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니고, 누가 알려준 것도 아니었다.
단지 등편은 우연히 사냥꾼이 놓은 동물을 잡는 덫에 자신이 걸려본 적이 있어 그것을 통해서 배웠다.
나무를 휘거나 땅을 판 후 낙엽으로 가리는 기초적인 덫뿐만이 아니라 그것을 응용해 다양한 덫을 만들었다.
산에 있는 자신보다 작은 생명체는 모두 그의 먹잇감이었다.
탁월하게 동물이 지나간 흔적을 찾고 끈기 있게 뒤를 쫓아 바람의 방향을 재고 함정으로 유인했다. 또한 무기를 쓰는 것은 아직 어려 손에 쥘 수 없었으나 그에겐 돌멩이라는 유용한 도구가 있었다.
돌멩이는 산 바닥에 차고 널린 것이어서 충분히 잡을 수 있는 상황이 오면 자기 주먹만 한 녀석을 집어 들어 잘도 맞혔다. 그렇게 등편은 돌팔매질로 짐승을 잡는 것도 참으로 잘했다.
더구나 등편은 자신보다 큰 사슴이나 고라니를 잡을 때도 있었다. 함정에 빠져 다리가 부러진 녀석을 짊어질 수 없어 돌로 쳐 기절시킨 후 덩굴을 뜯어 나무에 묶어 두었다가 아버지를 불렀던 것이다.
그럴 때마다 그의 아버지는 참으로 기뻐했고, 등편은 어린 나이에도 집안에 도움이 되는 훌륭한 자식이라고 마을에 소문이 자자했다.
그러다 보니 등편은 집보다는 산에서 지내는 날이 많았고, 산을 지붕 삼아 몇 날 며칠을 자고 들어올 때도 있었다.
그 모습에 어머니는 심히 걱정하였으나 아버지는 그다지 걱정하지 않았다. 단지 그에게 호랑이나 곰, 들개들을 주의하라 말할 뿐이었다.
사실 십수 년 전만 해도 주변 산골은 호랑이와 곰들이 드글드글했으나, 그 소문을 듣고 귀한 호랑이 가죽과 곰 가죽을 위해 사냥꾼이란 사냥꾼들은 다 몰려와 아예 씨를 말려버려 소년을 위협할 만한 산짐승은 없다고 봐도 좋았다.
더군다나 등편이 집에 돌아올 때면 손에 토끼나 뱀, 새를 쥐어가지고 돌아왔으므로 아버지는 그런 아들이 대견하여 더 자유롭게 풀어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산에서 낙엽을 이불 삼고 돌덩이를 베개 삼아 자고 일어난 참이었다.
어제 저녁 이틀간 찾아 헤매던 토끼 굴을 마침내 찾아내어 새끼들을 배부르게 구워 먹어 뱃속이 든든했다.
잠자리 옆에는 서로의 귀가 덩굴에 꿰어진 채 늘어져있는 상당히 큰 토끼 세 마리가 있었다. 작은 새끼들은 자신이 먹었지만 그 큰 놈들은 집에 가져가 부모님께 드릴 것이다.
등편은 토끼 세 마리를 꿴 덩굴을 둘러메고 산을 내려왔다.
산을 얼마나 내달렸으면 그런 속도가 나오는지 몰라도 산 중턱에서 산 아래까지 내려오는 데 이각이 채 소요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등편은 신발을 신고 있지도 않았는데, 그의 발바닥은 신발이 필요 없을 정도로 산에 단련되어 돌덩이같이 변한 지 오래였다.
굳은 살이 거무튀튀하게 변색되어 보기에는 흉했으나 하도 그렇게 길이 들어 등편에게 자기 발보다 편한 신발은 없었다.
개울가에 다다르자 등편은 씻기 위해 허리를 숙였다. 개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보이자 괜스레 웃음이 나와 등편은 이를 보이며 씨익 웃었다. 당연히 개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도 따라 웃었다.
등편은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어제 토끼를 구워 먹을 때 묻은 그을음과 목탄이 입가에 익살스럽게 묻어있었던 것이다.
토끼를 개울가 한편에 던져두고 두 손에 맑은 물을 받아 얼굴을 깨끗이 닦아내었다. 그러자 짧지만 숱이 많은 머리카락이 물기를 머금고는 축 처졌다.
잠시 후 말끔히 씻은 얼굴이 흐르는 물에 고스란히 비쳤다. 어리지만 이목구비가 뚜렷한 것이 제 아비를 꼭 빼닮았다.
등편의 아비는 눈썹이 짙고 흑요석같이 깊은 광택이 나는 검정 홍채를 가지고 있었는데, 등편은 그의 눈썹과 눈을 꼭 닮았고 코와 입은 어미를 닮아 둥글둥글했다.
아직은 젖살이 빠지지 않아 볼이 둥그렇게 차있었지만 제법 또래에 비해 사내다운 얼굴 생김새다.
등편은 내친김에 시원한 개울에 몸을 뒹굴었다.
하늘의 높게 이글거리는 태양 때문에 땅이 데워지고 있는 참이었다.
한낮이 다가옴에 더위를 못 참고 옷을 입은 채 등편은 시원한 물에 몸을 담갔다. 어차피 집까지 가는 길에 매서운 태양 볕에 옷이 금방 마를 터였다.
매미는 완연히 잠에서 깼는지 산등성이에서 시끄럽게 울어재꼈고, 등편은 개울에서 동동 떠다니며 시간을 유유히 보냈다.
물고기가 있을까 살펴보기도 했지만 물고기 놈들은 그물이나 낚싯대가 없다면 큰 놈을 잡긴 힘들다는 걸 알기에 이내 포기했다.
잠시 후 몸의 온도가 충분히 내려가자 토끼를 챙겨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뭐지?”
워낙 혼자 다니기에 등편은 사람이 말을 걸지 않으면 말수가 거의 없는 아이였다.
하지만 저 멀리에서 보이는 거대한 먼지구름 때문에 해가 가려질 정도가 되자 절로 등편의 입에서 말이 튀어나왔다.
흙먼지는 마을 쪽에서 거대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2014-07-30 출판 본으로 본문을 수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