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 Star Kingdoms RAW novel - Chapter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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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편지[書]
“그럼, 그 많은 존재가 본래는 서이피니의 생명에서 태어난 것입니까?”
“음, 그렇지. 하지만 이것도 전설이고 구두로 전승되면서 와전에 와전을 거듭한 이야기이다 보니 그다지 신뢰할 만한 전설은 아니지. 어쨌든 결과적으로 우리는 모두 한 동굴에서 태어났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생김새가 다르고, 말이 다르고, 문화가 달라 결국 서로 흩어지게 된 것이 바로 지금이라 생각하면 될 것이다. 뭐, 아직도 용정은 모든 생명을 형제로 생각하는 것이 바뀌지 않았지만 말이다.”
무명은 이소호칸의 이야기를 듣고 한참을 생각하다, 결국 의문을 참지 못하고 한 개의 질문을 이소호칸에게 던졌다.
“그렇다면 무서운 요괴들도 서이피니의 생명에서 태어난 것입니까?”
무명은 어렸지만, 요괴에 대해 알고 있었다.
나국은 상대적으로 가(駕)와 떨어져있어 요괴들에게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았지만 어른들에게 요괴 이야기는 자주 들어왔다. 요괴는 살아있는 모든 생물들을 죽이는 걸 즐기는 괴물이라 했다.
이소호칸이 요괴를 언급하지 않자 무명은 요괴가 문득 머리에 떠올랐고, 그것에 대해 물었다.
“아니, 그들은 다르다.”
이소호칸이 미간을 찌푸리곤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의 양 미간은 찌푸려져 무명이 물어본 질문에 심기가 심히 불편한 듯하였다.
“요괴들은 땅에서 태어났다. 우리와 같이 알에서 난 것이 아니라 그들은 땅속 깊숙한 곳에서 갑자기 나타났다. 그들의 유래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지. 100년도 되지 않은 세월에 조국의 동쪽에서 갑자기 나타난 그들은 모든 생물들에게 적의를 가지고 무차별적으로 죽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우리에게도 적이다.”
이소호칸이 찌푸린 미간은 요괴들이 아니꼽다는 의미에서 찌푸린 것이었다.
요괴들은 땅을 오염시켜 그들이 살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고, 점차적으로 그 세력을 넓혀가고 있었다.
현재는 인간이 제일 피해를 많이 보고 있었지만, 범족도 지속해서 요괴들에 의해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라 요괴들의 존재를 영 꺼림칙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꾸나. 시간이 좀 남았으니 글쓰기 연습을 하다, 수에르가 오면 같이 가도록 해라.”
이소호칸은 이야기를 끝내며 찌푸린 미간을 원래대로 돌려놓은 후 말했다.
무명은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으나 시간상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연습장을 펼쳐 붓으로 글을 적었다.
곧 수에르가 오자 이소호칸의 품에서 수에르의 품으로 옮겨간 무명은 수에르의 품에 안기기 전에 서둘러 말했다.
“말을 천천히 해주시겠습니까?”
무명이 그렇게 말하자 수에르가 한쪽 눈썹을 들어 올리더니 만면에 웃음을 지었다.
“오, 오! 그래. 알겠다, 알겠어. 천천히, 그리고 최대한 쉬운 말을 쓰도록 노력해보지.”
그때부터 수에르는 무명이 어느 정도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어휘를 사용하고, 느릿느릿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이소호칸에게 글을 배울 때는 실제로 사용해 보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소호칸에게는 범어를 배우는 입장이지, 범어로 대화할 만한 상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언어는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느는 것이라더니 호족에서도 유달리 말이 많고 쾌활한 수에르는 그런 의미에서 무명의 훌륭한 선생이었다.
무명은 이날부터 수에르와 오고 가는 길에 이소호칸에게 배운 어휘를 수에르를 통해서 사용해보고 다양한 어휘를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흘 정도가 지났다. 오전에는 이소호칸에게 배움을 받고, 오고 가는 길에는 수에르와 대화를 나누면서 차근차근히 범어를 사용했다.
수에르는 이 꼬마 녀석을 마치 편하게 말을 나눌 수 있는 친구로 생각했는지 항시 옆에서 시끄럽게 떠들어 주었다.
아직 대부분의 말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마냥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오후에는 이마진과 함께 호미를 들고 땅을 파며 글을 복습하고 알려주었다. 다행인 것은 이마진이 멍청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보통 글을 처음 배우면 혼란스럽고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인데 이마진은 무명이 가르쳐준 그대로 성실히 배우고 기억했다. 이해도가 조금이라도 달리거나 기억력이 부족했다면 가르치는 무명이 힘들었을 터다.
무명 또한 배워가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남을 가르치는 데 부족함이 많았지만, 이마진은 가르쳐준 것은 확실하게 익혔기 때문에 무명이 가르치는 데에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일은 나흘 밤에 일어났다. 그날 밤은 모두가 잠들지 못하고 어둠 속을 돌아다녔다.
9조의 아이들 중 세 명이 달아났기 때문이었다. 모두 이번에 들어온 아이들이었다. 그들은 점심시간이 끝나고 도주한 듯했다.
결국 오후 일과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9조에 있던 아이들이 다른 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아직 호인들이 아이들이 도망친 사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들이 먼저 도망친 아이들을 잡는다면 호인에게 잡혀 죽는 것만큼은 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국 이날 밤까지 아이들을 수색하다 되레 호인들에게 밤중에 돌아다니는 것이 걸리고 말았다. 그들은 아니안에게 잡혀가 경황을 말하게 되었고, 아이 세 명이 도망쳤다는 소식은 호인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결국 그날 수색은 중지되었고 아이들은 호인들에 의해 숙소로 들어가게 되었다.
다음 날 아침이 밝자 무명은 수에르의 마중을 받아 오전 일과를 끝내고 다시 거주지로 돌아왔다.
무명이 돌아와 숙소 아이들의 안색을 살피자 모두의 표정은 어두웠고 불안에 떨고 있었다.
세 명의 아이들이 잡혀 오늘 죽임을 당하는 것을 점심에 공개한다는 말이 거주지에 나돌고 있었다.
그리고 점심시간, 이백 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이 배급소 근처 공터에 호인 몇 명의 인도를 받아 좌르르 나열해 앉았다.
그들 앞에는 커다란 무쇠솥이 쌓아 올린 돌 위에 놓아져 있었다. 아래에는 장작이 붉게 타면서 솥을 데우고 있었고, 솥 안에서는 그 열기를 못 이기고 물이 바글바글 끓으며 뿌연 김을 모락모락 뿜어내고 있었다.
호인 한 명이 줄을 끌고 솥 앞에 섰다. 그 줄 끝에는 발가벗은 남자아이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 아이는 끌려가기 싫은 듯 잦은 몸서리를 쳤다.
무명은 그 광경을 보고 눈을 찌푸렸다.
아이는 열 살 정도 되어 보였는데 몸에는 성한 곳이 한 곳도 없어 보였다.
벌거벗은 몸에는 시퍼렇게 멍이 들어있었고, 어깨와 팔은 부러졌는지 기이한 각도로 꺾여있었다. 얼굴은 피멍이 들어 코에서는 핏물을 쏟아내고 있었고, 눈은 퉁퉁 부어 얼굴형을 판가름할 수조차 없었다. 입에는 재갈을 물렸지만 뻘건 핏자국이 재갈 가득 적셔져 있었다.
앞을 제대로 볼 수도 없어 보였지만 그 아이는 직감적으로 지금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몸을 떨며 저항했다. 하지만 결국 넘어져 땅에 질질 끌려갔다.
솥 앞까지 아이를 질질 끌어온 호인은 단숨에 아이를 들어 솥 안으로 집어넣었다.
순간 이백 가까이 있던 아이들 전부가 눈을 질끈 감으며 아쉬움의 탄성을 입 밖으로 흘려내었다.
이마진은 애초에 나이가 어린 테이가, 추산, 토레, 긴자안, 그리고 무명에게는 처음부터 보지 말고 눈을 감고 있으라 말했다. 때문에 테이가나, 추산, 토레, 긴자안은 앉을 때부터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하지만 무명은 눈을 감지 않았다. 무명은 그 아이가 죽는 것을 단단히 동공에 새겨놓았다.
아이의 입은 재갈을 물고 있었지만 솥에 들어가 뜨거운 물에 삶아지는 고통을 참아낼 수 없었는지 막힌 입 구멍 사이로 안간힘을 쓰며 소리를 질렀다.
그 처절한 소리를 듣고 아이들 몇몇은 구역질했고, 누군가는 울었다.
그 녀석은 벌겋게 익어가는 와중에도 솥에서 나오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나오려 할 때마다 호인이 긴 막대기로 때려 솥 안에 다시 밀어 넣었다.
그리고 다음 아이가 마찬가지로 벌거벗은 채로 안겨 나왔다. 그 아이의 두 다리에는 이미 발목이 없었다. 하지만 그나마 얼굴 형상은 정상적이어서 눈에서 수도 없이 눈물을 흘리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호인의 무자비한 손으로 솥에 넣어지고, 몸부림쳐 나오려 하면 마찬가지로 또다시 밀어 넣어졌다.
마지막 한 명은 두 눈이 퀭하고 귀와 코가 없었다. 눈은 뽑히고 코와 귀가 모조리 잘린 상태였던 것이다.
살아는 있으나 이미 실성한 듯 몸에 힘이 하나도 없는 듯했고, 얼굴은 피로 범벅이 되어 형용할 수 없이 징그러웠다.
마지막 녀석은 솥에 들어가는 순간까지도 발버둥 치지 않았고, 넣어진 후에도 다른 아이들처럼 나오려 하지도 않았다.
세 명이 모두 솥에 들어가자 솥의 뚜껑이 닫혔다.
“누구든지 도망치려 하면 이리될 것이다.”
굽어진 어깨를 두드리며 아니안이 솥 앞으로 나와 말했다.
이백 명 모두의 마음 한가운데 공포를 심어주는 것이었다.
무명은 그것을 보고 새로 온 아이들이 결코 다시는 도망가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라 장담했다.
이 광경은 그야말로 괴기에 가까운 것이었다. 한 번이라도 보면, 아니 보지 않고 단지 듣기만 하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평생 머릿속에 따라다닐 장면이었다.
시간이 지나 솥이 열리고 익어있는 아이들을 호인 여섯 명이 와 한 아이당 두 명씩 잡아 들고 양쪽으로 찢어 나눴다.
방금 전까지 살아있던 아이들은 익어버린 고깃덩어리가 되어버렸다. 머리와 내장을 제거한 그들은 소금 통에 아이들의 고기를 찍어 뼈까지 씹어 먹으며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그 모습에 모든 장면을 눈에 기억하겠다는 무명도 고개를 돌렸다.
내장은 회색으로 익어 손톱으로 배를 가르자 후드득 떨어져 내렸고, 머리는 분질러 다시 솥 안으로 던져졌다.
많은 아이들이 구역질하며 울었다. 대부분 아이들이 그 장면을 보지 않기 위해 눈을 감았지만 소리와 상상만으로도 뇌는 충분히 더럽혀졌다.
무명은 그 광경을 보면서 이를 갈았다. 그리고 가슴 한편에 있던 도망의 길을 일단 접어 내릴 수밖에 없었다. 고집이 황소 심줄보다 강력한 무명이었지만, 그 광경은 그 고집을 꺾어 내릴 만큼 충격적이었던 것이다.
도망쳐서 붙잡히게 된다면 저 꼴을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하게 된다 생각하니 오금이 저릴 지경이었다.
무명은 죽더라도 호인에게 저렇게 공포의 선전물로 이용당해 죽고 싶지는 않았다.
그날은 그렇게 모든 아이들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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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31 출판 본으로 본문을 수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