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 Star Kingdoms RAW novel - Chapter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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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편지[書]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조금씩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던 둘은 오랫동안 편지를 주고받게 되면서 서로의 감정을 확실하게 표현할 줄 알게 되었다. 둘의 편지는 그야말로 아름다운 연애 내용으로 가득 찼다.
이마진과 공진희의 연애가 가능하도록 이루어준 일등 공신인 무명은 둘의 서신을 교환하는 일을 위해 한동안 글을 쓰는 것에 치중했다. 공진희의 답장을 보다 완벽하게 이해해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까닭이다.
무명은 말하는 것은 빨리 배웠으나 쓰는 것에 있어서는 아무래도 어려움이 많았다.
범어와 인간의 언어, 두 가지 언어를 동시에 익혀야 했기에 부담이 가는 부분도 있었고, 오전엔 공부를 하고 오후에는 논과 밭을 경작하는 빠듯한 일과가 있어 마땅히 혼자 복습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명은 잠을 줄여가며 공부에 몰입했다.
이소호칸의 역사 수업은 하루 할당치의 글을 교육한 후 시간이 남을 때마다 꾸준히 들려주는 방식이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 수업 시간이 조금 일찍 끝나자 이소호칸은 가르치던 서책을 접고, 지난번에 이어 역사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오늘의 가르침은 용정의 이야기부터 시작되었다.
용정은 인간에게 그야말로 미지의 땅이지만 범족은 용족에서 분리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용족의 역사를 그나마 상세하게 알고 있었던 것이다.
생명의 동굴에서 나온 생명들 중 가장 먼저 인간들이 알로 번식하는 것을 포기하고, 생식을 통해 번식하는 것을 선택하고서 용정에서 분리됐다.
그것이 인간 나라의 시초였다.
그 외 나머지 용정의 생명체들은 개개인을 용이라 불렀고, 인간과 달리 생명의 동굴에서 알로 잉태된 생명을 자국민으로 삼았다.
이소호칸은 용정국의 용들이 백년가약을 맺고 결혼하면 생명의 동굴에서 알을 받을 수 있게 되는데, 이 알을 33일간 품으면 생명이 태어나며, 이 땅의 모든 생명의 근원은 그 알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용정의 역사를 설명해 주었다.
간간이 용정에서 분리된 인간의 역사 또한 설명해 주었다. 인간의 역사 중 가장 오래된 것이 바로 조국이며 조국은 한때 용정과 비등할 정도의 거대한 나라였지만 지금은 산산이 분단되어 과거의 영광을 잃었다고 한다.
이어서 이소호칸은 간단하게 염의 탄생에 대해 말했다.
이소호칸은 간단하게 염의 탄생에 대해 말했다.
용정의 용들 대다수는 육식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들은 생명의 동굴에서 나온 모든 생명을 형제, 모두 한 핏줄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본래 범족이라 칭하는 자들은 모두 사냥하는 동물의 모습을 가진 자들이었다.
생태학적으로 약한 동물을 사냥하여 육식으로 배를 채우는 것이 습성인 그들은 초식성 식단을 계속해서 먹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
결국 그들은 참고 참다 폭발하고야 말았다. 육식은 그들의 본성이었고, 그 본성을 따르려는 자들은 용정에서도 상당히 많았다.
그래서 그들은 용의 이름을 버리고 스스로를 범족이라 칭한 후 용정에서 두 번째로 분리되어 생식을 선택한 종족으로 나라를 새로 세웠다.
본래 용정의 동쪽 지방에 살고 있던 그들은 더 동남쪽으로 이동해 그곳에 거처를 마련했다. 그곳이 현재의 수도 메트나였다.
첫 번째 범족을 이끌던 강제인 로드마우는 자신을 따라온 각 종족을 지파로 구분하고 다섯으로 나누어 각 영역을 구분해 살게 했다.
지금의 강함만이 진리라는 신조를 가장 먼저 범족의 신념에 정립한 것도 로드마우였다.
이소호칸은 첫 번째 강제인 로드마우의 이야기를 하다 정오가 다가옴을 느끼고 이야기를 끝마쳤다. 밖에 이미 수에르가 와있었지만 이야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어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소호칸은 무명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것 자체가 보람차고 즐거웠다. 무엇보다 기대에 가득 찬 무명의 눈빛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을 잊을 정도로 이야기가 계속 흘러나왔다.
“오늘은 이만하자. 허헛, 너와 있다 보면 시간이 참 빨리도 흐르는구나.”
이소호칸은 입가 가득히 웃음 짓고는 무명을 데리고 수에르에게로 갔다.
수에르는 이소호칸의 손에서 무명을 인도받아 인간의 거주지로 발을 움직였다.
이동 중에 수에르는 무명에게 편지를 전해주었다. 공진희가 이마진에게 써준 편지가 틀림없었다. 무명은 마치 자기가 편지를 받은 듯 기뻐했다.
둘은 편지 내용을 예상하며 신나게 대화했다. 대화 주제는 지난 편지 내용에 이어 이마진과 공진희의 연애 진척도에 대한 이야기였다.
무명은 수에르와의 약조에 따라 그간 오고 가는 편지 내용을 알고 있었기에 둘의 대화는 죽이 아주 잘 맞았다.
“형, 한 가지 더 부탁해도 돼요?”
수에르의 나이는 20대 후반이었지만 무명은 그와 친해지자 서슴없이 그를 형이라 불렀다. 수에르는 그런 편한 느낌이 너무나도 좋았다.
“응? 뭔데?”
“형, 공진희 누나가 먹과 종이가 떨어졌다고 하는데 조금 구해주실 수 있나요?”
무명의 말에 수에르가 한쪽 눈썹을 내리며 어깨를 으쓱했다.
보통 무명이 부탁하면 수에르는 단번에 들어주었지만 이번에는 뭔가 말할 게 있는 듯했다.
“구해줄 수야 있는데…….”
수에르가 말끝을 살짝 흐리며 말을 얼버무리자 무명이 갸우뚱하며 말했다.
“구해주실 순 있는데… 어렵나요?”
“아니, 어려운 건 아니지. 하지만 내가 해줄 테니 너도 나에게 뭔가 해주지 않을래?”
수에르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네? 제가 형한테 해드릴 수 있는 것이 있나요?”
“음, 그게 말이지……. 너, 나한테 악기 배워보지 않을래?”
수에르가 입술을 달싹이며 말하자 무명은 크게 놀랐다.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수에르에게 악기를 다룬다는 것은 큰 자부심이었다. 무명과의 대화에서도, 그리고 간간이 부는 피리 소리에서도 그 자부심은 언제나 넘쳐흘렀다. 그런 악기를 가르쳐 준다는 것은 수에르에게 매우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이었다.
“네가 이소호칸 어르신께 글을 배우는 것을 보고 왠지 감명을 받아서 말이지. 나도 막 가르쳐보고 싶달까? 하지만 가르칠 사람이 있어야 말이지.”
수에르의 쾌활함은 진영 내에서도 늘 정평이 나있고 악기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자는 거의 없어 모두들 수에르의 연주를 좋아했다.
하나 그것을 배우려는 자는 없었다. 본래 악기와 음악은 그들의 강함에 도움을 주지 못하기에 배우려는 자 자체가 희귀했던 것이다.
그들은 악기를 다룬다고 해봤자 북을 친다든지 뿔피리를 길게 부는 것밖에 없었다.
그러나 수에르는 어렸을 때 집안 구석에 처박혀있는 피리를 우연히 찾아냈고, 부는 연습을 하다 독학으로 피리를 이만큼이나 불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연주하는 곡들도 거의 다 자신이 작곡한 곡들이었다.
수에르는 무명이 이소호칸 어른에게 배운 글을 하루하루 빨리 습득하는 모습을 보자 그의 습득력에 놀라면서 그를 가르쳐보고 싶다는 열망이 마음속에서 솟아올랐다.
어차피 호인들은 음악을 배울 생각이 없어 보였고, 이렇게 된 이상 무명을 가르치는 것이 좋을 듯싶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벼르고 별러오다 부탁을 빌미로 무명을 가르쳐볼 심산이었던 것이다.
“저야 형님이 가르쳐 주신다면 감사하지요!”
무명이 뜸도 들이지 않고 밝게 웃으며 말하자 수에르는 기쁜 듯 무명의 어깨 아래를 잡고 번쩍 들어 올렸다.
“감사하냐? 네가 배운다면 내가 더 감사한데? 하하하핫! 새 피리를 준비해야겠구나!”
수에르는 호탕하게 웃으며 무명을 내려놓고 머리를 한참 쓰다듬었다.
무명은 이소호칸이나 수에르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을 좋아했다. 폭신한 손이 자신의 머리를 기분 좋게 만져주는 것이 깊은 애정 표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종이와 먹물은 내가 알아서 전해줄게. 아참, 그거 아냐? 일전에 공진희가 날 알아보더라구.”
피리를 배운다는 말에 크게 기뻐하던 수에르는 순간 공진희가 생각났는지 주제를 돌렸다. 그는 자주 그녀에게 종이를 가져다주곤 했는데 여자들의 거주지는 호인들 마을 내에 있어 호인들과 마주칠 일이 많았다.
하지만 인간들은 여간해선 호인들을 구분하기 힘들어했는데 공진희가 많은 호인들 사이에서 수에르와 마주치자 먼저 고개 숙여 인사해 주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무명과 수에르는 두런두런 서로 근자의 소식들을 나누며 인간의 거주지로 향했다.
숙소 앞에서 이마진이 무명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편지 답장이 올 즈음이면 어김없이 숙소에서 나와 무명을 기다렸다.
이마진은 시야에 무명이 보이자 허겁지겁 달려와 무명을 맞았다. 무명이 씨익 웃으며 품에서 수에르가 전달해준 서신을 넘겨주었다.
며칠을 간절히 기다려온 답장이었다. 이마진은 뛸 듯이 좋아하며 옆에 서있는 수에르에게 고개를 깊숙이 숙여 편지를 전달해준 것에 감사를 전했다.
수에르는 웃으며 기운을 북돋아주는 의미에서 이마진의 등을 토닥였다. 순간 거대한 호인의 손이 자신에게 다가오자 흠칫한 이마진은 이내 그 토닥임에 적의가 없는 것을 느끼고 안도하며 재차 수에르에게 감사를 전했다.
수에르는 이마진의 감사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무명에게 다음 편지 내용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바로 등을 돌려 장원으로 돌아갔다.
이마진은 수에르가 멀어지자 편지를 펼쳐 내용을 훑어보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내 다시 편지를 무명에게 돌려주었다.
“읽기 어려우세요?”
“응, 아직은 모르는 단어가 많네.”
이마진은 머리를 긁적이며 무명을 주시했다. 무명이 자신과 같이 읽어주길 바라는 눈치였다.
무명은 그런 이마진을 보고 싱그럽게 웃으며 편지를 들여다보았다.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바로 말해주세요.”
무명은 천천히 편지의 서문을 읽기 시작했다. 이마진은 무명의 옆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편지 내용에 집중했다.
이마진은 무명이 읽어주는 편지 내용을 귀 기울여 듣다 자신이 모르는 단어나 어휘가 나오면 바로 물어보았다. 무명은 친절하게 이마진을 지도하며 세세하게 그를 가르쳤다.
무명이 천천히 편지를 읽어 내리자 공진희의 마음이 무명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편지에는 이마진에 대한 생각과 걱정, 그리고 이마진의 생활에 대한 궁금증으로 가득 차있었다.
“가랑(佳朗)? 가랑이라는 게 뭐여요?”
편지에서 공진희가 이마진을 부르며 가랑이라는 호칭을 쓰기 시작하자 무명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음, 그게 연인 사이에는 이름을 부르는 것보단 서로 간에 호칭을 불러주는 게 좋다면서 내가 밝고 아름답다고 붙여준 호칭이야.”
“두 분 사이가 너무 좋아 보이시는데요?”
무명이 부럽다는 듯 이마진의 얼굴을 보며 말하자 이마진의 얼굴이 빨갛게 붉어졌다.
“어, 다음은…….”
이마진이 부끄러워하자 무명은 다시 서신을 읽어 내려갔다. 다음 내용은 순전히 무명에 대한 칭찬 일색이었다.
“이마진 형, 저번 편지에 제 칭찬을 너무 많이 쓰신 거 아닌가요?”
마지막까지 무명에게 감사를 전해달라는 내용들을 읽고 무명은 부끄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는 다시금 편지의 서문으로 올라가 이마진이 모르고 있던 단어와 어휘, 숙어, 내용들을 하나하나 복습해 주었다. 공진희가 이마진을 배려해 쉬운 단어들을 많이 사용했기에 가르치는 무명도 보다 편하게 알려줄 수 있었다.
그 후 무명과 이마진은 바로 식사를 하러 갔다. 수없이 많은 아이들이 식사하며 북적이는 가운데 둘은 빠르게 식사를 마쳤다.
이마진은 혹시나 공진희가 오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오늘은 오지 않을 모양이었다.
이마진은 식사를 마치고 무명을 아이들과 떨어진 외딴 곳으로 불렀다. 그리고 품에서 소중히 접은 편지를 무명에게 보여주었다.
“혹시 오늘 만날 수도 있을 것 같아 또 편지를 써놓은 게 있는데 좀 봐주겠어?”
무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편지를 받아 읽었다.
“너무 내용에 치중하지 말고, 글자가 틀리거나 뜻이 이상하지 않나 좀 봐줘.”
이마진이 쑥스러운 듯 오른손을 들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무명은 서신을 쭉 훑어보았다. 근래에는 읽고 쓰는 것에 어느 정도 재간이 붙었다는 걸 스스로가 인정할 정도로 실력이 늘어있었다.
매번 말하는 것이었고, 특히나 인간의 언어는 범어처럼 어순과 음절이 생소한 것이 아니기에 보다 자연스럽고 빠르게 쓰는 것을 익힐 수 있었던 것이다.
이마진 또한 배움의 열정이 대단했기에 무명이 가르쳐준 글쓰기를 잘 흡수했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빨리 배운다 해도 무명은 이소호칸이라는 훌륭한 스승 아래 배우고 있었으므로 이마진이 총명한 무명보다 두세 단계 낮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아직까지도 자신의 글쓰기를 불안해했다.
특히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쓰는 글이기에 실수가 없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내용을 안 보려야 안 볼 수가 없잖아요, 형. 요즘 진희 누님에게 너무 직설적으로 구애하시는 거 아닌가요? 이제 대놓고 사랑한다고 쓰시네요.”
“마, 마땅히 쓸 말이 없잖아!”
이마진은 부끄러워하며 두 손으로 무명의 목을 움켜쥐었다. 무명은 헤헤 웃으며 이마진의 장난을 받아주었다.
이후 무명은 편지 내용에 대해 하나하나 말해주기 시작했다.
“이 부분에서는 이런 어조보다 이걸 쓰시는 게 좋을 거예요. 일부러 수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다음부터 주의하시면 돼요. 형님, 이제 문체가 완연히 바로잡히셨네요. 다양한 조사나 형용사도 능수능란하게 쓰시니 말이에요.”
“헤헷, 그런가?”
“네. 엄청 빨리 배우시고, 바로 사용하시네요.”
무명이 환하게 웃으며 이마진을 격려하자 이마진 역시 따라 웃으며 기뻐했다.
편지를 쓰겠다는 마음만 너무 급해 글의 문맥이 맞지 않고 글자를 틀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지만 요 근래엔 그런 것이 많이 줄어 무명의 칭찬이 잦았다.
“그럼 이대로 보낼게요, 형.”
무명은 서신을 세 차례 정갈하게 접어 품에 넣었다. 내일 아침 수에르에게 서신을 전해주면 수에르가 공진희에게 넘겨줄 터였다.
“응, 고맙다. 그런데 무명아, 한 가지 부탁이 있어.”
“네, 어떤 부탁이신데요?”
“그게… 공진희가 나를 가랑이라 부르는데 나는 그녀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라서. 네가 지금 좀 정해주지 않을래? 좋은 뜻으로 말이야.”
“호칭을요? 제가요?”
이마진이 입가에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부탁하자 무명은 갑작스런 부탁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음, 이거 진짜 고민되는데요.”
무명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곰곰이 생각하다 근래 배웠던 가장 좋고 예쁜 단어들을 생각해 보았다.
“부야(孚擨)가 어떨까요? 미쁠 부에 가볍게 웃는 모양 야를 써서요. 두 글자 모두 크게 사용되진 않지만 공진희 누나의 이미지와 맞는다고 생각해요.”
“부야? 내가 모르는 글자인데, 그런 의미가 있는 거야? 미쁘고 가볍게 웃는다. 부야, 부야라. 공진희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구나.”
이마진은 마음에 든 듯 기뻐했다.
“좋아, 그럼 앞으로 부야라 불러야겠다.”
이마진은 흐뭇해하며 무명에게 고마워했다. 무명 또한 자신이 급하게 만든 호칭을 좋아해 주는 이마진을 보며 기뻐했다.
볼일이 끝난 이마진이 다시 일터로 돌아가려 하자 무명이 서둘러 그를 붙들고 물었다.
“그런데 형님, 저 궁금한 게 있어요. 공진희 누나와는 어떻게 만나신 거예요? 그리고 좋아하게 된 것은 언제예요?”
이마진이 공진희와 같은 마을 출신이란 것은 알았지만 그 둘이 언제, 어떻게 만나게 된 것인지는 잘 모르고 있었다. 무명은 이참에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물었다.
“음, 그게… 말하면 조금 복잡한데 말이야. 시간도 좀 필요하고…….”
이마진이 말하기 쑥스러워하며 미루려 하자 무명이 얼른 대답했다.
“그럼 오늘만 일터에 나가 글 배우지 말고 형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시간을 핑계로 빠져나가려는 이마진에게 무명이 못을 박듯 말했다.
이마진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지만 자신이 무명의 고집을 쉽게 꺾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마지못해 살짝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 작품 후기 ============================
2014-07-31 출판 본으로 본문을 수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