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 Star Kingdoms RAW novel - Chapter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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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감옥[獄]
옥에는 많은 범인들이 몰려 그녀를 구경하고 있었다. 인간이 임신한 모습은 그들에게 좋은 구경거리였다. 축제의 진상품으로 환히 전시되어 있었기에 수에르도 어렵지 않게 그녀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수에르는 단 한마디도 꺼내지 못하고 침묵을 지켰다. 기분 나쁜 예감이 들어맞고 말았다. 인간 여자가 임신을 하게 된다면, 그것은 공진희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공진희는 온몸에 한 오라기도 걸치지 않은 상태로 두 손이 천장의 줄에 묶여있었고, 늘어진 가슴 아래엔 생명을 잉태한 거대한 배가 자리 잡고 있었다.
배 아래로 두 다리는 꿇려 묶여져 있었는데, 그녀의 모습을 보고 수에르는 절로 얼굴을 심하게 찌그러뜨렸다.
공진희는 이미 기력이 쇠하여 기절한 듯 눈을 감고 있었다. 수에르는 자신이 왜 그녀의 임신 사실을 깨닫지 못했는지에 대해서 후회했다. 공진희의 묶여있는 모습이 너무나도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다.
이 일을 이마진과 무명이 알게 된다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 수에르는 범인 사이에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이를 갈며 발을 옮겼다. 엄청 나쁜 소식이긴 하지만 이 이야기를 둘에게 전해주어야 했다.
수에르는 그 길로 발을 놀려 공방으로 향했다. 그가 본래 공방에 들르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라 아무도 그를 제지하지 않고, 의심하지 않았다.
공방은 이제 막 행사 준비를 모두 마치고 한껏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축제 전후로 이소호칸이 일을 전부 마치면 휴식할 수 있도록 조치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그늘에서 가을 날씨를 만끽하고 있었다. 다들 요 근래 무리하게 사용한 근육을 휴식하고 있었다. 공방의 굴뚝들은 전부 꺼져있었고, 사람들로 북적대던 골목은 스산하게 느껴질 만큼 한산했다.
수에르는 혹시 무명이나 이마진이 나와있지 않을까 싶어 주위를 둘러봤지만 바깥으로 둘이 나와있지는 않은 듯했다.
서둘러 무명의 숙소로 가려다가 수에르는 직감적으로 무명이 선고우의 공방에 있을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늘을 바라보니 지금 막 하나의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바로 선고우의 공방이었다.
수에르가 선고우의 공방에 발을 내딛자 무명과 선고우는 순간 놀란 표정을 지으며 수에르를 바라보았다. 언제나 유유자적한 수에르가 한껏 긴장된 표정을 하고는 숨이 헝클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기 관리가 늘 철저한 그였기에 둘은 서둘러 들어온 수에르를 보고 의문을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
“영감님, 잠시 무명을 데려가도 되겠습니까?”
수에르는 잠깐 숨을 고른 후에 선고우에게 말했다. 무명과 선고우는 이제 막 풀무질을 마치고 작업을 시작하려 한 듯했다.
공방 전체적으로 휴식이 주어졌지만 선고우는 굳이 휴식할 연유를 느끼지 못했다. 무명 또한 늘 일하다 쉬려니 몸이 근질근질하였기에 축제 때문에 밀렸던 작업을 이제 준비하고 있던 참이었다.
“무슨 일인데 그리 헐레벌떡 뛰어와서 무명을 찾는 거냐?”
선고우가 아니꼽다는 듯 말했다. 수에르는 그런 선고우의 말을 더 들어줄 수 없는 듯 무명에게 성큼 다가와 손을 잡았다.
“수, 수에르 형?”
“영감님, 무명 좀 데려가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시급한 일이어서 자세한 이야기는 해드리기 어려울 듯합니다.”
수에르가 무겁게 대화를 잇자 선고우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보자마자 수에르는 무명의 팔을 끌어 공방에서 나왔다.
“형, 무슨 일이에요? 갑자기 와서.”
무명은 슬며시 웃으며 수에르에게 말했다. 심각한 표정은 수에르에게 어울리지 않아 분위기를 조금 전환하기 위해 미소를 지은 것이었다.
무명의 미소에도 수에르의 표정은 전혀 풀리지 않았다. 무명은 직감적으로 수에르의 표정에서 무언가 일이 잘못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수에르는 결코 이렇게 분위기를 잡는 남자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형님?”
무명이 그 후로 몇 마디를 더 건넸지만 수에르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무명을 이끌고 사람들이 없는 으슥한 곳으로 들어갔다.
“이야기할 게 있다.”
수에르가 멈춘 곳은 공방에서 조금 떨어진 논과 마을의 경계선에 있는 공터였다. 고요하다 못해 적막한 그곳에서 처음으로 수에르가 입을 열었다. 조용하면서도 저음으로 깔린 어투였다.
“무슨 일인데 이리 외진 곳으로 저를 데려온 거예요?”
무명이 그래도 분위기의 쇄신을 위해 미소 지으며 말했지만 수에르는 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웃음 지을 일이 아니야. 매우 좋지 않은 소식이야. 충격을 받을 수 있으니까 듣기 전에 마음을 단단히 채비해라.”
수에르는 그렇게 말하고 무명이 잠시 준비할 시간을 주었다.
몇 분의 정적이 흐르자 수에르는 마른 입술을 혀로 적시며 말했다.
“들을 준비는 되었나?”
“예.”
수에르는 말을 꺼내기가 힘든지 약간 뜸을 들였다.
“공진희가, 공진희가… 잡혔다.”
수에르의 말에 무명은 잠시 이해하지 못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수에르를 주시했지만 곧 수에르의 말의 의미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공진희가 잡혔다면 어떠한 이유로 잡혔을지는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누, 누나가요? 왜요?”
한참 동안 아무 말을 잇지 못한 무명은 용기를 내서 수에르에게 물었다.
“잡힌 걸 보니 이미 만삭의 몸이더구나. 아마 이마진의 아이겠지. 그녀가 아이를 가진 것이 드러나 일대 파란이 일었다. 무명, 너는 그녀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
수에르가 무거운 분위기로 물었다. 무명은 평소 같았으면 재치 있게 둘러대거나 드러나지 않을 거짓말을 사용해서 위기를 넘겼겠지만 이 상황만큼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무명은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의사를 표했다.
턱.
수에르가 무명의 멱살을 잡았다. 그는 명백히 분노했다.
“무슨 생각으로 나에게 그녀의 임신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거야?”
수에르는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무명에게 험하게 말했다. 평소 그의 분기를 전혀 느끼지 못했던 무명은 수에르가 단번에 성을 내며 살기를 보내자 놀라 이를 딱딱 부딪치며 떨었다.
“저, 저는…….”
“너는 지금 공진희가 어떤 상태인지 모르겠지! 보지 못했으니까!”
수에르는 무명을 뒤로 밀어 넘어트렸다. 무명은 넘어지면서 본 수에르의 분노한 모습에 오한이 척추를 타고 머리끝까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수에르의 표정은 마치 수라와 같았다. 무명은 심하게 공포에 질려 있었지만 그래도 힘을 내서 단어를 짜내어 말했다.
“누, 누나가 어떻게 되었는데요?”
무명이 묻자 수에르는 고개를 홱 돌리고는 찌푸린 주름을 더욱 구부렸다.
“발가벗겨진 상태로 대낮에 구경거리가 되어있다. 기력이 쇠해서 눈을 뜨지 못하고 묶여서 가슴과 배를 드러내고 있는데 얼마나…….”
수에르는 말을 더 잇지 못하고 입술을 들썩이며 말을 억지로 목 뒤로 넘겼다.
무명은 그런 수에르의 말을 듣고 놀라 넘어진 채로 고개를 들어 수에르를 응시했다. 무명은 무릎으로 기어가 수에르의 다리를 잡았다.
“누나는 괜찮은 거죠? 수에르 형, 누나나 뱃속의 아이를 죽이는 건 아니죠?”
무명이 흐느끼듯 물었다. 수에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 말 좀 해주세요, 형. 누나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가요?”
“멍청아! 이 멍청한 녀석아, 왜 나에게 말해 주지 않은 거냐!”
수에르는 이를 악물고 말을 뱉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해 주었어야 할 거 아니냐! 네가 이리 무책임하고 독단적일지는 몰랐다. 네가 안일하게 대처하는 바람에 이젠 내가 어떻게 해줄 도리가 없어졌어…….”
수에르는 한숨을 쉬고 오른손으로 미간을 길게 눌렀다.
“그, 그래도…….”
“그래도가 아니야. 나의 능력을 훌쩍 넘은 일이야. 그녀는 축제 때 뱃속의 아이와 함께 축제 음식으로 사용될 거야. 대족장님께서 그리 정하셨고, 지파 전체가 그리 알고 있다.”
수에르의 말에 무명은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하지 못했다. 축제 음식이라니, 사람이 축제의 음식이 되다니. 무명의 상식으로는 결코 이해할 수 없었다. 특히나 그 대상이 공진희라는 것은 더욱더 인정할 수 없었다.
“본래 이소호칸 대족장님은 우리 동쪽 지파에서는 사람의 고기를 내지 않겠다고 미리 다른 이들에게 전언을 남겼었다. 그래서 다른 지파에서 사람 고기를 먹기 위해 직접 지파에서 사람을 가져왔지. 오늘 갑자기 대족장님께서 임신한 소녀를 축제에 풀겠다는 소문을 듣고 나는 대체 무슨 바람이 드셔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의문이 들었다.”
수에르는 점점 말을 잇기 어려운 듯 말끝이 갈라졌다. 스산한 바람이 한차례 둘의 귓가를 스쳤다.
“갑자기 나타난 임신한 소녀, 그녀가 공진희일 줄은 나조차도 몰랐다. 방금 확인하고서야 알았어! 지금처럼 손님들이 모여있을 때에 소녀가 임신한 사실이 밝혀지면 대족장님의 위신에 큰 해가 가겠지. 하지만 그것을 이용해서 다른 대족장이나 족장들을 위해 준비해 온 것으로 바꾼다면 전화위복이 되겠지.”
“그, 그런…….”
무명은 목이 메어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만큼 수에르의 말은 너무나도 메말랐으며 날카로웠다. 오죽했으면 수에르 자신도 말할수록 끝이 갈라졌을까. 하지만 수에르는 입을 닫지 않았다.
“네가 이 사실에 대해 미리 나에게 언질해 주었다면 아니, 이 축제 기간이 아니었다면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대족장님을 설득하려 노력을 해보겠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할 수 있는 것이 전무할 정도로 없다. 오히려 너나 나나 이 사실에 대해서 함구하지 않는다면 죽음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하지만 수에르 형…….”
울먹이며 무명이 간절히 말했지만 수에르는 고개를 저으며 상황이 그만큼 나쁘다는 것을 전했다.
“이 사실, 이마진은 알고 있나?”
수에르가 묻자 무명은 울상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수에르는 무명의 부정에 깊은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이를 어찌 말해야 좋을지 감당이 안 되는구나. 그렇다고 숨길 수 있는 노릇도 아니고. 아마 곧 이쪽에도 소문이 퍼질 거다. 제기랄!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내 상상도 못 했는데…….”
수에르는 두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탄식을 내질렀다. 그의 입장에서는 전혀 예기치도 못한 일이었기 때문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혼란이 가중되기만 했다.
“제가 말할게요.”
“네가 말한다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은 없다. 아마 대족장 어르신은 눈에 불을 켜고 사방팔방으로 임신을 시킨 남자와 그 방법을 찾고 계실 거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그저 이 일에 대해 함구하고 사태가 지나가길 조용히 관망하라는 것밖에 없다. 만일 우리가 연루된 것이 밝혀지면 조용히 끝나지는 않을 거야. 공진희라면 이마진과 너를 위해서 입을 열지 않겠지. 하지만 이 일을 들은 이마진이 가만히 있을까?”
수에르는 냉정하게 말했다. 무명은 냉혹한 현실이 자신에게 닥쳐오는 느낌이 너무나도 싫었다. 마치 목 언저리에 날카로운 칼날이 왔다 갔다 하면서 생명의 무게를 재는 듯했다.
“그렇지만… 제, 제가 대족장 어르신께 말씀드려 보면 안 될까요?”
“가당치도 않은 소리. 이미 결정된 사항이다. 오히려 네가 공진희와 연루되어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딱 좋지.”
수에르는 순간 말을 계속하려다 끊었다. 그러고는 잠시 생각을 잇는 듯 두 눈을 감고 고요히 생각에 빠졌다.
가을바람이 그의 백색 갈기를 흔들며 한계까지 달아오른 열기를 식혀주었다.
잠시의 시간이었지만 수에르는 충분히 분기를 식힐 수 있었고, 무명의 이야기에 현실적으로 대답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하지만… 모르겠다. 어쩌면 정말 희박한 확률이지만 네 부탁이라면 들어주실 수도 있겠지. 대족장님께서 네게 거는 기대가 각별하니 말이다.”
수에르는 다리맡의 무명을 일으키며 기운 없이 말했다. 활기차고 쾌활한 그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난 네게 많이 실망했다, 무명아. 하지만 실망한 만큼 너를 이해하기도 한다. 네 입장에서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라는 건 아주 작은 것이겠지. 고작 그녀의 비밀을 지켜주는 게 전부였겠지. 내가 너를 좋아하듯 공진희와 이마진을 좋아해서 네게 화를 낸 것이니 내 행동을 이해해다오. 공진희의 처량한 모습을 보니 화가 치밀어 오를 수밖에 없었다. 일찍 알았더라면 내가 막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더욱 분기가 올랐던 것 같다. 내가 이 정도니 만일 이마진이 그녀가 처한 상황을 알게 되면 얼마나 괴로워할지 상상이 가질 않는다.”
“수에르 형, 대족장님께 저를 데려가 주세요.”
무명이 일어나 수에르의 아래에서 조용하지만 당차게 말했다. 수에르는 입술을 움찔거리며 뭐라 말을 내뱉으려 했으나 하지 않았다.
“이마진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는 것보다 대족장님을 설득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거냐?”
수에르가 내뱉은 말은 일전의 비난조의 말보다는 이마진을 걱정하는 말이었다.
“공진희 누나가 자식을 낳게 된다면 허락을 구하기 위해 제가 직접 말씀드리려 했습니다. 인간에게도 사랑을 허용해 주시고, 자식을 낳는 것을 허용해 달라고 말입니다. 그리하면 굳이 인간 소년 소녀를 약탈하러 인간의 국가를 침략하지 않아도 되지 않습니까?”
수에르의 분기가 어느 정도 누그러들자 무명은 떠는 것을 멈추고 수에르에게 말했다.
일전부터 무명은 이 의제에 대해 오랜 생각을 해왔던 것이 틀림없었다. 이것이 이소호칸에게 통할지는 미지수였지만 말이다.
“네가 하나 간과한 게 있다. 번식이라는 것은 그렇게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범족이 그걸 몰라서 매번 어린 인간을 약탈하는 줄 아나 본데 생물체란 본디 번식의 자유를 주면 그 종을 지키기 위해 반항하는 법이다. 우리가 왜 어린아이들을 데려오는지 아니? 성인을 데려오면 우리도 더 좋다. 다 자라있으니 양식으로도 쓰기 적합하고 일도 더 잘하지. 하지만 머리가 크면 다루기가 배는 어려운 것이다. 애초에 지킬 것도 없고, 소중한 것이 없으면 반항(反抗)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다. 하지만 지킬 것이 생기고, 소중한 것이 존재하면 아무리 강한 상대라도 반(反)하게 된다. 우리 범족은 이것을 벌써 거쳐왔기에 번식을 막은 것이다.”
수에르의 말을 듣고 무명은 대답 없이 가만히 수에르를 쳐다보았다. 무명의 의지는 쉽게 꺾일 만한 것이 아니었다.
“네가 그런 결심을 가지고 있다면 아주 작은 희망이라도 걸어보도록 하자. 하지만 어떠한 결과가 나온다 해도 결코 두려워하지 마라.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이마진이 공진희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이러한 일에 대해서 어느 정도 감수하고 있었겠지만, 아무것도 모른다면 이 일은 그 어떠한 것보다 그에게 고통을 안겨줄 거다. 그 고통을 안겨줄 바엔 실낱같은 희망이지만 대족장님을 설득하는 게 좋을 거라 생각한다.”
무명은 수에르의 말에 고개를 깊이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부디 네 말이 대족장 어르신의 귀에 닿아 마음을 움직이길 바라야겠지.”
한숨 섞인 말이었지만 무명은 수에르가 얼마나 자신과 이마진, 공진희를 생각해 주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어찌 보면 수에르 자신의 생명보다 더 무명과 이마진을 위해주고 있는 것일지 몰랐다. 비록 살기 위해 이 일에 대해 함구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것 또한 무명과 이마진을 위해 한 말이 분명했다.
수에르의 상식선에서는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무명이 대족장을 설득해 보겠다고 꺼낸 선택지를 제외하고선 말이다.
수에르에게 이소호칸은 상하 관계가 확실한 자였다. 대족장의 선택은 결코 번복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소호칸은 수에르보다 강하며 주군이었다. 자신은 결코 이소호칸의 말을 취소할 수 없었다.
하지만 무명이라면, 무명이라면 가능할지도 몰랐다. 무명은 대족장과 상하 관계가 아닌 스승과 제자의 관계로 이루어진 보다 서로의 의견을 피력하기 쉬운 입장인 것이었다. 그리고 이소호칸은 각별히 무명을 아꼈다. 그것은 옆에서 봐온 수에르가 잘 알고 있는 것이었다. 수에르는 결국 그 희망에 모든 것을 걸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2014-08-07 출판 본으로 본문을 수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