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80
079화 초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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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허! 좋구나.”
아침을 먹고 다시 침상에 들어와 이불을 덮으니 극락이 따로 없었다.
‘스마트폰하고 감자칩만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을 텐데.’
따뜻한 이불 속에서 감자칩을 먹으며 너튜브를 보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으니 말이다.
물론 엄마한테 걸리면 과자 가루 날린다며 등짝을 맞겠지만.
그렇게 이불을 뒤집어쓰고 아침잠에 빠져들던 찰나.
쾅쾅!
“진 조장님! 잠깐 나와 봐요.”
청소소가 문을 두들겼다.
혹시 잠이 들려던 때 강제로 기상해 본 적이 있나?
백이면 백 짜증이 치밀어 오를 것이다.
쾅!
“잠깐 나와 보라니까요!”
재촉하는 청소소에게 한마디 해 주기 위해 문을 열어 재꼈다.
“······격무에 시달려 잠깐 쉬려는 사람을 깨우다니. 이거 얹혀사는 주제에 너무 막 나가시는 거 아닙니까?”
“어머, 얹혀산다니요?! 매달 따박따박 이익금의 절반이나 가져가면서. 그리고 밥 먹고 바로 자면 위장에 안 좋다고 몇 번이나 말해요?”
“허어! 나 같은 절정 고수는 내장도 단련되었으니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고수가 무슨 신선인 줄 알아요? 병에 안 걸리게. 아무튼, 진 조장님께서 만년설초를 얻었다는 게 사실이에요?”
“만년설초?”
아, 그거.
“예, 얼마 전 백룡당주에게 받은 게 있긴 한데 왜요?”
“받은 게 아니라 뜯었다고 들었는데······ 아무튼, 그거 좀 봐 봐요.”
“갑자기 그걸 왜······?”
“보여 달라면 좀 보여 줘 봐요.”
청소소의 보챔에 나는 방구석에 놔둔 나무 상자를 열었다.
그러자 얼음 같은 냉기를 내뿜는 작은 목함이 과일들 사이에 파묻혀 있었다.
당장 섭취할 생각이 없어 냉장고 대용으로 쓰고 있던 차였다.
그 모습을 본 청소소가 기가 막히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세상에! 저 귀한 걸 그따위로 취급하다니!”
그녀가 한달음에 달려와 목함을 낚아채 뚜껑을 열더니, 생각지도 못한 반응을 보였다.
잠시간 만년설초를 쳐다보던 청소소가.
“흐흑, 흑. 으아앙!”
갑자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우는 것이 아니겠는가.
“······저기, 청 소저?”
당황하여 그녀에게 무어라 말을 걸려던 순간.
쨍그랑!
때마침 설거지를 하기 위해 그릇을 가지고 지나가던 묘향이 그 모습을 보고 힘없이 넘어졌다.
그리고는 대경하며 나를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지, 진 조장님. 이게 무슨?!”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설명을 해야 될 것 같은 상황.
“그, 그게 아니라 어, 어떻게 된 일냐면······.”
당황한 탓에 유려한 주둥이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자 묘향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들었다.
“대체 소소에게 무슨 짓을 하신 거예욧!”
“아무 짓도 안 했······.”
내가 다급히 변명하는 중, 그녀가 방 이곳저곳을 살펴보더니 어지럽혀진 침상에 시선을 고정했다.
“서, 설마!”
“오해야, 누이. 누이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절대 없었어.”
그렇게 오해로 시작된 갈등이 폭발하기 직전.
“으아아앙!”
청소소가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 니가 지금 이러면 내가 어떻게 하니.
“이이! 이 짐승 같은 인간이!”
묘향이 뒷목을 잡고 주저앉았다.
* * *
잠시 후.
간신히 정신을 차린 청소소에 의해 오해가 풀렸다.
“미, 미안해요.”
사정을 들은 묘향이 꼼지락거리며 사과를 했고, 나는 대범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아니야, 누이. 충분히 오해할 수도 있지. 나 같은 짐승은 신경 쓰지 않아도 돼.”
“······.”
“생각해 보니까 앞으로 밥도 따로 먹어야겠다. 짐승과 겸상할 수는 없을 거 아니야?”
그렇게 묘향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청소소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이게 바로 그 설음······.”
“설음수액이요.”
“아, 설음수액의 가장 중요한 원료다, 이 말입니까?”
“맞아요. 만년설초 한 뿌리면 설음수액 세 병을 만들 수 있어요.”
생각보다 많은 양에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백중천 이 새끼.’
생각보다 좋은 놈이었구나.
“휴우······.”
벌렁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다시 물었다.
“혹시나 해서 여쭤보는 겁니다만······ 팔면 얼마쯤 합니까?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보는 거니 그냥 대략적으로만 말씀해 주셔도 됩니다.”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다.
“당장은 살 사람이 없을 거예요. 귀한 영초는 맞지만 청가장이 보유한 연단술로 정제하지 않으면 단순히 극독이 들어 있는 독초일 뿐이거든요. 이런 설명 없이 이걸 준 사람은 결코 좋은 마음으로 주지는 않았을 거예요.”
정정하겠다. 백중천 이 새끼는 죽어 마땅한 놈이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가치가 생기는 겁니까?”
“당연히 만년설초의 독기를 정제하여 설음수액을 만들어야 제대로 된 가치가 생기는 거죠. 그리고 제가 그걸 성공하게 되면······.”
청소소가 굳은 눈으로 나와 묘향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비로소 청가장으로 돌아갈 명분이 생기는 거고요. 그러니 진 조장님, 부디 만년설초를 제게 맡겨 주세요. 만들어지는 설음수액 중 두 병을 드릴게요.”
“아······.”
“이런······.”
뜻하지 않은 이별 소식에 묘향이 안타까운 탄성을 자아냈다.
그리고 그건 나 역시도 마찬가지.
‘의원에서 나오는 수입이 짭짤했는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그래도.
‘보내줘야 한다.’
설음수액 두 병이라면 천금의 값어치가 있을 테니까.
나는 백자천을 처치할 때보다 더욱 독한 마음을 먹고 말했다.
“알겠습니다. 청 소저께 만년설초를 드리겠습니다.”
청소소가 복잡한 눈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고마워요.”
“대신 꼭 성공하십시오. 청 소저가 청가장으로 귀환할 날을 기대하겠습니다.”
“······예, 꼭 성공할게요.”
그녀의 성공을 응원했다.
진심으로.
* * *
청소소는 그 즉시 의원의 문을 닫아걸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연단이라는 건 단순히 탕약을 끓이는 게 아니니까.
현대에 비교하자면 제약과 마찬가지일 거다.
문제는 그 제약 작업을 과학적인 설비는커녕 아궁이와 무쇠솥으로 해야 한다는 거다.
즉, 선택된 천재가 온 신경을 다해야만 성공할까 말까 하는 일이라는 뜻이다.
“그럼 두 달 후에 뵐게요.”
의원에 벽곡단을 잔뜩 채워 넣은 청소소가 비장한 눈빛으로 말했고, 묘향이 눈물을 훌쩍이며 그녀를 끌어안았다.
“소소······ 너무 무리는 하지 마. 알았지?”
“언니······.”
신파극을 찍는 두 사람을 두고 밖으로 나갔다.
“푸흐흐.”
곧 부자가 될 생각에 웃음을 참을 수 없었거든.
물론, 세상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바.
‘자만하면 안 되지.’
방심은 금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북궁백이 입원해 있는 의원으로 향했다.
아플 때 찾아오는 부하야말로 이뻐 보이는 법 아니겠는가.
잠시 후, 의원에 도착하자 생각지도 않은 광경을 목격했다.
와글와글.
북궁백의 병실 앞에 수많은 인파가 줄을 서 있었기 때문이다.
“······와우.”
살펴보니 구룡성을 드나드는 상인이 대부분이었다.
아마 새로운 절대고수인 북궁백에게 눈도장을 찍으려는 듯 보였다.
힘세면 장땡인 무림 세계의 단면을 보여 주는 듯한 장면이었다.
‘에휴, 얼마나 못 배워 처먹었으면······.’
무공 좀 한다고 소문나기만 하면 득달같이 친분을 쌓으려 하다니.
하루라도 빨리 구룡성을 떠야 이 꼴을 안 보겠지 싶었다.
“좀 비켜 주십시오. ‘투룡’ 진무전이 ‘십수천패’ 북궁 대협을 만나러 왔습니다.”
조용히 그들 사이로 지나가던 찰나, 상인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저 청년이 투룡? 엄청 어려 보이는데?”
“듣기론 스물이 넘은 지 몇 년 안 됐다더군.”
“그렇게나 젊은 나이에 초절정에 올랐단 말인가?”
“이를 말인가. 나중에 기회 되면 말이나 좀 붙여 보라고. 혹시 아나? 훗날 절대고수가 되어 천하를 호령하게 될지.”
“크흠, 음.”
뭐. 초절정은 아니지만, 초절정(진) 정도는 되니까 아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렇게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진 않고 느끼기만 하며 병실 앞까지 도착하자, 의외의 인물을 만날 수 있었다.
“단 형? 여기서 뭐 하십니까?”
“북궁 대협께 한 수 가르침을 받고자 기다리고 있다.”
“아파서 골골대고 있는 사람한테?”
“북궁 대협은 천하의 몇 없는 진정한 무인. 작은 부상 따위를 신경 쓸 리 없지 않나.”
아니, 너 빼고 다 신경 쓴다고.
“······그 진정한 무인의 기준이 뭡니까?”
내가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자, 단운이 특유의 불타오르는 눈빛으로 날 쳐다봤다.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그것을 바탕으로 무공의 경지를 개척하는 무인을 말한다. 바로 너 같은.”
“······전혀 아닌데요?”
재빠르게 부정했지만, 단운은 도무지 들어먹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 너는 동년배 중 내가 인정한 유일무이의 무인이니 말이야.”
“······.”
“그나저나 최근 성취가 있었나 보더군. 일성검을 꺾었다지?”
일성검은 백자천의 별호였다.
“으음, 결과적으로는?”
산공독과 산초폭탄이란 ‘무기’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일성검 역시 검이란 무기를 썼으니 정정당당한 대결이었다고 볼 수 있으니까.
대답을 들은 단운 놈의 입꼬리가 1미리 정도 올라갔다.
매우 흡족했을 때 나오는 표정이다.
“많은 발전이 있었나 보군.”
이 새끼 또 왜 이래? 사람 불안하게.
“그······ 웬만하면 신경 끄고 살면 안 됩니까?”
“필생의 적수란 필생의 친우와도 같은 존재지.”
“아니, 단 형과 내가 어떻게 친우가 됩니까? 원수라면 몰라도.”
“다시 말하지만,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
무슨 벽에다 대고 얘기하는 거 같네.
“······알았으니까 그만합시다. 병문안 왔다가 싸우게 생겼네.”
무시하고 병실로 들어가려던 찰나, 또다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나 역시도 발전이 있었다.”
그와 동시에 번쩍이는 검광이 내 목을 향해 날아왔다.
“······!”
재빨리 손을 들어 막았으나, 검광은 내 손과 목을 통과하고 지나갔을 뿐, 어떠한 상처도 내지 못했다.
“······.”
환영이었다. 살기로 만든.
위력이라곤 전혀 없는 단순한 환영.
하지만.
‘의념의 시각화?’
이는 결코 허투루 볼 수 없었다.
지금 단운이 보여 준 수법의 끝에 있는 것이 바로 의기상인. 즉, 심검(心劍)이었으니까.
그 말인즉슨.
“초, 초절정?”
이 미친놈이 빅스텝을 밟아 경지를 뛰어넘었다는 뜻이다.
“참선하던 중 작은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무슨 사무직이냐고.’
앉아만 있어도 강해지게.
나는 여기저기 피 터지게 싸우고 다니면서 쥐꼬리만큼 세지는데.
억울한 마음이 불쑥 솟아올랐다.
“너 역시도 마찬가지지 않나?”
“예?”
“너 역시도 초절정에 오르지 않았냐고 묻는 거다.”
예전이라면 단운 놈과 엮기는 게 귀찮아 아니라고 했겠으나, 지기 싫은 마음부터 들었다.
“그, 그거야 당연하지요. 나중에 보시면 깜짝 놀랄 겁니다.”
“기대하지.”
“무, 물론이죠.”
혹시나 구라친 게 걸릴까 재빨리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북궁백이 있는 병실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당주님, 일조장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오도록.”
병실 문을 열자 붕대를 잔뜩 감고 있는 북궁백이 진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게 보였다.
아마 나와 단운의 대화를 엿들은 모양이었다.
“······몸은 좀 어떠신지 해서 왔습니다.”
“자존심이 상하나 보군.”
“별로 그렇지도 않습니다.”
“거짓말할 필요 없다.”
“진짜로 아닙니다.”
내 부정에도 북궁백은 동문서답의 끝을 보여 줬다.
“괜찮다. 적수의 성장은 질시를 유발하고 그 질시가 바로 자신을 성장시키는 법이니까.”
“······진짜 아니라니까 그러네.”
“나 역시도 그런 존재가 있었지.”
여기까지 나왔으면 어쩔 수 없다.
적당히 어울려 주는 수밖에.
“그게 누굽니까?”
“죽은 남천궁주.”
“······그렇군요.”
“그와 목숨을 걸고 싸운 덕분에 경지에 이를 수 있게 되었지. 물론 그날은 내가 이겼지만. 응? 눈동자가 수상한데?”
“아, 아닙니다. 과거를 회상하느라고 눈동자가 작아졌나 봅니다.”
“그런가?”
“그렇습니다.”
잠시간의 어색한 적막이 흐르고, 북궁백이 다시 말했다.
“초절정에 오르고 싶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