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 became the younger sister of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147
38화
아아아아악!
끔찍한 비명이 건물 사이사이로 퍼져 나갔다.
그와 동시에, 경기 종료 신호라도 울린 것처럼 모든 소음이 뚝 멎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덜덜 떨며 들어 올린 놈의 왼손에는 새끼손가락이 있어야 할 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MISSION을 클리어하셨습니다!】
【보상을 정산 중입니다…… 】
시야 한구석에서 점멸하는 알림창을 밀어냈다.
[화우]의 폭발 연기에 콜록대며 눈가를 문질러 닦았다.손가에 혈흔이 끈적하게 배어 나왔다.
“그러길래 방심하지 말았어야지.”
이건 룩에게도, 나에게도 하는 말이기도 했다.
‘하필 그 타이밍에 선 성향이 떨어질 줄이야.’
용태에게 소문을 내라 말했을 때 한 번 체크하긴 했었는데, 이렇게까지 쭉쭉 낮아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신성계 고위 스킬을 사용하려면 못해도 93%의 성향은 유지하고 있어야 했는데…….
‘87%.’
신성 속성을 박탈당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할 판이었다.
‘뭐 얼마나 입을 털고 다닌 거냐.’
꼭 이상한 부분에서 성실한 용태 놈을 생각하며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머릿속에선 이미 차곡차곡 선善 성향 서브 미션들을 골라내고 있었지만 ×된 건 ×된 거였다.
원래도 세상이라는 게.
흰 걸 검게 물들이는 건 단 몇 방울이면 되는데, 검은 걸 희게 물들이려면 몇백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1%의 선 성향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공을 들여야 했다.
‘그나마 아직 기본 스킬이나 다른 화 속성 스킬들을 쓸 수 있었으니 망정이지.’
하지만, 만약 그것들을 쓸 수 없었다 하더라도.
‘자르는 데 스킬이 필요한 건 아니니까.’
나는 처음부터 일관성 있게 손가락만 노려왔을 뿐이다.
잘린 거미 다리들 사이에서 놈의 살덩이를 집어 들었다.
피와 흙이 엉겨 붙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되긴 했지만, 그건 분명 잘려나간 새끼손가락 마디였다.
웩. 말랑한 느낌에 머리끝까지 소름이 돋아 놈의 쪽으로 휙 내던졌다.
“깔끔하게 잘랐으니까 가져가서 수술하면 붙일 수는 있을 거다.”
“…….”
“왜. 내 배려심에 눈물이 막 나?”
핏발 선 눈으로 노려보는 룩에게 심드렁하게 대거리 해주었다.
파드득!
이제 남은 것이라고는 다 떨어져 살점이 너덜거리는 등과 아홉 손가락뿐인 놈이 지면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전과 달리 보통 인간의 스피드로 돌아온 공격을 막는 건 손쉬운 일이었다.
게다가.
“가만히.”
명령하자, 놈의 몸 위로 은빛 글자가 족쇄처럼 엉겨들었다.
어딘가 팽팽히 묶인 것처럼 우뚝 멈춘 놈의 이마 한가운데로 날인이 박혔다.
내 서명과 놈이 찍었던 ‘위’의 문양.
그으윽…… 끄극. 발광하며 움직이려는 룩의 안면에 지팡이를 처박았다.
송곳니 끝에서 암녹색 독이 한 방울 뚝, 떨어졌다.
“뒷골목 주인이라는 놈이 계약의 힘을 무시해서 쓰나.”
말 그대로였다.
뒷골목에서의 의뢰.
서로의 이름을 나눠 갖는 계약은 규율 그 자체였다.
한 세상을 이루는 법칙은 반드시 힘을 갖는다.
그것이 부당한 것이든, 올바른 것이든 상관없이.
룩은 착실하게 내 계획에 넘어가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실실 웃는 목소리가 터져 나올 때마다 놈의 몸이 꿈틀거렸다.
미션은 전부 끝났다.
그러므로…….
【뒷골목의 새로운 왕이 탄생하였습니다!】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업적: 그림자의 주인)】
【8,000 다이아를 얻으셨습니다.】
이 시궁창은 내 것이었다.
댕그렁, 댕그렁.
종소리가 양 귀에 울렸다.
종종 큰 이벤트를 종료하면 축하의 경종이 울린 적은 있었으나, 이번만큼은 썩 경쾌한 느낌이 아니었다.
따지고 보자면, 빈 깡통을 매달고 달리는 자동차 같은 소리.
어딘가 속은 텅 비어 있는 싸구려 같은 축하.
“왜.”
바득바득 이 가는 소리가 쉰 목소리 사이로 새어나왔다.
권한을 위임하는 중이라며 이것저것 떠오르는 창들을 구경하고 있던 나는 느릿하게 눈을 돌렸다.
“왜 하필 나야.”
놈이 악을 쓰며 울부짖었다.
“그 많은 지부들 중에, 실력 없고 쓸모없는 쓰레기들이 널리고 널렸는데 하필 왜……!”
“억울해?”
룩의 머리 앞에 섰다.
빛을 등지고 섰기 때문인지 뒤통수로 따가운 햇볕이 느껴졌다.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놈의 위로, 내 까만 그림자가 내렸다.
“왜 하필 너한테만 이런 불행이 닥쳤는지 억울해서 미쳐 버리겠어? 너만 운이 없는 것 같고, 세상이 너한테만 불공평한 것 같고 그래?”
고개를 쳐든 룩의 눈동자 속에는 아직도 맹렬한 분노가 들끓었다.
나는 그 노기가 우스워 죽을 것 같았다.
“왜 너면 안 되는데.”
“…….”
“아직 이해가 안 된 모양인데…… 내가 바라는 건 네 ‘자리’였고 거기에 누가 앉아 있던 상관 없어. 근데 그게 왜냐고 묻는다면…….”
가볍게 코를 훔쳤다.
“그냥 잘못 걸린 거지.”
네가 뒷골목의 인간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갈아치워도 되는 부품들에게 말했던 것처럼.
놈의 낯이 질척한 흙빛으로 물들었다.
인생을 다 바쳐 날을 간 분노의 대가도, 뼈저린 원망의 대가도 아닌, 단순한 패배.
한순간의 실패로 모든 것을 빼앗겼는데 상대는 말한다.
‘너’를 겨누고 쏜 것이 아니라고.
과녁을 노리고 수 백발 쏜 화살 하나에, 운 안 좋게 네가 맞았을 뿐이라고.
“아. 아아…….”
갈 곳 잃은 절규가 혀에 걸려 딱딱하게 굳었다.
멍청한 새끼.
이제야 그들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했을까.
짙은 비웃음으로 속삭였다.
“너희가 평생 그런 사람들을 찾아다녔듯이 나도 마찬가지야.”
넌 그냥 한 번 잘못 걸린 거야.
‘그것도 나한테.’
손이 허공 위를 휘저었다.
가장 오랜 시간 떠 있던 알림창 하나를 앞으로 끌어당겼다.
이제, 처음부터 끝까지 이 순간만을 위해 달려왔던.
뒷골목 서브 미션의 유일한 목표를 이룰 차례였다.
【귀속되어 있는 모든 계약을 해지하시겠습니까? Y/N】
올곧게 고개를 끄덕였다.
【Y】
【일부 의결권을 소유하고 있는 계약자들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진행하시겠습니까?】
【투표를 진행 중입니다…… 】
【동의: 66% / 반대: 34%】
【그림자의 의지로 ‘동의’ 퍼센티지가 추가됩니다.】
【결과 ― 동의: 73% 계약이 해지됩니다.】
파라라락!
종잇장이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수많은 계약자들의 서명이 흩어졌다.
이 순간을 위해 Q가 되고, 악을 위해 굴렀던 일들이 잠시 덧없이 느껴질 정도로 찰나의 시간이었다.
눈가루 같은 은빛 글자들이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났다.
나는 그 사이에서 한미래의 이름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다시는, 그 아이가 P의 이름을 뒤집어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주제 넘는 소원을 작게 빌기도 했다.
그리고.
【칭호를 얻으셨습니다! : ‘■■■■의 해방자’】
또 하나의 금빛 글자가 반짝였다.
***
“형님, 진짜 이대로 가실 겁니까?”
돌아온 심부름센터 안.
울상이 된 구 실장이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졌다.
물론 진짜 바닥을 기었다는 건 아니고, 그만큼 질척였다는 소리였다.
“어. 다시는 날 찾지 마라.”
“말도 안 됩니다. 개고생해서 골목을 호령할 힘을 얻었는데 도대체 왜 그냥 가신다는 겁니까? 우리가 흘린 피와 땀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데요!”
“아무 의미 없다. 그러니까 잡지 마라.”
자꾸만 나가려는 걸음을 붙잡혔다.
룩과의 전투가 끝난 후.
Q의 세력으로 참전한 무명과 장미 애들을 비롯해 다수의 꾼들은 계약 해지 알림을 받자마자 내가 있는 곳으로 모여들었다.
애초에 그들을 모으며 내걸었던 조건이 ‘위와의 관계를 잘라내 주겠다’가 대부분이었으므로 크게 놀랍진 않은 광경이었다.
단, 조금 신선했던 것은 한 가지.
「“포, 폰……!”」
「“뭐냐, 독침붕. 네 보스는 이미 꿇었는데 나랑 한 판 떠보겠다고?”」
초반에 룩의 옆을 지키던 독침전사가 절뚝대며 돌아왔다.
무명에게 꽤 심하게 당했는지 얼굴의 반쪽은 피범벅이었고, 팔다리도 성한 부분은 없어 보였다.
모든 각성자들의 시선이 박힌 순간. ‘폰’이라 불린 그녀는 룩의 곁으로 서서히 다가갔고…….
「“폰! 포오온!”」
그대로 지나쳐 갔다.
목이 터져라 자신의 부하‘였’던 기사를 부르는 룩의 얼굴이 점차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점점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무명이 ‘잡아 올까요?’ 하고 물었으나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뭐, 의도치는 않았지만 나는 몇몇 ‘위’의 부하들에게도 해방을 준 모양이었다.
그 뒤로도 고맙다고 인사를 전하러 오는 꾼들.
새로운 주인을 뵙겠다고 웅성거리는 꾼들로 한동안 Q가 걷는 길은 소란스러웠다.
그들 중 몇 명은 내게 다짐하듯 선언하기도 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선득한 안광이 도는 결심을 들으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느릿하게 눈을 감는 것뿐이었다.
그와 동시에, 푹. 푹.
가까운 산 등치에 머리만 빼꼼 내밀어진 채 생매장을 당하던 룩의 열규가 겹쳐 들렸다.
「“네놈이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뒷골목이 뒷골목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힘에 복종하는 놈들. 평생을 권력에 길들여져 온 놈들을 목줄 하나 없이 푸는 건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야.”」
「“네가 저지른 일은 더 큰 혼란을 불러올 거다. 겉잡을 수 없는 무법지가 될 뿐이라고!”」
시끄러웠다.
나는 놈의 머리채를 들어 올린 뒤 이렇게 답했다.
“나도 알아.”
그런데 그게 뭐가 나쁘지?
한심한 충고였다.
‘내가 구하려는 건 한미래 하나뿐이었는데, 뽑아도 뽑아도 계속 썩는 여기를 왜 책임져야 한다는 건지.’
뒷골목이 어떻게 변하든지 나에게는 더 이상 알바가 아니었다.
다만, 적어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 줬으니까.
악의 씨앗을 종말 시킬 수 없는 대신, 도망갈 수 있는 순환의 구멍을 뚫어 줬으니까.
‘그 다음은 본인들의 선택이지, 내가 왈가왈부할 게 아니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줬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명이 이곳에 남겠다는 말에도 별 토를 달지 않았다.
응달에서만 피는 꽃이 있듯이 뒷골목이 아니면 살아가는 방법을 모르는 인간도 있는 법이다.
여전한 퀭한 얼굴.
시선으로만 나의 움직임을 따라오고 있던 그녀의 곁으로 가 어깨를 두드렸다.
“센터 관리 잘 좀 부탁해요.”
“음…… 노력은 해 볼게요.”
나는 실질적인 Q의 권한을 무명에게 넘겨주기로 했다.
대신 단 한 가지.
‘P의 모든 계약 관계를 관리하는 일 빼고.’
물론 그래봤자 절반의 몫뿐이고.
나머지 반은 용태 및 센터 놈들, Q의 이름으로 활동했던 모든 꾼들에게 고루 나눠줄 예정이었지만, 결국 가장 큰 지분을 받게 되는 건 그녀였다.
그리고 무명은 영리하게도, 내가 뒷골목 ‘견제’의 목적으로 본인에게 힘을 넘긴다는 이유까지 파악했다.
환경만 아니었다면 내 편으로 모셔가고 싶을 정도로 좋은 직원이었다.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걸칠 것 없이, 내가 계속 뒷골목의 주인으로 존재하면 해결될 문제이긴 했지만…….
‘새로운 왕’으로 선포된 이후.
【뒷골목에 당신의 명성이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어둠의 평판이 올랐습니다.】
【선 성향에 변동이 있습니다.】
폭발적으로 선 성향이 떨어지고 있었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