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 became the younger sister of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262
152화
쩌저적.
머리 위로 일자 모양의 균열이 나타났다.
누군가 허공에 손톱으로 금이라도 그어놓은 것처럼 선명한 자국이었다.
몰아치는 창조자의 폭풍에 대항하듯 내 곁으로도 거센 바람결이 일기 시작했고, 곧 누에고치처럼 몸을 감쌌다.
바깥의 소음이 점차 멀어졌다.
그러나.
‘큭.’
이를 악물며 휘청이는 중심을 붙잡았다.
창조자의 공격이 난폭해지고 있었다.
내 스킬을 저지하려는 것처럼 불안정한 맹풍猛風이 바람을 가르고 침입하려 들었다.
순식간에 허공에 퍼진 검은 연기가 꾸물꾸물 벌어지는 균열을 밀어내고 있는 건 덤이었다.
아주 작은 틈이라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창조자의 세계는 [유니버스]를 막아서고 있었다.
‘제대로 시전도 하기 전에 스킬이 저지당하는 건 또 처음인데.’
흘러나가지 못한 마나가 손끝부터 겹겹이 고이고 있는 게 느껴졌다.
온몸이 꽈악 틀어 막힌 멍멍한 기분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졌다.
아무리 힘을 주어도 뚫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 나를 멱살 잡고 심해 깊은 곳에 처박고 있는 느낌.
한계까지 늘어난 물풍선에 계속해서 물을 쏟아붓고 있는 느낌이랄까.
무슨 소리냐면.
‘이러다 뻥 터질 것 같단 소리다.’
균열이 열린다 어쩐다 하기 전에 몸이 먼저 폭발해 갈기갈기 조각으로 남을 것 같았다.
스킬 하나 사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니.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조소가 가볍게 새어 나왔다.
내 의지를 따르듯 치열하게 연기들을 삼켜대며 아주 조금씩, 조금씩 갈라지고 있는 [유니버스]의 틈을 바라보았다.
죽어도 열리지 못하게 막는다면.
‘억지로 뜯어내면 될 일이다.’
창공을 밟고 뛰어 올랐다.
[유니버스]의 균열로 다가가자 꾸물대던 검은 연기들의 움직임이 날뛰기 시작했다.기체가 시야를 훼방하듯 눈을 가리고, 위성처럼 주위를 배회하며 팔에 얽힌 룬 문자의 배열들을 흔들어댔다.
피라냐처럼 달려드는 놈들을 피해 달렸다.
균열 가까이 다가갈수록 끈질기고 귀찮은 방해가 심해졌지만, 멈춰 서지 않았다.
나의 의지를 따르듯 파지직 대며 자그마한 균열을 지켜내고 있는 [유니버스]를 마주했다.
“【열려라】.”
두웅!
주변 공기가 한순간 해류처럼 밀려 나가며 미지근한 훈풍을 만들어냈다.
입 밖으로 터져 나온 진언에 실체화된 금형의 문자들이 내 머리칼 주변으로 하나둘 떠올랐다.
팽팽한 압력이 다가오는 검은 연기들을 일순 날려 보내고, 고장 난 자동문처럼 덜걱대며 움직이는 균열 사이를 파고들었다.
연기들은 더더욱 격렬하게 틈을 막아섰다.
갈라지는 족족 풀칠이라도 하는 것처럼 벌어진 곳을 채워 넣고, 나의 마나들을 밀어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웃기지 말라고 해.”
직접 틈 사이로 두 손을 밀어 넣었다.
오래된 종이를 찢어내 새로운 페이지를 여는 것처럼 끄트머리를 붙잡아 양손에 힘을 주었다.
찌지지직.
무언가 격렬하게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고.
“이 정도는 가소롭거든.”
화아아악!
머리끝부터 박하처럼 시원한 감각이 쏟아졌다.
은하수 위로 작은 창 하나가 열리고 있었다.
【‘유니버스(Universe) (β)’】
나를 위한 천체가 탄생했다.
손가락 사이사이로 무한한 마나가 흘러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어느새 새카만 공허 위에 서 있었다.
유수처럼 흐른 별도, 천칭도, 거대한 수레바퀴도 없었다.
‘그저 검은 무대.’
하지만 그 무엇보다 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었다.
창조자의 필드에 비하면 손바닥만도 못한 비좁은 우주였지만, 이곳이 완전히 나의 지배를 받고 있는 공간이라는 건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얼기설기 색종이를 찢어놓은 듯 불분명한 균열 바깥으로 창조자의 검은 연기들이 이글거렸다.
그러나 그것들은 쉽게 [유니버스] 안으로 침범하지 못하고 서성거렸을 뿐.
이 공허는 완전한 나의 것이었다.
느릿하게 손을 뻗고 입술을 움직였다.
“【꺼져】.”
차앙!
유리처럼 청명한 소리와 함께 경계에서 머물던 검은 연기들이 흔적도 없이 흩어지고, 폭발적인 마나가 몸에서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그제야 명확히 느낄 수 있었다.
‘일단 계획의 첫 발은 뗐다.’
이곳은 내 구역이다.
그 위대한 창조자도, 그 누구도 감히 흐트러트릴 수 없는 나의 세계.
차원이 차원인 만큼 보통 때보다 [유니버스]를 유지하는 데 훨씬 더 많은 힘을 사용하고 있긴 했지만, 이 작은 공간만은 분명히 나의 질서를 따르고 있었다.
몸을 둘러싼 광풍 밖의 바람이 서서히 멎어드는 게 느껴졌다.
내 존재감을 느낀 창조자가 공격을 멈춘 게 분명했다.
그것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생사가 걸린 선택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보호막의 남은 시간은 이제.
‘약 30초 경.’
거친 숨을 다스렸다.
보통 지금까지 [유니버스]를 사용해 온 방식은 상대를 집어삼키는 것에 가까웠다.
아무리 강해도 힘을 쪽 빼서 내 세계에 속하게 만든 다음, 이해운이나 온이헌 때처럼 가둬놓고 패는 식이라는 말이었다.
그러나.
‘창조자는 그럴 수 없는 상대다.’
영역의 차이만 보아도 느낄 수 있듯이 불가능했다.
억지로 일부를 삼켜 분해해 낸다고 해도, 창조자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나의 가설이었다.
‘보호막이 있는 이 몇 초간은 버텨낼 수 있어도 오히려 역으로 내상을 입을 수도 있고.’
무모한 도전을 하기에는 여러모로 조심스러웠다.
그런데 내가 왜 꾸역꾸역 [유니버스]를 열었느냐, 하면.
‘작은 실험이지.’
그렇게 말해볼 수 있겠다.
아니.
실은 말만 가볍게 뱉었지, 어떻게든 위중한 기회를 이용해 이 판도를 뒤집어 보기 위한 발버둥과 같았다.
쿵. 쿠웅.
균열 바깥으로 어스름한 기운이 와 닿기 시작했다.
육중한 충격이 내 본체.
그러니까, 이모아의 몸을 감싸 보호하고 있는 폭풍에 부딪히고 있었다.
강한 자극에 세계를 이룬 마나가 출렁였다.
다행히 의식을 꽉 잡고 있던 덕분에 [유니버스]가 어긋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시간을 끌면 끌수록 위험할 게 뻔했다.
서둘러 눈을 감았다.
반대로.
창조자를 삼킬 수 없다면, 내가 이 차원에서 차지할 수 있는 곳은 하나뿐이었다.
“【먹어 치워】.”
파라라락!
짧은 주인의 명령에 허공을 가득 채우고 있던 암흑 물질들이 솟구쳤다.
창밖으로 검은 융털들이 쏟아지고, 미처 창조자가 막을 새도 없이 하늘에 떠오른 은하수를 한 입, 한 입 삼켜냈다.
[유니버스]가 갉아낸 창조자의 차원에는 구멍이 뚫렸다.불에 탄 종이처럼 허공이 군데군데 그을었고, 찢겨나간 우주 뒤에는 최종 차원에 들어오기 전, 입구에서 보았던 것처럼 기름이 둥둥 뜬 것 같은 더러운 오색 빛이 차 있었다.
툭.
투두둑.
창조자의 은하수가 오래된 페인트 가루처럼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무엄한!】
그것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귀에 이명이 들릴 정도로 울렸다.
온몸에서 내뿜는 섬광이 어둠을 가르며 [유니버스]의 흔적들을 찢어냈다.
애벌레처럼 우글거리던 융털들이 창조자의 손길에 와다닥 터져 나갔다.
반격의 충격이 뱃속을 뒤집어댔지만, 나는 마리오네트를 지휘하듯 파도치던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
『차원 지배력이 상승합니다 : 0.00000113%』
아주 작은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유니버스]가 은하수를, 창조자의 필드를 씹어 삼킬 때마다 불투명하게 떠오른 알림은 반복 됐다.0.1%도 되지 않는 퍼센티지였지만 분명 효과는 존재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적어도.
‘창조자의 권한을 조금이라도 빼앗아 올 수 있다면.’
놈이 다루는 시스템의 힘을 조금이라도 상쇄할 수 있다면.
“【모아야】.”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순식간에 안개 같은 검은 시야를 헤치고 홀로그램처럼 이모아의 모습이 나타났다.
[유니버스]가 내가 원하는 대로 그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아이는 여전히 투명한 공기방울에 갇혀 있었지만, 확실히 내 목소리를 들은 것처럼 벌떡 일어나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언니? 어디예요?”
“【나는 아직 스킬 안에 있어. 모습이 보이진 않을 거야. 괜찮은 거지?】”
“네, 전 괜찮아요. 그런데 이게 다 무슨…….”
이모아가 허공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내게 아이가 보고 있는 게 전해져 오진 않았지만, 분명 무너져 가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설명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곧바로 입을 열었을 때.
꽈아아아앙!
머리를 뒤흔드는 폭음이 터졌다.
순간 집중력을 잃은 마나가 흐트러지고 아이와의 연결이 끊겼다.
반사적으로 눈꺼풀을 치켜들자, 그곳에는 창조자가 서 있었다.
그것은 전보다 인간성을 잃은 얼굴로.
정말 어떤 감정도 지니지 못한 도자기 같은 얼굴로 [유니버스]의 균열 사이로 고개를 들이 밀었다.
구불거리는 머리칼이 뱀처럼 미끄러지며 입구의 장벽을 물어뜯었다.
허락되지 않은 침입자를 막아서는 내 세계의 의지들이 요동쳤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상황이었지만, 나는 다시 조용히 눈을 감았다.
“【모아야】.”
반드시 이 아이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언니!…… ―요? 갑자기 폭바…… 서!”
다시 이모아와 연결된 것 같긴 했지만, 공격 받고 있는 마나가 불안정하기 때문인지 모습과 목소리가 둘 다 흐리게 전해져 왔다.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어쩌나.
순간 불안감이 치솟았지만, 광기에 찬 귀신처럼 달려드는 창조자의 기척을 똑바로 맞서며 담담히 속삭였다.
“【지금부터 말하는 건 너밖에 못하는 일이야】.”
“……―슨 얘기인…….”
“【나한테 미션을 보내 줘】.”
찌지직.
마침내, 아주 작은 흠집 사이로 창조자의 손가락이 파고들었다.
서서히 눈을 떴다.
“【이곳의 주인이 되라고 해줘】.”
네가 그렇게 만들어 줘.
빠져나갈 수 없는 마수처럼 뻗어오는 창조자의 손아귀에 달려들었다.
그리고.
【1단계 보호막의 효과가 사라졌습니다.】
민낯을 드러낸 세계와 세계가 부딪혔다.
작열하는 통증.
살벌한 빛이 서로를 찌르고 베어냈다.
‘부서진다.’
버티지 못한 그릇이 먼저 깨어진다.
직감적으로 느낀 순간.
새로운 알림창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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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ON】
▷ 최종 차원, 의 새로운 주인이 되어라.
― 분류 : 돌발
* 실 패시, 돌 이 킬 수 없음.
보상 – ???
#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