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 became the younger sister of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70
70화
“야, 야. 모아야. 너 이거 봤어?”
“으응?”
하나가 툭툭 건드리는 걸 쳐다보지도 않고 대충 답했다.
온 신경은 오로지 스마트폰과 그 화면에 쏠려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나는 지금, 내 모든 것을 건 일생일대의 딜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진짜 오백만」
「웃기는 소리 하지 말길 –발신자표시제한」
「그럼 삼백」
「10 -발신자표시제한」
「아 사장님 진짜 죄송해요」
「9 -발신자표시제한」
「8 -발신자표시제한」
「아니제가진짜일부러그러는거아닌거알잖아요근데그동안제가좀바빴고시간이이렇게부족할줄몰랐고이때까지꼬박꼬박백만원씩갖다바친성실함도있고솔직히이틀만에삼천은좀양아」
【MMS로 전환 중입니다…….】
「1 -발신자표시제한」
“이런 X바!”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책상 위로 머리를 쾅 박고야 말았다.
고통이 스며들자 조금 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
아니. 내가 수련에 몸과 마음이 쏠려, 근래 성실 납부에 좀 소홀했다곤 하지만.
‘이렇게 바로 일수꾼처럼 들이댈 건 없지 않냐?’
그래도 나는 완전 VIP 고객인데.
낮밤으로 내 정보를 팔겠다, 말겠다 밀당하는 오 사장과 맞붙는 것도 스트레스였다.
심지어 처음에는 자기가 보내는 것만 되고 이쪽에서는 발신이 불가한 대포번호로 연락을 줬다.
어떻게 의사소통할 방법도 없고 답답해 죽을 뻔했지.
‘야밤에 을지로 달려갈 뻔했다니까, 내가.’
후욱. 후욱.
열 받은 숨을 가라앉히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
얌전히 삼 일만 더 시간을 달라고 졸라보려고 했는데.
“…….”
내 괴상한 행동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하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시선이 쭈르륵 떨어져, 손에 들고 있는 내 핸드폰 쪽으로 향하고…….
재빠르게 화면을 감췄다.
“왜, 왜?”
이런 거 들켜서 좋을 게 하나 없다.
부자연스러움을 감추려 최대한 함박웃음을 지었다.
여전히 미심쩍은 얼굴을 피하기위해 과장된 박수를 두어 번 쳤다.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뭐 보라고? 뭔데?”
하나는 입을 한번 비죽거리더니 자기 폰을 앞으로 들이댔다.
관심 있는 ‘척’ 하는 내 얼굴을 알면서도 그러려니, 넘어가 줄 모양이었다.
다행이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화면을 들여다봤다.
하나가 보여주는 건 자기에게 온 메시지 한 통이었다.
“…… 이 예언은 1983년 런던에서부터 최초로 시작되었으며?”
이거 뭐냐. 행운의 편지냐?
인상을 찌푸리며 하나를 쳐다봤다.
그녀는 계속 읽으라는 것처럼 까딱 턱짓을 했다.
“지금 이 편지를 받는 당신에게는 행운을, 받지 못한 자에게는 불행을 전해줄 것입니다…… 뭔데 이거.”
“계속 읽어보라니까.”
“아니, 이걸 왜…….”
“쓰읍.”
그녀는 짐짓 무서운 얼굴을 꾸며냈다.
그래 봤자 위협적이지가 않은데.
분위기 맞춰주자, 싶어 콧잔등을 몇 번 찡긋거렸다.
다시 화면을 줄줄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혹 미신이라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이 편지에 적힌 내용은 모두 사실입니다. 10월 31일, 오후 3시 33분. 귀신들의 음기가 사람들의 양기를 누르고 달이 해를 가린다고 전해진 이 날…….”
「이태원에서 포탈이 발생할 것입니다.」
“…… 뭐?”
그 문장을 몇 번이고 눈으로 더듬었다.
뒤에 이어진 말이 있었으나, 그건 어느 행운의 편지와 다를 바 없었다.
이 편지를 3명에게 복사해서 보내라. 행운을 가져다줄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불행해질 것이다.
내 멍한 태도를 본 하나가 킥킥 웃어대며 어깨를 쳤다.
“너도 완전 웃기지. 이거 시작한 새끼들은 진짜 뭐 하는 애들일까? 지네가 뭔데 포탈이 발생한다, 만다. 신이야?”
“…….”
“각성자들은 하나도 안 믿는데 오히려 일반인들이 난리 난 거. 공포심 조장 오진다고.”
“…….”
“뭐야? 뭐가 그렇게 심각해, 또?”
그녀가 심문하는 눈빛으로 얼굴을 쑥 들이밀었다.
어디 피할 길도 없고 그대로 마주친 눈.
이어지는 정적.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너 설마…….”
무슨 말을 하려고.
꿀꺽. 목울대로 침이 넘어가는 게 생생하게 느껴졌다.
“이런 거 믿는 거 아니지?”
피식 웃는 표정에 놀리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나는 빳빳이 굳은 얼굴을 숨기며 애써 웃어넘겼다.
“…… 아니. 아니지, 당연히.”
아닌데.
등줄기를 따라 오싹한 소름이 돋았다.
10월 31일, 이태원.
그건.
‘배신한 주서윤이…… 이태원 포탈을 폭주시킨 날.’
치닫는 불안함에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물론, 지금도 상황이 똑같이 돌아갈 리는 없었다.
‘내가 바꿨으니까.’
주서윤은 여전히 화랑에 있었다.
이겸과 잘 지내는 것 같았고, 가끔 나와 마주치면 인사도 했고, 밥도 같이 먹었고.
사망 플래그를 완벽히 뽑았다고 안심하는 것도 당연했다.
근데.
그런데도…….
‘왜 이렇게 마음이 불안한지.’
“하나야. 나도 그 편지 좀 보내주라.”
“푸핫! 뭐야. 너 진짜 믿는 거 같은데? 어? 완전 쫀 거 같은데?”
“아, 아니라고오.”
볼을 콕콕 찔러대는 손가락을 휘휘 저어 피했다.
메신저를 전송해준 하나는 곧 다시 주절주절 일상적인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예언 같은 건 전혀 믿지 않는다는 태도.
‘이걸 받은 대부분이 이런 반응이겠지.’
손톱 끝을 깨물었다.
이 편지에 대해선 조금 더 알아보아야 할 것 같았다.
***
딸랑딸랑―.
익숙한 종소리가 울렸다.
“실례합니다아.”
이제는 가게 주인이 문을 열어주지 않아도 숨겨진 판자문을 막 박차고 들어섰다.
여전히 엉망진창인 책상 앞에서 고글을 끼고 집중하던 오 사장이 의자 채로 몸을 돌렸다.
“돈은.”
“아, 진짜. 가져왔거든요?”
빡빡해.
빡빡해도 너무 빡빡해.
인벤토리에 뭉쳐놨던 돈다발을 하나씩 책상 위로 꺼내 올렸다.
그렇게 신나는지 종종걸음으로 다가온 그녀가 하나, 둘, 서이 하고 돈을 세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루하게 관찰했다.
자본주의의 노예. 그렇게 좋을까.
“또 알아봐 주실 게 생겼어요.”
심드렁한 톤으로 묻자, 오 사장은 먼저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오 백.”
“아직 뭔지 말도 안 했거든요!?”
그녀는 뭐가 재밌는지 깔깔 웃어댔다.
오 사장식 농담. 정말 최악이다.
눈물까지 훔치며 배를 부여잡는 앞으로 스마트폰을 던졌다.
오 사장이 솜씨 좋게 받아 들었다.
고글을 들어 올린 그녀가 가는 눈으로 화면을 쳐다봤다.
“그 문자가 어디서 시작했는지 궁금해요.”
“아아, 이거?”
“아세요?”
내가 화들짝 놀라 되묻자 그녀는 재미없다는 표정으로 다시 고글을 썼다.
“알지, 그럼. 나도 받았거든.”
“네? 사장님 번호를 어떻게 알고요?”
“당연히.”
오 사장이 갑자기 내 키만 한 철제 캐비닛 앞으로 다가갔다.
뭐 하나 싶어 뒤로 바짝 따라붙자, 서랍장을 죄다 열어젖혔다.
그 속에는 다양한 종류의 핸드폰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아주 예전에 쓰던 안테나 핸드폰부터, 반짝반짝한 최신 스마트폰까지.
심지어 개중에는 전화가 오는지 화면이 빛나는 것도 있었다.
“진짜 대박…….”
질린 얼굴을 하자 그녀는 당연하다는 것처럼 어깨를 으쓱거렸다.
다 찢어진 가죽 소파에 등을 기댔다.
여전히 확답을 주지 않는 오 사장을 떠보듯 물었다.
“그래서, 누군데요.”
“오 백.”
“…… 진짜?”
“아이고, 이 멍청한 얼굴 좀 보게! 아학학! 커헉.”
또 농담하고 앉았네?
사안의 심각성도 이해하지 못하고 헛소리만 해대는 오 사장에게 인상을 팍 구겼다.
그러나.
‘나는 받아먹을 게 있는 쪽이라고.’
끓어오르는 열불을 삼키며 물을 떠다 바쳤다.
이 노비 근성.
오 사장은 물 한 모금과 함께 한숨을 돌렸다.
다시 의자에 앉아 책상 앞으로 몸을 기댔다.
만년필 같은 장비를 쥐며 툭, 말을 던졌다.
“사이비지, 뭐.”
“아니, 그니까, 뭐 어떤 사이비…….”
사이비.
그 순간 눈앞이 번쩍 튀었다.
그게 오 사장이 들고 있는 저 장비에서 나는 전류 때문인지, 진짜 내 머릿속 정보 때문인지 몰라도.
“천문진리회.”
작은 목소리에 그녀가 쾌활하게 답했다.
“알면서 뭘 물어?”
“…… 아, 진짜 짜증 나.”
사실은 아니길 바랐는데.
벅벅 얼굴 가죽이 벗겨질 것처럼 마른세수를 했다.
너무 당연한 배후를 생각 못 한 게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였다.
이태원 포탈에서 주서윤이 그렇게 된 건 이태환.
그러니까.
‘명암.’
그놈들 때문이었다.
명암과 천문진리회가 엮여 있다는 걸 잠시 까먹고 있었다.
‘그때 그냥 끝까지 파 볼걸.’
무기만 구해 나오면 된다고 천문진리회에 쳐들어갔다가 후퇴했던 과거가 잠시 후회스러웠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
심각한 얼굴로 턱을 매만졌다.
‘천문진리회 놈들이 어떻게 이태원 포탈이 발생할 걸 알고 있었는가?’
그것도 일시까지 정확히.
‘예언자…… 라는 게 있나?’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예언자라는 건 애카에서도 한 번도 나오지 않은 개념이었다.
그런 게 있으면 나쁜 놈들이든, 좋은 놈들이든 진작 써먹었겠지.
‘물론 나부터.’
그럼, 나처럼 미래를 아는 사람이 또 있나?
‘…… 그럴 리가.’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심지어 내가 아는 건 포탈 내부 상황, 꼼수, 보상에 관련된 것뿐이지.
나 역시 내일의 신문이 아니라면 포탈이 언제, 어디서 생길지 모르는 게 당연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의문이 깊어졌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탈탈 털었다.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은 일단 패스.
질문은 다음 스텝으로 넘어갔다.
‘주서윤.’
이태원 참사는 뭐랄까…… 사실은 인재(人災)로 알려져 있었다.
처음 포탈이 기록된 건 B+급 소멸.
S급 헌터들이 판치는 서울 한가운데에 크게 위협적이지 않은 포탈이었던 것이다.
근데, 그걸.
‘주서윤이 폭주시켰지.’
포탈 폭주.
아무것도 아닌 B+ 포탈도, S급으로 발파시킬 수 있는 것.
모든 포탈에는 지뢰처럼 기폭제가 존재한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포탈 안에서는 절대. 아무거나 함부로 만지지 말라’, 라고 단단히 교육받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유치원생도 알고 있을 정도니 말 다 했지 뭐.
덕분에 마수에게서 떨어진 전리품 외의 마석 채굴이나 이계 물질 수집도 금지되어 있었다.
포탈을 폭주시켰을 때 선고받는 엄중한 처벌 역시 본보기고.
물론, 그런다고 진짜 모든 사람들이 들어먹겠냐마는.
‘나만 해도 애카에서 종종 터트려 먹었는데.’
경험치를 땡겨 먹고 싶을 때.
진짜 가끔이긴 했지만.
‘…… 진짜.’
크흠흠.
어쨌든, 그러므로 주서윤이 포탈 폭주라는 개념을 모를 리 없었다.
근데 기폭제라는 게 은근히 찾기도 쉽지 않고, 찾는다고 막 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정확한 목적성을 가지지 않는 이상 건드리기 쉽지 않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만약.
‘만약 정말로, 명암이 이태원 포탈이 발생할 걸 미리 알고 있었다면.’
그래서, 일부러 주서윤을 거기에 몰아넣었다면.
‘함정.’
비록 주서윤의 손으로 포탈을 폭주시켰다고 해도.
그 뒤에 명암의 입김이 없을 거라 생각하긴 어려웠다.
“완전 가지고 논 거네. 이 새끼들.”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열 받은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악질이다, 악질이다 했지만, 본래 이미지보다 더 시궁창으로 떨어질 수 있을지 몰랐다.
이제 더 이상 주서윤이 함정에 넘어갈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열 받네.’
이태원 포탈의 예언이 존재하는 이상 명암이 그 자리에 등장한다는 건 빼박이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려던 차.
“아, 맞네.”
오 사장이 나를 불렀다.
“자기를 찾는 사람이 하나 더 있었어.”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 예? 누구요?”
“잠깐만.”
잡동사니들을 막 뒤지더니 그녀가 쪽지 하나를 꺼내 건넸다.
의심스런 손짓으로 받아들자, 거기에는 단정히 적힌 이름과 주소가 쓰여 있었다.
「윤산영, 경인로 94길 6-3」
뇌가 정지했다.
“돈 안 주면 못 알려준다고 딱 잘라 거절했더니 그럼 이거라도 남겨달라는 거야. 근데 또 핸드폰 번호나 적으라고 그랬더니, 핸드폰 없다고 집 주소를 적더라고.”
“아…….”
“아직도 그런 청년이 다 있어. 자기가 찾아온 데가 어디인 줄 알고.”
오 사장이 고글을 추켜올리며 킬킬댔다.
그러나, 나는.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돈 들고 올게요!”
전당포를 박차고 나가 눈썹 휘날리게 뛰었다.
주소가 적힌 그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