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 became the younger sister of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72
72화
[HOT][내일 그날 아니냐?ㅋㅋ.jpg](사진)
온다..10월 31일..
“포 탈 개 방 의 날”
└ ㅁㅊㅅㄲㅋㅋ
└ 이걸 누가믿냐ㅋㅋㅋㅋㅋ
└ 포탈개방의날 ㅇㅈㄹㅋㅋㅋㅋ
└ 지랄마 나내일 이태원에 점약있다고
└ 내일 이태원 통제되는데 무슨..
└ 누가그럼?
└ 청렴이 1시부터 5시까지 통제하겠다고ㅇㅇ 뉴스뜸
└ 아니 ㅈㄴ.. 무슨 이런 개소리로 뭔 길을막아
└ 예방해도 ㅈㄹ.. 안 해도 ㅈㄹ..
└ 무슨 근거냐 진심
└ 연말이 오긴 오나보다.. 포탈예언설도 뜨고
└ 근데생기면 어떡함?
└ 재밌네ㅋ
“진짜 아무도 안 믿네…….”
따분한 표정으로 화면을 넘겼다.
하나의 말 그대로였다.
각성자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에서는 대부분 예언글이 유머로 소비되는 추세.
반면 비각성자들이 섞인 곳에선 웅성웅성 난리가 났다.
[rmr1***: 정부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거 아닌가요? 이게 거짓말이면 최초로 허위사실 유포한 사람 수사하는 척이라도 해야죠. 시민들 불안감이나 조성하고 이게 뭡니까?] [vhxk**: 대낮에 도로 통제하면서 정확한 정보도 안알려줌ㅇㅇ 이거 민간인 차별아님?] [chd0***: 개노답 각성주의국가ㅋㅋ 하루이틀일 아니라 놀랍지도 않음~]심지어는 이때다 싶어 사이비 영업을 하는 인간……(확인해본 결과 천문진리회는 아니었다).
자기가 최초 유포자라면서 진짜를 알고 싶으면 쪽지 달라는 인간…….
포탈만이 우리를 구원한다는 인간…….
다양했다.
하지만 진실은.
【헌터 일보 2XXX/10/31】
― 의문에 휩싸인 이태원 포탈 공방, 채본 ‘우연일 뿐’
이태원 포탈이 실제로 터진다는 것뿐.
문제는.
‘왜 아직도.’
폭주 포탈로 표시 되어 있냐, 이 말이지.
―【31일, 오후 3시경 발생한 B+급 이태원 포탈이 폭주로 인해 SS급으로 격상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채본 측은 현재 포탈을 기폭 시킨 범인을 쫓고 있다고 전했으며 … 】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신문 내용을 바닥으로 내팽개쳤다.
폭주? 범인?
‘이거 그냥 주서윤이잖아.’
골이 지끈지끈 저려왔다.
그러니까.
이 이라는 존재 자체가 지금 의문이었다.
지금까지는 그냥 내일 일어날 일을 알려주나 보다.
그걸 바꾸면 다이아를 주나보다.
이정도만 생각했지.
‘변경된 서사의 다음 얘기를 업데이트해서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냥 원래 진행될 이야기.’
큰 줄기의 설정을 알려주는 것뿐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살길 찾느라 급급해서 서사를 바꾼 다음에 신문 내용이 변했는지 안 변했는지 확인해본 적이 없었다.
목적은 끝났고, 그런 걸 챙겨 볼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냥 어련히 잘 됐겠거니, 싶었는데, 왜.
‘왜 안 바뀌었을까.’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방안을 서성거렸다.
현재 시간, PM 9시 31분.
결국 수면 잠옷 위에 가벼운 후드집업만 걸친 채 현관문을 박찼다.
“뭐야. 아가씨 어디 가요?”
앞에 쭈그려 앉아 핸드폰으로 게임 하던 구서복이 벌떡 일어나 물었다.
슬리퍼 앞코를 톡톡 치며 답했다.
“서윤 언니한테요.”
“부길드장님이요? 지금요?”
“네. 퇴근했겠죠?”
“그건 잘 모르겠는데……. 아직 부길드장님 퇴근하실 시간은 아니긴 하죠. 길드장님도 아직 일하고 계시니까.”
“그럼 오케이.”
내 말을 믿는 건지, 구서복은 별 의심 없이 다시 문 앞에 쭈그려 앉았다.
옆에 멀쩡한 의자 두고 왜 저래…….
아무리 봐도 이해할 수 없는 인간상이었다.
고개를 가로저으며 엘리베이터를 탔다.
27층 버튼을 눌렀다.
주서윤의 개인 집무실. 그리고 간부들의 사무실이 모여 있는 층이었다.
저녁이라 그런지 복도는 인적 없이 한산했다.
불 꺼진 사무실들 사이로 가끔 예고 없이 나타나는 경비원들이 아니라면.
나는 검게 칠해진 문 앞에 멈춰 섰다.
「주서윤」
가타부타 부가적인 설명 하나 없이, 이름 세 글자만 떡하니 적힌 단정한 판넬.
똑똑.
조심스럽게 노크를 했다.
“언니, 저예요.”
…… 답이 없다.
들릴지 모르겠지만 문에 귀를 바짝 붙이고 소리를 확인했다.
아무도 없는 것 같기도…….
“부길드장님 방금 전에 퇴근하셨습니다.”
“으악!”
갑자기 머리 위에서 들린 목소리에 가슴이 벌렁거렸다.
문 안쪽에 집중하느라 인기척도 못 들었다.
경비원도 내 경악에 당황했는지 몇 발자국 뒷걸음질 치곤, 두 손을 들어 진정하란 표시를 보냈다.
아이씨, 겁나 놀랬네…….
“감사합니다.”
대충 인사를 전했다.
경비원은 다가온 이유를 모두 마쳤다는 것처럼 다시 척척 복도를 돌아다녔다.
어휴.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
이번 목적지는.
‘45층.’
30층 이상부터는 길드에서 제공해주는 헌터들의 숙소가 있는 공간이었다.
주서윤의 방은 그중에서도 로열층이자, 이겸과 이모아 남매처럼 층 하나를 집으로 다 쓰는 몇 안 되는 곳이었다.
엘리베이터가 열리자마자 보이는 문 앞에서 똑똑 노크를 했다.
복도는 항상 보는 집 앞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언니, 있어요? 언니이.”
소란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이쯤이면 반응이 올법한데 아직 아무 소식도 없다.
만약 여기도 없다면 어디 가서 주서윤을 만나야 하나.
전화하면 받으려나, 그런 생각을 줄줄이 하던 찰나.
“모아야?”
문이 열렸다.
편안한 트레이닝복 차림의 주서윤이 놀란 눈으로 나를 내다보고 있었다.
항상 각 잡힌 전투복.
아니면 수트를 풀셋으로 차려입은 모습만 보다가 이런 모습은 완전 신선 그 자체였다.
막 씻고 있었던 모양인지 얼굴에 채 닦아내지 못한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무슨 일이야?”
“쉬는데 지인짜 미안해요. 잠깐 물어볼 게 있어서.”
있는 힘껏 눈썹을 팔자로 늘어트리고 초롱초롱한 눈빛을 만들었다.
곤란해 보이는 주서윤의 팔을 슬쩍 붙잡고 흔들었다.
“응? 지금 아니면 안 된단 말이에요.”
“……그래. 일단 들어 와.”
피식 웃은 그녀가 머리를 토닥거렸다.
문이 활짝 열렸다.
대박.
‘들어가기까지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두근거리는 마음을 애써 삼켰다.
애카에서도 단 한 번도 주서윤의 집 안까지는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왜냐면, 그때는 이미 화랑이 망해 있기도 했고…….
‘흔적만 있지 주서윤은 나간 지 오래였으니까.’
그러나.
내가 알던 황폐한 배경과는 전혀 다르게, 주서윤의 방은 깔끔했다.
화이트와 그레이톤으로 정리된 분위기.
어떻게 보면 삭막해 보일 법도 한데 곳곳에 있는 화분이나, 나무 장식품들이 집안을 한층 따스해 보이게 만들었다.
주서윤의 이미지와 딱 맞는 느낌.
첫인상은 그랬다.
그녀는 집 구경에 푹 빠진 나를 야경이 보이는 창가 테이블 앞으로 안내했다.
어디선가 향긋한 냄새가 난다 했더니 곧 따듯한 허브차를 내왔다.
자기 몫의 찻잔도 가져온 주서윤이 맞은편에 앉았다.
“물어볼 게 뭔데?”
다정함이 섞인 얼굴을 보며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언니 내일 뭐 해요?”
“내일?”
질문의 저의를 모르겠다는 듯 주서윤이 눈을 치떴다.
하지만 나에겐 지금만큼 중요한 순간이 없었다.
비장한 얼굴로 주먹을 꽉 쥐고 있었더니, 주서윤이 이상하단 얼굴로 순순히 대답했다.
“일하겠지, 당연히.”
“무슨 일? 계속 길드에 있을 거죠? 혹시 이태원 쪽 갈 일 없죠?”
재촉하듯 우다다다 질문을 쏟아냈다.
조금 놀란 표정으로 허브차를 한 입 마신 주서윤이 천천히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모아 너 그 예언 때문에 그러는구나.”
이래서 눈치 빠른 녀석들은.
순간 속이 뜨끔했지만 함구하겠다는 듯 입을 일자로 꾸욱 다물었다.
침묵은 동의의 의미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여기 온 이유를 주서윤에게 꺼내는 건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
그녀는 다 안다는 귀엽다는 눈으로 가볍게 웃었다.
테이블 위로 턱을 괴고, 바깥 야경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이태원은 청렴 길드 쪽 관할이니까 내가 함부로 간섭할 수 없어. 무슨 일 때문에 그러는데?”
“그러니까, 언니는 내일 거기 갈 계획이 없다. 가도 할 일이 없다. 이거죠?”
“그렇지? 위에서 대기 명령이 떨어지긴 했는데, 청렴 길드 정도면 우리가 나설 일이 없을 것 같아.”
“그럼 됐어요.”
10년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가는 것 같은 명쾌한 답변이었다.
이 야밤에 주서윤을 찾아온 목적은 끝났다.
‘신문. 네가 틀렸다.’
이 업데이트 느려터진 자식.
허브차를 원샷 때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주서윤은 그게 끝이냐는 얼굴로 내가 움직이는 대로 시선을 따라 옮겼다.
그대로 돌아가려는 내 등을 졸졸 쫓아오더니, 마침내 현관 문고리를 잡았을 때.
“무슨 일인지 말 안 해주고 가?”
손목이 붙잡혔다.
주서윤은 영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러나 당황스러운 건 붙잡힌 나도 마찬가지였다.
“네?”
“아니, 뭐 도와달라고 온 거 아니었어?”
“아니요?”
당신이 가만히 계셔주시는 게 가장 절 돕는 일인데요.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하자 주서윤의 눈이 점차 가늘어졌다.
명백한 의심의 얼굴.
그녀가 입을 달싹였다.
“너…… 또 뭐 꾸미고 있지.”
확신 찬 말투에 손에 땀이 쭈욱 났다.
“에이, 제가 꾸미긴 뭘 꾸며요.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건 데에.”
눈치를 살피며 실실 애교까지 부렸는데 주서윤의 표정은 이미 확고했다.
제대로 말할 때까지 놔주지 않겠다는 강경함을 태도로 풀풀 풍겼다.
쩝. 이상하게 생각할 거 같긴 했는데.
결국 문고리를 잡았던 손을 풀었다.
이런 곤란한 상황을 빠져나갈 때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맞아요. 맞는데……,”
“…….”
“진짜 별거 아니에요.”
진실을 털어놓는 것.
“근데 제 꿍꿍이에 언니가 들어가 있으면 안 되거든요. 아니, 언니 말고도 화랑 모두가.”
플러스, 약간의 뻥을 섞어서.
거짓말 탐지기처럼 내 눈을 살피던 주서윤이 작은 한숨을 내쉬며 손을 놨다.
대신 허리에 손을 얹은 채, 나에게 확인받듯 말했다.
“위험한 일은 아니지?”
“전혀요.”
“이겸이 몰라야 하는 일인 거야?”
“음…… 아마도.”
재미없는 스무고개를 이어가던 그녀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저 말 안 듣는 꼬마를 보는 어른의 눈빛.
‘내가 속아 준다’는 느낌이 낭낭한 팔짱을 보며 코를 킁 들이켰다.
‘나도 어른인디.’
약간 기가 찼지만 서둘러 등을 돌렸다.
더 있으면 또 어디까지 캐 물어질지 모른다.
그런 건 사절이었다.
“진짜 이태원에는 발도 붙이면 안 돼요! 약속이야!”
문밖에서 확답을 받으려는 것처럼 소리쳤다.
주서윤은 푸스스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그거면 됐다.
미련 없이 문을 닫고 텅 빈 복도로 다시 돌아왔다.
쥐어짜느라 고생한 머리 열기가 차가운 복도 공기에 점점 식었다.
‘원래 올 생각도 없었는데 괜히 관심 생겨서 움직이면 안 되니까, 이따 권해이한테 연락 한 번 더 넣어야지.’
물론. 약간 권해이도 불안하긴 한데.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신문이 미래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쪽으로 확신이 기울었지만 그래도 최선의 예방을 마쳐야 했다.
뭔가 바뀌었더라도 주서윤을 그 자리에 오게 둘 순 없었다.
‘절대로.’
손톱 끝을 작게 깨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