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s the concubine of an obsessed emperor, and she's about to die. RAW novel - Chapter (112)
112. 각자의 전략
2022.11.28.
새벽은 동트는 아침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고통 속에 있는 이들의 순간은 관심도 없다는 듯, 무자비하게.
이 순간, 황궁의 프시케가 걱정되어 엘리제는 한 시도 더 지체할 수가 없었다.
“당장 황궁으로 황후 폐하를 구하러 가요!”
진명을 알아냈으니 더 이상 망설일 것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황후 폐하께서 인질로 잡히실 확률이 있으니 안전 확보를 한 후에 선공해야 합니다.”
데몬의 말을 들으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 잔혹한 죽음의 신은 자멸과 파멸을 즐기는 이가 아니던가.
자칫 섣부르게 행동했다간 그를 되레 자극하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서늘한 기운이 빠르게 등줄기를 훑고 내려갔다.
“그럼 어쩌죠?”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수는 없었다.
“양동작전을 쓸 생각입니다. 우선 황궁에 있는 이들에게 임무를 내리겠습니다.”
“황궁에 미리 준비해 두신 게 있나요?”
데몬의 대답이 반가워 엘리제가 얼른 물었다. 다행히 그에게 계획이 있는 모양인지 하임이 이어서 설명했다.
“우선 황후 폐하 몸에 남은 주술을 마저 풀고 모셔 와야 합니다. 저희와 뜻을 같이하겠다는 귀족들이 있으니 내부에서 도움을 줄 것입니다.”
황궁의 시종장은 황제의 최측근이라 어려우나 그의 가문 사람들과 황궁 의원, 황후궁 소속 가문의 대부분은 이미 뜻을 함께할 것임을 확인하였다.
귀족들 사이에서는 황궁에서 일어나는 의아한 일들에 대해 전부터 말이 돌고 있었다. 여기에 백작부인과 황궁의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사실을 전달하면서 귀족들의 의심은 곧 확신이 되었다.
“황제 폐하의 성격도 갑자기 바뀌고 그에 맞춰 황후 폐하께서 이상한 행보를 이어가시니 귀족들도 의아함이 컸을 테지요.”
다니엘 역시 말을 보태었다. 대공가의 세작이 귀족들의 의문에 백작부인과 황궁의가 답을 줄 수 있도록 은밀히 도왔다고 했다.
“성하께서도 모습을 감추셨고요. 생각해보면 이상한 부분이 많았을 것입니다.”
다른 귀족들은 몰라도 황제 부부의 건강을 책임지던 주치의와 시녀장인 백작부인의 말이 같은 사실을 의미하고 있다는 것은 귀족들의 선택에 강한 동기가 되었다.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어 가고 있을 때, 황제가 황후를 감금하듯 가두고 감시하기 시작했다.
결국, 그들은 결심하게 되었다.
우선 황제로부터 황후를 구해내야겠다고.
그들은 곧 대공가로 도와달라는 밀서를 보내왔다. 데몬의 계획대로였다.
“황궁 내부에 아군이 생긴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네요.”
이야기를 듣고 한시름 놓은 엘리제가 말했다.
황궁 안팎에서 공격한다면, 아무리 강력한 헬리오라도 ‘순간’은 흔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게 얼마나 영향력이 있을까였다. 힘의 차이가 너무 컸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성하의 흑마법을 상대할 수 있을까요?”
사실상 그가 가진 흑마법과 신성력이 너무나 막강했다.
데몬이 전면으로 상대한다고 해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니까.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미끼가 되어 황제를 황궁에서 나오게 할 생각입니다.”
“각하……께서요?”
하얗게 질린 엘리제가 물었다.
데몬이 미끼 역할을 할 거라는 말만으로도 이미 그녀의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변방 쪽에서 전쟁의 기미가 있다고 보고하면 황제는 저를 먼저 그곳에 보낼 것입니다. 그동안 황국의 크고 작은 전쟁은 대공가에서 모두 해결해 왔으니까요.”
“네?”
그의 말은 반역이나 전쟁을 일부러 일으키고 그가 그 현장에 있을 거라는 말이 아닌가.
“그러나 오해받으면요? 그리고 그 말을…… 황제가 믿을까요?”
“믿도록 만들 것입니다.”
그래야 헬리오가 궁을 떠날 것이고 그 사이 황궁에 있는 이들이 황후를 빼돌릴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어떻게 행동하여도 황제의 모습을 한 그에게 검을 겨누는 순간 반역의 낙인은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황후께서 안전하게 되면 제가 성검을 이용하여 그를 상대하겠습니다.”
그것이 예정된 수순이었다.
데몬이 다시 흑마법사를 상대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엘리제는 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여전히 거대한 낫이 그의 몸을 서늘하게 스치던 꿈속 장면에 눈에 선했다.
“이번엔…… 저도 같이 가요. 어떻게든 돕고 싶어요! 당신이 너무나 걱정이 되어…….”
엘리제가 눈물이 차오른 눈으로 다급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데몬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붉은 눈이 흔들리는 것이 그녀에게도 느껴졌다.
“성하가 당신의 존재를 알게 된다면……. 안 됩니다.”
그녀가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헬리오에게는 흥밋거리가 될 것인데, 능력까지 들키게 된다면 어떻게 나올지 뻔했다.
그런 순간이 온다면 데몬은 당장 헬리오 앞에서 엘리제를 숨기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 것이다. 전쟁이든, 프시케의 안전이든.
엘리제의 크고 반짝이는 두 눈이 실망과 아쉬움으로 쳐졌다.
“그렇다면 제가 항상 황제의 눈 밖에 있을게요. 그렇게도 안 될까요? 네?”
하.
숨을 뱉으며 데몬은 차라리 손을 들어 자신의 눈을 가려버렸다. 그녀의 요구가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의 촉촉한 눈을 보면 마음이 흔들려버리는 탓이었다.
그런데 조용히 듣고만 있던 자이드가 입을 열었다.
“제가 엘리제 님을 곁에서 지키겠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모두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모국으로 돌아갈 처지가 아닌가.
“왕태자께서 말입니까?”
데몬이 순식간에 차가워진 붉은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저도 돕고 싶습니다. 사활을 걸고 계신 여러분들을 보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지금 흑마법사를 처단하지 못한다면 결국 시에델도 안전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고요.”
이웃국의 황제가 무능하고 욕정이 가득한 자라 하여도, 성자인 척하는 미치광이 살인마보다야 백배 낫다. 황후를 구함으로써, 우호적인 관계를 공고히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고.
“시에델을 위해서라도 이곳에서 함께 싸우겠습니다.”
엘리제와 미카일은 생각지도 못한 지원군의 등장에 감동한 표정이었다.
두 사람의 표정을 지켜보던 데몬의 미간이 설핏 구겨지는가 싶더니 평소와 다름없이 단단한 저음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자이드 왕태자님께서 제 양동작전에 힘을 보태어 주십시오. 그렇지 않아도 전술을 아는 자의 힘이 절실했습니다.”
자이드의 눈이 미세하게 커졌다.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데몬이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고개를 끄덕이며 시에델의 왕태자가 입을 열었다.
“예, 그리하겠습니다.”
그 대답을 듣고야 데몬이 옅은 미소를 띤 채 엘리제에게 당부했다.
“왕태자께서도 저와 함께 싸워주실 것이니, 엘리제 님께서는 걱정 마시고 대공가에 부디 머물러 주십시오.”
단호한 말투였다. 이번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그의 의지가 느껴지는.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보다 끔찍한 현실이란 없으니까.
“……알겠어요, 각하.”
결국 받아들인 그녀가 걱정스러운 눈빛을 감추지 못하자 데몬이 다정하게 다가와 이마를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저는 반드시 무사할 것이니 염려 마십시오.”
***
어두운 밤엔 많은 이가 한꺼번에 이동하는 것이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하여 이른 아침에, 밝아진 주위와 지형을 이용하여 대공가의 군사는 소리 없이 움직이기로 했다.
데몬이 선두에서 황궁을 향해 출발했다. 곁에 갑옷을 입고 무장한 하임과 미카일, 자이드가 함께였다. 엘리제는 그들에게 비상시를 위한 정령수를 나누어주었다. 덕분에 잠이 쏟아지고 있었다.
대공가에 남아 있던 모든 기사와 전투에 필요한 무기, 식량을 실은 군대의 행렬이 데몬의 뒤를 쫓았다. 출발한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그 행렬의 끝이 아직도 눈에 보였다.
엘리제는 말을 타고 대공가를 떠나는 이들의 무사 귀환을 기도하며 그들을 배웅하였다.
조금이라도 더 빠른 공격을 위해 이미 지난번 황후를 구하기 위해 황궁 근처로 갔을 때부터 대공가의 주 부대는 이미 그곳에 매복 중이었다.
데몬이 황궁 밖에서 짧은 시간 내에 최대한 강력한 공격을 빠르게 퍼부어, 황궁이 혼란스러워진 틈을 타 황궁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황후를 데리고 도망치는 것이 1차 목표였다.
‘일단 황후께서 안전하셔야 할 텐데……. 여주시니까 괜찮겠지?’
하지만 불안한 건 어찌할 수 없었다.
그리고 데몬이 황제의 모습을 하고 있는 헬리오를 결국은 공격해야 할 텐데, 그때도 귀족들이 데몬의 편에 설 수 있을까?
‘분명 헬리오라면 이 점을 이용하겠지.’
어쩌면 아군과의 싸움도 불사해야 할지 모른다.
황후 역시 이미 헬리오의 꼭두각시일지도 몰랐다.
“안 되겠어. 이대로 가만히 있다간!”
약속을 어길 생각에 데몬에게는 미안했지만 엘리제는 그들이 위험해지는 걸 그냥 보고 있을 수 없었다. 쏟아지는 졸음을 이겨내며 몸을 돌리는 순간, 다니엘이 나타났다.
“각하께서 모든 계획을 엘리제 님께 다 말씀하신 건 아닙니다.”
“네?”
갑작스러운 말에 그녀의 금안이 휘둥그레졌다.
“이런 유의 작전은 수행하는 소수만이 알고 있는 것이 좋으니까요. 게다가 각하께서 가장 염려하시는 것이 무언지 아시지 않습니까.”
이미 대공가를 몰래 탈출하려는 그녀의 마음을 다 들여다본 듯한 말투였다.
“다니엘, 저는 각하가 너무나 걱정돼요. 그리고 가만히 앉아 기다리는 건 제 성격도 아니고요.”
“저 역시 각하를 염려합니다. 그분께 저는 제 미래를 모두 걸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그분을 믿습니다.”
“!”
엘리제는 다니엘의 말에 멍해졌다.
자신이 불안한 이유는 어찌 보면 그만큼 데몬을 믿지 못한다는 뜻도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누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린다고 했습니까?”
“?!”
다니엘이 웃으며 엘리제의 가까이 다가와 속삭였다.
“각하께서 대공가에 남은 이들에게 특별히 지시하신 것이 있습니다.”
마치 엘리제가 어찌할 것인지 다 알고 있는 사람처럼 데몬은 그들을 위한 임무 역시 남기고 갔다.
“이번 계기로 우리는 미로니카의 황제를 바꿀 것입니다.”
‘아, 그랬지!’
엘리제는 이전에 꿈에서 보았던 장면을 떠올렸다. 대공가로 다니엘을 불러들인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 했던 것도.
“지금의 황제가 원래대로 돌아온다고 해도 새로운 황제를 세운다는 말씀이신가요?”
엘리제의 물음에 다니엘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백작부인은 대공가의 세작을 통해 받은 서신을 빠르게 태워 없앴다.
대공의 출발과 동시에 변방의 귀족은 분란을 일으켰고, 대공이 황궁에 당도하는 순간과 비슷하게 그 소식이 황궁에 닿았다.
대공가의 정예군이 황궁 근처에 이미 매복해 있었다. 자신이 할 일은 최대한 빠르게 황후를 그 정예군에게 인계하는 것이었다. 황제가 황궁을 떠나자마자.
“크레미언 대공이 나를 대신하여 폭동을 해결하고 오라.”
예상대로 황제는 움직이지 않고 대공을 앞세웠다. 크레미언 대공은 황제의 명을 받아 분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출정했다.
그러나 반나절 만에 들린 소식이 황궁을 발칵 뒤집었다.
“황제 폐하! 크레미언 대공이 수하의 배신으로 목숨을 잃었다 합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