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s the wife of an extra who turns evil RAW novel - Chapter 2
1.
내가 읽은 소설의 제목은 《성녀 에스텔》이었다.
성녀면 성스러우면 그만인 것을, 여주는 너무 많은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소설 속에 거론되는 잘난 남자들은 몽땅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그중에는 제국 제일의 기사 루시안 카르디엔도 있었다.
난 남주인 황태자보다 서브 남주인 루시안을 훨씬 좋아했다.
“크흡. 전쟁터에서는 사람을 싹둑싹둑 썰어 버리는 남자가 성녀만 만나면 왜 이렇게 바들바들 떠는 건데. 이 바보 같은 순애보 놈아!”
그는 어린 시절부터 성녀를 좋아했다.
그러나 차마 그 마음을 표현할 수 없었다.
그는 붉은 눈동자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붉은 눈동자는 악마의 저주를 받은 것이라고 불리었다.
아무리 그가 최연소로 기사 작위를 받고 전쟁터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쳐도, 수많은 이들은 그가 악마의 힘을 빌린 것이 틀림없다며 쑥덕거릴 정도였다.
그래서 루시안은 성녀를 피했다.
저주받은 자신이 성녀인 그녀를 흠모하는 것조차 크나큰 죄라고 생각해서.
그래서 그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욕망을 참고 또 참았다.
보는 내가 힘겨워 사리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성녀가 황태자와 연인이 된 것을 알게 된 후에, 철벽같던 그의 마음은 모래알처럼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필사적으로 억눌러 온 욕망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아무리 절절한 목소리로 고백을 해도,
아무리 눈물지으며 붙잡아도, 성녀는 그의 마음을 받아 주지 않았다.
이미 그녀의 마음속에는 다른 남자가 있었으니까.
루시안은 깊은 슬픔과 격렬한 질투에 휩싸였다.
그 순간 놀랍게도 진짜 악마의 힘이 그에게 나타났다.
그는 정말 악마의 저주를 받은 존재였던 것이다.
그는 흑화했다.
그리고 더 이상 자신의 욕망을 참지 않았다.
자신을 방해하는 이들, 상처 주는 이들, 거슬리는 이들은 다 죽여 버렸다.
그중에는 내내 그를 경멸하고 깔아뭉갰던 약혼녀 페르니아도 있었다.
그게 페르니아의 마지막 말이었다.
‘형체도 남기지 않고 없애 버렸지.’
나는 소설에서 읽었던 페르니아의 죽음을 떠올리며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눈을 내리깔고 차를 마시는 남자는 전쟁의 신이라는 별명이 무색할 만큼 온화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는 악마를 품고 있는 시한폭탄임을.
당장 약혼을 파기하고 싶지만 그것도 불가능했다. 무려 황제가 주선한 약혼이었으니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 자리에 나왔다.
오늘은 긴 전쟁을 끝내고 돌아온 루시안과 페르니아의 첫 만남이었다.
그러나 우리 둘 사이에 첫 만남의 기쁨은 없었다. 설렘도 없었다. 그저 엄청난 어색함이 흐를 뿐이었다.
‘눈앞에 있는 남자가 시한폭탄이라고 생각하니 도저히 말이 튀어 나가질 않는걸.’
혹시라도 괜한 말을 했다 그를 자극 할까봐 내 행동은 한없이 조심스러웠다.
차조차 소리 나지 않게 홀짝홀짝 마실 정도였다.
나는 슬쩍 루시안을 바라보았다.
그의 분위기를 살펴보려고 한 것뿐인데 나도 모르게 넋을 잃고 말았다.
상처 하나 없이 뽀얀 피부와 고운 입술 선. 곧게 뻗은 코와 유려한 턱선. 긴 속눈썹과 그 아래 빛나는 붉은 눈동자.
한마디로, 이 세상 미모가 아니었다.
‘이보시오, 작가 양반. 필력이 캐릭터를 따라가질 못했잖아!’
그를 찬찬히 살펴보던 나는 작은 비명을 내질렀다.
“다쳤잖아요!”
내 시선이 향한 곳은 그의 목에 길게 그어져 있는 작은 상처였다.
루시안이 당황한 얼굴로 목을 가렸다.
“별것 아닙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사실 루시안에게는 비밀이 하나 있었다. 바로 몸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시키는 신비한 힘이었다.
그 능력 덕분에 오랜 시간 전쟁터를 누볐음에도 상처 하나 없는 뽀얀 피부를 가지고 있는 것이고.
‘아무리 그런 능력이 있다고 해도 저렇게 치료도 안 하고 두면 어떡해.’
나는 가방에 있던 파우치를 탈탈 털어 의료용 밴드를 꺼냈다.
하녀인 앤이 쓸모가 있을지도 모른다며 넣어 두었던 것이다.
‘나이스, 앤!’
앤의 준비성을 극찬하며 나는 재빨리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작은 상처라도 제대로 치료를 해야해요. 감염이라도 되면 얼마나 아픈데요.”
“아…….”
나는 그의 목에 밴드를 붙여 주었다.
밴드가 잘 붙은 것을 확인하던 나는 깨달았다.
‘헉. 너무 가깝잖아.’
방금까지 어색했던 남녀가 마주치기에는 너무 가까운 거리였다.
초면에 너무 오버를 했나 싶어 눈알이 빙글빙글 돌아가는데, 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
“페르니아 영애는 소문과는 좀 다르시군요.”
“소문이 어떤데요?”
“······솔직하신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성격 더러운 후작 영애라고 들었겠지.
말 안 해도 안다.
실제로 그랬으니까.
만약 이 자리에 내가 아닌 진짜 페르니아가 있었다면, 페르니아는 내내 무시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냐!
지금의 나는 더없는 평화주의자에, 흑화하는 운명인 서브 남주를 가엾게 여기는 선량한 시민이라고!
나는 최대한 무해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소문은 원래 떠들기 좋아하는 이들이 만들어 내는 자극적인 이야기일 뿐이니까요. 소문과는 전혀 다르죠?”
다르다고 해. 360도를 넘어서 1440도 정도 다르다고.
그는 재미있는 말을 들은 것처럼 눈을 가늘게 뜨더니 부드럽게 휘었다.
“그렇네요.”
그렇게 웃지 마. 심장에 해롭잖아.
해사하게 웃는 얼굴은 방금 전까지 짓고 있던 딱딱한 미소와는 차원이 달랐다.
나도 모르게 심장이 쿵쿵거릴 정도였다.
어쨌건 나는 안도했다.
그가 아까보다는 확실히 나에게 마음을 열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으니까.
<흑화한 서브 남주에게 죽을 확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