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s the wife of an extra who turns evil RAW novel - Chapter 22
18.
수잔은 흐느끼며 말했다.
“촌장님은 제게 괜한 말로 죽은 존을 모욕하지 말라고 했어요. 중요한 건 그 아이가 존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는 사실이라면서요. 그, 그래서 조용히 있었어요. 그저 그 애가 끔찍한 악마라고 생각하며…….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게 훨씬 쉬웠으니까.”
어린아이를 학대한 것을 방조했다는 죄책감도, 어린아이가 끔찍한 죄를 저질러 지하실에 갇혔다는 사실도 그녀는 외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를 낳아 보니까, 자꾸 그 아이가 생각났어요.”
이 아이도 엄마가 있었겠지. 붉은 눈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그래도 사랑했겠지.
커다래진 배를 하고 얼마나 열심히 그 인형을 만들었을까.
아이는 얼마나 엄마가 그리웠을까.
뒤늦게 밀려온 죄책감은 수잔을 괴롭게 만들었다.
눈물을 흘리는 수잔의 얼굴은 가슴이 쓰릴 만큼 애잔했다. 그녀가 얼마나 오랜 시간 괴로워했는지 절절히 느껴졌다.
그럼에도 나는 그녀에게 괜찮다고 말할 수 없었다.
‘결국 당신 편하자고 이런 말을 하는 거잖아.’
라는 말을 내뱉지 못한 것은 어느새 그녀의 곁에 다가온 어린 남매 때문이었다.
어린 남매는 잠이 덜 깬 얼굴로 쪼르르 엄마에게 다가가 안겼다.
“엄마, 왜 그래? 왜 울어?”
“귀족 공주님이 괴롭혔어?”
“힝, 울지 마.”
“…….”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뒷걸음질 쳤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그녀에게 험한 말을 하게 될 것 같았다.
나는 잠옷 바람으로 집을 나갔다. 문을 나서자마자 서늘한 밤바람이 몸을 감쌌다.
추위에 몸을 움츠리며 나는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밤하늘에 떠 있는 새하얀 달을 보며 나는 이를 악물었다.
‘난 지금까지 루시안을 어떻게 본 거지?’
원작을 읽어서 알고 있었다.
그가 불행한 과거를 가졌다는 것을. 그런데 그 불행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빙긋이 웃는 그가 너무 예뻐서.
사랑에 빠진 그가 좋아서.
내가 좋아하는 그의 모습이 없어질까 봐, 그가 흑화하는 것을 두려워만 했다.
지독한 환멸이 차올랐다.
‘내가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할 자격이 있어?’
나도 똑같았다. 나 또한 그의 고통을 못 본 척한 방관자였으며, 그의 분노를 부정하는 존재였다.
아니, 그보다 더 악랄했다.
적어도 그들은 나처럼 루시안을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바꾸려고 하지는 않았으니까.
언젠가 그와 나누었던 대화가 생각났다.
그 말에 루시안은 재미있는 말을 들은 듯 웃었다.
진짠데.
나는 입을 삐죽 내밀며 물었다.
[루시안은 내가 왜 좋아요?] [그냥 당신이라서요.] [에이, 무슨 대답이 그래요. 더 좋은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가령 내가 미인이라든가, 성격이 좋다든가, 섹시하다든가, 깨물어 주고 싶을 만큼 깜찍하다든가. 그런 이유들 말이에요.] [모두 사실이네요.]쿡쿡 웃던 루시안은 내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말했다.
[하지만 정말인걸요. 나는 그냥 당신이라 좋아요, 니아.]그는 그저 나를 사랑했다.
그 어떤 이유를 들지 않고, 순수하게.
나는 결국 쪼그려 앉아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렇게 아이처럼 우는데, 등 뒤로 따스한 손이 느껴졌다.
에스텔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눈물에 범벅이 된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
“에스텔. 나, 루시안에게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아요.”
“…….”
“아무리 그가 무섭고 두렵다고 해도, 그 사람을 그렇게 혼자 둬서는 안 되었어요.”
나는 에스텔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
“당장 루시안에게 가고 싶어요.”
에스텔은 나를 의아하게 보지 않았다.
도대체 지금 그게 무슨 말이냐고, 지금의 루시안이 어떤 상태인지 잊었냐며 꾸짖지도 않았다.
그녀는 그저 나를 위로하듯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해요, 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