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s the wife of an extra who turns evil RAW novel - Chapter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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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귀가 그의 옆에 보이는 것 같았다.
* * *
루시안과의 대화는 처음부터 훨씬 편안하게 이어졌다.
뭐, 대단한 이야기를 한 건 아니었다.
카페의 차 맛에 대한 것이나, 좋아하는 디저트는 뭔지 같은 지극히 사소한 이야기였다.
적당히 분위기가 풀어졌으니 본론을 이야기해야 했다.
나는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입을 열었다.
“2주 후에 저희 집에서 약혼식이 치러지는 것은 알고 계시죠?”
“……물론입니다.”
나와 그가 약혼을 한 것은 무려 2년 전이지만, 아직 약혼식은 치르지도 않은 상태였다.
루시안이 내내 전쟁터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전쟁이 끝났다는 승전보가 도착하자마자 아버지는 재빨리 약혼식 날짜를 잡았다.
그것이 2주 후였다.
“아버지께서 정성껏 약혼식을 준비하고 계세요. 카르디엔 경이 승전 후 처음 참석하시는 공식 연회이기도 하니까요.”
악마의 저주를 받았느니 뭐니 해도 루시안은 명실 공히 이 제국에서 가장 이름 높은 기사였다.
그런 그가 주인공인 약혼식이었으니 수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한껏 신난 아버지는 없는 돈을 탈탈 털어 연회장을 꾸미고, 제국에서 내로라하는 사람들을 모조리 초대했다.
“약혼식에는 제국의 이름 높은 귀족이 모두 온다는군요. ……그리고 성녀님도요.”
성녀라는 말에 루시안의 눈빛이 흔들렸다.
예의바른 미소가 모래알처럼 무너진 자리에는, 보는 이의 가슴이 아플 만큼 처연한 얼굴만 남았다.
‘이보세요. 당신 마음 다 표 난다고요.’
이렇게 절절한 감정이건만, 에스텔은 알지 못했다.
루시안은 그녀 앞에서만큼은 철저하게 자신의 마음을 숨겼으니까.
혹여나 제 마음을 들킬까 봐 에스텔을 요리조리 피해 다닐 정도였다.
‘순애보 겁쟁이.’
나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게 그녀에 대한 마음을 꾹꾹 참았다가 흑화되어 버린 거잖아.
그가 조금이라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면, 그는 흑화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기회를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
“이왕 성녀님께서 참석해 주시니, 축복의 춤을 부탁드릴까 해요.”
루시안이 눈을 크게 떴다.
축복의 춤은 말 그대로, 성녀와 함께 손을 맞대고 춤을 추는 것이다.
상처를 치유해 주는 것처럼 본격적인 성녀의 힘을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에스텔은 연회의 주인공과 흔쾌히 춤을 춰 주고는 했다.
약혼식 때에는 약혼자, 약혼녀와 각각.
그것이 내가 노리는 것이었다.
“카르디엔 경도 괜찮죠?”
지금까지 루시안은 의도적으로 에스텔과의 접촉을 피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이라면, 그는 그녀와 마주칠 것이다.
‘그냥 마주치는 정도가 아니라 눈도 마주치고, 손도 맞잡고, 서로의 체온까지 느낄 수 있지.’
그러다 보면 원작과는 다른 전개로 흘러갈 수도 있지 않을까?
에스텔은 꼭꼭 숨겨 두었던 루시안의 마음을 알아챌지 모른다.
잘하면 두 사람이 이어지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고.
‘그게 아니더라도 나는 루시안에게 두둑하게 점수를 따 둘 수 있으니, 이 얼마나 기발한 생각이야.’
나는 콩콩거리는 심장 소리를 숨기며 루시안을 바라보았다.
‘물어! 이 미끼를 물라고!’
생각지도 못한 말에 루시안은 잔뜩 혼란스러운 얼굴이었다.
잠시 후, 그가 난처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영애, 그것은 곤란합니다.”
이 바보! 설마 이 기회마저 놓칠 셈이야?
답답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말투가 뾰족하게 튀어 나갔다.
“어째서죠?”
‘사실은 제가 그 성녀님을 무지무지하게 좋아하거든요.’라는 속마음을 꺼낼 리는 없을 테고, 도대체 어떤 변명을 늘어놓나 들어 볼 셈이었다.
그러나 이어진 말은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제가 춤을 잘 추지 못합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루시안을 바라보았다.
눈을 살짝 내리깐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눈가가 조금 붉어진 것도 같았다.
‘진짜구나.’
원작에서는 나오지 않은 내용이라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
동화 속 왕자님이 현실로 튀어나온 것처럼 아름다운 남자가 춤을 추지 못한다니.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럴 만해. 루시안은 고아 출신인 데다가, 12살 때부터 전쟁터에서 살았잖아.’
철들 무렵부터 검을 들었던 그에게는 춤을 배울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연회에도 거의 참석하지 않았으니 더더욱.
내 침묵이 길어지자 루시안의 표정은 더욱 안 좋아졌다.
귀족에게 춤은 필수 항목이었다.
제대로 춤도 추지 못한다는 말에 귀족 영애가 자신을 얼마나 한심하게 볼지 생각하는 얼굴이었다.
결국 그는 무거운 목소리로 한마디 말을 내뱉었다.
“죄송합니다, 페르니아 영애.”
급작스럽게 다운된 분위기에 당황한 건 나였다.
그의 목에 붙인 밴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