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s the wife of an extra who turns evil RAW novel - Chapter 9
6.
그것이 에스텔과 내가 함께 나눈 교환 일기의 마지막 장이었다.
나는 교환 일기를 덮고 슬쩍 고개를 돌렸다.
방 한편에는 드레스와 구두, 보석이 들어 있는 상자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루시안이 며칠 동안 보내온 선물이었다.
이런 어마어마한 선물을 보냈으면서 정작 그는 얼굴도 비추지 않고 있었다.
황태자의 생일 연회 다음 날부터 시작된 훈련 때문이었다.
제국 곳곳에 있던 기사들을 모아 하는 훈련이었는데, 루시안이 총지휘를 맡았다.
빠듯한 일정으로 치러지는 훈련 때문에 한동안 만나기 힘들 거라고, 선물에 동봉된 편지에 적혀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다 변명 같았다.
‘아무리 바쁘다 해도 얼굴 정도는 보여 줄 수 있잖아. 술에 취해서 오만 가지 말을 내뱉은 게 창피해서 날 피하는 것 아니냐고.’
황태자의 생일 연회가 열렸던 날, 루시안은 나를 애칭으로 부르는 에스텔에게 질투가 난다고 했다.
나를 보고 예쁘다고도 했다.
그저 술주정뱅이가 한껏 취해 쏟아 낸 아무 말 대잔치라고 생각하려고 했지만, 그날은 결국 밤새 잠을 설치고 말았다.
‘술주정이라고 해도 아예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하진 않았을 거 아냐. 관심 없는 약혼녀에게 저렇게 많은 선물을 보내 주지도 않을 테고. 설마 그 사람이 나를…….’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힘차게 고개를 내저었다.
루시안은 서브 남주였다. 보답 없는 사랑에 목매는 짝사랑쟁이.
그토록 절절하게 에스텔을 사랑하던 그의 마음이 이제 와 바뀔 리가 없다.
그러니까 현재 그의 마음은…….
‘처음 사귄 친구에 대한 애정 같은 것 아닐까?’
아름다운 외모와 온화한 성격을 가졌음에도 그의 주변에는 마음을 터놓을 사람이 없었다.
‘나는 그가 춤 연습하는 것을 도와주고, 어여쁜 꼬까옷도 사 줬잖아.’
게다가 웬만한 신뢰 관계가 없다면 불가능한 금전 거래까지 했다.
그러니 내가 그에게 조금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기쁜 일이었다.
여주와 서브 남주, 두 사람의 유일한 친구가 되다니. 일개 악역 조연으로서 대단한 성과를 이뤄 낸 셈이다.
앞으로 루시안이 흑화한다고 해도 그가 날 죽일 가능성은 현격히 낮아졌다.
혹시나 그가 날 죽이려고 달려든다고 해도 걱정할 게 없다.
이 세계에서 최고로 안전한 에스텔의 품속으로 도망치면 되니까.
“이제 두려울 게 없다는 말씀!”
나는 세상을 지배한 마왕처럼 호쾌한 웃음소리를 내며 창문을 열었다.
그러나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