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n Pil Heaven RAW novel - Chapter 131
신필천하(神筆天下) 131화
“카악, 퉷! 니미럴, 얼어 죽을 예우. 개나 갖다 줘 버려라!”
말을 마친 그가 재빨리 마천강을 향해 달려갔다. 그가 검을 어지럽게 휘두르며 나아가니, 마치 번개가 수평으로 뻗어 나가는 듯했다.
마천강이 얼른 말에서 뛰어내려 그의 검을 되받았다.
쩡! 까강! 깡!
두 사람 사이에서 검날이 어지럽게 뒤엉키며 쇳소리를 울렸다.
원래 서요평은 마천강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진양의 조언으로 조화신공을 익힌 후부터 무공이 한층 깊어졌다. 뿐만 아니라 신필문의 장로 격으로 수년을 보내면서 날이 갈수록 무공이 깊어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마천강도 서요평을 상대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이에 갈지첨이 기합성을 터뜨리며 마천강을 거들며 나섰다. 그와 동시에 유설이 서요평의 곁으로 다가가 도왔다.
그녀 역시 북명패검을 익힌 뒤로 무공이 한층 성숙해졌기에 갈지첨을 상대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만약 서운지가 서요평과 함께 싸운다면 그야말로 무적의 신공을 자랑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 그는 범릉을 상대하느라 서요평과 합세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다 보니 흑표는 자연스레 여만옥을 상대하게 됐고, 진양은 곽연을 상대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위교사왕과 곽연을 놓고 보자면, 가장 무공의 변화가 큰 사람이 바로 곽연이었다.
그는 지난 십 년 가까이 천상무운신공을 익히면서 하루가 다르게 무공이 강맹해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일행의 싸움 중 가장 격렬한 쪽은 바로 진양과 곽연이었다.
무인들의 싸움이 워낙 격렬하게 진행되다 보니 일반 병사들은 감히 끼어들 엄두도 내지 못했다.
반 시진가량 포위 상태에서 싸움이 진행됐다.
진양은 이대로 싸움이 계속되면 결국 사로잡히고 말 것이란 생각에 먼저 말의 엉덩이를 수호필로 찰싹찰싹 후려쳤다.
그러자 놀란 말들이 앞발을 높이 치켜들더니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가신풍이 달아나는 말 등으로 잽싸게 몸을 날려 올라탔다. 그의 경신법은 천하에 따를 자가 없을 정도였기에 병사들마저 감탄한 눈으로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말에 올라탄 가신풍은 얼른 활을 꺼내 시위를 당겼다. 날아간 화살은 두 대였는데, 하나는 서운지가 싸우는 곳으로, 다른 하나는 서요평이 싸우는 곳으로 날아갔다.
졸지에 강궁이 날아들자 범릉과 갈지첨, 그리고 마천강은 깜짝 놀라 뒤로 성큼 물러났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서운지와 서요평, 그리고 유설이 몸을 빼내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가신풍은 말을 타고 달리는 와중에 또다시 시위를 당겼다.
패앵!
시위를 떠난 화살 두 대가 이번에는 여만옥과 곽연에게 날아갔다.
여만옥이 얼른 고개를 숙여 피하는데, 흑표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왼손에 든 검을 올려 그었다. 그 순간 날카로운 검날이 여만옥의 목을 베어냈다.
피츗! 츄아앗!
여만옥의 목에 혈선이 가로 그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피분수를 내뿜었다.
“옥왕!”
깜짝 놀란 위교사왕은 진양 일행을 쫓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여만옥을 향해 달려왔다.
그사이 흑표는 말에 올라타 달아났다.
이제 남은 사람은 곽연 한 명이었다.
곽연은 날아드는 화살을 보고도 물러나지도, 피하지도 않았다. 그저 검을 한 번 휘둘러 화살을 단번에 두 동강 냈다. 가신풍의 강궁을 일검에 두 동강 낼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것을 감안한다면 곽연의 무공이 얼마나 강맹한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내 오늘을 기다렸다.”
곽연이 비소를 지으며 말했다.
진양도 씁쓸하게 웃었다.
“참으로 질긴 악연이오.”
“그 악연도 이제 여기서 끝내주마!”
말을 마친 곽연이 기합성과 함께 달려들었다. 곽연의 움직임은 고요한 듯하면서도 몹시 빨랐고, 부드러운 듯하면서도 강맹하기 짝이 없었다.
그의 검이 어지럽게 휘날려 오자, 진양은 정신없이 수호필을 휘둘러 막아낼 수밖에 없었다. 워낙 빠르고 강맹한 공격이 이어졌기에 진양은 다양한 시도를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일방적으로 한쪽으로만 내몰리게 됐고, 주위를 에워싸고 있던 병사들은 진양을 공격하기에 좋은 순간이었다.
그들이 감히 가까이 다가가지는 못하고 창검을 내던져 진양을 공격했다.
진양은 그들의 공격을 모두 피할 수가 없어 온몸에 자잘한 상처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도 곽연의 검공만큼은 끝까지 막아냈기에 치명상을 입지는 않았다.
그 순간 허공을 가르며 화살 한 대가 다시 날아들었다.
쒜에엑!
이번에는 먼저 쏘아진 것보다 훨씬 강맹한 힘이 실린 것이었다.
조금 전에는 가신풍이 두 대의 화살을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날려 보냈지만, 이번만큼은 온전히 곽연만을 노리고 쏜 것이었다.
곽연이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나며 검날을 세워 막았다.
따앙!
“크웃!”
화살이 어찌나 세게 날아들었는지 검날이 ‘지잉!’ 소리를 내며 울렸고, 손잡이를 잡은 팔이 저릿하게 떨렸다.
찰나, 진양은 수호필을 들고 사방을 향해 휘둘렀다.
까강! 땅!
“크악!”
“악!”
수호필은 한 줄기 푸른빛을 이어가며 허공에 커다란 글자를 새겼다. 획이 그어질 때마다 주위를 에워싸고 공격하던 병사들이 속절없이 튕겨 나가거나 그 자리에 쓰러졌다.
마지막 점획을 찍을 때는 필봉이 정확히 곽연의 가슴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이번에도 곽연이 검날을 들어 막았다.
한데 빳빳하게 곤두선 붓털이 검날을 내찌르는 순간, ‘쩡!’ 하는 소리가 울리더니 검날이 산산조각이 나며 부서지는 것이 아닌가.
공력이 잔뜩 실린 수호필을 검날이 미처 버텨내지 못한 것이다.
곽연의 검이 깨져 버리자, 주변의 병사들은 저마다 주춤거리며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진양이 허공에 쓴 글자는 바로 ‘충(忠)’이었다. 광초체로 흘러간 글자의 마지막 점획에서 곽연의 검날이 깨진 것이다.
때마침 언제 다가왔는지, 가신풍이 병사들 틈으로 말을 몰고 와 소리쳤다.
“문주님! 오르십시오!”
진양은 앞뒤 상황 따질 것도 없이 냉큼 몸을 날렸다. 그가 병사들의 어깨를 밟으며 순식간에 말 위로 도약하자, 가신풍은 곧장 말의 배를 걷어찼다.
“이럇!”
말이 긴 울음을 토하며 병사들을 헤치며 내달리기 시작했다.
한편 비도옥왕 여만옥의 죽음으로 슬픔에 빠져 있던 마천강이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저들을 놓쳐서는 안 된다! 잡아라!”
병사들이 일제히 함성을 내지르며 진양 일행을 쫓았다.
진영을 벗어난 진양 일행은 말을 몰아 남쪽 언덕을 올랐다. 그들 바로 뒤에는 셀 수도 없이 많은 병사들이 바짝 추격해 오고 있었다.
진양이 말을 멈추고 일행을 돌아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흩어지는 것이 좋겠소. 사상이괴 어르신들은 함께 움직이시면 될 것이고, 묵향당주(墨香堂主)와 광초당주(狂草堂主)는 유 누이를 잘 부탁드리오.”
묵향당주는 바로 흑표를 말하는 것이었고, 광초당주는 가신풍을 가리킨 것이었다. 이들은 신필문이 세워진 후 각각의 당을 맡아 관리해 왔던 것이다.
유설이 진양을 향해 걱정 서린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당신은요?”
“저들 중 상당수는 나를 쫓아올 거요. 나와 함께 가면 위험이 커지니 누이는 두 분을 따라가시오.”
“하지만……!”
“걱정 마시오, 누이. 반드시 다시 봅시다.”
유설은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고 말았다.
어차피 자신이 진양을 따라가게 된다면 오히려 방해만 될 수도 있었다. 진양이라면 스스로의 몸을 돌보지 않고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서 희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길을 나누어 가는 것이 나으리라.
가신풍이 유설을 재촉했다.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가시지요!”
흑표가 물었다.
“후에 만날 장소를 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진양은 잠시 생각하다가 곧 입을 열었다.
“오늘 밤 자정까지 저들을 따돌릴 수 있다면 남경의 남서쪽 숲에 있는 사당에서 만납시다. 만약 실패하면 내일 정오에 만나도록 하고, 그때도 쫓기는 중이라면 그날 자정에 봅시다.”
“내일 자정까지도 따돌리지 못하면?”
서요평의 말에 진양이 대꾸했다.
“그렇게 되면 분명 소식이 들리겠지요. 그럼 먼저 와서 기다린 사람이 도와주도록 하지요.”
대충 이야기가 끝난 일행은 즉시 길을 나누어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들을 쫓던 병사들 역시 자연히 세 갈래로 나뉘어져 뒤를 쫓았다.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진양을 뒤쫓는 무리들이 가장 많았다.
진양은 말을 몰아 달리다가 산언저리에 다다라서는 말에서 뛰어내려 경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급경사를 빠르게 오르니 뒤쫓아 오던 병사들 대부분은 산 아래에서 허우적거렸고, 마천강만이 유일하게 그의 뒤를 바짝 추격했다.
한참 동안 산을 오른 진양은 시야에서 더 이상 병사들이 보이지 않자,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
잠시 뒤 마천강이 진양이 서 있는 언덕까지 올라왔다.
“후후. 드디어 단둘만의 시간이 생겼군.”
진양은 심호흡을 하고는 수호필을 고쳐 잡았다.
“제가 마 형께 저지른 잘못이 없는데 어째서 이토록 절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으십니까?”
“그대가 하는 행동이 모두 잘못이다.”
마천강이 검을 한 번 휙 저으며 대답했다.
진양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해할 수가 없군요.”
“흥! 이해? 어차피 인간은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종족이지 않나? 그런 게 가능했다면 그대와 내가 적으로 만나지도 않았을 테지! 그리고 비도옥왕이 그런 처참한 죽음을 맞지도 않았겠지!”
마천강은 말을 마치자마자 바닥을 박차고 진양에게 달려왔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주변의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잎이 떨어져 바람에 휘날렸다.
깡!
청명한 쇳소리가 울리면서 진양이 튕겨 나갔다.
진양은 몸 전체가 떨려오는 것을 느끼며 재빨리 내공을 끌어올렸다.
마천강은 진양이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그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자색 기운이 혜성의 꼬리처럼 검날을 뒤따랐다.
꽝! 쩡! 쩌엉!
귀가 아플 만큼 큰 소음이 온 산을 가득 울렸다.
비도옥왕의 죽음에 대한 분노 때문인지 마천강의 검공은 매섭고 강맹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그의 표정은 내내 무뚝뚝했고, 감정의 변화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진양은 연이어 쏟아지는 검을 막아내다가 순간 뒤로 훌쩍 물러났다.
‘이대로 공력을 끌어올려 막는다면 끝이 나지 않겠다. 그러는 사이 병사들이 올라오면 포위당하고 만다. 방법을 바꿔야겠다.’
생각을 마친 진양은 몸 전신에서 공력을 쭉 빼 버렸다. 그러자 그가 들고 있던 수호필의 붓털이 이내 축 처지며 바람에 휘날렸다.
“후후. 포기한 것인가?”
마천강이 몸을 번뜩 솟구쳐 진양에게 곧장 날아왔다. 이어서 그가 진양의 어깨를 향해 검을 세차게 내려쳤다. 그 순간 진양이 몸을 비스듬히 기울이더니 검날을 가볍게 피해냈다. 동시에 수호필을 부드럽게 휘돌려 마천강의 검을 밀어냈다.
간발의 차이로 검날이 비껴 나가자, 마천강은 다시 이를 악물고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진양이 몸을 슬쩍 눕히며 수호필을 둥글게 휘돌려 마천강의 검을 밀어냈다.
그렇게 몇 합을 넘기니 전신에 공력을 잔뜩 실은 마천강은 빠르게 지쳐갔고, 진양은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여유가 생겼다.
바로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이기는, 이유극강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마천강은 진양이 무공을 바꿨다는 것을 눈치채고 상대가 밀어내는 힘을 역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해서 그가 검을 가로로 뿌리면서도 반동되는 힘을 의식해 이어질 초식을 염두에 두었다.
한데 검날과 필봉이 부딪치려는 찰나, 이번에는 붓털이 바람결 따라 누워 버리면서 검날을 그냥 스쳐 보내는 것이 아닌가?
그 바람에 반동되어 튕길 것을 예상했던 마천강은 몸을 휘청거리며 중심을 잃고 말았다.
진양은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얼른 몸을 날려 연속으로 세 번의 발길질을 가했다.
파파팡!
순식간에 가슴을 가격당한 마천강은 울컥 피를 토하며 주춤 물러나다가 쓰러지고 말았다.
진양이 얼른 다가가 수호필로 그의 마혈을 찔렀다. 이어서 단전을 파괴해서 무공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려는 순간, 화살 한 대가 빠르게 날아들었다.
진양이 훌쩍 물러나며 수호필을 휘두르자, 화살이 두 동강나며 튕겨 나갔다. 이어서 화살비가 폭우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천강과 싸우는 틈에 병사들이 도착한 것이다.
제아무리 무공 고수라고 한들 어찌 수천 대의 화살을 피할 수 있겠는가?
결국 진양은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가 질풍 같이 내달리자, 병사들은 다시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