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n Yun-bok's Modern Art Studies in His Past Life RAW novel - Chapter 185
185화 계급장 떼고 붙어 보자
내가 잘하는 거라니. 저렇게만 말씀하시면 어찌하라는 말인가.
의문 어린 내 표정 덕분일까. 할아버지께서는 금세 정답을 이야기해 주셨다.
“젊은 네가 항상 손에서 놓지 않는 그거 말이다. 그거 한 번 활용해 보는 게 어떠냐.”
“제가 손에서 놓지 않는 거면…… 스마트폰이요?”
난 나도 모르게 상 위에 놓인 스마트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거기엔 오대 전자와 진행했던 아트 콜라보의 결과물이 놓여 있었다.
‘볼수록 예쁘게 잘 뽑혔단 말이야.’
직접 참여해 내 방식대로 폰을 만들었기 때문일까. 난 유난히 이 스마트폰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아마 한동안은 계속 이걸 들고 다니지 않을까 싶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지금 할아버지의 말씀은 선뜻 감이 오지 않았다.
‘이거로 뭘 어쩌라는 거지?’
표정에서 속으로 의문을 가지고 있다는 티가 났기 때문일까. 할아버지께서는 웃으시면서 실마리를 건네셨다.
“이 할애비도 가끔 잘 이용하는 편이지. 요즘은 지식 백과 같은 것도 잘 되어 있더구나.”
“지식 백과요?”
“남들이 뭐라고 여기는지 알기엔 그만한 게 없는 법이지. 흘흘.”
“남들…….”
“가끔 궁금할 때는 이 할애비도 직접 이름을 검색해 보곤 하는 편이니.”
그 단어를 듣는 순간 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도 모르게 한 움직임이었다. 이 시대가 가진 최고의 문명. 그 문명의 이기를 난 왜 활용할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그건 아마도 그만큼 남들이 뭐라 하든 관심이 크게 없었기 때문이리라. 다른 이들이 내 그림에 대해 뭐라고 하는지는 궁금했지만, 나에 대해선 뭐라고 떠들든 상관하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이쯤 되자 나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난 얼른 할아버지에게 애교 아닌 애교를 피우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게 있었지! 할아버지 땡큐요!”
“흘흘. 미국물 좀 먹었다고 바로 영어 하는 것 보게.”
뒤에서 할아버지께서 뭐라고 더 하셨지만, 내 귀에는 그 이상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 당장 머릿속을 스친 생각이 더 중요했으니까.
‘각종 사이트나 너트뷰에선 날 뭐라고 했었지?’
한때는 호기심에 차서 검색해 봤다. 내가 알고 있는 것과 전생의 신윤복이 다르게 기록된 것이 유난히 재미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한철이었다. 현재의 생에 적응하면서 그 기록을 찾아보지 않은 게 오래였으니.
이번 생인 신윤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만 좀 관심 있게 남들 반응을 찾아봤을 뿐. 차츰 다른 사람의 의견을 찾아보는 게 시들해진 나였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난 다시 한번 내 스스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필요성을 느꼈다.
내가 보는 나도 중요하지만 남이 보는 나도 중요한 법. 오랜만에 한번 쭉 검토해 보는 것도 좋으리라.
지금 이 시대, 세상 사람들이 날 뭐로 보고 있는지 말이다.
* * *
올해의 작가상은 9월부터 연말까지 하는 전시전이다. 이 행사는 국립 현대 미술관에서 한 층, 혹은 두 개의 층을 소모해 전시하는 나름 큰 기획전이었다.
사실 몇 년에 걸쳐 실시한 이 ‘올해의 작가상’은 진행하는 주최 측이나 행사의 거창한 이름에 비해 그다지 주목받는 행사가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는 시작부터 그 반응이 남달랐으니.
이런 사람들의 반응을 가장 먼저 캐치한 건 너튜버들이었다. 반응을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들. 그만큼 그들은 민감하게 트렌드를 읽었다.
그중 제일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은 적당한 구독자를 보유한 한 너튜버였으니.
2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일명 미남자. 그는 주로 볼만한 전시나 행사들을 소개하는 사람이었다. 남들이 관심을 보일 만한 전시나 행사를 흥미롭게 풀어 내기에 구독자가 꽤 많은 편이었다.
그는 이 행사에 대한 정보를 인식하자마자 곧바로 방송부터 준비했다. 현대인이라면 안 눌러 볼 수 없는 제목까지 완벽하게 준비해서 말이다.
[작품 보는 눈만 있다면, 당신도 40억 원의 주인공?]방송명을 정한 그는 얼른 스트리밍을 켰다. 화면을 켜자마자 사람들이 하나둘씩 입장하는 것이 보였다.
‘오! 역시나 반응 좋고!’
20만 구독자를 보유한 그의 생방송은 평균 시청자 숫자가 뻔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들어오는 인원은 시작부터 심상치 않아 보였다. 역시 이건 분명 제목 덕이었다.
‘제목 어그로 좋고! 그럼 내용까지 좋으면 오늘 방송은 대성공이지.’
힐끔거리며 시간을 확인한 그. 그는 얼른 정시가 되자마자 바로 입을 열었다. 얼마 전 알게 된 이 소식을 한시라도 빨리 알리고 싶은 마음에 몸이 근질근질해진 참이었다.
“안녕하세요. 새미 여러분. 미술을 좋아하는 남자, 미남자입니다.”
-미하
-오늘 운 좋은 듯?
-방제 뭐임? 40억?
-저거 한화 40억이란 소린가?
그가 인사를 하자마자 순식간에 반응하는 이들. 그런 이들의 반응을 보며 그는 능숙하게 방송을 시작했다.
“역시 다들 40억이란 소리에 헐레벌떡 오신 거네. 내가 그럴 줄 알았죠.”
-얼른 썰 풀어 봐여
-빨리 말해.
성격이 급한 이들은 방송의 제목부터 추궁하는 중이었다. 그런 구독자들의 반응에 그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아하하. 넵, 얼른 말하겠습니다. 자! 오늘 할 이야기는! 요즘 미술계에서 가장 핫한 행사 관련입니다.”
-아 그건가?
-그거다(모름)
-그거지.
“이미 아시는 분도 있으실 것 같은데요. 바로 ‘올해의 작가상’을 뽑기 위한 전시전입니다.”
그가 본격적으로 행사 이야기를 꺼내자 그 순간 반응이 확실하게 돌아왔다. 순식간에 읽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반응들이 지나갔으니까.
-나 기사 봤음
-그거 진짜 40억 주는 거임?
-40억을 주는 게 아니라 40억짜리 그림을 가질 수 있는 거지
-그게 뭔데?
-모르면 설명이나 들어라
-여기 오늘 댓글 왜 이럼?
-40억 원이라 다들 미쳐 날뛰는 건가.
댓글의 반응은 정확했다. 국립 현대 미술관 측에서 홍보를 하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으니까.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좀 이야기를 드리자면, 올해의 작가상은 원래 오래된 행사입니다. 생긴 지 10년이 한참 넘었거든요.”
그러면서 그는 화면에 간단한 정보를 보여 주었다. 거기엔 국립 현대 미술관에서 선정한 올해의 작가상에 대한 역사가 쭉 들어 있었다. 이름이 알려진 화가에 반해 모르는 화가가 더 많았지만, 오래된 행사임은 분명했다.
-이게 이 정도의 행사였어?
-나름 전시관 잘 돌아다니는 편인데, 왜 난 몰랐지
“이렇게나 오래된 행사인데, 거의 아는 사람이 별로 없죠?”
-예
-ㅖ
“그만큼 이 행사는 대중들에게 알려진 전시가 아니었어요. 나름 화가들한테 4천만 원씩이나 주고 작품 만들라고 하는 행사인데도 그랬죠.”
4천만 원을 주고 작품을 만들라고 한다는 말. 그 말에 다들 그런데도 왜 몰랐는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역시나 돈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다른 이들을 가장 확실하게 이해시키는 방법인 모양이었다.
“망한 이유는 뭐…… 여러 가지죠. 완전히 그들만의 행사였거든요. 거기다 현대 미술의 안 좋은 점이란 점은 다 가진 행사이기도 했고요.”
그는 이 올해의 작가상이 왜 저조한 반응을 받았는지는 길게 말하지 않았다. 이 방송에 찾아온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건 그게 아니었기에. 대신 얼른 본론부터 꺼내 들었다.
“뭐. 중요한 건 과거가 아니라 현재 아니겠습니까! 지금 이 행사는 탈태환골해서 새롭게 거듭났습니다!”
-환골탈태임
-얘는 가끔 말을 이상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니까.
-그 말실수 때문에 신뢰가 가다가도 안 감
-난 그래서 좋은데. 재밌음
“아, 환골탈태. 네, 알고 있었어요. 그냥 말이 헛나온 거라니까요?”
-아 네.
-녜에 녜에
“어쨌든! 이 행사에서 엄청난 작품이 나옵니다. 무려 작가 신윤성의 신작이 나오거든요.”
-신윤성?
-나 알아 무슨 미국 전시회 나온 거 봄
“맞습니다. 최근에 휘트니 비엔날레에도 나오고 있는 작가죠. 중요한 건 이 작가의 작품이 크리스티 경매에서 무려 40억 원에 낙찰이 되었다는 겁니다.”
-그림값 ㄷㄷ
-와 40억 원이면 얼마나 거의 무슨 위인급 작품 가격 아님?
“정확하게는 달러로 320만 달러였는데요. 이 신윤성 작가의 작품이 이번 올해의 작가상에 나옵니다.”
-그건 알겠는데 그게 방제랑 뭔 상관이지?
-그 작가의 그림을 추첨을 통해 받을 수 있거든
-뭐?
-진짜임?
-40억짜리 추첨이야?
이전부터 기사를 통해 어느 정도 알려진 상태였다. 그렇기에 그의 방송을 보는 사람들 중에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이 보였다.
‘쯧. 이래서 좀 더 빨리 방송을 했어야 하는 건데.’
이미 댓글을 통해 사실이 알려졌기에 속으로 혀를 찬 그. 하지만 이를 티 내는 대신 태연하게 방송만을 진행해 나갔다.
“단순히 작품이 나오는 정도로는 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리가 없겠죠? 바로 여러분들도 이 작품의 주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관심도가 뜨겁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재빠르게 ‘올해의 작가상’에 대한 안내를 보여 주었다. 행사 안내는 한눈에 보기 편했다. 간단한 요약본이 홈페이지에 잘 나와 있었기에.
국립 현대 미술관이 이번 행사에 이를 간 모양이었다.
“여기 보시면 아시겠지만, 추첨을 통해 선정된 1인에게 신윤성 작가의 작품을 준다고 합니다.”
-대박
-40억 원짜리 로또네
-40억 원이면 요즘 로또보다 좋음. 요즘 로또 아파트 1채 값도 안 나오는데
“물론 그냥 전원 추첨은 아닙니다. 전시회 관람 후 신윤성 작가의 작품이 뭔지랑…… 올해의 작가상이 어떤 작품의 누가 될지를 맞혀야 한다는 조건은 있습니다.”
약간의 조건이 있음에도 반응은 뜨겁다 못해 델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게 올해의 작가상에 참가할 화가가 누군지는 이미 알려진 상황. 그중 찍어서 하나 맞히고 나머진 신윤성 작품만 알아내면 되는 것이었으니.
확률적으로 볼 때 벼락 맞을 가능성에 비유하는 로또보다 훨씬 유리한 상황이었다. 당연히 사람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을 수밖에 없었다.
“이 행사가 9월에 시작해 11월까지 진행되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실제로 이거 때문에 입국까지 하려는 자들이 있다고 합니다!”
40억 원의 힘은 대단했다. 특히나 신윤성 작가는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더 알려진 상태였다. 당연히 해외에서도 이번 ‘올해의 작가상’은 화제가 되는 중이었다.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는 이런 반응. 그는 이런 반응을 방송에서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한국 사람들은 원래 이런 외국의 반응에 환장하지 않던가.
“실제로 해외 유명 사이트에도 이런 식으로 이 전시에 대한 기사가 많이 올라와 있더군요.”
말을 하면서 동시에 화면을 바꾸는 그. 방송을 보는 사람들은 영어로 된 각종 제목들을 볼 수 있었다.
“이걸 한번 번역해 보면 이런 말이 됩니다.”
-제목도 해설도 없는 작품 중 ‘올해의 작가’를 찾아라 그럼 미화 320만 달러는 당신의 것.
-계급장을 떼고 한판 붙어 보자. 덤은 320만 달러.
심상치 않은 문장들을 본 댓글창의 반응도 덩달아 달아올랐다.
-언제부터 하는 거임?
-이 정도면 전시 예약을 당장에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이미 예약받는다는 안내 나왔어. 근데 사이트가 안 열렸음ㅠ
“맞습니다. 이미 국립 현대 미술관 측에서 하루 관람 예약 인원을 예약받겠다고 공지했죠. 물론 그 외에 현장에서도 입장권 구매가 가능하도록 마련하겠다고도 함께 공지한 상황이고요.”
그렇게 말하며 그는 흘끔 옆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구독자 숫자와 현재 이 방송을 시청하는 사람들의 인원이 함께 나와 있었다.
‘좋았어. 역시 이 주제로 하길 잘했네!’
방송을 하는 아주 잠깐 사이 달리진 구독자의 숫자. 구독자 1만이 더 붙은 것도 모자라 평균 시청자 숫자도 평소보다 더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이 정도면 후속 방송을 해 봐도 괜찮겠는데?’
원래라면 단발성으로 끝내고 말았을 일. 하지만 이렇게 반응이 좋다면 이어서 해 보는 것도 괜찮으리라.
그는 남몰래 미래에 대한 희망찬 계획을 세우며 속으로 환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