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n Yun-bok's Modern Art Studies in His Past Life RAW novel - Chapter 223
223화 생존 한국 화가 작품 경매 최고가
할아버지의 말씀대로 좀 미리 사이트에 접속했다. 원래 내 성격도 급한 편이었으니. 나쁠 건 없다 싶었으니까.
딸깍거리며 화면에 들어가고 있는 날 가만히 보시던 할아버지께서는 괜히 의미심장한 어조로 입을 여셨다.
“윤성아.”
“예. 할아버지.”
“혹시 이전에 경매를 직접 본 적이 있어?”
“아뇨. 처음이에요. 크리스티 때는 거의 결과만 들어서요.”
“오호. 그럼 이 할애비가 설명을 좀 해 줘야겠구나.”
“……안 그러셔도 대충은 아는걸요.”
이미 대략적인 방법이나 이런 건 필립을 통해서 다 들은 상태였다. 그러나 이런 날 보며 할아버지께서는 혀를 끌끌 차셨다.
“쯧쯧. 원래 이런 건 경험자에게 말로 듣는 게 제일 빨리 배우는 법이야.”
‘경험하는 게 더 빠르지 않나.’
백문이 불여일견.
세상의 그 어떤 일이든 직접 한 번은 경험해 보는 쪽이 좋았다. 그게 제일 빠르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고 말이다.
그렇지만 이래 보여도 난 효손이었다. 할아버지께서 저렇게 눈빛까지 빛내시면서 하는 말씀을 굳이 거역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거야 그렇죠.”
난 적당한 반응으로 할아버지의 말씀에 맞장구를 쳤다. 이런 내 노력 덕분일까. 할아버지의 입가엔 미소가 떠올랐다.
그러시더니 자애로우신 할아버지가 되셔서 내게 설명을 시작하셨다.
“우선 이렇게 시간에 맞춰 들어가면 나오는 라이브 방송에 집중해야 한다.”
할아버지의 말씀대로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대문짝만하게 온라인 라이브 경매로 갈 수 있는 팝업이 떠 있었다.
내가 그걸 누르자 첫 번째 작품과 함께 경매사로 보이는 이가 화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화질은 어지간한 TV 프로 못지않게 고화질이었다.
“이런 식이었군요.”
“그럼! 여길 누르면 실시간으로 어떤 작품이 진행 중인지 알 수 있지.”
현재 어떤 작품이 진행 중인지는 물론 실시간으로 얼마에 입찰 중인지까지 정보가 나와 있었다.
뚜렷한 숫자로 보이는 현재가를 보며 난 질문을 던졌다. 옆에 이렇게 알려 줄 사람이 붙어 있으니, 궁금한 걸 바로바로 물어볼 수 있는 게 참 좋았다.
“이거 완전 실시간인 거예요? 세상 진짜 미친 듯이 좋아졌네요.”
조선에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 그게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시대였다.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이 방식은 상당히 신기했다. 이런 식이면 공간적인 제약은 아예 없다고 해도 좋았으니까.
경매로 그림을 판매한다는 방식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내 눈에는 이쪽이 더 흥미로웠다.
세상 그 많은 사람들이 적는 금액을 바로바로 반영한다니. 어지간한 기술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완전 실시간은 아니란다. 때때로 방송 송출에는 시간 차이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요? 그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한번 볼래요.”
소더비 메인 경매인 이브닝 경매. 난 이번 경매를 위해 원래라면 영국 런던행 비행기 티켓을 끊을 작정이었다.
비록 이런 날 말린 주변으로 인해 런던에 가지는 못했지만, 나름 경매를 위한 준비는 했다.
‘미리 준비 안 했으면, 오늘 온라인 방송만 볼 뻔했지.’
경매에 대해 잘 모르는 이는 물어볼 수도 있었다. 돈만 있으면 되는 걸 뭘 준비씩이나 필요하냐고.
그러나 이런 메인 경매는 진짜로 참가하는 사람이 미리 신경 써야 하는 것이 몇 가지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경매 참가 신청을 하는 것이었으니.
최소한 경매 하루 전에 미리 온라인 응찰이나 서면 응찰을 하겠다고 사이트에 신청했어야 하니까.
당연히 나도 이틀 전에 미리미리 신청해 두었다. 그렇기에 난 자연스럽게 화면에 숫자를 쓸 수 있었다.
이미 내 아이디로 로그인한 순간부터 금액 칸이 활성화가 되어 있었기에.
이런 내 행동을 본 할아버지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변하시는 게 보였다.
“이거 구매하려고 하는 거야?”
“적당한 가격이면 사 보려고요. 너무 높아지면 안 하겠지만요.”
“오호. 나름 기준가가 있는 모양이구나?”
“네에. 이번에 제거 나와서 다른 작품들 살펴보다 발견했거든요. 김한기 선생님 작품도 나온다는 걸요.”
“대단한 화가시지.”
현재 한국의 현대 미술계 거장 중 가장 이름이 알려진 화가. 그분이 바로 김한기 선생님이셨다.
홍콩의 경매에서 100억 원이 넘는 가격에 그림이 낙찰된 뒤로 어지간한 사람도 다 아는 작가였으니까.
“이번에 올라오는 화가 중 한국 화가는 이분 하나여서요. 이왕이면 제가 낙찰을 받아 보려고요.”
소더비쯤 되니 나와 같은 국적의 화가 작품이 올라오는 것 자체가 찾기 힘들었다.
비록 이미 한참 전에 돌아가신 화가의 작품이나, 이렇게 보니 반가운 것도 사실이었다.
그게 내가 이번 경매에 한번 참가해 보려고 한 이유였다.
키보드에 숫자를 치차 정말로 몇 초 뒤 정말로 내가 입력한 대로 숫자가 바뀌었다.
“오. 금방 바뀌는데요? 진짜 세상 좋아졌다.”
“얘는. 아예 경매를 처음 하는 것이면서 뭘 그렇게 이야기하는 걸 들으니 웃기는구나. 흘흘.”
내 나이에 이렇게 말하는 것이 재미있다는 듯. 할아버지께서는 연신 웃음을 터뜨리셨다.
“아…… 또 바뀌었네요. 생각보다 응찰하는 사람이 많은 모양인데요?”
“그건 지금이 끝나기 직전이라 그런 거야. 이렇게 막판에는 1분간 그 가격이 유지가 되어야 응찰이 되거든.”
“1분 안에 다른 사람이 더 높은 가격을 입력하면 상대방에게 빼앗긴다는 것이군요.”
“역시 똑똑하구나. 정답이야.”
그 말을 들으며 난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어떤 식인지 잘 알 수 있었다.
역시 뭐든 한 번은 해 보는 게 제일이란 걸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직접 경매가 진행되는 것을 보니, 내 작품이 어떻게 팔릴지도 더 궁금해졌다.
“얼른 더 가격을 올려서 써야겠네요. 제가 낙찰받으려면요.”
김한기 선생님의 작품은 그 숫자가 나와는 차원이 달리 많으셨기에 종종 이런 경매에 나오는 편이었다.
소더비뿐만 아니라 한국의 경매 회사에도 하는 경매에도 가끔 볼 수 있다고 했으니까.
하지만 이번엔 나와 함께 같은 경매에 나왔다는 것에 의미가 있었으니. 난 이번 작품을 되도록 내가 낙찰받고 싶었다.
‘좋아. 집중해서 딱 알맞은 가격에 사야지.’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경매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었기에. 낙찰을 받으려면 집중해야 하는 만큼 내 눈은 화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 * *
경매의 순서는 빠르게 넘어갔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내 작품의 차례가 다가온 걸 난 볼 수 있었다.
‘이거 은근 보통 일이 아니네. 저 사람 체력 소모 장난 아니겠는데?’
단단한 표정으로 자리에 서서 경매를 진행하는 한 경매사. 그는 지금 거의 2시간 정도를 서 있었다.
단정한 복장을 한 그는 차분하면서도 또렷한 어조로 경매를 진행하는 중이었다.
온라인, 전화, 서면까지 각기 들어오는 다른 정보를 파악하고 응찰 정리 하면서 말이다.
‘응찰이 끊어져서 확정이 될 것 같은 경매도 저 사람이 다 연장시키는 느낌인데?’
실제로 그가 입을 열어서 경매를 좀 부추기면 새로운 응찰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 정도면 거의 한마디에 가격이 바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 저 경매사의 실력이 좋다는 걸 보기만 해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내 작품도 이렇게 진행되려나?’
능숙한 능력자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경매사. 그런 그가 나의 그림은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 은근히 기대감이 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온전하게 나의 작품 차례가 왔다는 걸 화면이 알렸다.
“다음은 한국의 윤성 신 화가가 그린 회화 작품입니다.”
작가, 작품, 그리고 예상 낙찰가가 화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매물이 잘 나오지 않은 인기 화가인 윤성 신 작가의 최신작으로 작품의 상태는 당연히 최상입니다.”
특유의 차분한 어조로 경매사는 내 작품에 대해 매끄럽게 설명을 이었다.
“윤성 신 작가는 현대 미술계에 영향력 있는 화가 중 가장 어린 화가입니다. 그럼 200만 파운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200만 파운드. 미국 화폐로 대략 300만 달러이며, 한국 돈으로는 33억 원 정도의 금액에서 내 작품의 경매는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난 경매사의 차분함이 일부 사라지는 걸 목격했다. 일단 말부터 미묘하게 빨라지기 시작했으니까.
“330만, 350만, 340만 나왔습니다.”
온라인과 서면, 그리고 전화를 통해 내 작품에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경매 참여를 하는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까지와 달리 경매사가 저렇게 많은 숫자를 부를 리가 없었으니까.
“350만, 380만 나왔습니다.”
10만 파운드 단위로 내 작품의 가격은 어느새 100만 파운드 단위까지 휙휙 바뀌었다.
이를 예상한 듯 처음부터 아예 화폐 단위를 생략하는 그였다.
“450만! 아, 지금 막 500만이 들어왔습니다!”
500만 파운드. 그 상징적인 금액에 바뀌던 숫자가 멈칫하는 것이 보였다. 300만으로 시작하던 게 어느새 여기까지 올라왔으니까.
500만 파운드면 지금 환율로 환산해도 한국 돈으로 80억이 넘는 금액이었다. 내 기존작 들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오른 것이 느껴졌다.
‘와…… 기어코 이 금액이 나오긴 하네.’
문제는 거기서 완전한 끝이 아니라는 것. 난 아직 끝나지 않은 시간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이쯤 되자 진짜로 얼마에 낙찰이 될지 궁금해졌으니 말이다.
* * *
[서울=뉴스함] 2월 소더비 런던에서 장르화의 개척자 신윤성의 작품들이 100억 원 넘는 가격에 낙찰되며 한국 미술품 경매에 새 역사를 썼다.현지 시각 2월 7일 밤 소더비 런던에서 열린 ‘21세기 미술 이브닝 경매 하이라이트’의 주인공은 한국 화가 신윤성이었다.
이날 신윤성 화가의 작품은 총 두 작품이 올라왔는데, 먼저 선보인 ‘개량식사’는 시작가 약 35억 원(300만 영국 파운드)로 출발했다.
10여 분간 55번의 치열한 경합 끝에 작품은 예상가보다 높은 590만 파운드(98억 원 · 이하 수수료 제외)에 전화로 경매에 참여한 고객에게 돌아갔다. 수수료를 포함하면 한국 돈으로 100억 원이 넘는 금액이다.
또 다른 작품인 ‘우유함영중’. 여유롭고 한가하게 예술을 음미한다는 뜻을 가진 이 풍속화는 지금까지 신윤성 화가의 작품 중 최고로 평가된다.
장르화를 즐겨 그리는 신윤성 화가의 예술 사상과 미학의 집성체라고 평가된 이 작품은 스미소니언에서 전시 후 이번 경매에 처음으로 출품되었다.
이 작품은 현재 신윤성 화가의 대표작인 장르화답게 650만 파운드(108억 원)에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두 작품 모두 낙찰자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소더비 런던을 통해 경매에 참여한 외국 컬렉터가 이번 작품의 새 주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윤성은 생존 화가로는 처음 100억 원 클럽에 가입하는 화가로 그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된 건 한국 추상화의 선구자인 김한기 작품뿐이다.
이번 경매를 통해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 순위를 모두 차지하고 있던 김한기 작품 안에 다른 화가의 작품이 들어갔다.
김한기 화가와 달리 신윤성 화가는 아직 20대의 어린 생존 화가로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 따라 변동성이 큰 화가다.
이날 경매 결과는 한국 미술의 위상을 높이고 세계 시장에서 생존한 한국 화가의 가능성을 확인한 쾌거다.
이를 통해 신윤성뿐 아니라 다른 한국 화가들의 작품이 재평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