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ster, don't marry that guy RAW novel - Chapter (214)
언니 그놈이랑 결혼하지 마요-213화 (에필로그 1화)(214/215)
에필로그 1화
-6개월 뒤.
반년 전 수도를 뒤집었던 엄청난 몬스터 떼의 범람 뒤 6개월간 수도에는 수많은 일이 있었다.
개중 가장 큰일을 몇 가지 꼽아 보자면, 우선 거대 상단의 반열에 든 프쉬케 상단의 뒤에 블랙윈터가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현 가주 레이야 블랙윈터가 무려 8살 적부터 관여했다는 그 상단의 현 주인은 몇 남지 않은 정통 블랙윈터 중 한 명이며 가주의 고모라는 사실까지.
이 덕에 상단 프쉬케는 천재 마법사의 스토리까지 지닌 채 날개를 펴고 승승장구하게 되었다.
두 번째로, 블랙윈터 저택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던 전전대 가주 크로노스 블랙윈터가 눈을 떴다.
그는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상태치고는 정정한 모습으로 나타나 세간을 놀라게 했다.
게다가 이뿐만이 아니었다.
“내 아들의 죄를 고하오.”
그는 직접 자신의 아들인 전대 가주, 타이탄 블랙윈터가 건넨 독을 마셨고 가사 상태에 빠진 것이라 고백했다.
이는 황제의 앞에서 고하는 자리가 되었으며, 지엄한 황제, 그리고 황제가 정한 재판관, 게다가 황실 마법사의 진실 판별 마법까지 더해진 뒤에 모두 진실임을 증명받았다.
그렇게 죽은 타이탄 블랙윈터의 마지막은 존속을 살해하려 든 졸속한 이로 남았다. 이후 차차 사람들 사이에 잊혀졌다.
아마 앞으로 점점 더 잊혀지다가 기록에조차 남지 않을 것이다.
한때 영웅이었던 자의 말로는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이것이 남은 가족들이 죗값을 치르지 않은 이에게 주는 형벌이었다.
“이렇게 되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람들은 블랙윈터의 진실이 밝혀진 뒤, 더욱더 한 사람의 이름을 연호했다.
바로, 현 세대 최연소 가주 레이야 블랙윈터의 이름이었다.
8살 적 상단을 세워 이름을 높이고, 할아버지의 독을 해독해 깨워낸 천재 대마법사.
그리고 반년 전 몬스터 떼의 원흉을 없앤, 앞으로의 역사에 길이길이 기록될 영웅의 이름.
레이야에겐 이 외에도 많은 이름이 있었다.
영웅 하덴의 친구, 악마의 책략가 베로니카의 주군, 거기다…….
“…….”
레이야는 우아하게 미소했다.
고작 반년이 지났건만 가주로 보낸 시간은 소녀를 더욱 성숙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 때문에 레이야는 막 성인이 된 나이임에도 또래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그녀가 보낸 시간이 차곡차곡 쌓인 결과이리라.
덕분인지, 레이야는 눈앞의 사람을 보고서도 태연할 수 있었다.
눈앞의 이가 천천히 입을 떼었다.
아니, 말이 나오지 않는 듯 입을 달싹였다가 끈끈이가 붙기라도 한 듯 아주 느릿하고 힘겹게 입을 여는 모습이었다.
“……내게 원하는 대답이, 있느냐.”
눈앞에 있는 이는 새빨간 머리카락을 가진 중년의 미인이었다.
붉은 머리카락 사이에는 하얗게 센 머리카락이 보였는데, 이는 나이 때문이라기보단 그녀가 겪은 세월과 독 때문이라 할 수 있었다.
그녀는 헤라 덴드라이언. 레이야 블랙윈터의 모친이었다.
레이야는 자신의 마법으로 독에 중독되었던 할아버지를 깨우는 데 성공했다.
할아버지를 깨울 수 있다는 건 같은 독에 중독된 모친 또한 해독할 수 있단 소리였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어떤 결정을 하든 널 지지하니까.”
덴드라이언의 후계자가 된 스테판은 이렇게 말했다.
설사 레이야가 모친을 살리지 않을 수도 있음에도 아주 무덤덤하게, 마치 친모의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없어요.”
그렇기에 레이야는 한 발 나아갈 수 있었다.
더는 외롭던 어린아이가 아니었으니까.
“사람을 살리는 데 이유가 있으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으니까요.”
“…….”
“저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 덕분에요.”
헤라는 복잡한 눈으로 장성한 자신의 딸을 보았다.
레이야의 탄생은 기쁨이자 그리 오래가지 못한 기쁨이었으며 곧 비극으로 이어졌다.
레이야의 탄생 직후 그녀의 부친이자 헤라의 남편인 타이탄 블랙윈터는 확 변했다.
나중에서야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더 많은 힘을 욕심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를 깨달았을 땐 그 힘의 부작용에 집어삼켜진 지 오래였다.
더는 이전의 듬직한 동료이자 사랑했던 반려는 찾을 수 없었다.
똑똑하고 현명하던 첫째 아들은 남편처럼 변해 갔다.
모든 것이 싫어지고 끝내 증오하게 된 헤라는 다 버리고 떠나고 말았다.
그 버린 것에 포함된 게 바로 눈앞의 딸이었다.
“……변명은 하지 않으마.”
“그러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무리 저라도, 변명하시면 기분이 조금 그럴 것 같거든요.”
사람을 살리는 데 이유가 없다면, 자식을 버리는 것이 나쁘다는 건 이유의 여지 없이 나쁜 일임이 분명했으니까.
“살아 있으면 됐고, 앞으로 건강해지시는 거면 됐어요.”
“…….”
“저는 태어나고 살아가는 것에, 내가 만든 삶과 앞으로 살아갈 이 삶에 만족하니까요.”
레이야는 오늘은 해독 마법 이후 경과를 보러 온 것뿐이라며 덧붙이고는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헤라는 우뚝 선 딸의 모습에서 우습게도 남편과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악마의 힘에 의해 일그러진 남편과 그 힘을 증오해 망가진 자신이 아닌, 그들이 영웅이었을 때 반짝거리던 그 모습을.
헤라는 붉어진 눈시울을 참아 냈다. 눈물은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아, 한 가지는 말씀드려야겠네요. 당신을 원망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이젠 됐어요.”
후련한 듯한 미소는 이미 오래전에 미련도 상처도 극복한 얼굴이었다.
“그래도 이건 말해야겠어요. 날 낳아 줘서 고마워요.”
“…….”
레이야는 미련 없이 돌아나갔다.
그렇기에 점차 허물어지다가 결국은 양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려 버린, 후회로 얼룩진 모친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 * *
현재 수도에서는 요상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처음에는 은밀하게 시작되었던 소문은 어느 순간에선가 세간에 확 퍼지더니, 이제는 기정사실이 된 것처럼 사람들 사이에 자리 잡았다.
“블랙윈터의 젊고 능력 있고 아름다운 가주가 남편감을 경연으로 뽑는대!”
소문은 널리 널리 퍼졌다.
처음에는 가십으로 두런두런 소비되더니, 수도를 한 바퀴 휩쓸고는 덩치를 키워 본인의 귀에 들어가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아니, 어찌하여 이제야 들어왔는지 모를 순간에 들어왔다.
“내가 남편을 오디션, 아니 경연으로 뽑는다고?”
레이야는 그야말로 기상천외한 소릴 들었다는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이었다. 성숙함이 물씬 풍기는 얼굴은 몹시도 아름다웠지만 순식간에 사나워졌다.
“대체 누가 그런 개소릴 하는 거야?”
레이야가 화가 난 건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딴 소문이 수도를 돌고 돌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인데 이제야 보고해? 붉은 겨울 싹 다 불러!”
레이야는 자신의 직속 정보기관 ‘붉은 겨울’을 모두 불러 뒤집어 놓았다.
지금은 은퇴한 1대 수장까지 불려올 정도였다.
그렇게 한바탕 뒤집은 뒤에 현재 수장 리페가 훌쩍이면서 겨우 고백했다.
“아, 아니이, 저희도 알고는 이, 있었죠…… 가주니임……. 하지만 신경 쓸 필요가, 그, 없는 소문이라 생각한걸요…… 훌쩍.”
“우는 척 말고. 아주 그냥 연기만 늘어서는.”
“앗. 하지 말까요?”
리페가 언제 눈물까지 흘렸냐는 양 활짝 웃었다.
무릇 정보 단체의 수장이란 뛰어난 배우보다 더 배우일 필요가 있는 법이었다.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말은?”
“그게…… 그렇잖아요?”
리페가 레이야의 눈치를 보며 양손 검지를 콕콕 모아서 두드렸다.
“그렇게 음, 러브러브 하신데…… 이런 헛소문을 굳이 신경 쓰실 필요가?”
“…….”
“없지…… 않나요…….”
리페가 배시시 웃었다.
어느새 발긋 붉어진 자신의 수장 얼굴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어휴, 한창때시지, 한창때.’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다.
특히나 레이야의 최측근이라면 더욱더.
레이야가 누군가와 아주 뜨겁고 애틋한 관계라는 것을 말이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레이야의 연인은 좀처럼 얼굴을 드러내거나 존재를 드러내지 않아, 신기하게도 같은 저택에서 일하는 사람임에도 말단들은 얼굴은 물론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도 허다했다.
레이야에게 평생을 바쳐 충성을 맹세하기로 한 리페는 이 사실을 알았다.
그는 바로 악마이니 말이다.
‘조심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가주님 입장에선 참 아쉬울 거야.’
리페는 이렇게 생각했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그렇지도 않나?
‘사실 그분의 미모는…… 으음, 확실히 숨기는 쪽이 더 나을 수도…….’
무수한 책과 동화에서는 악마를 두고 인간을 현혹하는 존재로 묘사한다.
실제로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끔찍한 모습을 한 악마도 많으나, 인간을 꾀기 위해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이나 동물의 모습을 한 악마가 무수히 많았다.
로이에게 피를 물려준 악마 또한 그런 쪽이었는지, 고작 반년이 지났지만 로이의 미모는 레이야 만큼이나 한창 물이 오른 참이었다.
가끔 레이야가 걸어 준 인식 장애 마법이 흐트러져서 본래의 미모가 드러날 때면, 남녀 할 것 없이 멍하니 그를 바라보는 사람이 속출했다.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 주는 지표가 될 정도였다.
“그, 아무튼 이제 신경 쓰시는 걸 알았으니, 그 소문은 얼른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쨌거나 리페는 거대한 가문, 정보 단체의 수장이었다.
이 정도 소문쯤이야 가뿐히 없앨 수 있다.
이이제이, 소문은 소문으로 없애는 법, 이번엔 어떤 나쁜 귀족 나리의 스캔들을 터트려서 이걸 덮어 볼까.
리페가 머릿속으로 취향을 고르던 중 레이야가 돌연 손을 느릿하게 들어 올렸다.
어쩐지 레이야는 눈치를 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리페…… 그.”
“네, 가주님?”
레이야는 망설이다 손을 얼굴에 얹어 두고 푹 고개를 숙였다.
“……그 소문, 로이는 어떻게 반응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