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ll Search Gets Done RAW novel - Chapter 209
210. 에필로그
그것은…… 내가 ‘유령화’를 통해 챙겨놓으라고 말했던, 열아홉 개의 정수였다.
나는 부릅뜬 눈으로 떨어져 내리는 곡괭이를 노려봤다.
그리고 바보처럼 벌리고 있던 입속으로 흘러들어오는 열아홉 개의 정수를 음미했다.
곡괭이의 앞으로, 희미하게 나타났던 시리우스의 모습이 소멸해버리는 것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 주인님…….
“시리!!”
시리가 나타났던 것은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 무사히 일을 끝마치시고, 지구에서 다시 봬요…….
아마도, 내 마음속에서 튀어나온 시리우스는 이 ‘옴니시엔트 스테이시스 필드’의 영향을 받아, 곧바로 소멸해버린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틈을 타서,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정수를 내게 건네주었던 것이고…… 잠깐만. 그 정수를 내게 건네주었다는 건…….
이런, 미친?
와그작!
문득 식도로 흘러들어 가지 않고 혀 위에서 춤을 추고 있던 정수 하나가, 나의 턱 운동에 의해 박살이 났다.
“허억!!”
방금 뭘 씹은 거지?
그게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생각을 이어가려던 찰나.
나는 안인식의 곡괭이가 진짜로 코앞까지 도달해있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
“으아아!!”
곡괭이 끝은, 볼을 스치며 붉은 혈선을 만들어냈고,
콰악!
내 얼굴의 바로 옆으로 떨어져 내렸다.
“네놈, 설마!!”
그리고 나는, 안인식의 울그락불그락 해진 얼굴을 마주 볼 수 있었다.
일평생 안인식이 이 정도로 화를 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는데.
그는 난생처음 보는, 악귀나찰 같은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평소에 화를 안 내던 사람이 화내면, 그렇게 무섭다던데…….”
분노의 곡괭이질이 다시 한 번 날아왔다.
팟!
곡괭이의 날을 가볍게 잡아낼 수 있었다.
그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무려 E급 헌터의 곡괭이질을 F급 나부랭이에 불과한 내가 잡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금은 그것이 가능했다.
“이놈!! 미물 주제에 감히 그것들을!!”
“아…… 봤냐?”
“뱉어라! 아니! 내 직접 그 더럽고 비천한 뱃가죽을 갈라서 꺼내주겠다!”
“진정해라, 탐색자.”
놈의 곡괭이를 붙잡은 손에 가볍게 힘을 주었다.
그러자 암회색의 빛이 일렁거리더니, 곡괭이의 날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한 알은 내가 실수로 깨물어 먹었고, 나머지의 알들은 아무래도…….”
탐색자가 빙의된 안인식은 날이 없는 곡괭이의 손잡이를 두 손으로 잡은 채, 내 배를 향해 일직선으로 찔러 들어왔다.
“이미 살살 녹아서 흡수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그것을 피하지 않았다.
화륵!
나무로 된 곡괭이의 손잡이는 내가 손을 대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자기 혼자 성냥개비처럼 발화했고, 이내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이놈!! 크아아아아아아!!”
일순 놈이 만들었던 새하얀 공간이 걷혀졌다.
그리고 동시에, 눈앞에 수많은 메시지들이 연달아 떠올랐다.
[을 습득하셨습니다.] [을 습득하셨습니다.] [을 습득하셨습니다.] [을 습득하셨습니다.] [을 습득하셨습니다.] [을 습득하셨습니다.] [을 습득하셨습니다.] [을 습득하셨습니다.] [을 습득하셨습니다.] [을 습득하셨습니다.] [을 습득하셨습니다.] [을 습득하셨습니다.] [을 습득하셨습니다.] [을 습득하셨습니다.] [을 습득하셨습니다.] [을 습득하셨습니다.] [을 습득하셨습니다.] [을 습득하셨습니다.]그때 기절한 안인식이 우주의 미아가 되어 둥둥 떠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곧장 그를 향해 짙은 마나로 이루어진 보호막을 덧씌워주었고, 지구로 날려보냈다.
《하찮고 해악한 미물이여!! 네놈을 통째로 집어 삼켜주겠다!!》
완전히 본체를 드러낸 탐색자는 생명 에너지로 이루어진, 지금까지 봐왔던 그 어떠한 덧없는 자들보다도 훨씬 거대한 몸체를 드러냈다.
그리고 그 가장자리에는 ‘전지의 권능’에서 흘러나오는 새하얀 빛 무리가 태양의 코로나처럼 은은히 불타올랐다.
《일족의 권능이 담긴 정수를… 그리고 감히 미물 따위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나, 탐색자에게서 비롯된 그 힘을……!!》
나를 향해 불기둥이 쏟아져 내리고 벼락과 암석이 휘몰아쳤다.
빛이 산란하고 공간이 일그러졌다. 운석과 혜성이 쏟아졌고, 태양과 별 그리고 암흑물질과 아원자들이 내 눈앞에서 폭발해나갔다.
그것들은 모두 화염과 벼락, 냉기와 물, 바람과 땅, 빛과 어둠, 물리력과 마력, 염동력과 정신력…….
셀 수 없는 수많은 힘에 의거한 각양각색의 스킬이었다.
《그 힘은 모두 내 것이었어야 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모조리 되돌려 받아주겠다!!》
그리고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탐색자에게 약 4조 개의 사용 가능한 스킬이 있다면, 현재의 나에게는 1조 개의 스킬이 있었다.
즉, 스킬 3조 개의 갭이 나와 놈의 사이에 존재하는 것.
그러나 그 갭은, 내 몸에 흡수되어버린 덧없는 자들의 권능이 빼곡하게 메워주고 있었다.
“…….”
고요했던 우주 공간에서 믿기 어려운 대폭발이 쉴 새 없이 일어났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커다란 굉음은 도리어 아무 소리도 만들어내지 않았다.
산란하는 각양각색의 빛무리들은 새카만 우주라는 도화지를 알록달록 물들일 뿐이었다.
그 하나하나의 색들이 모여 새하얀 광채를 만들어냈고, 그것은 새카만 우주를 새하얀 백지(白紙)로 탈바꿈시켜놓았다.
그것은. 그 과정은, 사뭇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했다.
***
“여긴…….”
문득 정신이 들었다.
쿠콰과과과과과과과.
푸르디푸른 지구가, 점점 거대해지며 다가오고 있었다.
아니, 내가 그쪽으로 다가가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하나의 혜성이 되어, 불타는 꼬리를 길게 만들어내며.
아래로 추락하는 중이었다.
“탐색자는 어떻게 된 거지?”
탐색자와 셀 수 없는 스킬의 공방을 펼쳤다.
그저 무아지경으로 싸웠다.
그로 인해 나는 크게 다쳤고, 탐색자 또한 엄청난 생명 에너지를 소모했다.
그것이 내가 기억할 수 있는 마지막 모습이었다.
결국 내가 이긴 것일까? 아니면 영락없이 패배한 채 지구로 추락하고 있는 것일까?
정확히 어떻게 되었는지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나는 죽어가고 있었다.
나에게는 가공할 회복력이 존재했지만, 이상하게도 지금은 그 회복이 잘 먹히지 않는듯했다.
또한 피곤했다.
생각을 이어나가는 것만으로, 극심한 체력소모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래. 잘은 모르겠지만…….”
이제는 그저 머릿속에 단 한 가지 생각만 맴돌고 있었다.
“이 정도면 된 것이 아닐까…….”
그리고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몸은 힘없이 지구를 향해 추락하고 있었으나 왠지 모르게 이 상태가 편안하고 안락하게 느껴졌다.
***
삑. 삐익. 삐이익.
오래된 심박 측정기가 힘없이 울렸다.
나는 침상에 누워있었다.
‘여기는…….’
침침한 눈을 간신히 치켜뜨고는, 옆을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불타는 서울의 모습이 보였다.
그 절망의 마천루 사이에서, 반파되어 상층부가 무너져 내린 쇄도 길드의 사옥 또한 눈에 띄었다.
“으으읍.”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팔을 들어 올리려 했지만, 그조차도 쉽지 않았다.
‘그런가.’
나는…….
‘그랬던 건가.’
이 모든 건 사실…….
“오오, 깨어나셨습니까?”
“우읍.”
일면식 없는 이였다.
누구였는지 잘 생각도 나지 않았지만, 이 자는 나를 보살펴주고 있었다.
아마도 쇄도 길드에서 명목상으로 보낸 직원이었던 것 같은데.
그는 무릎에 올려놨던 노트북을 착 덮더니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장, 의사 선생님을 불러오겠습니다.”
“…….”
일면식 없던 직원이 자리에서 떠난 뒤, 병실에 홀로 남은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토록 생경한 꿈을 꾸게 되다니.
마음이 뒤숭숭했고, 머리가 복잡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왠지 모르게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천천히 내 이름을 되짚어보았다.
‘한세훈.’
꿈속에서의 일이 여전히 눈앞에 선했다.
‘생각해보면, 전부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
어린 시절의 내게 미래의 기억이 흘러들어왔다.
말도 안 되는, ‘스킬 검색’이라는 스킬이 생겨 온갖 스킬들을 익혀나갔다.
대한민국을 불바다로 만들고, 세상을 이 모양 이 꼴로 만들었던 칼라미티의 비밀에 대해서 미리 파헤쳤다.
그들이 가져갈 기회를 훔치고 내 것으로 만들었다.
이미 알고 있던 정보를 이용해 사업을 벌였고 큰돈을 벌어들였다.
역사에 이름을 남기며 스러져갔던, 유명한 헌터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었다.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서서, 그들과 등을 맞대고 칼라미티와 맞서 싸웠다.
무너진 칼라미티의 뒤에는 덧없는 자들이라는 알 수 없는 존재들이 있었고, 놈들을 상대로 다시 한 번 맞서 싸웠다.
마침내 탐색자라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존재까지 나타났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부었고, 최후의 최후까지 그자와 맞서 싸웠다.
그리고는, 지구로 추락하며 의식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것이 내가 꾼 꿈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즐거운 꿈이었어.’
나는 그 꿈에서 깨어났다.
‘깨어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내 나이 108살.
곧 자연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이미 꿈속에서 흘러들어왔던 미래 기억 속에서, 이미 죽음을 겪어보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마치 데자뷰처럼, 곧이어 닥쳐올 죽음의 앞에 선 나를 사뭇 초연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래, 죽은 뒤에도…….’
얼마 안 있어 들게 될 영원한 안식 속에서.
만약에 가능하다면, 그 꿈을 다시 꿀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스르륵.
슬며시 눈을 떠보았다.
여전히 병실이었다.
들어 올리지 못했던 나의 손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깁스와 붕대에 칭칭 감겨있어서 쉽사리 움직이기 어려웠던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원래 나에게 이러한 처방이 내려져 있었나?
이건 마치 뭔가에 잔뜩 두들겨 맞거나, 큰 사고를 당한 사람에게나 하는 응급처치일 터.
그러한 일은 방금 전에 꾸고 있던 꿈속에서 있었던 일 외에는 겪은 바가 없었다.
문득 깁스 끄트머리에 삐져나와 있는 나의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쭈글쭈글한 108살의 할아버지의 손가락 대신, 탱탱하고 길쭉한 손가락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내 입을 만져보았다.
“어어…….”
그곳에는 산소마스크가 씌워져 있었고, 제대로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이가 들어 굳어버린 혀 때문에 말을 못하는 게 아니라, 이 기구 때문에 발음이 잘되지 않는 것이었다.
‘잠깐만. 이건.’
벌컥.
그리고,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의사인가?’
그게 아니라면, 어쩌면 나의 영혼을 유계로 이끌기 위해 찾아온 저승사자가 아닐까도 싶었지만 이내 그러한 의심은 사라졌다.
“이쪽입니다.”
들어온 것은 의사도, 저승사자도 아니었다.
그는 방금, 의사를 데리고 오겠다며 나갔던 일면식 없는 사람이었다.
아니 잠깐.
이제 보니 마냥 일면식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자세히 보니, 저 사람은 분명 암중모색 길드 소속의 탐지 계열 헌터 중 한 명이었다.
그리고…….
‘이건 설마…… 꿈속의 꿈인가?’
나는 그의 뒤쪽으로 연달아 들어오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세….”
가장 앞장서 들어온 사람은…… 어떻게 저 사람이, 여기에?
그것도 젊디젊은 모습으로…….
이 사람은 머나먼 과거, 자이언트 크랩 던전에서 죽은 마법사였다.
이름이…… 방화연이었던가?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 활짝 웃는 얼굴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래. 그랬던 건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이곳은 저승인가.’
유계 혹은 아스트랄 차원이라고도 불리는. 즉, 영혼의 세계일 수도 있었다.
꿈속에서 시리우스가, 이쪽 계통 스킬을 잘 사용했었지.
“세훈 씨!!”
그리고, 방화연의 영혼은 나에게 달려와서 그대로 엎어져 쓰러졌다.
“커헉!”
그 충격파에 의해, 내 입에 씌워져 있던 산소호흡기가 튕겨져 날아올랐다.
영혼의 무게가 원래 이렇게 무거웠던가?
뒤이어 달려온 것은 연소율과 사라였다.
그 둘은 서로를 노려보는 동시에, 앞장서서 걸어오고 있었다.
“사라 씨, 좋게 이야기할 때, 그 검 집어넣으세요. 거듭 말하지만, 저는 한세훈 씨를 병문안하기 위해 찾아온 손님이에요. 계속 이러시면 정당방위로써 당신을 제압해버릴 테니 각오하시는 편이 좋을 거예요.”
“정당방위요? 좋죠! 기왕 이렇게 된 거, 누가 정처인지, 혹은 누가 첩인지 이 자리에서, 모두가 보는 앞에서 제대로 결판을 내보도록 해요!”
“뭐라구요? 저는 그런 건 잘 모르겠고, 어쩐지 이 자리에서 당신을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은 확실하게 드네요……!”
그리고 그 둘의 옆으로 김마리와 윤희망이 다가와서 고조되는 분위기를 가라앉혀 주었다.
“한세훈 씨는 안정을 취해야 하니 부디 진정해주시길 바래요!”
“맞습니다. 소란의 경우 나가서 피워주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그 다음으로 시리우스와 카펠라가 다가왔다.
방화연에게 끌어안긴 채, 으르렁거리는 연소율과 사라, 그 둘을 말리는 김마리와 윤희망을 멍하니 바라보던 중…….
시리우스와 카펠라가 내게로 다가왔다.
“드디어 깨어나셨군요, 한세훈 씨.”
“…….”
나는 그 둘에게로 시선을 옮긴 채 생각했다.
“꿈이…… 아니었던 건가?”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주인님.”
카펠라의 옆에 어색하게 서 있던 시리우스가, 내게 천천히 말을 건네 왔다.
“저의 분신이, 탐색자가 펼친 ‘옴니시엔트 스테이시스 필드’에 의해 소멸해 나가며 마지막으로 봤던 장면을 설명해도 될까요?”
나는 멍하니 병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벅차오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이건 꿈이 아니었다.
이곳은 유계나 저승 따위도 아니었고.
그 생경했던 꿈은 그냥 현실이었다.
방금까지는 그저, 지난날에 겪었던 너무나도 비현실적이며 가혹한 싸움 끝에, 그만 현실감각을 잃어버렸던 모양이었다.
나는 시리우스의 눈을 마주 보며 시선을 고정했다.
그리고 가볍게 턱을 움직여주었다.
끄덕.
“주인님께서는 탐색자로부터 수없이 많은 종류의 공격을 받으셨어요.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는 종류, 정신과 영혼을 공격하는 간접적인 종류 그리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셀 수 없는 가짓수의 디버프와 지속 효과들까지…….”
그렇게 설명을 이어가는 시리우스의 옆에서, 카펠라가 성십자회의 묵주 하나를 내 배 위로 올려놓았다.
“미안해요. 마음 같아서는 제 모든 힘을 쏟아서 한세훈 씨의 회복에 보탬이 되고 싶은데, 보시다시피 그때 이후로 신성력을 다룰 수 없게 되었어요.”
“신성력을 못쓰신다니요?”
“지금 한세훈 씨의 회복이 더딘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에요. 지금까지 확인된 바에 의하면, 성십자회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힐러들이 신성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거든요.”
그녀의 설명을 듣던 도중, 나는 문득 한 가지 질문을 건넸다.
“탐색자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카펠라는 그 질문을 듣더니 곧바로 입을 열었다.
“헌터협회와 나사에서 한세훈 씨와 탐색자의 전투를 관측했어요. 그리고 최종적으로 탐색자의 흔적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해요.”
“다행입니다…….”
그렇게 잠시 카펠라, 시리우스와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천천히 걸어 들어온 김정수와 안인식이 나에게 말을 건넸다.
“흘흘. 세훈 군을 보고 있으면 내가 한창 젊었을 때가 생각난단 말이지.”
“어르신은 이미 젊으십니다. 누가 보면, 저랑 친구냐고 물어볼 겁니다.”
“칭찬이 많이 늘었구먼. 그런데 인식이, 자네는 그 몸으로 돌아다니는 게 좀 괜찮은가?”
“저도 헌터입니다. 그깟 우주 좀 맨몸으로 다녀왔다고 어떻게 되지는 않습니다.”
그다지 넓지 않았던 병실은, 어느새 가득 차버렸다.
나는 열린 문 바깥으로 늘어서 있는 수많은 사람을 바라보았다.
“아아…….”
모두가 나의 병문안을 위해 찾아온 이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사이를 비집고, 의사가 낑낑대며 들어섰다.
“한세훈 씨. 몸의 상태는 좀 어떠신 것 같습니까?”
순간.
그의 얼굴에 칼라미티의 보스였던, 아이작 T 케이크의 얼굴이 비쳤다.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으나, 나는 그것이 헛것임을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럴 리가 없겠지.’
어느새 평범한 의사의 모습으로 되돌아온 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의 안색을 천천히 살피고 있었다.
현재의 상태를 물어보는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저의 상태는…….”
그러나, 나는 의사의 질문에 곧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의사의 말에 대답을 해주려면, 나의 상태를 제대로 확인해보아야 했기 때문이다.
“한세훈, 인물 검색(Character Search).”
────────────────
한세훈 (22, 남)
레벨 4,835,703,278,458,516,698,824,539 (82%)
상태 : 정상
······
남은 스킬 포인트 : 4,835,703,278,457,417,187,196,664
────────────────
떠오른 정보창을 바라보며, 나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레벨은 4자 8천 해…… 거의 5자에 가까운 수치였고, 남은 스킬 포인트 또한 비슷했다.
“이 스킬 포인트를, 대체 언제 다 찍지?”
내가 중얼거리듯 뇌까리는 혼잣말에, 의사가 걱정스러운 듯 나에게 되물었다.
“저…… 한세훈 씨?”
의사의 말에 병실의 모든 이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는 그 침묵을 깨며 대답을 이었다.
“상태는…… 정상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