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117
117화. 안 통하면 안 통하는 대로.
버팔로 클럽이란 얘기를 듣고 팀원들 모두 서로 눈빛을 교환한 뒤.
끄덕-
치헌이 진철에게 답했다.
“합시다. 합동수사.”
*
잠시 후, 금융범죄수사대 회의실.
“안녕하십니까 저는 금수대 1팀장 최정규 경감입니다.”
부리부리한 눈. 각진 턱선.
이국적으로 생긴 남자가 자기를 소개했다.
나이는 경수와 비슷해보였다.
“유능하신 광수대 1팀 분들과 합동수사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가 치헌에게 목례를 했고 치헌도 꾸벅 인사를 받았다.
“다들 잘 알고 계시겠지만 저희가 말씀드린 검은돈이란 건.”
그가 곧장 전면 스크린에 비쳐진 피피티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범죄수익을 말하는 겁니다. 지금 저희가 하려는 수사는 이 검은 돈, 특정 범죄로 얻은 부정 이익을 돈세탁하려는 세력을 추적하는 것이고요.”
돈세탁.
범죄수익을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인 것처럼 위장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 행위를 한 자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과정에서 일정금액 이상의 세금포탈, 해외로 자금을 빼돌린 혐의 등이 확인되면 특가법까지 적용될 수 있다.
“저희가 검거해야 할 대상은 백성용.”
화면에 정장차림의 남자 사진이 떴다.
짧은 머리, 넉넉한 덩치. 사나운 인상의 중년 남자.
“전직 조폭 출신으로 서울 일대 사창가 유리방 및 성매매 오피스텔을 운영하는 자입니다. 최초 경제팀에서 사창가 단속 건 성매매 관련 혐의를 조사하던 중 자금세탁 움직임을 인지, 저희에게 정보가 전달되어 수사 착수하고 혐의를 확인했습니다.”
이 수사도 꽤나 오랫동안 진행이 된 것 같았다.
지방청은 확실히 이런 수사 연계가 잘 된다.
부서를 연계해 여죄를 털어내면, 수월하게 해당 범죄세력을 와해시킬 수 있다.
“경제팀에서 추정하는 사창가 유리방 수익만 해도 일 년에 30억이 넘습니다. 오피스텔까지 합치면 더 어마어마하겠죠. 백성용은 약 5년간 버팔로에서 돈세탁을 했으며, 그 금액은 2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개인이 5년간 세탁한 금액만 200억 원.
실로 엄청난 금액이다.
이러니 사람들이 범죄수익의 유혹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돈세탁 경로를 보면.”
피피티 화면이 넘어갔다.
그림과 화살표로 보기 좋게 정리 해놓은 자료.
“먼저 백성용이 버팔로 클럽에 돈을 세탁시킬 직원들을 위장취업 시킵니다. 실제로 일은 하지 않고 월급만 받을 명목으로요. 그 뒤엔 백성용 일당이 직접 클럽에 방문해 고가의 술들을 주문합니다. 그래놓고 결제를 할 때는 돈을 훨씬 더 얹어서 결제하죠. 예를 들어 부스비용과 술값을 합쳐 2천만 원이 나왔다고 치면, 결제는 5천만 원을 하는 겁니다.”
저렇게 큰 금액의 술과 부스 값이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그럼 3천만 원이 남게 되죠? 이 금액을 위장취업 시켜놓았던 직원들에게 분할해 급여로 지급합니다. 그 직원들은 통장으로 급여를 지급받고, 이 금액을 현금으로 인출해 백성용에게 전달하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버팔로 측에서도 월급 경비 명목으로 세금혜택을 볼 수 있고, 백성용도 검은 돈을 깨끗한 돈으로 세탁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나중에 돈의 출처를 추적한다 하더라도 그 끝은 ‘버팔로 클럽 급여’로 마무리되는 것이죠. 범죄수익이 꽁꽁 감춰지는 겁니다.”
세탁 방법을 들으니 자동으로 수사 방법이 머리에 떠올랐다.
“최초 버팔로 클럽에 MD급 직원이 너무 많이 등록되어 있다는 사실에 의문을 갖고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버팔로 직원 하나가 마약 사건 관련해서 마수대에 검거되면서 이 위장취업과 돈세탁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그의 진술이 전부인 ‘정황’뿐입니다. 이제 증거를 잡아야겠죠.”
열심히 설명하던 정규가 치헌을 돌아봤다.
“사건이 버팔로 클럽에 관련이 되어 있는 만큼, 최근에 가장 버팔로 관련 사건을 많이 맡으셨던 광수대 1팀 분들에게 도움을 좀 받고 싶었습니다. 수사 중에 다른 여죄가 밝혀지면 광수대에서 맡고 있던 사건에 대한 실마리도 잡을 수 있을지 모르니 서로 윈윈하는 수사라 생각했고요.”
“맞는 말씀입니다.”
“저희가 구상한 검거작전을 설명드릴 테니 좋은 의견이 있으면 말씀해주십시오.”
피피티 화면이 다시 넘어갔다.
검거작전이 설명되어 있는 자료.
“버팔로에서 월급이 지급되는 날은 매달 21일. 이틀 뒤입니다. 저희는 입수한 정보를 바탕으로 위장취업한 각 MD들에게 매복조를 붙일 겁니다.”
나는 정규의 설명을 들으며 그가 나눠준 수사 자료들을 세심히 훑어봤다.
“무전으로 상호 위치를 확인하며 돈 인출 시점부터 뒤를 밟을 겁니다. 어차피 현금을 인출해 전달하는 것이니 백성용을 직접 만나지 않고는 안 될 거예요. 현금을 든 MD들은 결국 백성용이 있는 어느 곳에서 모이겠죠. 그때 현장을 덮치는 겁니다. 돈을 건네는 그 시점에 그들을 체포함으로써 검거와 동시에 혐의를 입증해버리는 거죠.”
세탁한 돈을 MD들이 인출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백성용에게 전달되었다는 증거를 잡지 못하면 백성용의 혐의를 입증하기는 곤란하다.
출처를 지운 채 전달되는 현금의 최종 수익자.
그의 혐의를 입증하는 방법은 정규의 말대로 현장을 덮치는 것밖에 없다.
그렇게 검거와 동시에 혐의를 입증한다는 구상은 괜찮았다.
“혹시 이 수사방법에 대해 광수대에서 해주실 말씀 있으십니까?”
하지만.
“MD들을 이용해 백성용을 잡겠다는 접근방식은 좋습니다.”
그의 작전엔 커다란 오류가 있다.
“허나 어디에 수사력을 집중해야하는지는 완전히 잘못 짚으셨어요.”
“……”
일순 회의실에 차가운 냉기가 흘렀다.
모든 사람들이 황당하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뭘… 잘못 짚었다는 거죠?”
애써 표정관리를 하고 있는 정규의 눈 옆이 불규칙적으로 떨렸다.
“최팀장님이 처음에 설명하셨듯 이 작전의 목표검거대상은 백성용입니다. 그럼 MD가 아닌 백성용 위주로 수사 인력을 배치해야죠. 방금 말씀하신 작전은 MD에 너무 많은 수사력이 치중됩니다. 수사 최종 목적과 상충되죠.”
“현재는 백성용의 행방을 모르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MD들을 통해 그를 추적하려는 작전을 짠 거고요.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백성용에게 어떻게 수사 인력을 배치한다는 말입니까?”
“모르면 ‘예측’해야죠. 그러려고 그렇게 정황을 면밀히 검토하신 것 아닙니까?”
“…?”
눈썹을 찌푸리는 그에게 내가 계속 말했다.
“서류를 보니 위장 취업된 MD가 30명이 넘습니다. 이들 모두가 각각 돈을 인출하진 않을 겁니다. 어차피 백성용에게 들어갈 돈이니 소수 인원만 카드 여러 개를 들고 본인인증이 필요 없는 ATM기에서 인출할 확률이 높습니다.”
ATM기 한도인 600만원 씩 인출해 합치면 약 2억 원.
이 현금을 굳이 서른 명이서 나눠 옮기게 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럼 저희가 해야 할 일은 어떤 MD가 실제 전달책인지 검토해 그들에게 최소한의 인력만 감시조로 붙이는 겁니다. 전달책들은 경찰 수사에 대비해 철저한 교육을 받거든요.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우면 돈을 목적지에 전달하지 않습니다. 괜히 빙 둘러 엉뚱한 곳으로 가버리죠. 수사 인력을 많이 붙일수록 작전 실패 확률만 높인다는 겁니다. 직접적으로 뒤를 밟는 건 더더욱 해선 안 되고요.”
“……”
“예상 전달책이 나오면 이어서 예상 목적지를 그려야 합니다. 그 목적지에 최대 수사 인력을 배치해야겠죠. 그곳이 목표인 백성용이 있는 곳이니까요. 작전을 거꾸로 짜야 합니다. 전달책을 이용해 백성용을 추적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용이 있을 만한 곳을 먼저 추려놓은 후, 전달책의 움직임을 참고해 목적지를 최대한 빨리 확정하고 인력을 투입하도록 작전을 구상해야 합니다.”
설명이 끝나고 보니 다들 표정이 조금씩 풀어졌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다는 듯.
“말씀은 감사한데요.”
하지만 여전히 용납할 수 없다는 듯 눈 옆을 떠는 사람도 있었다.
“저희가 광수대에 합동수사를 요청한 건 어디까지나 지원을 받기 위함이지 작전 주도를 요청한 건 아닙니다.”
눈이 더 부리부리해진 정규가 나를 보고 계속 말했다.
“이번 수사는 우리 금수대 3개 팀이 참여하고 1팀장인 제가 총괄합니다. 광수대에선 호의적으로 이번 작전에 참여해주시기 바랍니다. 작전의 단점만 보려 하지 마시고요.”
“……”
“광수대 의견 잘 참고해서 작전 세부구상까지 짜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틀은 이대로 유지할 겁니다. MD들 뒤를 밟아 백성용을 잡는 방향으로요. 제 입장에선 이 넓은 서울시 내에서 백성용이 있을만한 위치를 예측한다는 게, 또 30명이 넘는 대상 중 실제로 돈을 인출하는 MD를 선별한다는 게 더 허무맹랑한 소리로 들리거든요.”
가만히 나를 쳐다보는 그.
나는 더 이상 반박을 하지 않았다.
반박할 수가 없어서가 아니라 계속 대립하다가는 ‘합동’이라는 수사의 의미가 깨질까봐.
나는 어떻게 이 수사를 성공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팀장님.”
작은 목소리로 치헌을 불러 요청사항을 일러줬다.
가만히 내 말을 다 들은 치헌이.
“좋습니다.”
밝은 얼굴로 정규에게 말했다.
“최팀장님 말씀대로 탁경위가 너무 작전의 단점만 본 것 같네요. 말씀하신 작전 그대로 가시죠.”
“……”
“대신 저희에게 매복조 배치와 무전 지휘 권한을 주셨으면 합니다. 명색이 합동수사인데 저희 광수대에서도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일전에 기동대 두 개 제대와 한 개의 경찰서 지역경찰 전체를 동시에 지휘한 경험이 있는 만큼, 권한을 주시면 이번 작전도 금수대분들과 함께 잘 수행해보겠습니다.”
박지석의 사체가 나왔던 배림동 주택가에서 치헌이 기동대원들과 지역경찰을 지휘한 것.
이 일화는 아주 유명해서 서울청 경찰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합동수사를 요청한 판에 이 제안까지 거절할 수는 없을 터.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그렇게 합동수사 설명이 끝나고 서로의 역할까지 확정한 뒤.
“이틀 뒤에 뵙겠습니다.”
회의가 끝이 났다.
*
금수대 회의실에서 나온 뒤.
“금수대 1팀장, 확실히 욕심이 있어. 절대 주도권을 안 넘기려고 하네.”
경수가 복도를 지나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번 수사로 인사고과 제대로 받아보려 하겠지. 지방청 온 경감 중에 승진욕심 없는 인간이 없거든. 나는 좀 예외고.”
치헌이 귀를 후비며 그의 말을 받았다.
그리고는 나를 돌아보고 물었다.
“그런데 정태야 어쩌냐. 네 말대로 무전 지휘권은 따놓긴 했다만, 최정규 팀장 영 말이 안 통하는 사람 같던데.”
“말이 안 통하면 안 통하는 대로 수사 해야죠.”
나는 덤덤히 답하며 휴대폰을 꺼내.
뚜뚜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울린 후.
= “네 정환탭니다.”
= “탁정태입니다.”
내가 곧장 그에게 용건을 말했다.
= “혹시 백성용에 대해서 중범에서 수사한 적이 있습니까? 자료 좀 받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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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나도 경찰기관이 아닌 외부에서 하는 건 처음이야.”
오늘은 퇴근 후에 정우와 단둘이 만났다.
그가 선물해준 펜에서 홍설희에 대한 단서를 입수했기에, 고마움의 표시로 그가 원하는 것을 같이 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그가 원하는 곳에 와 있다.
“그런데.”
내가 권총 빈 약실을 확인하며 물었다.
“총은 왜 쏴보고 싶다고 한 거야?”
첫 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