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119
119화. 더 퀸.
– “광하나장(광수대 1팀장)입니다. 금하나(금수대 1팀)부터 수신양호 구연(연락)바람.”
차에 올라탄 뒤 치헌이 무전하자.
– “금하나 양호.”
– “금둘 양호.”
– “금 셋도 양호입니다.”
수신양호 무전이 들려왔다.
– “광하나 변기섭 등원(경찰관), 우현민 등원도 양호.”
다른 차를 타고 출발한 기섭의 목소리도 들렸다.
우리 차엔 나와 치헌, 경수가 타고 있다.
– “각 차량들 배치장소 공착(도착)하면 공착소고(도착보고)바람.”
치헌이 다시 지시하자 일제히 ‘칠팔(알겠다.)’하는 답신이 들려왔다.
“자, 여기서 천천히 가다가.”
그리고 가장 늦게 출발한 우리 차는 앞의 금수대 차량 행렬을 따라가다가 점점 속도를 늦춰.
“우회전 해.”
끼익-
배치표 정 반대방향으로 차를 돌렸다.
#
잠시 후, 금수대 1팀 최정규 팀장 외 2명이 탄 차량.
“배치 장소를 잘 고르긴 했네. 은폐되면서 전방은 탁 트인 이런 곳을 어떻게 찾았지?”
정규가 배치장소 주변을 둘러보며 잠시 감탄하더니.
“경진아.”
“예, 팀장님!”
“전방 주시 잘 해야 한다. 사진 계속 보면서 인상착의 숙지하고.”
“알겠습니다!”
막내인 박경진 경장에게 임무를 맡기고는.
드르륵-
의자를 완전히 뒤로 젖혀 누웠다.
“의진아.”
그리고는 조수석에 앉은 조의진 경사를 불렀다.
“네.”
“너도 귀찮겠지만 경진이 옆에서 좀 도와주고.”
“귀찮다뇨. 별말씀을 하하.”
그때 박경진 경장이.
– “금하나 배치장소 공착했습니다.”
무전으로 도착 보고를 하자.
– “칠팔. 지시나 특상(특이사항) 있을 때까지 구동(이동) 금지입니다.”
– “칠팔입니다.”
치헌이 다시금 무전으로 지시를 강조했다.
“하 거참 아까 회의실에서부터 더럽게 이동금지 이동금지 거리네. 오줌도 싸러 가지마란 소린가?”
정규가 궁시렁거리더니 다시 등을 기대 누우며 말을 이었다.
“의진아. 광수대 놈들이 무전 지휘하는 거 띠꺼워도 좀 참아. 그게 다- 우리를 위한 길이니까.”
“넵.”
“이슈가 되는 애들을 끌어 모아야 사건이 더 집중을 받을 수 있어. ‘탁정태 경위 및 광수대 1팀이 참가한 작전’ 이런 타이틀이 걸려야 청장한테 임팩트가 빡 꽂힌다고. 잘 하면 뉴스에도 날 걸?”
“맞습니다.”
“어차피 광수대 애들은 들러리야. 총괄은 금수대, 그 중에서도 우리 팀이 하니 공은 우리가 먹는 거지. 검거도 당연히 쪽수가 많은 우리 쪽에서 할 거고. 이번 수사 잘 끝나면 올해 나는 심사하고 너는 특진하고 이러면 되는 거야. 티오도 딱 맞게 내려올 예정이니까.”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그래. 오늘만 딱 고생하자.”
– “금둘도 공착했습니다.”
– “금셋도 공착.”
– “광하나 변등원도 공착입니다.”
정규의 차량 도착 이후로 다른 차량들도 모두 현장에 도착했다는 무전이 들려왔다.
······
그리고 그 도착 무전을 마지막으로 이후 몇 시간 동안.
“뭐야? 시발 이거 너무 오래 기다리잖아. 목표 대상 나오는 거 맞긴 한 거야?”
아무 무전도 들려오지 않았다.
#
그 시각, 나와 치헌, 경수가 있는 차량 안.
“너무 오랫동안 무전이 없는 거 아닙니까?”
경수가 쿡 찌르듯 말하자.
“뻘 소리라도 한 번 할까?”
치헌이 곧장 응답했다.
경수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 “아… 저…”
치헌이 무전기를 들었다.
– “전 차량 별다른 특상(특이사항)은 없습니까?”
– “금하나 전무입니다.”
– “금둘 전무입니다.”
···
전무라는 답신이 연속으로 들려왔다.
이어서.
– “광하나, 여기 금하난데요. 목표대상 움직임이 아예 없는데, 다른 지시사항 없습니까?”
정규가 퉁명스럽게 다른 지시사항 여부를 물었다.
– “없습니다. 전 차량 계속 둘기(대기)하세요. 매동(이동) 금지입니다.”
치헌이 더 퉁명스럽게 답신했다.
금수대 직원들이 궁시렁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하, 답답하구만.”
별 소득 없이 시간만 계속 가니 이제 치헌도 초조한지 조금씩 안색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는 아마 평소 작전보다 몇 배는 더 신경을 쓰고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지금 금수대 몰래 작전 속 작전을 하고 있으니까.
나는 이틀 전 금수대와의 회의 직후 환태에게 전화해 중범이 갖고 있는 백성용 수사 자료를 다 받았다.
이에 더해 서울청 질서계에도 방문해 백성용 단속 자료를 받았다.
이 자료들로부터 백성용이 현금을 전달받을 만한 곳을 추려냈다.
나와 치헌, 경수는 내가 추려낸 그 장소 인근에 대기 중이다.
“기섭이랑 현민이 졸다가 여자 애들 놓친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요.”
물론 현금 전달 장소를 추리기 전에 실제 전달책으로 예상되는 MD부터 선별했다.
나는 백성용이 위장 취업을 통해 버팔로 클럽으로부터 급여를 지급받는 30여 개의 통장 중 대부분이 대포통장일 것이라 예상했다.
또 그 대포통장의 실제 명의자들은 자신이 관리하는 유리방이나 오피스텔 여성들일 것이고.
불법성매매에 몸담고 있는 여성들은 대포통장 신고 위험도 적고 명의도 마음대로 쓰기 쉬우니까.
그래서 중범과 서울청 질서계에서 백성용 수사 당시 검거했던 성매매 여성들 목록과 MD 목록을 대조해 겹치는 사람들을 찾았다.
그리고 그중 사창가 유리방 일대 재개발로 일자리를 잃은 성매매 여성들을 제외시켰다.
백성용이 자기 업장을 떠난 여성들에게 거금 운송을 맡기진 않았을 테니까.
그렇게 다 제외하고 보니 최후에 남는 MD는 두 명.
백성용이 끝가지 케어하며 데리고 다녔던 여성들만 남았다.
그들의 거주지를 파악해보니 마침 같이 살고 있었고, 그쪽에 기섭과 현민을 붙였다.
물론 기섭과 현민이 있는 곳도 금수대에 나눠준 배치장소와는 전혀 다른 곳이다.
배치 장소는 대포통장 명의자들의 주소를 그대로 적용해 놓은 것.
다시 말해 금수대 인원들은 현재 아무 실익 없는 장소에 대기 중이다.
그곳엔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다.
“기섭이한테 무전 한 번 해봐야겠다.”
그렇게 말하고 치헌이 무전 채널을 몇 칸 돌렸다.
우리 팀은 금수대와 공유하는 망과 다른 무전망 하나를 별도로 더 쓰고 있었다.
– “기섭아. 자는 거 아니지?”
– “에이, 무슨 소리십니까. 자다뇨. 눈 벌겋게 뜨고 보고 있는데.”
기섭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애들 움직임 없냐?”
– “화장실도 안 가고 몇 시간째 보고 있는데 코빼기도 안 보이네요. 얘들 오늘 나오는 건 맞습니까?”
– “아마 이제 곧 나올 거야. 월급 지급 시간은 이미 지났으니까.”
사전에 파악한 버팔로 클럽 월급 지급 시간은 16시에서 18시 사이.
그래서 우리는 15시부터 매복을 하고 있었는데 18시가 지난 지금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정태야.”
경수가 치헌과 비슷한 표정을 하고 내게 물었다.
“뭐, 네 예측을 의심하는 건 아닌데. 애들 이리로 오는 거… 맞겠지?”
“맞습니다. 현금 전달할 마땅한 장소는 여기 밖에 없어요.”
“흠…”
“변기섭 부장님, 우현민 부장님도 전달책이 나오는 타이밍만 보기 위해 그곳에 배치한 거지, 사실 그분들이 없어도 전달책이 오늘 이리 올 것이라는 건 변함이 없습니다. 백성용은 항상 월급 지급 당일에 돈을 걷었으니까요.”
룸미러로 나를 가만히 보던 경수가.
“아 소올-직히 말하면, 이 넓은 서울 시내에서 백성용 나타날 곳을 네가 정확히 한 군데 탁 집어냈다는 게, 사실 맞힐 확률이 너무 낮은…”
뭔가 투덜거리려던 찰나.
– “팀장님! MD 나왔습니다! 둘이 같이 나왔어요!”
기섭의 다급한 무전이 들려왔다.
– “나왔어? 오케이. 흥분하지 말고, 돈 뽑아서 어디로 가는지만 파악해. 영상 촬영 확실히 하고.”
– “예, 알겠습니다. 잠시만요.”
그때부터 약 30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두 명이서 ATM기 몇 군데를 다니며 30여 개의 카드 돈을 뽑으려니 시간이 꽤 걸리는 모양.
– “움직입니다. 택시 탔어요.”
– “타고 어디로 가냐?”
– “쭉 직진해서… 역에서 좌회전 했습니다! 팀장님 계신 그쪽 방향이에요!”
그 말에 치헌과 경수 둘 다 눈을 번쩍이며 나를 돌아봤다.
– “택시 차량번호는 서울 XX바 1207입니다. 검정색 소나타요.”
기섭이 택시 번호까지 알려준 후.
– “오케이. 야, 추적하지 말고 빙 둘러서 와야 하는 거 알지? 지금 금수대 몰래 이 짓하는 것도 걔들 추적을 애초에 못하게 하려고 하는 거니까.”
– “칠팔입니다. 안 들키게 둘러서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 “오케이. 금수대 망으로도 무전 한 번 하고. 무전으론 추적하고 있다고 해.”
– “칠팔.”
잠시 후 금수대와 공유하는 무전 망으로 기섭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광수대 변등원(경찰관)입니다. MD 2명 움직임 파악됐습니다. 관련자들 현금 인출 후 서울 XX바 1207호 검정색 소나타 차량을 타고 신포역에서 좌회전 했습니다. 저희 차량이 추적 중.”
그러자 곧바로 정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광하나장(광수대 1팀장). 다른 대상들은 나오지 않는 것 같은데 변등원 지원할까요?”
– “칠팔. 2, 3, 5번 배치장소 남고 나머지 차량 변등원 지원바람.”
‘칠팔’하는 답신이 줄줄 들려온 뒤, 다시 정규가 무전했다.
– “변등원. 대상자들 인착(인상착의) 구연(연락, 말하라.)바람.”
– “아, 칠팔입니다. 대상자들 신장 165에서 170 정도의 여성으로, 둘 다 화장을 진하게 하고 롱패딩을 입었습니다. 신발은 구두고요.”
인상착의까지 들은 경수가 환해진 얼굴로 날 돌아봤다.
“이야… 이동 방향이랑 인상착의까지. 진짜 여기로 오려나본데?”
치헌도 옆에서 ‘역시 탁정태.’하며 맞장구를 쳤다.
우리가 탄 차 앞 유리 너머엔 ‘더 퀸’이라는 상호의 화려한 건물이 번쩍이고 있었다.
그 건물을 보며 나는 어제 환태와 했던 전화 내용을 상기했다.
*
= “어떻게 수사할지 구상 잘 하고 계십니까.”
한창 백성용 수사 자료를 넘겨보고 있는데 환태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 “일단 저랑 저희 팀원들이 조사해 현금을 전달할 만한 곳은 모두 추려냈는데요. 문제가 있습니다. 이 장소들 전부 다 한 번 씩은 경찰이나 검찰에 수사가 되었던 곳이에요. 백성용 성격상 한 번 걸렸던 곳은 다시 오지 않을 텐데, 그럼 마땅한 거래 장소가 없습니다.”
= “벌써 그 많은 자료를 다 검토하셨다니…”
= “백성용의 이전 거래장소 특징을 따서 전달책 거주지 주변을 탐색해 새로운 거래장소가 될 만한 곳을 뒤져보기도 했지만 적당한 곳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백성용이 잘 아는 곳이면서 장소 내에 CCTV가 없고, 또 사람들이 자유롭게 근처를 돌아다녀 은밀한 거래장소라는 의혹을 전혀 받지 않으면서도 장소 자체의 노출은 적은 곳이요. 또 매달 돈을 전달받아야 하기에 전달책 거주지에서 가까운 곳이어야 합니다. 헌데 그런 곳은 없습니다.”
서울 시내에 백성용의 입맛에 맞는 거래 장소는 이제 없었다.
= “제가 전화를 잘 했군요.”
= “… 네?”
= “왠지 고생하고 계실 것 같아 전화 드렸습니다.”
무슨 소릴까 했는데.
= “백성용은 5년 동안 버팔로에서 돈세탁을 해왔으며, 클럽에 방문할 때마다 거액을 쓰는 VIP입니다. 자연히 버팔로 사장인 양대석과 친분이 있을 수밖에 없죠.”
= “……”
= “양대석과 친분이 있다면 같은 백양 멤버인 홍설희와도 연계점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둘 다 여자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니까요.”
환태도 알게 모르게 뒤에서 열심히 조사해주고 있었던 모양.
= “최근 백성용이 관리하던 사창가 유리방이 재개발 이슈로 철거되면서 해당 업종 여성들 대부분이 일자리를 잃었고, 그 중 몇몇은 오피스텔로 일자리를 옮겼습니다. 그 때문에 기존 오피스텔에서 소위 ‘에이스’로 불리던 여성들 또한 더 페이를 많이 받는 주점으로 일자리를 옮겼는데요. 그 여성들의 현재 근무지를 조사하던 중, 아니나 다를까.”
그가 잠시 말을 흐렸다가 다시 이었다.
= “탁경위 님이 전달책으로 꼽은 그 두 여성이 최근 유흥주점으로 일자리를 옮겼더라고요. 유흥주점 사장이 백성용에게 돈을 지불하고 여성들을 사 간 거죠.”
= “…!”
= “그 유흥주점이 바로 더 퀸. 홍설희가 운영하는 강남 룸싸롱입니다.”
= “!!”
순간 머리가 번뜩였다.
= “그래서 혹시 백성용의 거래 장소가…”
= “거기에요.”
너무나 완벽한 장소였다.
= “백성용이 잘 아는 곳이면서 내부 CCTV로부터도 안전하고 또 적당히 사람들이 근처를 돌아다니면서도 장소 자체의 노출은 적은, 동시에 전달책이 출근을 하면서 편리하게 현금을 갖다 줄 수 있는, 모든 조건을 다 갖춘 곳이에요.”
*
그렇게 회상을 끝낼 때 쯤.
“야, 택시 들어온다!”
전달책이 탄 택시가 더 퀸 앞에 멈춰 섰다.
인간괴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