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120
120화. 인간괴수.
치헌이 택시에서 내리는 MD들을 보며 무전했다.
– “광하나(광수대 1팀)가 변등원 차량 경로로 구동(이동) 중 1207 택시 사독(확인)했습니다. 현재 강남 소재 ‘더 퀸’이라는 룸살롱 앞에 MD들 하차 중입니다. 구동 중인 차량들 더 퀸 으로 공착바람!”
– “금하나 칠팔.”
– “금둘 칠팔!”
– “강남 소재 더 퀸. 금 셋도 칠팔입니다!”
그리고는.
드륵-
우리 셋 다 차에서 내렸다.
치헌은 걸어가며 더 퀸 입구를 살피더니.
“야, 일단 너희부터 앞서 가봐. 난 뒤에 들어가야겠다.”
“…?”
좀처럼 뒤로 빼는 법이 없는 치헌이 뒤로 빠졌다.
나와 경수는 의아해하면서도 생각이 있겠거니 하며 계속 걸었다.
더 퀸 입구에 도착하자.
“아직 영업시간 아닙니다.”
덩치 두 명이 우리를 막아섰다.
나이는 20대. 몸무게는 120은 되어 보였다.
“에이, 무슨 소립니까. 방금 여자분들 들어가는 거 봤는데.”
경수가 능청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 돈 안 주고 그런 손님 아닙니다. 첫 타임 아가씨들 있으면 좀 놉시다.”
그가 은근슬쩍 들어가려 하자.
척-
“영업시간 아니라니까요.”
덩치가 경수의 어깨를 잡아 세웠다.
그 묵직한 힘에 경수가 눈을 살짝 떨며 한 발 물러섰다.
“하하 참. 왜 힘을 쓰고 그러실까. 가게 불 다 켜놓고 왜 영업 안 한다는 거예요?”
“영업은 21시부터입니다. 그때 오세요.”
“그럼 안에서 기다릴게요.”
“두 번 말 안 합니다. 지금은 못 들어가요.”
“에이 밖에 추운데 어디서 기다리란 거야. 좀 들어갑시…”
“아, 거 참 말귀 못 알아듣네.”
덩치 중 하나가 배를 들이밀며 경수 코앞에 얼굴을 갖다 대고 눈을 치켜떴다.
“가라고.”
“……”
경수가 잠시 얼었다가 다시 무슨 말을 하려던 찰나.
“경찰입니다.”
“!?”
내가 공무원증을 내밀었다.
“서울청 광수대에서 나온 탁정태 경위입니다.”
“탁정태…? 잠깐만. 탁정태라면 그…”
“방금 들어간 두 여성분 조사가 필요합니다.”
“그 짭새?”
“혐의 입증할 영상 자료들 이미 다 모아놨으니 수사목적으로 충분히 이 가게 출입할 수 있습니다. 비키세요.”
“자… 잠깐! 들어가는 건 안 돼요!”
내 정체를 알아챈 듯한 덩치들이 조금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그제야 경수의 얼굴도 알아본 듯 나와 경수의 얼굴을 계속 번갈아봤다.
“저희는 현재 정당한 공무집행 중입니다. 막아서거나 위력으로 방해할 시 공무집행방해로 현행범 체포될 수 있습니다.”
“아니, 그래도 안 돼요. 잠깐만…”
“공무집행 방해의 구성요건인 폭행은 광의의 폭행입니다. 저희를 살짝 밀고 당기더라도 바로 구성요건에 부합한다는 말입니다. 몸 건드리지 말고 비키세요.”
“이 씨… 씨팔. 일단 위에 알려야 해!”
덩치 중 한 명이 나와 경수를 억지로 막아서고 다른 한 명이 위로 뛰어 올라가려던 찰나.
쿵-! 쿵-! 쿵-!
갑자기 지면이 울리더니.
다다다다다다-
“어이, 다들 비켜!”
뒤에서 치헌이 사나운 멧돼지처럼 달려왔다.
“우왁!”
경수와 나는 깜짝 놀라 양쪽으로 홱 물러섰지만.
“뭐… 뭐야. 아직 영업시간 아니…”
퍼억-!
콰앙-!
“쿠허억!”
앞을 막아서던 덩치 둘은 그대로 치헌의 어깨에 부딪혀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어허이, 거참. 나오라니까. 너무 놀고 싶어서 막 달려왔더니 왜 앞을 막고 지랄들이야?”
“윽…”
“그거 폭행 아니야. 달려오다가 실수로 박은 거지.”
치헌은 별 데미지가 없는 듯 어깨를 툭툭 털며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나와 경수도 곧장 그의 뒤에 따라붙었다.
입구를 통과하니.
“홍설희 씨.”
설희가 카운터에서 전화기를 막 내려놓고는 나를 쳐다봤다.
“누구… 시죠?”
“저 아시잖아요.”
“… 네? 초면인데 제가 어떻게…”
“저는 홍설희 씨가 초면이지만 홍설희 씨는 제가 구면일 텐데요.”
“……”
허를 찌르는 말에도 그녀의 가면은 그대로 유지됐다.
“밖에서 소란스럽게 하는 건 들었어요. 형사라고 하던데, 여긴 왜 오신 거죠?”
“방금 들어온 여자 2명. 불법자금 전달책이에요. 그 사람들 잡으러 왔습니다.”
“……”
“거기 더해 이곳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백성용 씨 까지요.”
“…!”
그녀의 눈꺼풀이 아주 살짝 흔들렸다.
“어디 있습니까, 그 사람들.”
“……”
“몰라서 묻는 게 아닙니다. 순순히 말씀하세요. 범법행위를 한 자들을 숨기려 들면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인정되어 영장 없이 가게 전체 수색할 수 있습니다.”
“……”
“수색할 수 있다는 건 잠긴 문도 뜯을 수 있다는 겁니다.”
내가 설명해도 설희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저벅- 저벅- 저벅-
나는 곧장 카운터 바로 옆방으로 걸어갔다.
유일하게 입구 시야에서 가려진 방.
쭉 늘어선 다른 방들과 떨어져 독립된 방.
덜컥- 덜컥-
그 방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여세요. 안 열면 부십니다.”
설희가 팔짱 낀 채 쳐다만 볼 뿐 문을 열 기색이 없자.
“나와.”
치헌이 또 나섰다.
“하, 나는 왜.”
콰앙-!
“맨날.”
콰앙-!
“이런 역할만 하는 것 같지?”
콰앙-!
끼기긱-
치헌이 몇 번 발길질 하자 문이 열렸다.
방 안엔.
“후- 네가 백성용이냐?”
거구의 남자와 함께 전달책 여자 두 명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현금이 든 가죽가방.
여자들은 잔뜩 겁을 먹은 눈을 하고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
남자는 띠꺼운 얼굴로 치헌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조직도 사진에서 봤던 백성용이 맞았다.
나이는 40대 중후반. 짧은 머리에 큰 덩치. 사납게 생긴 얼굴.
사진에서도 느꼈지만 실제로 보니 그는 더더욱.
“뭐 생긴 건 멋있게 생겼네.”
치헌과 많이 닮았다.
“밖에서 인기척이 나면 문을 열어줘야지, 왜 안 열어줘서 문을 부수게 만들고 지랄이야?”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끌어야 하니까요.”
“… 뭐?”
치헌이 되물었지만 성용은 대답하지 않고.
“용건이 뭡니까? 왜 엄한데 와서 소란을 피워요?”
오히려 따지고 들었다.
“뭐, 엄한데? 야 이 새끼야. 불법자금 세탁해서 현금 받는 자린 거 뻔히 다 알고 왔는데 어디서 발뺌이야?”
“무슨 소립니까? 증거 있어요?”
“서울청 금수대랑 광수대 합쳐서 스무 명 넘는 경찰관들이 차곡차곡 모아놓은 증거 있거든? 보여줄 테니까 청으로 가자.”
“어허. 이 아저씨가 누굴 병신으로 아나. 증거도 없이 체포를 하겠단 거요?”
“넌 병신이라기 보단 죽일 놈이지. 체포할 때 증거를 보여줄 필요는 없어. 순순히 수갑 차라.”
“이 돈이 불법자금인지도 명백하지 않고 내가 이 돈을 받은 상태도 아닌데, 정말 내가 죄가 있다 이 말입니까?”
“……”
현재 상황을 콕 집어 얘기하는 그의 말에 치헌이 잠깐 멈칫했다.
그의 말은 정확했다.
금수대가 서류상으로 명백히 확인한 건 위장취업 내역과 돈 인출 내역뿐이었다.
이 돈이 백성용에게 흘러들어갔다고 추측하는 건 모두 정황에 불과했다.
여기서 성용이 돈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해버리면 그에게 죄가 있다고 단정 짓기는 애매해진다.
하지만.
“백성용 씨 말 자체에 어폐가 있습니다.”
나는 이미 그런 반박까지 다 예상하고 있었다.
“죄가 있다 없다 판단하는 건 판사지 경찰이 아닙니다. 경찰이 체포 시 고려하는 범죄의 명백성은 ‘범죄 혐의의 명백성’이라고 해석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이 사람이 죄가 있는지 없는지 확정지을 수는 없으나, 그 혐의는 명백하여 신체를 구속해 수사를 해 볼 필요는 충분히 있다’고 판단되면 체포를 하는 겁니다.”
“……”
“저희가 수집한 증거로 비추어볼 때 백성용 씨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수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주 충분히요. 그러니 체포를 하더라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의 있으시면 추후 경찰관 상대로 고소를 하시면 됩니다.”
성용이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다가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야, 티비에서 보던 그 똑똑이 탁정태 경위님 납셨네.”
“……”
“한 번 들어나 봅시다. 왜 내가 지금 여기서 불법자금을 전달받았다고 생각하는 거요?”
내가 잠시 틈을 두고 설명했다.
“백성용 씨가 사창가 유리방과 오피스텔을 운영한다는 사실은 이전에 검거되었던 별건 수사 내역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최근 버팔로 클럽에선 무분별하게 직원을 많이 늘렸고, 그 중 대부분이 백성용 씨가 관리하던 불법성매매 여성들이였죠. 이 여성들은 출근도 하지 않고 월급을 받아갔습니다. 전형적인 돈세탁 방법이죠. 그 여성들이 돈을 인출한 뒤 지금 백성용 씨를 만나러 이곳에 와 있는 거고요.”
“흠.”
“백성용 씨는 돈세탁 전 불법자금을 전달받을 때도 이런 장소를 선호했습니다. 본인이 잘 아는 곳이면서 근처에 사람들도 적당히 있고, 동시에 장소 자체의 노출은 적으면서 내부에 CCTV가 없는 곳이요. 최근에 몇 번 검거가 되면서 이런 장소들이 다 사라지…”
“거, 잠시만.”
그가 귀를 후비며 표정을 찡그렸다.
“참 말 빨리 하네. 어떻게 말을 그렇게 다다다다 하실까.”
“……”
“그러니까 여기는 CCTV가 없으니 내가 선호하는 곳이다, 이 말입니까?”
“그것도 요소 중 하나에 포함이 된다는 말입니다.”
“음, 그런데.”
그때.
다다다다다-
다다다다다-
철컥- 철컥-
갑자기 저 밑에서 여러 명이 달려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건물 1층 입구를 잠그는 소리까지.
“CCTV가 없는 곳이 범죄 장소로 유용한 곳이란 건 알면서.”
그가 뒤로 몸을 젖히며 팔짱을 끼고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위험한 곳이란 건 왜 모르실까.”
“…?”
“뭐 내 혐의는 둘째 치고. 요즘 우리 탁경위님 하도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는 데가 많으셔서 제 주변 분들이 되게 껄끄러워 하던데.”
“……”
“여기서 형사 세 분 송장 만든 뒤에, 우리 직원 하나가 다 덮어쓰고 징역 들어가 버리면 아주 깔끔해질 것 같은데 말이죠.”
“!”
다다다다다-
발걸음 소리는 점점 가까워져.
스윽- 스윽-
우리 바로 뒤까지 다가왔다.
돌아보니 거구의 덩치 열 명 정도가 문 바로 앞에 줄지어 서 있었다.
“험한데 자꾸 파 뒤집지 말고 몸 좀 사려라, 뭐 이런 말 못 들어봤어요?”
시호에게 들었던 바다 이야기가 생각났다.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려 하지 말고,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라고 했던 말.
“여기는 당신들 판이 아니라 내 판이라고. CCTV 없으니 범죄 조작하기 좋-지.”
“……”
“아까 문 부수던 기세로 한 번 열심히 발악해보쇼.”
그렇게 말한 뒤 성용이.
끄덕-
고갯짓을 하자.
저벅- 저벅- 저벅-
덩치들이 점점 방 쪽으로 걸어 들어왔다.
뒤에 몇 명은 다리에 차고 있던 칼까지 꺼냈다.
우리 모두 겉옷 안에 방검조끼를 착용하고 있긴 했지만, 이대로라면 정말 크게 다치거나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
그때.
“이런 씨발 새끼들이.”
콰앙-!
치헌이 갑자기 팔을 크게 휘둘러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려쳤다.
쩌저저적-
엄청난 충격에 테이블에 쩍쩍 금이 가더니.
터덕-
다리가 비스듬히 기울었다.
순식간에 방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잔뜩 굳은 얼굴로 성용과 덩치들을 노려보는 치헌.
그의 몸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 모습에 덩치들이 살짝 주춤했다.
“감히… 형사 상대로 살인 협박을 해?”
치헌이 목을 이리저리 돌리며 주머니에서 방검 장갑을 빼 손에 꼈다.
큰 손에 장갑이 겨우 들어갔다.
그리고는 주먹을 꽉 쥐었다 펴기를 반복했다.
“인권 인권해서 좆만한 달건이 새끼들 사람취급 해줬더니, 끝도 없이 기어오르지?”
나는 치헌이 그렇게 열 받은 모습을 처음 봤다.
뻐득뻐득 이빨을 가는 그.
그 모습을 보며 과거에 돌았던 치헌에 대한 소문이 떠올랐다.
아무리 잔혹한 중대범죄자도 치헌의 잔혹함을 따라갈 수는 없었다고.
현장에서 눈이 돌아버리면 그 즉시 피의자를 혼수상태로 만들어버리기 일쑤였다고.
그래서 동료들은 반항하는 피의자를 제압하는 게 아니라 날뛰는 치헌을 말리기 바빴다고.
“옛날 성격 나오게 하네.”
이날은 훗날 내 경찰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한 날이 된다.
나는 이날 ‘간담이 서늘하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몸으로 절실히 체감했다.
영선시장 골목 지하에서 청소년을 패던 건 손장난에 불과했다.
“CCTV가 없으니 송장을 만들어 주겠다고?”
이제 상대는 성인. 그 중에서도 불량함의 표본인 건달들.
치헌은 마음껏 물어뜯을 수 있는 먹잇감을 찾은 맹수처럼 점점 달아올랐다.
완전히 고삐가 풀려 달려들기 직전인 치헌.
“CCTV 없는 게 누구한테 이득인지 보여줄게.”
나는 그날 두 눈으로 ‘인간괴수’의 모습을 봤다.
축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