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124
124화. 진실은 숨어버렸는지도.
나는 얼른 용지를 챙겨.
저벅- 저벅- 저벅-
학교를 나왔다.
*
그 시각, 서울청 광수대 사무실.
“그러니까 고양이는 네가 죽인 게 맞다는 거야? 칼로 배를 그어서?”
형택과 마주 앉은 경수가 그를 신문하고 있었다.
“… 네.”
“왜 그런 짓을 한 거야?”
“그럴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선택지가 없었어요…”
청에 와서는 형택이 한두 마디씩 진술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답이 영 이상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니? 누가 강압적으로 시켜서 했다는 얘기야?”
“……”
“일진들이 시켰니?”
“……”
입을 닫고 대답을 않는 형택.
“형택아.”
경수가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앞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리고는 손으로 치헌을 가리키며 형택에게 말했다.
“혹시 학교 폭력 예방 관련 뉴스에서 나랑 이 아저씨 본 적 없어?”
“……”
“우리 팀이 예전에 학교폭력 예방 홍보활동도 했었어. 그때 뉴스에 엄청 크게 나서 경각심이 엄청 커졌지. 그때 이후로 판사들이 청소년 범죄 재판에서 최대형량 때리는 경우도 꽤 많아졌어.”
형택은 눈을 꿈뻑거리며 가만히 경수의 말을 들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 홍보활동 이후로 청소년 보복범죄도 엄청나게 줄었다는 거야. 면밀히 수사하고 중한 형을 때려버린다니까 애들도 좀 쫀 거지. 그러니 자연스레 피해 호소 사례도 많아지고 그 사례들이 다시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그런 선순환이 만들어지고 있는 거야.”
실제로 정태가 경찰조직에 들어온 이후 한 활약은 단순히 범인 검거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범죄 자체를 줄여버리고 있었다.
단적으로 청소년 범죄와 인신매매 및 조선족 관련 범죄만 하더라도 그 발생빈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러니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한 게 있으면 솔직히 털어놔도 돼. 왜 그런 통계도 있다잖아. 학교폭력 피해를 호소했을 때가 그렇지 않을 때보다 훨씬 더 학교생활이 개선됐다는 통계 말이야.”
경수는 언젠가 정태에게 들었던 말을 인용하며 형택을 구슬렸다.
“자, 이제 말해볼래? 누가 너한테 그런 잔인한 일을 시켰는지.”
마침내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입을 오물거리는 형택.
옆에 있던 치헌도 팔짱을 낀 채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유심히 지켜봤다.
그때.
벌컥-
“팀장님, 고주임님.”
문이 열리고 정태가 들어왔다.
그는 오자마자 치헌과 경수 사이에 설문 받은 용지를 쭉 늘어놓았다.
“용의자를 강압한 건 학교 일진들이 아닐지도 몰라요.”
“뭐!?”
그 용지들 위엔.
[괴롭힌 사람 없어요. 걔가 이상한 거예요.]
[무슨 교회를 다닌다던데. 그 이후에 애가 이상해졌어요.]
[걔 무서워서 건드리는 사람 없어요. 오히려 우리가 눈치 보면서 학교 다녔어요.]
[허공에 헛것이 보인다고도 하고…]
[자기가 하늘의 계시를 받았대요.]
···
반 학생들의 일관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아니, 일진이 아닌 게 아니라.”
정태가 그 용지들을 훑으며 덧붙였다.
“사람이 아닐지도 몰라요.”
*
잠시 후, 병원.
“요즘 자주 보네?”
주희가 내게 서류를 한 장 건넸다.
서류 상단엔 ‘응급입원 의뢰서’라고 적혀 있었다.
“오랜만이야. 저렇게 심하게 난리치는 환자는.”
우리는 방금 위층에 형택을 응급입원 시키고 왔다.
내가 사무실로 복귀한 후 교회에 관해 묻자 갑자기 그가 발광을 하기 시작했다.
‘그 분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마세요!! 나는 말씀을, 정의를 실현한 것뿐이라고요!!’
그렇게 막 소리치며 자신의 머리를 벽에 처박기 시작했다.
처음엔 말려보려 했으나 듣지를 않아 결국 보호조치 명목으로 수갑을 채울 수밖에 없었다.
수갑을 채운 후에도 사무실에 그의 고함소리가 한참 동안 울려 퍼졌다.
“응급입원은 3일 밖에 안 돼. 계속 저렇게 증상이 심하면 행정입원으로 절차를 변경해서 장기입원을 시켜야할지도 몰라.”
범죄와는 별개로 자해 또는 타해 위협이 지속되는 자에 대해서는 경찰의 판단 하에 병원에 강제로 입원조치 하는 ‘응급입원’을 할 수가 있다.
나는 곧장 주희에게 연락해 형택의 응급입원을 의뢰했다.
병원에 와서도 몸부림이 계속 되어서 보호사들이 그를 베드에 눕힌 후 평평한 줄로 결박했다.
정신병원에선 의료목적으로 이런 강제조치가 일부 허용된다.
하지만 응급입원이 가능한 최대 기간은 3일.
자·타해 위협이 지속된다면 보건 기관에 심사를 올려 2~3개월의 강제입원을 할 수 있는 ‘행정입원’조치로 절차를 변경해야 한다.
주희는 이미 행정입원 조치를 고려하고 있는 것 같았다.
“형택 군 부모님도 곧 이리 올 거예요.”
“그래.”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또 바로 가니?”
“네, 여기선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요.”
나는 다 작성한 의뢰서를 주희 책상 앞에 놓은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수사를 하러 가야죠.”
*
잠시 후, 달리는 관용차 안.
“하, 참나. 여태 수사하면서 또 이런 꼴은 처음 보겠네.”
치헌이 혀를 끌끌 찼다.
“신이 시켰다니. 이거 뭐 신을 체포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까 형택이 사무실에서 소리칠 때 분명히 그랬다.
전지전능하신 하나님, 신의 지시였다고.
그래서 고양이를 난도질했다고.
당연한 말이지만 형법상 규정하는 ‘교사자’에 신은 포함되지 않는다.
오히려 신에 홀려 피의자가 범죄를 저질렀을 땐 심신미약의 상태로 인정, 형을 감경해준다.
“교사한 게 일진들인 줄 알고 걔들까지 다 싸말아서 여청에 선물로 갖다 주려 했는데, 안 되겠다.”
사실 용의자가 미성년자인 것을 인지했을 때 바로 여청으로 사건을 이첩해도 됐었다.
미성년자가 피의자인 사건은 여청에서 하니까.
하지만 타부서로 이첩할 시, 그냥 사건을 주는 것과 범인을 검거해 사건을 주는 것은 천지차이다.
그냥 주면 사건 넘기기가 되어버리지만, 검거 후 가져다주면 실적을 거저 떠먹여주는 셈이 된다.
교철이 부탁한 것도 있고 해서 치헌은 이 사건 관련자들을 모두 검거해 여청에 갖다 줄 생각이었던 모양.
“이 사건 좀 허무하게 끝나버렸네.”
“아직 안 끝났습니다.”
하지만 아직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일단 교회까지 조사를 해봐야죠.”
정말 신이 시킨 게 맞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래 교회까지 보긴 봐야지. 그래서 지금 가고 있잖아.”
우리는 그렇게 차를 달려.
끼익-
조그만 교회 앞에 멈춰 섰다.
“여긴가? 생각보다 규모는 작네.”
우리는 차에서 내려 교회 입구 쪽으로 걸었다.
앞서 걷던 경수가 교회를 이리저리 둘러보고는 말했다.
“근데 교회에 무슨 CCTV가 이렇게 많냐.”
그의 말대로 교회엔 CCTV가 상당히 많이 설치되어 있었다.
얼핏 봐도 10대 이상.
방향도 여러 각도라 비추지 않는 지점이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외관을 둘러본 후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누구시죠?”
목사 가운을 입은 남자가 밖으로 걸어 나왔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서울청 광수대에서 나온 형사들입니다. 저는 고경수 경위라고 하고요.”
그는 이미 우리 얼굴을 알고 있었는지 형사라고 해도 별로 놀라지 않았다.
“여긴 왜 오셨죠?”
“아 저희가 맡고 있는 사건 관련자가 이 교회에 다니는 것 같아서요.”
“이름이 뭔데요?”
“김형택입니다.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이요.”
“… 네, 저희 교회 신자입니다만.”
“혹시 김형택 군이 교회에서 특이한 행동을 보인 적 없나요? 예를 들어 뭐 허공에 뭔가 보인다던가, 귀에 무슨 소리가 들린다던가 하는 거요.”
목사는 잠시 생각하다가.
“잘 모르겠는데요.”
“형택 군이 팔이 좀 불편해서 눈에 띄었을 텐데요. 정말 기억나시는 거 없습니까? 사소한 거라도 좋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이상한 행동을 한 기억은 없네요.”
뭔가 모르게 목사는 얼른 우리와의 대화를 끝내려고 하는 것 같았다.
“질문 끝나셨으면 돌아가 주세요. 교회 내에 일정이 많아 저도 들어가 봐야 합니다.”
“혹시.”
돌아서려는 목사에게 경수가 한 번 더 물었다.
“교회 안에 한 번 들어가 볼 수 있을까요?”
“안 됩니다.”
“… 형택 군이 고양이를 칼로 난자해 죽였어요. 신이 시켰다고 하면서요.”
“……”
“그래서 교회 안을 한 번 둘러보려고 합니다. 사건 관련 장소라고 판단이 되어서요.”
경수가 조리 있게 설득해보았으나.
“안 됩니다.”
목사는 단호했다.
“신이 시켰다는 진술을 했다고 해서 교회를 수색해봐야 한다는 겁니까? 교회 안에서 신을 검거라도 해 가시려고요?”
“……”
“형택 군의 개인적인 일입니다. 교회와는 상관없어요. 다들 돌아가세요.”
“그럼 목사님 인적사항이라도…”
“싫습니다. 사건에 관련이 없으니 제가 인적사항을 밝힐 이유도 없어요.”
그렇게 목사가 매몰차게 돌아서려는데.
“안중찬 목사.”
“…!?”
내가 입을 떼자 그가 멈춰 섰다.
“10여 년 전 사이비 교회 목사로 활동하던 자입니다. 그는 정신이 불안정한 신자들을 시켜 살인을 저지르게 만든 혐의로 수사를 받은 적이 있죠.”
“……”
“그는 먼저 동물을 신자들에게 가져다주고 죽이는 연습을 시켰습니다. 종교를 들먹이며 현혹하니 정신이 온전치 못한 신자들은 홀릴 수밖에 없었죠. 그렇게 연습시킨 뒤 안목사는 신자들에게 특정인을 지목해 죽이라는 지시를 내립니다. 신자들은 이를 행하려다 미수에 그치고 체포되죠.”
목사가 천천히 나를 돌아봤다.
“체포된 신자들은 ‘신의 지시였다.’는 이상한 진술을 하게 되고, 이에 담당 형사들은 안목사를 소환해 함께 조사합니다. 하지만 신자들의 일관된 진술로 안목사는 아무 혐의를 받지 않고 풀려나죠.”
“……”
“지금은 이름을 바꿨더군요.”
내가 그에게 한 발짝 다가가 차갑게 덧붙였다.
“개명하고 성형하면 못 알아볼 줄 아셨습니까. 구 안중찬, 현 안동현 목사님.”
“!”
동현의 눈썹이 떨렸다.
불안한 눈으로 내 얼굴 여기저기를 바라보는 그.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무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난 사건입니다.”
“진실은 숨어버렸는지도 모르죠.”
“이제 와서 과거 의혹을 들먹이는 겁니까? 그 의혹을 지금 사건과 억지로 연계지어 나를 추궁하는 거예요!?”
“억지로 연계 짓는 게 아니라 합리적인 의심을 하는 겁니다. 워낙 사건이 비슷하게 흘러가서요. 게다가 관련된 목사도 동일 인물이고요.”
“더 이상 할 말 없으니 돌아가세요. 그리고 분명히 말하는데.”
그가 검지를 치켜들고 날 가리키며 말했다.
“당신들 내 허락 없이 이 교회 절대 못 들어옵니다. 아시겠습니까?”
“……”
“교회로 한 발짝이라도 들이는 순간 건조물침입으로 고소할 겁니다. 오려면 영장 가져 오세요.”
그리고는 홱 돌아 교회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헐-”
옆에서 놀라서 얘기를 듣고 있던 경수가 속삭이듯 소리쳤다.
“저 목사가 예전에 그 안중찬이었어? 와 완전히 얼굴을 다 갈아엎었네.”
“……”
“지도 뭔가 켕기는 게 있었나본데? 그러니 저렇게 다 뜯어고치고 개명까지 한 거 아냐?”
치헌도 다가와서 한 마디 거들었다.
“하, 이거 사건이 또 베베 꼬일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저 목사가 들어오지 말라고 하니 당장은 들어갈 방법도 없고. 안에 한 번 보긴 봐야 할 거 같은데. 뭔가 숨겨진 게 있을 것 같단 말이지.”
종교시설은 비교적 외부인의 출입이 자유로운 곳이지만 그곳을 소유하거나 실질 점유하고 있는 자가 입장을 불허하면 들어갈 수 없다.
함부로 들어갔다간 동현의 말대로 건조물침입죄가 될 수 있다.
어떻게 수사를 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는데.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잉-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통화버튼을 누르고 전화를 받았는데.
= “여보세요.”
= “야! 타… 탁정태! 으드드드드…”
= “!?”
불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덜덜덜 떨리는 음성.
하지만 익숙한 목소리였다.
= “이… 씨이 바알… 후…”
분명 이 목소리는.
= “지… 지금부터 내, 내가 하는 얘기 잘 들어.”
한시호의 목소리였다.
애초에 죽일 계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