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125
125화. 애초에 죽일 계획으로.
= “으드드드드…”
지난번 조사받을 때와 같은 증상이었다.
마약 금단으로 오는 몸 떨림.
그런데 시호가 갑자기 왜 내게 전화했을까.
= “씨이발… 이 하, 한시호를 어떻게 보고… 이 좆같은 새끼들…”
= “용건이 뭡니까? 왜 전화하신 거죠?”
잠깐 스읍- 후- 하며 담배연기를 뿜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 “트, 특급 정보를 알려주려고 전화했지. 히히히힉.”
= “특급 정보요?”
= “메모하는 게 조, 좋을 거야. 헤헤…”
나는 이미 통화 녹음버튼을 눌러놓았다.
= “이호중, 서인혁, 안동현, 홍설희…”
= “…!”
= “또 누, 누구더라… 으드드드드…”
그는 또 덜덜 떨다가.
= “배, 백양이라고… 큰손들 모이는 모임이 있거든?”
다시금 말을 이었다.
= “나… 나도 언론계에선 나름 큰손이라 백양에 들어갈 수 있었지. 히히…”
역시 한시호도 백양이었나.
그런데 왜 시호가 갑자기 내게 이런 말을 해주는 걸까.
= “근데 이 새끼들 완전히 또라이야. 나보다 훠, 훨씬 더 한 새끼들이라니까…”
= “백양에 속한 자들이 무슨 범죄행위라도 했다는 얘깁니까?”
= “해… 했지. 하고말고. 무… 무슨 일을 했는지 넌… 상상도 못할 걸?”
나는 얘기를 계속 이끌어내기 위해 백양을 모르는 척 했다.
내겐 이것도 일종의 연기였다.
= “그 늙은 놈들이 자… 자기 딸보다 어린 애들 데려다가 모, 목욕탕에서 물고 빨고… 흐드드…”
= “……”
= “거기서 야… 약까지 한다고. 씨이발 자기들은 하면서 나… 나보곤 하지말래.”
목욕탕 환각파티를 말하는 듯했다.
= “야, 약을 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수입이랑 유통도 한다고. 왜 탁정태 네가 목메는 그 버… 버팔로 있잖아. 거기서 죄다 마약을 하지… 크크큭.”
마약 밀수입을 한다는 것도.
= “게다가 땅도 마, 막 사들인다고… 경기도 땅은 걔들이 다 먹을 거야…”
땅투기를 한다는 것도 다 진실인 모양.
= “근데 무…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가 잠시 틈을 두고 말을 이었다.
= “사… 사람을 엄청 많이 죽였다는 거야. 히히…”
= “!!”
사람을… 엄청 많이?
박지석과 이형준 형사 외에도 더 죽인 사람이 있다는 건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그리고… 왜?
= “저… 전쟁이 나도 그렇게 많이 죽이진 않을 거야. 사, 산처럼 쌓였다니까.”
= “사체가 말입니까?”
= “후… 으드드드… 씨이발 추, 추워…”
= “당신이 조선족 범죄자들에게 지시해 박지석과 이형준 형사를 죽인 것 말고도, 백양이 한 추가 살인이 있었다는 말입니까?”
‘백양’, ‘사체’같은 단어들이 나오자 옆에 있던 치헌과 경수도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쫑긋 기울였다.
= “갑자기 왜 저한테 이런 걸 알려주는 겁니까?”
= “내가 누… 눈치 챘지. 가지치기 하려는 움직임을.”
= “가지치기요?”
= “씨팔 내가 그래도 여… 여태껏 대한민국 이… 일등 소식통으로 살아왔는데. 내… 내 촉은 못 속이지.”
= “……”
= “이… 이왕 이렇게 된 거 호… 혼자 죽을 수 없잖아. 헤…”
그는 이전 수사 때보다 훨씬 상태가 악화된 것 같았다.
말을 더듬고 헛웃음을 짓는 빈도가 늘었다.
정신의 끝을 겨우 잡고 있는 상태.
혹여나 자기 또는 타인에게 해를 끼친다면 형택처럼 응급입원을 해도 될 만한 상황이었다.
그때.
= “스으읍-! 후우우드드드드… 스읍-! 후우우드드드드드…”
시호가 더 격하게 숨을 몰아쉬고 입을 떨어대더니.
“그러니까 빠, 빨리! 빨리 그 새끼들 잡아!!”
갑자기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 “씨이발 빨리 잡으라고!”
= “일단 제가 한시호 씨 만나서 다시 진술을 들어보겠습니다. 조금 진정한 뒤에 제대로 된 진술을…”
= “씨팔 그럴 시간 없어! 빠… 빨리 잡으라고! 빨리!”
그는 이제 정신을 완전히 놓아버린 듯했다.
그는 계속해서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질러댔다.
= “괴… 괴물들이 오고 있다고!”
마약을 하면 몸이 구름 위를 떠다니고 눈앞엔 신이 보인다더니.
이제 헛것까지 보이는 듯했다.
= “내… 내 촉은 못 속여. 괴, 괴물들이 온다니까!?”
= “한시호 씨 지금 어디 있습니까?”
= “그… 그들이 온다고! 빠, 빨리 잡아!!”
= “한시호 씨가 잡으라는 그들은 어디 있습니까? 그들이 누군가를 죽였다는 건 정확히 누가 언제 어디서 왜 그런 겁니까? 백양 멤버들은 그 외에 더 있나요!?”
= “빠… 빨리! 빨리 오라고!!”
말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느끼는 망상에 잡아먹혔다.
현실의 언어가 귀에 들리지 않는 것이다.
위치추적을 해서 현재 있는 곳을 조회해봐야 하나 생각하고 있는데.
끼익-
= “…!?”
휴대폰 너머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졸졸졸-
저벅- 저벅- 저벅-
물 흐르는 소리와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 “와… 왔어! 괴, 괴물이 와, 왔다고! 으아악!!”
= “한시호 씨! 한시호 씨!!”
시호의 비명을 끝으로.
뚜- 뚜- 뚜-
전화가 끊어졌다.
“뭐야, 한시호?”
내가 귀에서 휴대폰을 떼자 치헌과 경수가 다가왔다.
“걔가 너한테 왜 전화를 해?”
“한시호에게 무슨 일이 생겼어요.”
나는 곧장 그들을 지나쳐 관용차로 뛰어갔다.
“지금 당장 위치추적해서 한시호 찾아내야 합니다!”
*
잠시 후, 관용차 안.
시호의 전화는 전원이 꺼졌다.
나는 곧장 상황실에 무전했다.
– “상황실 여기 광하나(광수대 1팀)입니다! 010 ··· ··· 이 번호로 위치추적 부탁드립니다. 추적 사유는 본인 구호요청입니다!”
– “아, 칠팔입니다. 조회해서 위치 사독(확인)후 구연(연락)하겠습니다!”
본인 동의를 받지 않은 위치추적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중대한 범죄행위 또는 피구호자 생명·신체에 대한 중대한 위험 등이 명백히 인지되어야만 할 수 있다.
이를 어기고 마음대로 조회했다간 개인정보보호법위반으로 경찰이 처벌받을 수 있다.
지금 시호는 누군가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다고 소리친 뒤 비명을 지르며 전화를 끊었기에, 본인 구호요청을 사유로 위치추적을 요청한 것이다.
부아아앙-
상황실에서 위치를 조회하는 사이 우리는 큰 길 쪽으로 나갔다.
잠시 후.
– “광하나 여기 상황실입니다. 말씀하신 번호 위치 사독(확인)됐습니다. 주소는 경기도 포천시 동이면 화포로 146 인근으로 나옵니다. 휴대폰이 꺼진 마지막 위치값이라 반경이 5km 정도로 넓습니다.”
– “위치값 중심으로 계곡 인근 건물들만 사독해서 다시 구연바랍니다. 펜션 등 숙박시설 제외하고 개인 건물들만 사독하시면 됩니다.”
– “개인 건물이요? 일단 칠팔입니다!”
부아아앙-
경수가 포천 방면으로 차를 홱 틀며 내게 물었다.
“갑자기 웬 계곡?”
“통화할 때 물소리가 들렸거든요. 가정에서 나는 물소리가 아니라 외부 자연에서 나는 소리였습니다.”
“아…”
“게다가 한시호는 최근 몇 주 동안 모습을 감추고 있었어요.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부러 사람들이 없는 곳에 몸을 숨기고 있었던 거예요. 게다가 마약도 한 것 같고, 저렇게 소리치는데도 별다른 추가 신고가 없는 걸 보면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숙박업소에 있는 건 아닙니다. 개인 별장 같은 곳에 있을 거예요.”
경수는 이제 이런 추측이 놀랍지도 않은지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차를 몰았다.
“그런데.”
치헌이 고개를 돌려 내게 물었다.
“한시호가 왜 너한테 연락을 했대?”
“가지치기를 당했답니다. 혼자 죽을 수 없다는 말도 했어요.”
“헉. 그럼 백양에서 배신을 당했다는 말이잖아?”
“백양 멤버들 이름을 쭉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 중엔 안동현 목사도 있었어요.”
“…!”
“그 교회도 꼭 다시 조사해봐야 합니다.”
그때, 다시 무전이 흘러나왔다.
– “광하나, 위치값 인근 펜션을 제외한 개인 별장은 딱 한 채 있습니다. 주소는 포천시 동이면 화포로 146-10입니다.”
– “칠팔!”
그때부터 밟기 시작한 경수는 1시간 거리를 30분 만에 날아갔다.
“여기부턴 걸어서 가야겠는데?”
우리는 도로 가에 나 있는 흙길 초입에 정차 후 차에서 내렸다.
잎이 다 떨어진 겨울나무가 우거진 산길.
좌측으로는 부분부분 얼어 있는 계곡물이 졸졸졸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곳엔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은커녕 차도 거의 지나다니지 않았다.
오직 물소리와 바람소리만 들려오는 스산한 곳.
구불구불한 도로 측면에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이 안쪽으로 길게 나 있었다.
그 안쪽이 바로 위치 조회한 별장 방향.
우리는 주위를 살피며 길 안쪽으로 들어갔다.
“야 정태 너 총은 언제 꺼냈어?”
“차에서 내리자마자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겁니다.”
우리는 이곳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
어떤 돌발 상황이 생길지 모른다.
나는 총을 단단히 파지한 후 총구를 아래로 내리고 양 사방을 세심히 살폈다.
저벅- 저벅-
그렇게 나는 점점.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속도를 높여 걸었다.
“야, 정태야. 천천히 가!”
경수가 속삭이듯 소리쳤지만 나는 계속 쭉쭉 앞으로 나아갔다.
눈과 귀로 안전한 범위를 확실히 확보하고 나면 쓸데없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
가능한 빨리 목표에 도달해야 한다.
우리가 이렇게 부리나케 차를 달려온 것도 빨리 한시호를 찾기 위함이니까.
얼마 걷지 않아 별장이 보였다.
나무로 지어진 심플한 1층 건물이었다.
나는 곧장 출입문으로 가서.
스윽-
벽에 몸을 바짝 붙인 채 안의 소리를 들어봤다.
“……”
그리고는.
끼익-
사삭-
총을 앞으로 겨누며 안으로 진입했다.
뒤에선 치헌과 경수가 곧장 엄호했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들어가 보니.
“한시호 씨!”
시호가 벽난로 앞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나는 곧장 그에게로 뛰어갔고, 경수화 치헌은 흩어져 남은 공간을 다 확인했다.
시호는 눈을 감은 채 입을 반쯤 벌리고 있었다.
옆에는 일회용 주사기와 작은 플라스틱 공병들.
나는 바로 그의 손목과 귀 밑 맥을 짚었다.
“어떻게 됐어?”
수색을 마친 치헌에 내게 물었다.
“죽었어요.”
“뭐!?”
시호는 죽었다.
아마도 전화가 끊어진 그때 죽었을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죽‘였’어요.”
“…!”
처음에 그가 말한 괴물은 망상이 만들어낸 허위의 존재인 줄 알았다.
하지만.
“분명히 전화할 때 들었습니다. 문이 열리고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 것을요. 소리는 먼 곳부터 가까이 들려왔으니 밖에서 누가 온 겁니다. 하지만 이 집안에 생활한 흔적은 한시호 한 명의 흔적밖에 없어요.”
시호는 여기서 며칠을 산 듯했다.
식탁 위에는 치워지지 않은 식기가 놓여 있었고, 벽난로 앞에는 빨래 건조대에는 속옷이 아래위로 한 장씩 걸려 있었다.
딱 1인이 며칠 머무른 듯한 흔적들.
“범인은 남자 두 명입니다.”
“남자 두 명?”
“별장으로 들어오는 비탈길 초입부터 바닥을 세심히 살폈습니다. 족적이 있긴 한데 무언가로 신발을 싸맸는지 무늬 없이 뭉툭하게 밟힌 자국들만 남았더군요. 하나는 길이 265, 다른 하나는 275 정도입니다.”
“…!”
“그들은 별장으로 들어온 뒤.”
내가 시호의 목에 난 옅은 찰과상을 가리킨 뒤.
“한 명은 목을 졸라 한시호를 제압하고.”
이어 그의 왼팔을 들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다른 한 명은 팔에 무언가를 찔러 넣었습니다. 그 뒤에 한시호가 사망한 거예요.”
“그건 마약 주사자국 아냐? 옆에 보니 일회용 주사기도 많잖아.”
경수가 반문했지만.
“한시호는 왼손잡이입니다.”
내가 다시 시호의 오른팔을 들어 보이며 답했다.
“마약은 오른 팔에 주사했을 거예요.”
그의 오른팔엔 수 개의 주사자국이 나 있었다.
반면 왼팔엔 단 하나의 자국.
“한시호를 죽인 건 망상 속 괴물 따위가 아니었어요.”
내가 치헌과 경수를 둘러보며 말했다.
“무늬 없는 발자국들은 헤매는 것 없이 곧장 이 별장으로 왔어요. 또 미리 화학약품이 든 주사기, 즉 살인도구를 준비해왔습니다. 계획살인이라는 말입니다. 범인은 한시호가 이곳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거예요. 이 인적이 드문 산속 별장에 있다는 걸 말입니다.”
“……”
“부족한 마약, 평소 그의 생활에 비해 형편없는 살림살이. 한시호는 자기가 원해서 여기 온 게 아닙니다. 누군가 강압적으로 보내서 어쩔 수 없이 있었던 거예요. 따라서…”
내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덧붙였다.
“한시호를 이리로 보낸 사람. 그 사람이 범인이에요. 애초에 죽일 계획으로 이 별장에 보낸 겁니다.”
탁정태 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