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13
13화. 눈으로 찾으면 늦습니다.
무전을 듣자마자 나와 경수는 물론 덕규와 철수, 바둑을 두던 국진까지 순찰차로 뛰어 나갔다.
경찰 사건 중 강도는 살인 다음으로 중요하게 취급된다.
강도가 터지면 인근 파출소와 형사과는 물론 지방청 상황실까지 비상이 걸린다.
나는 어제 들었던 ‘지역경찰 실전 초동조치’ 교육 내용 중 강도 사례에 대해 상기했다.
“빨리 순찰차 타고 현장 도착해!”
“잠시만요, 팀장님.”
물론 중요 사건이 터지면 현장에 빨리 도착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그 전에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나는 무전기를 들었다.
– “상황실, 여기 매천 하나 순마입니다. 강도 사건 발생 시간 얼마나 경과됐습니까?”
– “1분 전 발생입니다.”
발생한지 아직 1분밖에 지나지 않았다면.
“팀장님 인근 파출소 순찰차들은 현장 도착시킬 게 아니라 도주로를 차단해야 합니다. 발생시간이 얼마 경과하지 않았을 땐 범죄수사보다 범인검거가 더 중요하니까요. 팀장님이 무전 지휘하셔야 합니다.”
“오케이.”
말귀를 알아들은 덕규가 바로 무전기를 들었다.
– “아아, 매천 팀장입니다. 매천관할 인근 파집(파출소) 순마들은 현장 공착(도착)하지 말고 잠시 둘기(대기.) 매천 팀장이 잠시 후 이동 지시하겠습니다.”
그리고는 내 요청에 따라 경수가 운전하고 덕규와 내가 순찰차 뒤에 같이 탔다.
신고 내용은 ‘편의점에 칼을 든 강도가 침입해 현금과 목걸이를 빼앗아갔다.’
나는 차에 비치된 관내 지도를 펼쳐 발생장소를 짚은 뒤 주변 통로를 살폈다.
지도가 그대로 머리에 그려지며, 동시에 3D로 입체화 되었다.
주변 빌라에 몸을 숨기며 CCTV를 피해 달아날 최적의 도주로 몇 개가 눈에 보였다.
그리고 모든 사각지대가 파괴되며 결국 지나칠 수밖에 없는 CCTV까지.
“팀장님 창진-486, 471 CCTV, 광흥빌라 삼거리. 그리고 창진-221, 229 CCTV, 매천초 후문 쪽에 인근 순마 배치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CCTV 관제센터 연락해서…”
“오케 오케이. 관제센터는 내가 알아서 연락할 테니 정태 넌 2차, 3차 차단선까지 생각해 봐.”
이어서 내가 2, 3차 차단선까지 설명하니 눈을 굴리던 덕규가 다시 무전을 들었다.
– “현시간부로 매천 팀장이 지휘합니다. 광현파집(파출소) 순마들은 매천로 4길 15, 16, 20 골목 끝에 차례대로 배치하고 둘기(대기)하세요. 경광등 켜고 사이렌 울려도 좋습니다. 용의자 밖으로 못 벗어나게 하는 게 목적이니까요. 그리고 기산파집 순마들은…”
주변 지형에 빠삭한 덕규가 적재적소에 순찰차들을 배치했다.
그가 지시할 때마다 바로바로 ‘칠팔!’하는 응답이 들려왔다.
강도사건이 발생한 만큼 다들 긴장을 바짝 하고 있는 것 같았다.
– “그리고 관제센터는 창진-486, 471, 221, 229 CCTV 사독(확인)해서 혹시 용의자가 이미 도주했는지 구연(연락)바랍니다. 도주한 상황 사독 안 되면 실시간으로 해당 CCTV 감시하세요. 용의자가 반드시 지나칠 수밖에 없는 장소입니다. 또 용의자 인착(인상착의) 나오면 바로 구연해주세요.”
관제센터 지휘도 잊지 않았다.
– “칠팔(알겠다.) 매천 파집에서도 현장 공착(도착)해서 편의점 CCTV 영상 속 용의자 인착 사독바랍니다.”
– “칠팔.”
무전이 끝나자 경수가 입을 열었다.
“팀장님. 그러면 저희가 편의점으로 갈까요?”
“아니, 편의점은 매천 둘 순마 보내고 우리는 곧장 도보로 수색 실시한다.”
덕규는 무전으로 매천 둘 순찰차에 타고 있는 국진과 철수에게 편의점으로 가서 용의자 인상착의를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회식할 때까지만 해도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오늘 보니 덕규에게서 지휘관의 아우라가 풍겨져 나왔다.
잠시 후.
– “광현 하나, 둘 공착.”
– “기산 하나 공착.”
– “기산 둘, 셋도 공착입니다.”
인근 파출소 순찰차들이 대기 장소에 도착했다는 무전이 나왔다.
이어서.
– “관제센터입니다. 발생장소 인근 CCTV에서 용의자 이동 영상 확보되었습니다. 용의자 범행 후 편의점을 나와 서편으로 이동하여 약 2분 전 덕완중학교 통과했습니다. 인착은 검정색 모자에 검정색 상하의, 슬리퍼를 신었고 이하 불상입니다.
관제센터 무전까지 나왔다.
대략적인 인상착의와 이동경로까지 확인되었다.
덕규가 지도를 보면서 다시 지휘했다.
– “용의자가 서편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기산 하나 순마는 매천초 후문까지, 기산 둘과 셋 순마는 광흥빌라 삼거리까지 신속히 차단망 좁히세요!”
– “칠팔!”
용의자의 이동 가능한 반경을 훨씬 더 좁혔다.
이제 그는 독 안에 든 쥐나 다름없다.
– “매천 둘 순마입니다. 편의점 CCTV에서 확보한 용의자 인착 업무용 휴대폰으로 전송했습니다. 근무자들 폰 사독 바람.”
업무용 휴대폰을 확인하니 문자로 사진이 와 있다.
관제센터에서 말했듯 아래위로 다 검정색 옷과 모자에 슬리퍼를 착용했고, 턱과 코밑에 수염이 난 것이 특징이었다.
나이는 40대 정도.
“이쯤에 차를 세우고 수색 실시해보죠.”
경수가 차를 적당한 장소에 주차시키고, 우리는 차에서 내렸다.
– “상황실에서 매천파집 관내 강도사건 관련 중요사항 전달합니다. 용의자는 40대로 추정되는 남자로 검정색 옷과… … 용의자는 칼로 신고자를 위협해 현금 315만원과 신고자가 착용 중이던 금목걸이를 강취 후 현재 발생지 서편 불상지로 도주 중인 상황. 근무자들은 방검장구 필히 착용하고 근무바랍니다.”
– “칠팔. 매천 팀장과 근무자 2명, 현시간부로 도보수색 실시합니다.”
우리는 트렁크에서 방검복과 방검장갑을 꺼내 착용하고 수색에 나섰다.
도주로가 모두 차단되었으니, 용의자는 이제 사방 500m도 되지 않는 이 범위 내에 갇히게 되었다.
우리가 용의자를 찾아내기만 하면 된다.
경수는 이미 삼단봉을 빼들고 사주를 경계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가 인상을 쓰며 입을 열었다.
“하, 팀장님. 어두워서 구석까지 잘 보이지가 않는데요.”
“원룸 차 뒤편하고 전부 다 차근차근 살펴봐야 해. 길가다 만나는 주민들 있으면 우리가 확보한 안전지대로 대피시키고. 혹시 칼부림 날지 모르…”
“눈으로 찾으면 늦습니다.”
내가 덕규의 말을 가로챘다.
“응? 그게 무슨 말이냐?”
“눈으로 찾다간 팀장님이 우려하시는 칼부림이나 인질극이 벌어질지도 몰라요.”
도주로를 차단했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이 반경 내의 주민들이 2차 피해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
“눈으로 안 찾으면 뭘로 찾는단 말이야?”
“귀로 찾아야죠.”
“귀? 무슨 용의자를 귀로 찾는단 말이야?”
“단서가 세 개나 있잖아요!”
나는 그렇게 소리치며 엉금엉금 걷고 있는 경수를 홱 지나쳤다.
“정태야, 혼자 가면 위험해. 걸음 멈춰! 야, 탁정태!”
날 부르는 덕규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난 오로지 수사를 위한 소리에 집중했다.
매천 둘 순찰차에서 보내온 편의점 CCTV 영상 사진을 보자마자 난 소리로 용의자를 찾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가 입고 있는 상하의는 나일론 재질로, 걷거나 움직일 때 옷끼리 마찰이 일어나며 ‘바스락’소리를 내는 게 특징이다.
그리고 슬리퍼. 슬리퍼는 뒤축이 끌리면서 지익- 지익- 하는 소음을 만들어낸다.
게다가 용의자는 주변 경광등 소리와 좁혀오는 포위망 때문에 잔뜩 긴장을 하고 있을 것이다.
보통 사람보다 가쁘고 불안정한 호흡을 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바스락, 지익-, 불안정한 호흡.
소리로 무언가를 찾는 것은 눈으로 그것을 찾는 것보다 훨씬 시간이 단축된다.
보이는 것은 많지만 들리는 것은 많지 않고, 눈은 착시에 약하지만 귀는 정확히 그 소리만을 듣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는 주변 소리에 잔뜩 귀를 기울인 채 앞으로 성큼성큼 나아갔다.
‘이 길보단 이쪽으로…’
더구나 난 아무데나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었다.
도주로 중에서도 용의자가 지나갔을 확률이 높은, 어둡고 외지며 CCTV가 없는 길을 위주로 수색했다.
– “관제센터입니다. 2분 전 창진-471 CCTV에 계속 서편으로 이동 중인 용의자 모습이 찍혔습니다!”
역시. 창진-471이면 이쪽이 맞다.
그럼 이제 포위망 범위는 사방 100m도 채 되지 않는다.
지금 당장 내 앞에서 용의자가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 “1분 전 창진-486 CCTV에 용의자 모습 또 발견되었습니다. 방향을 틀어 북동쪽 이동 중.”
486이면 지금 내 바로 위에 있는 CCTV다.
1분 전에 용의자가 이곳을 지나 북동쪽으로 갔다는 말.
나도 몸을 틀어 그쪽을 향해 걸었다.
빠앙-
슈욱- 슈욱-
냐아옹-
차 경적 소리와 바람 소리, 고양이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들.
이 주변은 고요한 적막으로 가득했다.
– “창진-486 CCTV에서 북동쪽 50m 지점에 광현 하나 순마가 둘기 중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용자는 486 CCTV와 광현 하나 순마 사이의 어느 지점에 있다는 얘깁니다. 혹시 현시간 그 근처에 있는 근무자 있습니…”
나는 무전기 음량도 다 줄이고 주변 소리에 집중했다.
여전히 주변은 조용했다.
아주 작은 발걸음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분명 이 어딘가에 있는데, 발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 말은 용의자가 움직임을 멈추고 어딘가에 숨어 있는 것이다.
나는 발걸음 소리를 죽이고 빌라 주차장 주변을 수색했다.
눈보단 귀에 집중하며,
조금씩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바스락-
소리가 들렸다.
이 원룸 주차장 안쪽에서.
내가 숨을 멈추고 주변을 돌아보고 있는데.
바스락- 지익-
다시금 소리가 들려왔다.
저기다.
나는 가장 구석에 세워져 있는 지프차 뒤에 용의자가 있음을 확신하고 그곳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마침내 지프차에 다다라 휙 앞으로 나가며 뒤를 확인했는데.
‘……’
아무도 없었다.
잘못 들은 게 아닌데, 분명히 들었는데 없었다.
그 뒤로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으니 이동한 것도 아니다.
‘설마.’
나는 혹시나 싶어 쪼그리고 앉은 뒤.
스윽-
지프차 밑으로 고개를 숙여보니.
‘!!’
턱에 털이 수북한 남자가 그곳에 포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바스락- 바스락- 바스락-
다다다다다다-
부리나케 지프차 앞으로 튀어나가 골목길로 내달렸다.
나는 곧장 그의 뒤에 따라 붙으며 다급히 무전했다.
– “용의자 발견했습니다! 창진-486 CCTV 인근에서 남동쪽으로 도주 중입니다!”
경찰하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