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130
130화. 나 스스로에 대한 걱정.
나는 처음으로 피의자 석에 앉았다.
“그래도 참 대단하시네.”
철성이 나와 마주 앉으며 입을 열었다.
“보통 이정도로 뉴스에서 질타하면 체포·구속되기 마련인데. 그동안 엄청난 빽을 만들어놓으셨나 봅니다.”
이 부분에선 관우가 힘을 많이 써주었다.
내 힘으로 한 것이 아니니 빽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도주해버리고 싶으셨을 텐데. 꾹 참고 이렇게 잘 출석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잘못한 게 없으니 도주할 이유가 없습니다.”
“… 여전하시군요. 꿋꿋이 밀어붙이는 그 뚝심은.”
그는 마침내 키보드에 손을 올리고.
“조사 시작하겠습니다.”
감찰조사에 들어갔다.
“인적사항 묻는 건 생략하겠습니다. 다 아니까요.”
그는 옆에 있던 서류 철 몇 장을 넘겨 옆에 놓고는 타닥타닥 키보드를 쳐 인적사항을 기입했다.
“임병규 씨를 만난 그 날, 왜 그 동네에 갔습니까?”
“……”
“임병규 씨를 만나기 직전까지의 상황을 쭉 한 번 설명해주시죠.”
“……”
내가 대답을 않자.
“뭐죠?”
철성이 모니터에서 눈을 떼 나를 쳐다봤다.
“진술을 거부하시는 건가요?”
“네.”
“음…”
그가 턱을 매만지고는 다시 물었다.
“임병규 씨가 길을 가던 행인을 칼로 찌르는 것을 탁정태 경위님이 목격하고 추격했다고 하던데, 맞습니까?”
“……”
“칼을 맞은 피해자와는 아는 사이인가요?”
“……”
“임병규 씨를 담벼락으로 몰아넣은 뒤엔 어떻게 그의 팔을 잡고 제압할 생각을 했나요? 당시엔 방검장구도, 무기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말입니다.”
“……”
“정말 제압하려고 했던 게 맞습니까? 자신에게 칼을 휘두르는 임병규 씨를 ‘공격’한 게 아니라요?”
“……”
“익명의 제보자가 보낸 이 사진에 대해선 어떻게 설명을 하실 겁니까? 이 자세는 완전한 공격자세로 보이는데요.”
“……”
내가 계속 입을 꾹 다물고 있자.
“의외군요.”
그가 턱을 괴고 몸을 뒤로 젖히며 다시 날 쳐다봤다.
“모든 질문에 따박따박 논리적인 반박을 해주실 줄 알았는데, 진술거부라니. 탁경위님 답지 않으십니다.”
“이전 형사 조사에서 모두 답변한 내용들입니다. 그 수사자료 참고하세요.”
나는 이미 강남서에서 형사조사를 받고 왔다.
“… 그래도 성실한 답변을 해주시는 게 좋을 텐데요. 그 자체로 반성의 기미가 인정되어 징계 수위가 낮아질 테니까요.”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세요.”
“… 예?”
그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아무리 성실하게 답변한다 한들 징계수위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어차피 본청 감찰 마음대로 징계를 주실 거잖아요. 제 잘못이 어느 정도인지, 또 혐의가 확정 되었는지 안 되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말입니다.”
“……”
“지난 고경수 경위 특진 건 관련해서, 결국 이철성 계장님은 징계를 받지 않으셨더군요. 인사담당하던 전경환 경감만 감봉을 받고요.”
경수 특진 건 얘기에 그의 표정이 좀 더 굳어졌다.
“어차피 징계를 마음대로 주무를 거면 이런 형식적인 절차는 빨리 넘기고 징계부터 내려주십시오. 반박은 징계에 대한 불복으로 소청을 청구한 뒤에 하겠습니다.”
“……”
“형사조사 때와 같은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겠습니다. 답변을 듣고 싶으시면 다른 질문을 하세요.”
내 말에 철성은 잠시 생각하더니.
“그럼 다른 질문을 좀 드리죠.”
펜을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빙빙 돌리며 물었다.
“얼마 전에 ZBC 한시호 기자가 사망한 사건 맡으셨죠? 그때 한시호가 사망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람이 탁정태 경위라던데. 그때 한 통화내용이 뭐였습니까?”
“……”
“한시호의 위치는 어떻게 특정하신 거죠? 또 피의자가 두 명인 것 같다고 하셨다든데. 어떤 경위로 그렇게 추측하셨습니까?”
음, 역시나.
나는 그가 저 질문을 할 줄 알고 있었다.
“그게 왜 궁금하신 거죠? 그게 감찰 사유가 되나요?”
“뭐 혹시 탁경위님이 한시호의 죽음과 어떤 연관이 있는 건 아닌가 해서요.”
“그에 대해선 한시호가 구호요청 하는 통화내용 일부를 포천서에 공개했습니다. 담당형사들도 문제 삼지 않는 일을 본청 감찰에서 감찰할 이유가 있습니까?”
“……”
“거짓 이유 말고 진짜 이유를 말하세요.”
“…!?”
“제가 한시호를 죽인 진짜 범인을 찾아낼까 두려우신 겁니까?”
“!!”
“그래서 제 수사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제 머릿속에 어떤 수사계획이 들어있는지 알고 싶으신 거예요?”
그가 펜 돌리는 것을 멈추고 멍하니 나를 바라봤다.
나는 그치지 않고.
“아까 서류철을 넘기실 때 봤습니다.”
철성의 옆에 놓인 서류철을 가리키며 계속 쏘아붙였다.
“세 번째 페이지에 과학수사에 관한 자료들이 있더군요.”
“!!”
“감찰에서 과학수사에 관한 자료는 왜 가지고 있을까요.”
“……”
“혹시 최근에 족적을 감추는 방법을 찾아보신 적이 있습니까?”
철성의 눈 밑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한시호는 포천에 있는 한적한 별장 안에서 살해당했습니다. 피의자들은 그 별장으로 들어가는 흙길 초입부터 신발에 무언가를 덧씌워 족적을 없앴어요.”
“……”
“이건 일반적인 살인자들은 하지 않는 방식입니다. 오히려 현장에 다른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덧신을 신는 건 ‘경찰의 방식’이죠.”
“……”
“어쩌면 경찰 중 누군가가 그들의 계획살인에 영향을 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새 주객이 전도되어 내가 그를 신문하는 형국이 되었다.
“게다가.”
나는 계속 그를 추궁했다.
“임병규 씨는 제 위치를 어떻게 알고 따라온 걸까요?”
“……”
“아마 누군가 저를 미행하며 위치를 알려준 거 같은데.”
“……”
“또한 그 미행한 자가 현장사진을 제보한 ‘익명의 제보자’ 아닐까요? 이렇게 보면 삼박자가 아주 딱 맞아떨어집니다. 그리고 이 미행, 위치 통보, 채증까지의 과정은…”
내가 잠시 말을 흐렸다가 다시 이었다.
“경찰 수사기법과 완전히 일치하죠.”
“……”
“어쩌면 이번 한시호 사건과 임병규 사건에 저보다 더 깊게 관여된 경찰관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철성의 눈이 마구 흔들렸다.
그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지만, 눈빛이 이미 진실을 다 말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 침묵 후.
“여전히 머릿속엔 수사 생각 밖에 없으신 듯하네요.”
그 부분만큼은 그가 정확히 짚었다.
내 뇌는 본능적으로 수사 생각을 마구 뿜어내고 있었다.
“허무맹랑한 소설 그만 쓰시고 현재 본인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똑바로 인식하세요.”
“……”
“지금은 수사보다 이 임병규 사건에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 생각하셔야 할 텐데요.”
그가 그렇게 충고했지만.
“더 감찰할 내용 없으시면 조사 끝내시죠.”
내 머릿속엔 수사 생각이 그치질 않았다.
*
그날 저녁 뉴스엔 임병규 사건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나를 질타하는 내용이 나왔다.
그중에서도 야당원내대표인 이호중 의원이 특히 강력하게 나를 비난했다.
[“독직폭행은 벌금형이 없습니다. 곧장 징역형부터 시작이에요. 다시 말해 그 죄를 행함과 동시에 경찰 옷을 벗어야한다는 말입니다.”]
경찰공무원은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으면 당연퇴직된다.
[“한 번만 해도 파면을 당하는 독직폭행을, 탁정태 경위는 수회에 걸쳐 습관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에게 서울청 광역수사대 형사라는 중책을 맡겨서야 되겠습니까? 아니, 국민을 지키는 경찰직을 맡겨서 되겠어요?”]
그는 마치 자신이 독직폭행 피해라도 당한 것 마냥 감정을 호소하며 외쳐댔다.
[“게다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보호받아야 할 청소년과 장애인을 상대로 이런 독직폭행을 범했습니다. 아니 이번엔 사망에 이르게 했으니 살인범이라고 봐야 합니다. 사회 약자들을 마구 대하는 살인범에게 어떻게 우리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맡길 수 있겠습니까?”]
나는 어느새 세상 그 어떤 범죄자보다 더 나쁜 사람이 되어 있었다.
[“경찰청장은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재판까지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셈인가요? 기소 전이라도 징계는 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일단 탁정태 경위를 경찰직에서 물러나게 해야지요. 이런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에게 별다른 조치도 취하지 않고 그대로 근무를 시킨다는 게 정상적인 행정입니까? 이거 마음 같아서는 청문회라도 열어서 조직 수장에게 책임을 물어 경찰 기강을 다시 잡고 싶은 심정입니다!”]
정확한 진실을 알지도 못하면서 저렇게 당차게 자기 의견을 얘기하는 호중이 신기했다.
전부 다 멍청한 소리다.
하지만.
내 생각과 다르게 그의 말은 여론에 꽤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았다.
[와, 소름. 아무리 범인이라도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을 살해한 건 선 넘은 거 아니냐?]
[우리가 그동안 너무 탁뽕에 젖어있긴 했지.]
[경찰이 아니라 깡패네.]
[어휴, 저 인간도 결국 견찰이었네.]
[고등학생한테도 총 쏘고 싶다고 했다던데, 완전 사이코패스 아냐?]
항상 칭찬으로 도배되었던 댓글창이 뒤집어졌다.
그들에게 ‘의심’하는 단계는 없었다.
나는 이미 범죄자였고, 당연히 비난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 되어 있었다.
*
다음날.
[“임병규 사건 관련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티비에 경찰청장이 나와 사건 기자회견을 했다.
단일 사건에 대해 경찰청장이 언론 대응을 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그만큼 이번 사건의 임팩트가 큰 듯했다.
[“임병규는 지난 2월 9일 19시경 창선동 주택가 골목길에서 들고 있던 칼로 길 가던 행인의 복부를 찔렀습니다. 마침 그곳에 있던 서울청 광수대 소속 탁정태 경위가 이를 목격하고 쫓아오자 도주하다가…”]
사실 나는 이때까지도 오로지 수사 생각만 하고 있었다.
[“막다른 골목에서 탁정태 경위와 대치하던 중 칼에 목을 찔려 사망했습니다.”]
제대로 된 수사를 통해 진범을 잡고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면 이런 현상들은 자연스레 잦아들 거라 생각했다.
사람들의 생각은 전부 오해일 뿐이며 곧 잘못된 여론을 바로잡을 수 있을 거라고.
[“고인이 되신 임병규 씨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에게도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또한 이 사건으로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을 일신교회 신자 분들과 전국 장애인 분들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들께도 죄송하단 말씀을 전합니다. 저희 경찰은 본 사건에서 행해진 강압 수사와 과잉 대응 논란에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기소 전 다음과 같이 내부 행정 조치를 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경찰청장의 마지막 발언을 듣는 순간.
[“현 시간부로 임병규 사건 담당 팀을 변경하고, 일신 교회에 대한 직접수사는 금지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에 더해…”]
나는 살면서 처음으로.
[“서울청 광수대 탁정태 경위에게 정직 3월의 징계처분을 내리겠습니다.”]
나 스스로에 대한 걱정을 했다.
주변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