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133
133화. 공격.
[“최근 임병규 사건 관련해서 탁정태 경위를 향해 엄청난 비난의 여론이 형성되었는데요. 서울청 광수대에서 이에 정면 반박할 수 있는 수사브리핑을 준비하셨다고 합니다.”]
‘!’
정면반박?
동현은 저도 모르게 리모콘을 놓고 뉴스에 집중했다.
[“브리핑해주실 서울청 광수대 소속 장치헌 경감님과 고경수 경위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오늘 여태 나왔던 임병규 사건 관련 보도들과는 전혀 다른 내용의 수사브리핑을 하신다고요?”]
[“네.”]
치헌이 차가운 표정으로 카메라를 노려보며 말했다.
[“임병규 씨는 탁정태 경위에게 살해당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목에 칼을 찔러 넣어 자살을 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브리핑입니다.”]
‘!!’
이미 여론의 칼날은 정태를 향하고 있고, 결정적 증거인 사진까지 제출된 상황인데.
저들이 무엇을 어떻게 증명한다는 말일까.
동현은 침을 삼키며 계속 화면을 쳐다봤다.
[“상당히 기대가 됩니다. 그럼, 시작하시죠.”]
[“먼저 말씀드릴 것은 임병규 씨가 사망당시 입고 있었던 옷에 대한 과학수사 내용입니다.”]
자료화면으로 옷 사진이 나왔다.
[“이 옷을 보시면 왼팔 바깥쪽 소매 부분이 뜯어져있습니다. 얼마나 세게 뜯었는지 손자국까지 확인할 수 있죠. 그런데 임병규 씨 방향으로 팔을 밀어서는 이런 손괴가 절대 일어날 수 없습니다. 탁경위 쪽으로 잡아 당겨야만 이런 모양으로 뜯어질 수 있죠. 따라서 탁경위는 칼을 든 임병규 씨의 손을 그쪽으로 민 게 아니라 자기 쪽으로 잡아당겼다고 봐야합니다.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요. 소매 부분에서 탁경위의 체액도 발견되었습니다.”]
이어 카메라가 돌아가더니.
[“아, 이에 관해서는 저희 YBC에서도 제보를 받았는데요.”]
기자가 멘트를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10대 여성분이 휴대폰 동영상을 제보해주셨습니다. 일단 인터뷰 내용부터 보시죠.”]
화면이 전환되어 모자이크 처리된 소녀의 모습이 나왔다.
[“그날 탁정태 경위님 만난 게 너무 신기해서… 말도 걸고… 또 따라갔어요. 그러면 스토킹인 거 알지만, 너무너무 팬이라서…”]
소녀는 수줍게 말을 시작했다.
[“그렇게 따라가고 있는데 갑자기 탁형사 님이 막 어디로 뛰어가는 거예요. 그래서 저도 따라서 막 뛰었죠. 가보니까 어떤 남자가 칼을 탁형사님한테 겨누고 있는 거예요. 근데 그 남자가 불안해서인지 주변 여기저기를 막 훑어보더라고요. 저는 저를 볼까싶어 근처 담벼락에 몸을 숨기고 휴대폰만 살짝 담 위로 내밀어서 그 장면을 찍었어요.”]
그리고는 휴대폰을 꺼내 기자에게 보여줬다.
[“나중에 사이렌 소리가 막 들려서 보니까 경찰들이 엄청 많이 와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얼른 거기서 빠져나와 집으로 왔는데, 동영상을 확인해보니까…”]
자료화면으로 그녀의 휴대폰 동영상이 재생되었다.
초점이 심하게 흔들리고 흐릿해 앞이 잘 보이지 않다가, 마침내 현장을 비췄다.
[“탁형사님이 칼을 든 남자 팔을 잡고 있고, 남자 목에는 칼이 들어가 있더라고요. 처음엔 저도 이 장면만 보고 탁경위 님이 찌른 건 줄 알고 깜짝 놀라서 펑펑 울었어요. 영상을 몇 번 재생해 봐도 찌른 것 같이 보였으니까.”]
그녀의 말을 따라 영상이 반복 재생되었다.
그 동영상도 정태가 병규를 찌르는 것처럼 연출되어 있었다.
[“그런데 제가 며칠 뒤 정신을 차리고 그 동영상을 컴퓨터로 옮겨서 프로그램을 활용해 배속을 늦춰 재생해봤는데.”]
영상은 점점 천천히 재생이 되어 나중엔 아주 느린 슬로우모드로 바뀌었다.
그리고 다시 정태와 병규의 모습이 나오던 그때, 화면이 멈췄다.
[“탁형사님의 손이 남자 팔에 닿기 전에 벌써 칼이 목에 들어가 있더라고요.”]
‘!!’
[“남자가 칼을 잡은 손 방향도 보시면 정확히 자기가 자신의 목을 겨누고 있어요. 이 영상으로 봤을 땐…”]
그녀가 잠시 말을 흐렸다 다시 이었다.
[“이 남자가 자살을 한 게 맞는 것 같아요.”]
느린 영상은 계속해서 재생되었다.
흔들리는, 흐릿한 영상이지만 병규의 목에 칼이 들어가는 장면만큼은 뚜렷이 나왔다.
분명 정태의 손이 그의 팔에 닿기 전에 칼이 목을 뚫고 들어갔다.
심지어 칼날이 목 뒤로 튀어나오고 나서야 정태가 그의 팔을 잡았다.
[“그럼 언론에 계속 나오는 ‘익명의 제보자 사진’도 학생이 제보한 건가요?”]
[“아뇨. 그건 제가 찍은 게 아니에요. 사건의 전말을 다 알게 된 이상 딱 그 장면만 제보하진 않을 테니까요.”]
[“그럼 왜 이제야 영상을 제보하게 된 겁니까?”]
[“말씀드렸듯 영상을 느리게 재생해보는 데까지 시간이 좀 걸렸어요. 파일은 서울청 광수대 측에 제출할 테니 조작 여부를 확인해보셔도 좋아요. 저는 탁형사 님이 누명을 쓰셨다고 생각해요. 꼭 억울함을 푸셨으면 좋겠어요.”]
영상을 보는 내내 동현은 머리가 핑핑 돌았다.
말 그대로 현재 여론에 정면 반박할 수 있는 아주 결정적인 증거였다.
이제 여론은 어떻게 될까.
동현이 휴대폰으로 댓글을 검색하는 와중에도.
[“증거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뉴스는 계속되었다.
어느새 화면이 바뀌어 치헌의 모습.
[“탁정태 경위가 범인의 배후로 지목했던 일신교회. 그곳의 신자로부터 아주 충격적인 진술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 자료는 부분부분 가려진 참고인조서.
[“진술인 보호를 위해 인적사항은 가려놓았습니다. 내용을 보시면 ‘일신교회 안동현 목사는 신자들의 수급비 통장을 걷은 뒤 돌려주지 않았다.’는 진술이 있습니다. 수사결과 실제로 안목사는 신자들의 수급비 통장을 가져간 뒤 통장 및 수급 금액을 전혀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일신교회 신자 대부분이 장애인이라던데, 그럼 그들의 복지비용을 목사가 갈취했다는 겁니까?”]
[“그랬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안목사는 과거 국내 최대 사이비교회를 운영할 때도 같은 방법으로 신자들의 돈을 갈취했으니까요. 여기 은행 ATM기 CCTV를 보시면.”]
이어 ATM기가 나오는 CCTV화면.
[“앞에 서 있는 이 남자가 통장 십 수개를 들고 계속해서 돈을 인출합니다. 이당시 인출 내역을 확인해보니 전부 관할 구청에 장애인으로 등록된, 일신교회 신자로 추정되는 자들의 수급비가 인출되었더군요. 그리고 이 남자는 이곳을 빠져나와.”]
다음은 교회 인근 CCTV화면.
[“일신교회로 들어가죠.”]
[“수급비 통장을 이렇게나 많이 모아놓고 현금으로 매달 인출한 거군요!”]
[“맞습니다.”]
동현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게다가 이 갈취보다 더 심각한 문제도 있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요?”]
[“다음 진술 내용을 보시면.”]
화면이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
[“안목사가 신자들을 상대로 ‘살인연습’을 시켰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살인 연습이요!?”]
[“처음엔 고양이 같은 동물을 데려다가 연습을 시킨 뒤, 사람을 상대로 살인을 지시하는 겁니다. 일부러 망상장애 등 정신병을 앓고 있는 몇몇 환자들을 골라 특별신자로 임명한 뒤, 지속적인 세뇌를 통해 살인을 연습시키는 겁니다. 이 신자들은 종교에 잔뜩 홀린 상태가 되어 아무 죄의식 없이 목사가 시키는 범죄를 행하는 거죠. 이 또한 과거에 안목사가 받았던 혐의와 같은 내용입니다.”]
[“정말… 믿기지 않는 내용입니다. 그럼 진술인도 살인을 연습하던 ‘특별신자’였던 건가요?”]
[“맞습니다. 진술인은 사람을 살해하기 전, 목사의 지시로 고양이를 죽이는 연습을 하다가 저희에게 검거되었습니다. 이후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지속적인 약물치료를 받았죠. 상태가 호전되고 나니 목사가 자신에게 지시했던 일들이 잘못된 것이라는 걸 깨달은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진술을 해주었죠. 그리고 이 진술인이 말하길.”]
치헌이 잠시 틈을 두고 다시 말했다.
[“사망한 임병규 씨도 같이 살인연습을 했다고 하더군요.”]
[“임병규 씨도 같이요!?”]
동현은 이제 식은땀을 흘리다 못해 사고가 정지되었다.
[“일신교회 측에서 말하길 임병규 씨는 교회와는 전혀 관련 없는 인물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건 거짓 진술입니다. 진술인은 특별 신자로서 교회에서 목사와 별도의 모임을 가질 때마다 일기장에 일지를 썼습니다. 그날은 누구와 어떤 행위를 했고, 어떤 내용의 기도를 했는지 같은 것을 기록했죠. 그곳에 무려 4회에 걸쳐 임병규 씨의 이름이 나옵니다. 사망한 임병규 씨의 사진을 보여주니 그가 맞다고 하더군요. 임병규 씨의 행적은 이 일기장에서뿐만 아니라.”]
다음은 화면은 CCTV 캡처본.
[“이 CCTV 영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죠. 병규 씨는 항상 집 근처에서 이 검정색 세단을 타고 이동했는데, 이 세단은.”]
이어 일신교회 주차장 사진.
[“일신교회 신자들을 운송하는 공용차량입니다. 그는 일신교회 신자가 맞았던 거예요.”]
[“그렇다면 임병규 씨가 칼을 들고 탁정태 경위와 만난 것은…”]
[“우연이 아니죠. 목사의 지시가 있었을 겁니다. 탁경위를 죽이라는.”]
투둑툭-
동현은 그만 휴대폰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
하지만.
[“이외에도 안동현 목사에겐 또 다른 혐의가 있습니다.”]
형사들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카메라는 경수를 비추고 있었다.
[“임병규 사건 조사 당시 본청 중대범죄수사과와 사이버 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는데요.”]
본청… 중대범죄수사과?
사이버팀?
[“중범에서 기사에 달리는 댓글의 문장들을 분석한 결과, 특수 프로그램을 돌려 단어 몇 개만 바꿔가며 메크로 형식으로 의견을 붙여 넣는 ‘댓글 공작’임을 확인했습니다.”]
‘…!!’
[“이어 사이버팀에서 의심되는 댓글들을 모두 추려 IP주소를 추적했는데.”]
경수가 잠시 말을 흐렸다 이었다.
[“모두 한 곳에서 작성된 댓글이었습니다.”]
[“한 곳이요!?”]
[“네. 아니나 다를까 이곳은 일신교회 인근에 설치된 임시 컨테이너 건물이었는데요. 그곳에 컴퓨터 50여대를 두고 프로그램을 돌려 댓글을 조작한 것입니다.”]
경수가 손목시계의 시간을 확인하며 계속 말했다.
[“아마 지금쯤이면 저희 광수대 인원들과 지원 나온 창진서 직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겁니다. 혐의 확인하고 검거 중에 있을 거예요.”]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목사님!”
교회 간부 중 한 명이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컨테이너 다 점령되었습니다! 경찰 수십 명이 와서 둘러쌌어요!”
“아니… 어떻게…”
“빨리 여길 빠져나가야 합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뉴스는 계속되었다.
[“수사 내용을 종합한 결과, 저희는 안동현 목사 상대로 정황증거뿐만 아니라 실질 증거도 충분히 확보되었다고 판단, 체포 및 교회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해놓은 상태입니다. 아마 오늘 오전 중에 발부가 되었을 것이고…”]
다다다다다다-
경수의 멘트가 끝나기도 전에.
“어이, 안동현이.”
건장한 남자 여러 명이 방으로 우르르 들어왔다.
“나는 서울청 광수대 변기섭 경사고.”
앞장 선 남자가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홱-
탁-
동현의 발을 걷어차 그대로 바닥에 넘어뜨렸다.
[“지금쯤이면 저희 광수대 인원들이 일신교회를 급습해서.”]
“안동현. 당신을 사기 및 횡령, 살인 교사, 사이버 명예훼손 교사 등 혐의로 긴급체포합니다. 변호사 선임할 수 있고 변명할 수 있어요. 체포구속 적부심 청구할 수 있습니다.”
[“안동현 목사 체포 완료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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