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136
136화. 다 노셨죠?
다음 날 오후. 우리 집.
치이이익-
하얀 옷을 입은 동그랑땡.
프라이팬 위에 전이 맛있게 굽히고 있다.
물론 내가 굽고 있는 건 아니다.
난 요리를 할 줄 모르니까.
“정태 씨 혼자 있을 땐 뭐 해먹어요?”
은빈이 전을 뒤집으며 내게 물었다.
“즉석 밥과 멸치조림을 먹습니다.”
“맛있는 반찬 좀 해먹지…”
“혼자 밥 먹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건 낭비입니다.”
“뭐가 낭비예요. 쉬는 날에 레시피 하나씩 정해서 해먹으면 되지.”
“쉬는 날에도 수사생각을 해야 합니다.”
“……”
“다음 쉬는 날엔 업무가 과중되겠군요. 오늘 손님 때문에 수사생각을 못했으니.”
타인을 내 집에 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난 누가 내 집에 들어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집에선 근무지에서 하지 못하는, 몰입해서 장시간 시각화하는 수사생각을 할 수 있으며, 나는 반드시 그것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타닥타닥-
치이이익-
기름을 튀기며 전을 굽는 소리.
그리고 이 냄새.
오늘은 수사생각을 하긴 그른 것 같다.
딩동-
“정태야! 문 열어!”
게다가 오늘 내 집에 오는 손님은 은빈 뿐만이 아니다.
끼익-
“와, 생각보다 집 꽤 넓네?”
눈이 휘둥그레진 경수가 여기저기를 집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안으로 들어왔다.
“부모가 없어 나라에서 지원받은 곳입니다.”
“아… 그렇구나.”
경수는 부엌에 있는 은빈과 인사한 뒤.
“자.”
손에 들고 있던 두루마리 휴지 두 묶음을 내게 건넸다.
“빈손으로 오기 뭐해서 샀어.”
“저 혼자 사는 집에 뭐 이렇게 휴지를 많이 사 오셨죠?”
“너 혼자 사니까 이렇게 많이 사 온 거야. 혼자 살면 휴지 많이 필요하지 않냐?”
“…?”
그렇게 대화하는 새에.
띵동-
다음 손님이 왔다.
“여어. 정태.”
“팀장님 오셨습니까.”
“이야, 집 좋다 야.”
치헌이 들어와 경수, 은빈과 인사한 뒤 내 손에 들린 두루마리 휴지를 보더니.
“야, 고경수. 너 센스 없게 두루마리 휴지를 사오냐. 너무 흔한 선물이잖아.”
경수 면박을 주며 자기 손에 들린 것을 내게 건넸다.
“자, 물티슈야.”
“……”
“두루마리보단 물티슈가 낫지?”
그렇게 치헌이 들어온 뒤엔.
“증태야!”
“안녕하십니까, 서장님.”
교철까지 왔다.
“키햐. 내가 뉴스에 연일 등장하는 우리 탁정태 경위 집에 다 와보고. 참 가문의 영광이다!”
그도 다른 사람들과 인사한 뒤 들어와 선물을 건넸다.
“자.”
고급스러운 황금 보따리에 싸인 박스.
“이게 뭡니까?”
“소다 소.”
“소요?”
“한우 세트다. 니 몇날 며칠은 실컷 물끼다.”
“!”
“그거 횡성 한우다이. 소 중에 제일 맛있는 거.”
횡성 한우라는 말에 다들 모여들어 입을 쩍 벌렸다.
포장을 뜯어보니 환상적인 마블링이 그려진 등심이 아름답게 포장되어 있었다.
“뭐 사실 따지고 보면 내가 맡긴 그 고양이 사건 때문에 이 작당이 낫다 아이가. 내가 정태 닌테 미안한 마음도 있고 해가 좀 넉넉하이 샀다. 여 새색시하고 팀원들하고 해가 마이 무라.”
교철이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슥 부엌 쪽으로 들어갔다.
“이야 은빈 양은 요리도 잘 하시네.”
“헷, 뭘요. 간단한 거 몇 개 하는 건데요.”
“하이고, 우리 정태가 우짜다 이런 참한 분을 만났을꼬.”
“호호호.”
그러게 손님 입장이 끝나고 다들 거실 상에 둘러앉은 후.
“맛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어요.”
은빈이 요리한 음식을 하나씩 내어왔고 내가 옮기는 것을 도왔다.
그녀는 전만 부친 게 아니라.
“우와. 이걸 다 은빈 씨가 했어요?”
떡국, 잡채, 갈비찜까지 했다.
“대애박. 이런 건 사진부터 찍어줘야지.”
“경수야. 내꺼도 카메라 함 켜 줘봐라. 나도 좀 찍구로.”
다들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자 은빈이 환하게 미소 지었다.
그녀는 앞치마도 벗지 않고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봤다.
“정태. 제수 씨. 뭐해요, 빨리 와서 앉아서 같이 먹어요.”
“아, 네네.”
그렇게 우리까지 자리에 앉아.
“잘 먹겠습니다!”
식사를 시작했다.
다들 ‘와, 진짜 맛있다!’, ‘직인다!’하며 맛있게 음식을 먹어댔다.
잠시 그렇게 식사시간이 이어진 후.
“이야.”
교철이 입을 열었다.
“증태야. 니 설날에 이래 사람들 너거집에 온 적 없제?”
“네, 처음입니다.”
“어떻노? 화목하이 분위기 좋제?”
“사실 저는 저희 집에 누가 오는 걸 별로… 윽!”
사실대로 말하니 옆에서 은빈이 내 허벅지를 세게 꼬집었다.
“… 화목한 분위기, 정말 좋네요.”
“글체? 이래 설에는 사람이 뻑적뻑적거리줘야 된다니까. 증태 니가 여태 얼마나 외롭게 설을 보냈겠노. 그래도 니가 아가 좋아가 동료들이고 여자친구고 이래 찾아주이 얼마나 좋노.”
오늘은 양력 설날의 다음 날이다.
그래서 은빈과 치헌, 경수와 교철이 시간을 내서 나를 찾아준 것이다.
다들 양가 친척 댁에 갔다 왔는지 얼굴에 피곤이 서려 있었다.
그래도 다들 입은 밝게 웃었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혼자 수사생각을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지만, 그들이 날 위해주는 마음이 진심으로 고마웠다.
이 또한 내가 여태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설날이 이렇게 따뜻한 날이었다니.
그렇게 맛있는 식사가 다 끝나고 난 뒤.
“설인데 윷놀이 함 해야 안 되겠나!?”
“이야, 역시 서장님 뭘 아시네요!”
마치 미리 멘트를 준비라도 한 듯 교철과 경수가 맞장구를 쳐댔다.
“정태 너 집에 윷 있냐?”
“없습니다.”
“어허이. 내가 그럴 줄 알고.”
경수가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윷을 이렇게 딱 준비해왔지.”
윷과 종이판을 꺼냈다.
그가 구석에 있던 담요를 접어 가운데 깐 뒤 말했다.
“팀은 어떻게 할까요?”
“내가 증태랑 팀 할끼다!”
교철이 내 팔짱을 탁 꼈다.
“장팀장이랑 경수, 새색시는 평소에도 증태 마이 본다 아이가. 오늘은 내가 증태랑 팀 할끼다.”
“아, 예예. 그러십시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경수가 은빈, 치헌과 얘기한 뒤 자기가 먼저 윷을 잡고.
휘릭-
위로 던졌다.
“와, 윷입니다!”
네 개의 나무 조각 다 평평한 면이 나왔다.
저게 윷인 모양.
경수가 다시 윷을 잡았다.
“왜 두 번 하십니까?”
“윷은 한 번 더 할 수 있거든.”
휘릭-
그가 다시 윷을 던졌고, 이번엔.
“와! 모다!”
“오오케이!”
“와, 경수 씨 대박인데요?”
네 개 다 둥근 면이 나왔다.
“뭐꼬! 경수 니 윷에 조작질했나!”
“에이, 무슨 소리세요. 윷에 어떻게 조작질을…”
그 뒤에도 경수는 윷을 한 차례 더 한 뒤 ‘걸’로 마무리 지었다.
그들의 말은 벌써 세 동이나 저만큼 앞으로 나가있었다.
“증태야, 자!”
교철이 윷을 모아 내게 건넸다.
“윷 한 사리 놀고, 그 다음에 걸로 저 두동가리 잡아뿌면 되는 기야. 알았나?”
“……”
잘 모르는 룰에 사투리까지 섞여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나는 그냥.
휘릭-
윷을 던졌다.
“푸하하. 도네.”
나무 조각 하나만 평평한 면이 나왔다.
“야, 인마! 도가 뭐고 도가!”
“……”
“적어도 걸은 해가 따라가야지!”
교철이 막 역정을 냈다.
윷놀이에 완전히 몰입한 모양.
그 다음 은빈이 한 차례 던진 뒤 교철의 차례가 왔다.
“잘 봐라이. 60년 윷놀이 장인의 손놀림을 보여줄 테니까.”
그는 무릎 하나를 세우고 꿇어앉은 요상한 자세로 윷을 잡고.
휘릭-
높게 던졌다.
티딕 틱 틱-
“자, 서장님. ‘낙’입니다.”
“뭐시!?”
윷 하나가 담요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내가 그를 덤덤히 쳐다보고 말했다.
“60년 장인이라면서요.”
“……”
“저보다 못하시면 어떡합니까.”
“가마 있어봐라! 다음 판에 끝을 내줄 테니까. 일단 니부터 좀 잘 해봐라!”
그가 큰소리로 다짐했지만.
‘도’, ‘낙’, ‘도’, ‘낙’, ‘도’, ‘낙’
“오늘 이기 와이카노!”
나는 ‘도’만 했고, 교철은 ‘낙’만 했다.
“서장님. 확률상 머리 위로 던지면 담요 위에 나무 조각이 안전하게 안착할 확률이 매우 낮…”
“시끄럽다 고마. 남자가 가오가 있지, 낙 될 심산이라도 고경수 점마처럼 얍시리하이 낮게는 못 던진다.”
“에이, 서장님 왜 또 저를 걸고…”
그렇게 경수가 던진 뒤 또 내 차례가 왔다.
“하이고, 내가 60년 윷놀이 인생 동안 ‘도’로만 말 네 동 다 엄친 건 처음 본다.”
우리 팀 말 4개는 ‘도’위치에 예쁘게 쌓여 있었다.
“증태야! 이제 뭐 해야 되는 지 알제? 정신 딱 집중해가 좀 잘…”
휘릭-
나는 교철이 말하는 중간에 윷을 던졌고.
윷은 아름다운 움직임으로 회전한 뒤.
탁-
다시금 ‘도’로 안착했다.
“이야!!”
그런데 그 ‘도’가…
“빽도다 증태야!!”
“이럴 수가…”
빽도였다.
평평한 면엔 아주 크게 ‘빽’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야! 증태야! 니 진짜 못하는기 뭐꼬!?”
교철이 나를 얼싸안고 덩실덩실 춤을 췄다.
설명을 들어보니 도에서 빽도를 하면 이길 수 있는 바로 직전 위치로 갈 수 있다는 것.
우리 말 4동은 승리를 할 수 있는 바로 직전 칸으로 이동했다.
다음 턴에도 교철은 어김없이 ‘낙’을 했고,
내가 그 다음 턴에 ‘도’를 해서 우리는 승리를 거뒀다.
“오케이!! 증태야 우리가 이기뿟다!”
“고생하셨습니다.”
“내 살다살다 5도1빽으로 윷놀이 이기긴 첨이다!”
교철이 아이처럼 신이나 활짝 웃은 뒤.
“어이, 장팀장. 돈 만원씩 가져와.”
“예?”
“윷놀이 그냥 하는 게 어딨어. 무조건 내기지. 다들 돈 만원씩 가져와.”
치헌에게 손을 탁 내밀었다.
치헌은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팀장인 자기가 대표로 다 내겠다며 3만원을 건넸다.
내가 이는 도박 또는 공갈 갈취에 해당한다고 설명하려던 찰나.
“증태야.”
교철이 다시금 아이 같은 얼굴로 날 쳐다봤다.
“나는 니랑 있으면 와이래 즐겁노?”
“……”
“내가 퇴직 얼마 안 남았지만, 정태 니가 뭐 도움을 요청한다카믄 버선발로 뛰가가 도와줄끼다.”
“정말입니까?”
“하모하모! 진짜지!”
“원하는 걸 지금 말씀드려도 될까요?”
“… 지금?”
다들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이번 일신교회 건처럼 저희가 수사관련 지원요청을 하면 창진서에서 적극 지원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무리해서 할 필요는 없고 가용 가능한 인원만 보충해주시면 됩니다. 수사에 큰 힘이 되거든요.”
“아, 물론이지! 그 정도는 내가 당연히 해줘야지! 우리 창진서 직원들도 너거 덕분에 큰 실적 쌓았다고 윽수로 좋아하고 있다. 너거 계속 지원해주는 거, 그거는 내가 무조건 해주지!”
“감사합니다. 그리고…”
내가 다른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이제 다들 충분히 다 노셨죠?”
“…?”
“설날을 즐길 만큼 즐기셨냐, 이 말입니다.”
다들 벙진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사실 우리는 지금 이렇게 히히덕거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
“거대한 장막을 어떻게 걷을지 고민하고 수사해야죠. 오늘 제가 수사관련 중요한 얘기를 좀 할 게 있습니다. 일단 이걸 보고 얘기하시죠.”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 거실 한편에 쳐진 커튼 쪽으로 갔다.
치익-
나는 그 커튼을 걷어.
“이게 바로 제가 휴무일마다 공을 들여 작성한.”
치익-
여러 장의 사진이 복잡한 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조직도를 내보였다.
“신 백양 조직도 및 그들의 동향 파악내역입니다.”
전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