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138
138화. 원하던 바입니다.
“이슈가 된 사건 수사내용에 더불어 낯선 이름의 범죄조직까지. 시청자 분들이 아주 궁금해 하고 계실 것 같습니다. 먼저 수사내용부터 알려주시죠.”
정수가 깔끔하게 정리해 멘트했다.
나와 함께 워낙 큰 이슈들을 많이 보도해서 그런지 그의 진행 실력도 점점 늘어가는 것 같았다.
“압수수색했던 일신교회 건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서울청 과수팀이 현장 감식 중 교회 강단 구석에서 혈흔을 발견했습니다. 그것도 한 명의 혈흔이 아니라 여러 명의 혈흔을요. 그 피의 주인은 전부 일신교회 내 보육시설에 지내던 장애인들이었습니다.”
앞에 있는 스태프들이 놀라며 미간을 찌푸렸다.
“혈흔의 모양에 따라 범죄수법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교회에서 발견한 혈흔은 단순히 대치하고 있는 상대방을 칼로 찌르거나 벤 흔적이 아니었어요. 사람을 눕혀놓고 그대로 피부를 썰어내며 사방으로 튄 혈흔이었습니다.”
그 말에 몇몇이 ‘헉’하며 입을 쩍 벌렸다.
“이에 대해 안동현 목사를 추궁하였으나 그는 모르는 일이라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곧장 또 다른 증거가 나왔죠. 바로.”
화면이 전환되어 사진자료가 나갔다.
날카로운 이를 가진 기다란 톱.
“교회 뒤편 창고에서 나온 이 톱입니다. 이 톱날을 감식한 결과 교회 바닥에서 나왔던 이들의 피와 똑같은 피가 검출되었습니다. 그리고 손잡이에선…”
내가 잠시 말을 흐렸다 다시 이었다.
“임병규 씨의 지문이 확인되었고요.”
“!”
정수도 한 차례 놀랐다가 다시금 표정을 가다듬었다.
“임병규 씨가 이 톱으로 누워 있는 사람을 썰어 살해한 겁니다. 피가 튄 양과 모양으로 보아 분명 살아있을 때 썰어낸 것이고, 또 부위는 목을 썰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화면에 날카로운 톱날이 점점 확대되었다.
스태프 중 몇 명은 소름이 끼치는 지, 팔로 자기 몸을 감싸 안고 부르르 떨었다.
“톱 손잡이에서 다른 신자들의 지문도 검출되긴 했지만 임병규 씨의 지문이 가장 최근의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임병규 씨는 이 톱으로 마지막 살인연습을 한 뒤.”
내가 잠시 틈을 두고 덧붙였다.
“저를 살해하러 온 거죠.”
“저, 정말…”
정수가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믿기지 않는 내용이네요. 그 지문에 관해서 안동현 목사는 뭐라고 했습니까?”
“톱에서 자기 지문이 나온 건 아니지 않냐며 모르는 일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참 어이가 없네요. 교회 전체를 관리 운영하는 목사가 교회 내에서 벌어진 참혹한 살인행위를 모를 리 없을 텐데요.”
“그래서 저희가 추가 수사를 실시했습니다.”
화면이 바뀌어 부분부분 가려진 수사서류 자료가 나갔다.
“톱에 지문이 남아 있던 다른 네 명의 신자들을 모두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한 후 신문 및 최면수사에 들어갔습니다.”
“최면수사요?”
“네. 과거의 기억을 선명하게 다시 진술시키기 위함입니다.”
이 최면수사엔 또 다시 가락이 수고를 해주었다.
내가 단서를 찾아낼 때마다 그의 업무도 비례해서 늘어가고 있었다.
“최면수사 전에 한 피의자신문에서 그들은 모두 범행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신성한 행위’였다는 등 종교적 뉘앙스의 주장을 하며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누가 시킨 것이냐는 질문에는 ‘하나님’이라며 공통된 답변을 했습니다.”
화면에 송출된 네 장의 피의자 신문조서.
각기 다른 피의자 진술 란에 같은 내용의 답변이 쭉 적혀 있었다.
“신문 내내 정확한 사실관계에 대한 답변을 듣기가 어려웠습니다. 모든 진술은 신앙심과 하나님으로 연결되어버렸으니까요. 그래서 최면수사까지 실시하게 된 겁니다.”
“최면수사 결과는 어땠습니까?”
다음으론 과학수사 자료.
“피의자신문에선 전혀 얻을 수 없는 정보들을 얻었습니다. 신앙심을 지나쳐 의식 깊은 곳으로 들어가니 진심이 나오더군요.”
“그들의 진심은 무엇이었습니까?”
“두려움이었습니다.”
정수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두려움이요? 그들은 신앙에 따라 당당하게 범죄를 행했다고 진술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었죠. 하지만 그건 가공된 정신으로 한 말일 뿐이었습니다.”
“가공된 정신이요?”
“안동현이 지속적인 세뇌를 통해 가공해낸 허위의 정신 말입니다.”
최면수사 서류에 기록된 그들의 답변은 피의자신문의 것과 전혀 분위기가 달랐다.
“여길 보십시오. 피의자 중 한 명은 최면수사 중 ‘무서워요. 이거 하기 싫어요.’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때 그는 최면 속 교회에서 ‘살인의식’을 행하고 있었습니다. 톱으로 사람을 살해하기 전 기도를 드리는 의식을 하고 있었죠. 다음 답변을 보시면.”
송출되고 있는 서류가 넘어갔다.
“‘하지만 할 수밖에 없다. 무섭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런 행동을 스스로 원한 게 아닙니다. 두려워서 어쩔 수 없이 했던 거죠.”
“무엇을 두려워했다는 거죠?”
“자신의 죽음.”
“!”
“자신이 죽지 않으려면 억지로라도 이 살인의식을 해야만 했던 겁니다.”
서류의 일정 부분이 확대되었다.
“이어지는 질문에서 피의자들 모두 똑같이 진술했습니다. 살인 의식을 반대하던 신자의 죽음을 눈앞에서 봤다고.”
“!!”
“신성모독이란 이유로 목과 머리에 칼을 찔러 넣어버리는, 그 장면을 봤다는 겁니다. 칼을 든 사람은 안동현이었고요.”
피의자 진술 란엔 ‘최초 살인의식 당시 엄청난 두려움과 거부감이 일었지만, 다른 신자의 죽음을 보고는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쓰여 있었다.
다음 피의자도, 그 다음 피의자도 같은 진술을 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불안정한 정신, 지속적인 세뇌. 이것들이 합쳐져 삐뚤어진 신앙심을 만들었고, 신자들은 괴물이 된 겁니다.”
“이럴 수가…”
“더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다음 자료화면을 보시면.”
화면에 병명이 기록된 병원 서류가 나왔다.
“이 피의자가 최초 정신병 진단을 받은 것은 2009년이었습니다. 하지만 보육시설인 일신교회에 들어간 건 2003년이었죠.”
“…!?”
“다른 피의자는 04년에 교회에 들어가서 08년에 정신병 진단을 받았고, 또 다른 이는 05년에 교회에 들어가서 10년에 진단을 받았습니다. 다시 말해…”
내가 잠시 말을 흐렸다 다시 이었다.
“살인을 저지른 신자 절반 이상은 원래 정신병이 있었던 사람이 아니라, 일신교회에서 생활하던 중 정신병이 생겼다는 겁니다.”
“…!”
“안동현이 이들의 정신을 타락시켜 병자로 만들어버린 거죠.”
입을 쩍 벌리는 정수.
“도대체…”
그가 정신을 차리고 질문했다.
“안동현 목사는 왜 그런 짓을 한 겁니까?”
“범행을 부인하니 이유에 관해서도 진술을 얻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수사한 내용들을 모두 종합해 추론해보자면…”
내가 잠시 틈을 두고 말했다.
“안동현은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쾌락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
“일신교회 최악의 정신이상자는 안동현 본인이었던 거예요. 교회 내에 지속적으로 살인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종교를 핑계로 신자들을 시켜 연쇄살인을 해왔던 겁니다.”
계속해서 눈이 커지는 정수.
“이는 비단 피의자들의 최면수사 진술에서만 확인된 사실이 아닙니다. 피의자들이 톱질을 하기 전 피해자를 묶어 눕혀놓았다던 긴 테이블. 여기서 절단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지문 주인은 안동현이었고요.”
이어서 지문사진이 나왔다.
새끼손가락 한 마디가 없이 다른 손가락 지문만 나타나 있는 사진.
“그러니까…”
정수가 생각을 정리하듯 눈을 깜빡이며 멘트했다.
“안동현 목사가 자신의 쾌락을 위해 신자들에게 살인을 교사했고, 혈흔 분석 결과 그 피해자들 또한 기존 일신교회 신자들일 확률이 높다는 거네요. 아 참, 최초 살인의식을 행할 때는 의식을 거부하는 신자를 안목사가 직접 살인하기도 했고요.”
“맞습니다.”
“정말… 충격적인 내용입니다. 그럼…”
그가 후, 하고 한숨을 내뱉고는 시계를 보며 말했다.
“아까 말씀하셨던 그 백양이란 조직이 안동현 목사와 연관이 있다는 겁니까?”
질문과 동시에 날 비추는 카메라에 불이 들어왔다.
“네, 아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나는 그렇게 대답하며 며칠 전 관우와 나눴던 통화내용을 떠올렸다.
*
= “그렇게 선포하란 말씀이십니까?”
관우는 대뜸 전화가 와서 백양과의 전쟁을 선포하자고 했다.
= “네. 탁경위 님이 직접적으로 공격을 받은 이상 전쟁은 이미 시작된 겁니다. 그래서 저희 중범 쪽에서도 공격적으로 수사지원을 한 거고요. 이제 백양의 실체를 알릴 때가 되었습니다.”
= “범죄혐의를 좀 더 밝히고 나서 알리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 조직의 정체가 세상에 알려지면 그때부터 멤버들은 철저히 증거를 인멸하려 들 테니까요.”
= “서울청 광수대 1팀이 작정하고 백양을 수사하고 있다는 사실은 상대 쪽에서도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증거인멸은 진작부터 이루어졌겠죠. 이럴 땐 오히려 그들의 정보를 드러내버리는 것이 여러모로 좋습니다. 그렇게 하면 우리 쪽으로 유리한 여론이 형성되면서 영장 발부 등 수사에 타당성을 부여받기가 쉬워지거든요. 이에 더해 앞으론 자신들이 더 의심받을까 두려워 탁경위님에게 직접적인 위협을 하지 못할 겁니다. 공격과 방어가 동시에 되는 셈이죠.”
그는 큰 관점에서 이 사건을 정확히 꿰뚫어보고 있었다.
그의 작전은 ‘합리적 의심을 통한 여론몰이.’
타기관의 힘을 적절히 활용해 수사에 엄청난 진전을 줄 수 있는 방법이었다.
며칠 전 술에 취해 자기 마음을 토로하던 은빈의 생각이 잠시 났다.
백양 수사를 그만하라던 그녀의 말.
아주 잠깐 마음이 어지러웠지만.
= “탁경위 님은 제 제안이 별로 안 내키십니까?”
= “아뇨.”
고민은 삽시간에 끝났다.
= “전쟁. 저도 원하던 바입니다.”
*
나는 정수에게서 눈을 떼 카메라를 쳐다보고 말했다.
“백양은 이익을 위해 모인 각계 큰손들의 모임입니다. 정치, 사법, 언론, 종교부터 유흥과 암흑세계까지. 사회 모든 분야의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다 있죠. 현재까지 파악된 백양 멤버는 얼마 전 사망한 ZBC 한시호 기자, 일신교회 안동현 목사 이 두 명입니다. 다른 멤버들도 계속 파악 중에 있습니다.”
일반인들은 처음 들었을 말.
정수를 포함한 스태프들이 놀람과 호기심이 섞인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백양은 단순 사교모임이 아닙니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불법행위도도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범죄집단이죠. 이들은 감금, 납치, 폭행은 물론 성매매, 마약. 심지어 범죄조직을 시켜 청부살인까지 하고 있습니다.”
“…!”
“전 국민의 공분을 샀던 버팔로 게이트, 단순 조선족 범죄로 치부되었던 강은영 납치 사건과 가수 박지석 살인사건, 버팔로를 은밀히 수사하다 돌연 변사체로 발견된 이형준 형사 사건, 그리고 최근 벌어진 ZBC 한시호 기자 살인사건까지. 이 어마어마한 범죄들의 배후엔 항상 백양이 있었습니다. 최근엔 유흥접객원 여성들과 함께 대규모 필로폰 파티를 벌이는 등 마약범죄까지 저질렀죠.”
“!”
“현 시간부로 저희 경찰은 백양 수사에 총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중범과 창진서 등 가용가능한 모든 동료들의 지원을 받아 수사에 나설 것이다.
“이에 더해.”
내가 잠시 틈을 두고 덧붙였다.
“국민 여러분께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실마리는 다 이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