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139
139화. 실마리는 다 이곳에.
“부탁드릴 것이요?”
정수가 묻고.
“대부분의 일신교회 신자들 신병이 확보되었으나, 몇몇 간부들이 도주를 한 상황입니다.”
내가 덤덤히 답했다.
“그들 중엔 ‘들개’라고 불리는 조선족도 있습니다. 이들은 주민등록을 하지 않은 채 아무런 서류 기록 없이 숨어 사는 자들입니다. 이들은 각종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지만 기록이 없으니 추적하기가 어렵습니다.”
최면수사를 했던 피의자들로부터 들개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다.
그 어떤 정부기관에도 등록되지 않은 채 일신교회에 거주하며 사는 조선족 남자들이 있었다고.
동현과 조선족 범죄자 사이에도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도주한 교회 간부들은 전국 각지로 흩어져 계속 은밀히 포교활동을 할 것입니다. 혹시 국민 여러분 주변에 사이비 종교에 빠진 사람이 있거나, 그런 종교를 퍼뜨리고 다니는 사람을 목격하면 즉시 112 또는 저희 서울청 광수대로 연락을 주십시오.”
모니터를 확인하니 아래에 사무실 전화번호 자막이 나가고 있었다.
“여태까지 백양에 연관된 자들은 모두 죽거나 죽을 뻔했습니다. 백양의 실체를 폭로하려 했던 박지석이 그랬고, 그들을 수사하려던 이형준 형사가 그랬으며, 같은 멤버였다가 가지치기를 당한 한시호 기자가 그랬습니다. 최근엔 저까지 살해를 당할 뻔했죠.”
자막은 수시로 바뀌어 내가 했던 멘트를 요약하기도 했다.
“백양의 다음 칼날이 또 누구를 향할지 모릅니다. 사건 관련자들은 물론 죄 없는 시민들까지 죽거나 다칠 수도 있죠. 그 전에 이들을 막아야 합니다.”
여태 국민들은 계속해서 음지로 선동을 당했다.
언론과 정치인들이 원하는 대로 놀아났다.
“여러분들이 도와주신다면 저희 경찰이 더욱 더 빨리 범죄자들을 검거할 수 있습니다. 우리 함께…”
이제 여론을.
“백양을 소탕합시다!”
양지로 끌어낼 때다.
*
1시간 후, 서울청 광수대 사무실.
“괜찮을까?”
경수가 내게 물었다.
“괜히 인터뷰해서 완전 꽁꽁 숨어버리는 건 아니겠지?”
“원래 수사는 숨겨진 걸 밝혀내는 겁니다. 더 꽁꽁 숨는다면 더 면밀히 수사해 찾아내면 됩니다. 게다가.”
내가 잠시 틈을 두고 덧붙였다.
“수사기관과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이번 선포는 꼭 필요했습니다. 더 이상의 희생자가 나와선 안 되니까요.”
내가 이번 기자회견에서 굳이 백양을 언급한 건 공격을 위해서라기보단 방어를 위해서였다.
백양의 이름이 직접적으로 언급된 이상 그들은 이제 함부로 사건 관련자들에게 직접 공격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을 수사하는 형사들도, 죄 없는 국민들도 더 이상 다쳐선 안 된다.
“그렇지. 피해자를 만들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지. 아니 그런데.”
경수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지방청장이랑 광수대장은 어떻게 아무 말을 안 하냐.”
그러자.
“미안한 거겠지.”
뒤에 앉아 있던 치헌이 답했다.
“정태 한창 임병규 사건 때문에 고생할 때 둘 다 아무 방어도 안 해주고 가만히 있었잖아. 그건 사실상 자기 부하직원을 방치한 거라고 봐야 하거든. 뭐 본청장이 직접 지시했으니 항거할 수 없었다는 건 나도 이해하는데, 그래도 자기 직원이면 한 번 쯤 방안이라도 찾아줬어야지.”
“아…”
“정태랑 우리 팀 스스로 살 길 찾아 해명하고 수사에 나섰으니 자기들도 할 말이 없는 거야. 아마 본청장이 수사 중지명령 같은 걸 내리지 않는 이상 우리 수사에 딴지는 못 걸걸?”
그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동안.
‘음.’
나는 사우나 마약사건 관련 최면수사 자료 뒷부분을 훑어보고 있었다.
인터뷰에선 얘기하지 않은 진술들.
[언제부터인가 연락이 안 돼요. 가게에 출근도 안 하고.]
[소문엔 아주 예전부터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사람이 하나씩 없어진다고…]
[이상한 소문이 있어서 무섭긴 하지만… 페이가 세니까 오는 거죠. 이런 파티를 벌일 정도면 대단한 사람들일 테니 저희 신상에도 문제가 없을 것 같고…]
환각파티에 참여했던 여성 피의자들은 피의자 신문 때 하나 같이 의미심장한 진술을 했다.
이들은 연예인 신분이지만 쉽고 큰 돈벌이를 위해 ‘홍마담’의 호출을 받고 소위 말하는 ‘밤일’을 뛰었다고.
그런데 밤일을 뛰는 동료 연예인 중 몇 명이 어느새 부터 자취를 감춰버렸다고.
연락도 안 되고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고.
평소 같으면 단순 실종 건으로 처리해버리면 될 일이지만, 이번엔 그럴 수 없었다.
홍설희와 연관된 실종이니까.
홍설희는 백양이다.
여태껏 백양과 관련된 실종은 전부 다 살인, 업무상과실치사와 같은 중대범죄로 밝혀졌다.
그녀들은 어디로 간 걸까.
왜 자취를 감춰버린 걸까.
“아, 참 그리고 정태야.”
치헌이 내 자리로 와서 말했다.
“안동현 휴대폰 디지털 포렌식 했었잖아. 거기서 과거 대포폰에 발신한 내역이 여러 차례 나오더라고. 그런데 그 대포폰 출처를 확인해보니까.”
그가 잠시 틈을 두고 말했다.
“오수 휴대폰이었어.”
“!?”
“오수 기억나지? 한시호한테 지시 받고 범죄 저지르다 구치소에서 왕청현한테 살해당한 조선족 놈. 그놈이 안동현하고도 연결이 되어 있었나봐,”
일신교회에서 나온 혈흔의 주인들도 아직 실종인 상태다.
이들의 행적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안동현이 오수와 연결되어 있다라.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탁주임님.”
그때 맞은편에서 전화를 받고 있던 기섭이 날 불렀다.
“제보 전화인데요.”
벌써 시민 제보가 들어온 모양.
“경기도 하남에 있는 한 조용한 마을 주민입니다. 여기 동네에 사이비 종교가 만연해 있다네요.”
“하남이요?”
“네. 이 제보자 가족들도 다 이 종교에 홀려있…”
“하남이요!?”
하남.
순간 머리가 찌릿했다.
나는 기섭의 말을 끊고 곧장 키보드를 두드려 경기남부청에서 수신한 공문을 확인했다.
[하남시 하산곡동 산 1001-43 인근 수색 결과 특이사항 없음. – 하남서 형사과]
그 공문을 확인하자마자.
“팀장님, 고부장님.”
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그들에게 말했다.
“지금 당장 하남서로 가야 합니다.”
*
잠시 후.
나는 하남경찰서 형사계에 들러 수사 자료를 받은 후 다시 관용차에 탔다.
“자료 다 받았어? 이제 네가 말한 그 주소로 가면 되는 거야?”
“네. 하남시 하산곡동 산 1001-43이요.”
경수가 차를 출발시키며 다시 물었다.
“그래, 수사 때문에 가는 건 알겠는데. 거기 가면 뭐가 있는 건데?”
“안동현이 저지른 일, 그리고 홍설희에 대한 단서가 모두 그곳에 모여 있어요.”
“그래 그게 구체적으로 뭐냐구.”
나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하남서에서 받은 서류를 살폈다.
서류는 일전에 이형준 형사 사망 사건 당시, 하남서 형사들이 현장 및 피해자 차량 등을 수사한 자료였다.
그들은 내 지시로 오수가 장기적출을 하려 했던 아지트까지 찾아냈다.
어찌 보면 아주 깔끔하게 잘 끝낸 수사.
하지만 이는 수사의 궁극적 목적 달성에 실패한 수사였다.
딱 시킨 것까지만 한 수사.
더 뻗어나가지 못한 수사.
내가 더 케어 해 이들을 이끌었으면 좋았지만, 당시엔 다른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었던 터라 타청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실마리는 다 하남에 있었는데.
스으윽-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창문을 내렸다.
“추운데 창문은 왜 내려?”
“수사에 필요해서요.”
“…?”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 룸미러로 날 쳐다보는 경수.
그 시선에 아랑곳 않고 나는 계속 수사서류를 살폈다.
그렇게 얼마를 달렸을까.
“여기야. 하산곡동 산 1001-43.”
목적지에 도착했다.
구불구불한 산길 안쪽으로 조그마한 컨테이너가 보였다.
감식이 끝난 컨테이너는 폴리스라인 하나 없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경수가 시동을 끄고 치헌이 차에서 내리려던 찰나.
“계속 가요.”
“… 응?”
“내리지 말고 계속 가요. 갓길로 천천히.”
내 말에 치헌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무슨 소리야? 목적지가 여기 아니었어?”
“아직 덜 왔어요.”
“덜 왔다고? 그럼 최종 목적지가 어딘데?”
“모릅니다. 저도 찾아봐야 해요.”
“뭐?”
인상을 구기는 치헌을 뒤로하고 나는 창문 밖으로 고개를 쑥 내밀었다.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는 사이 치헌은 다시 안전벨트를 맸고, 경수는 차를 출발시켰다.
저속으로 갓길을 달리는 차.
나는 계속 창밖으로 고개를 내민 채 온 정신을 집중해 목적지를 찾았다.
남들이 보기엔 주변을 자세히 ‘본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사실.
킁킁-
냄새를 맡고 있었다.
이번 목적지는 눈으로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코로 찾아야 한다.
그렇게 5분 정도가 지났을 즈음.
킁킁-
‘!’
마침내 코에 특이점이 와 닿았다.
“멈추세요!”
끼익-
나는 차를 멈춰 세운 뒤.
“트렁크 좀 열어주세요.”
트렁크에서 삽과 가방 하나를 꺼낸 뒤 산 쪽으로 걸었다.
경수가 부리나케 나를 따라오며 물었다.
“여기가 목적지야? 아무 길도 없는 그냥 산인데?”
“길 있습니다.”
“…?”
“여길 보세요. 가운데 풀은 솟아있고 양쪽 풀들은 앞쪽으로 누워 자라있어요.”
“…!”
“아주 가끔이지만, 차가 지나다녔다는 겁니다.”
내가 가리킨 곳엔 가운데 풀만 우뚝 솟아 자라 있었다.
그런 풀이 산을 타고 쭉 이어져 길이 아닌 길이 만들어졌다.
길은 산 안 쪽까지 이어졌다.
나는 눈과 코에 바짝 집중을 한 채 앞으로 걸었다.
“이런 곳에 뭐가 있다는 거야? 여긴 하남서 수사 자료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은 곳이라고.”
“하남서 형사들이 찾지 못한 겁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곳이죠.”
“가장 중요한 곳? 중요한 곳은 장기를 적출했던 아까 그 컨테이너 아냐?”
“그들은 컨테이너는 찾아냈지만 ‘그 뒤처리’에 대해선 생각하지 못했어요.”
“뒤처리?”
킁킁-
‘!’
내가 걸음을 멈췄다.
아무 것도 없는 평평한 땅.
드디어 목적지를 찾았다.
나는 땅을 유심히 살핀 뒤 삽을 들고.
팍-
땅을 파며 계속 말했다.
“하남 쪽 조선족들이 여기까지 사람을 끌고 와 장기를 적출했다면, 그 뒤에 사체는 어떻게 처리했을까요?”
“…!?”
“다시 도심지로 끌고 가진 않았겠죠. 이쪽이 원래 인적이 드문 곳이니 근처 어딘가에서 처리를 했을 겁니다.”
팍- 슉- 팍- 슉-
얘기를 하면서도 나는 삽질을 멈추지 않았다.
땅은 아주 잘 파졌다.
마치 이전에도 누군가가 자주 이 땅을 파 뒤집어 토양을 부드럽게 해놓은 듯.
“게다가 오수가 서울이 아닌 하남까지 이형준 형사를 끌고 왔다는 건, 하남뿐만 아니라 서울 쪽 피해자들도 여기에서 작업을 했을 확률이 높다는 거죠. 데쓰벤을 계속 끌고 다닐 수도 없거니와 서울엔 완전히 은신을 할 만한 곳이 없으니까. 그렇다는 말은…”
내가 잠시 말을 흐렸다 다시 이었다.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작업이 이곳에서 이루어졌고, 또 굉장히 많은 사체가 나왔다는 뜻이겠죠.”
틱-
마침내 삽 끝에 무언가 닿는 소리가 들렸다.
주변을 좀 더 파내보니.
“뭐야 이거!? 설마…”
손잡이가 달린 문이 나왔다.
나는 경수에게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여기, 머리망이랑 마스크, 덧신이랑 장갑까지 다 착용하세요.”
가방에서 감식장비를 꺼내 그들에게 건넸다.
나는 장비를 다 착용한 후.
“코는 막는 게 좋을 겁니다.”
문손잡이를 잡고.
파악-
위로 힘껏 열어젖혔다.
외면 받는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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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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