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14
14화. 경찰하길 잘했다.
웨에에에엥-
주변 사이렌 소리가 더 가까이 들려왔다.
용의자 위치를 파악한 인근 순찰차들이 포위망을 더 좁혀오는 모양이었다.
다다다다-
나와 용의자는 계속 추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나는 경찰대 내에서도 달리기가 아주 빠른 편이었지만, 죽을 각오로 뛰는 용의자를 곧장 잡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게 원룸촌을 지나 우측 골목으로 들어섰는데.
“어허이. 어딜 도망가시나?”
그곳에 있던 경수, 덕규와 마주쳤다.
용의자는 다급하게 발걸음을 멈춘 뒤 눈을 부릅뜨고 앞뒤로 고개를 돌렸다.
“출구는 다 막혔어. 포기해.”
“……”
“모자에 옷, 턱에 수염까지. 이렇게 인상착의가 똑같이 일치하는 사람이 경찰을 보고 죽기 살기로 도망친다? 그럼 범인이 확실하지. 설령 범인이 아니더라도 준현행범으로 체포 가능하고.”
경수가 체포요건을 설명했다.
범인으로 호창되어 추적하고 있는 자는 현행범으로 간주하여 체포할 수 있다.
“자, 벽에 양 손바닥 붙이고 뒤돌아 서.”
그렇게 경수가 용의자를 설득하며 다가가려하던 그때.
슥-
용의자가 품에서 칼을 꺼냈다.
날 길이만 20cm가 넘는 사시미였다.
“가까이 오지 마!”
“이, 이 새끼가…”
깜짝 놀란 경수가 후다닥 뒷걸음질 치며 삼단봉을 꺼내 들었다.
“이 새끼야. 카, 칼 버려!”
칼을 들이대자 경수는 당황한 듯했다.
옆에 있던 덕규도 상기된 얼굴로 삼단봉을 꺼내 들었다.
“야 인마, 뭐 하는 짓이야! 칼 버려!”
덕규도 소리쳐봤지만 용의자는 오히려 칼을 더 꽉 그러쥐었다.
“……”
그는 고개를 돌려 잠시 나를 쳐다봤다가 다시 뒤돌더니.
저벅- 저벅-
칼을 앞으로 겨눈 채 경수 쪽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가장 대적하기 쉬운 상대가 경수라고 생각한 모양.
“우… 움직이지 마! 칼 버려!”
경수가 다시 한 번 소리쳤지만 용의자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이미 이성을 잃은 듯 멍한 눈으로 천천히 경수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경수와 덕규가 좌우로 갈라져 뒷걸음질 치면서 용의자의 주의를 분산시켜보려 했지만, 그는 계속 경수만을 따라갔다.
“이런 씨…”
어쩔 줄 모르고 계속 뒷걸음질 치던 경수는.
“으엇!”
철퍼덕-
중간에 튀어나온 인도 블록에 걸려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용의자는 계속 그에게로 다가갔고.
“으어어, 씨팔. 가… 가까이 오지 마!”
다리가 풀린 경수는 팔다리를 퍼덕거리며 바닥을 기었다.
용의자가 가까이 오자 그의 입에선 본능에 충실한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는 완전히 무방비 상태에 놓였다.
덕규가 그 찰나의 순간을 막기엔 거리가 너무 멀었다.
스윽-
마침내 경수 앞에 다다른 용의자가 손을 위로 치켜들고.
“아… 안 돼!!”
그의 머리에 칼을 내리 찍으려던 그 순간.
탕-!
.
.
.
귀를 때리는 폭음과 함께.
“으아아악!!”
용의자는 칼을 놓친 채 그대로 자리에 쓰러졌고,
나는 곧장 상황실에 무전을 했다.
– “상황실. 창진-486 CCTV에서 남동쪽으로 150m 지점, 용의자 검거했습니다. 추가로…”
내가 용의자 다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를 보며 덧붙였다.
– “용의자 우측 허벅지 총상 있습니다. 신속히 병차(구급차) 지원바랍니다.”
#
“헤에? 총을 쐈다고?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니?”
어제 있었던 일을 말하자 내 앞에 앉은 여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전으로 구급차 부른 뒤, 순찰차 구급함에서 붕대를 꺼내 지혈을 했어요.”
“총은 총대로 쏴놓고, 또 지혈을 해줬다고?”
하얀색 가운을 입고 있는 이 중년 여자의 이름은 금주희.
정신과 의사다.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건 보육원 시절. 재미없는 학교에 가기 싫다며 일주일간 무단결석을 했을 때였다.
당시 보육원 선생님들은 ‘평소에도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을 자주 한다.’며 주희에게 내 상담을 신청했었다.
“매뉴얼에 그렇게 되어 있거든요. 총을 발사한 직후에는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참 우스운 규정이구나. 방금 전까지 칼로 동료를 찌르려 하던 사람, 그런 범죄자를 살리기 위해 애써야 하다니.”
“범죄자도 결국 경찰이 보호해야 할 국민 중 한 사람이니까요.”
첫 상담 후 주희는 어쩐 이유에선지 나에게 3개월 마다 자기를 찾아오라고 했다.
만날 때마다 그녀는 그동안 겪었던 가장 좋았던 일과 안 좋았던 일, 그때 느꼈던 감정 같은 걸 묻곤 했다.
나는 생각나는 대로 답변했고, 그녀는 문답 내용을 기록했다.
“총은 충동적으로 쏜 거야?”
“아뇨.”
“계산 하에 쏜 거란 말이지?”
“네. 쏠 수 있는 상황이었고, 쏴야만 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녀와 만나는 횟수는 점점 줄어 이제는 1년에 한 번만 상담을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막 성인이 되었을 때, 그녀는 처음으로 나에게 ‘인격 장애’에 대한 설명을 했다.
감정의 정도가 아주 낮아 타인과 애착관계를 형성하기 힘든 상태.
또 끝없이 지루함을 느끼며 쾌락을 찾아 헤매는 비정상적 사고방식.
이런 내 상태가 인격 장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내 관심사가 범죄로 이어지진 않을지 우려하며 수년간 상담을 하고 지켜봤다고 했다.
다행히 나는 범죄를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럼 최근 1년 동안에도 충동으로 인한 행동은 없었단 말이지?”
“… 있었습니다.”
“있었어? 언제?”
주희가 좋게 말해줬지만 나는 검색을 통해 내가 ‘소시오패스’의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로지 내 욕구 충족만을 위해 행동하는 것.
다른 모든 불필요한 것들에 대해 무관심한 것.
소시오패스와 하나 다른 것이 있다면, 충동적 행동이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항상 이성적, 계산적이었다.
그런 내가 생전 처음으로 충동적 행동을 한 것이다.
“자살기도자를 구했어요.”
“뭐? 어휴, 난 또 범죄라도 저지른 줄 알고 놀랐잖아.”
“아파트 외벽을 타고요.”
“에?”
주희의 눈이 다시 한 번 커졌다.
“외벽을? 안전장비도 없이?”
“커튼과 커튼 봉에 의지해서요.”
“뭐? 그거 너무 위험한 거 아니니?”
“자살은 범죄도 아닌데 저는 온힘을 다해 자살기도자를 구했어요. 물론 커튼이 제 몸을 충분히 지탱해줄 거라 믿고 한 행동이지만, 그런 계산 전에 이미 제 발은 아파트 출입구를 지나 엘리베이터로 향하고 있었어요. 이건 충동을 넘어 본능에 가까운 행동이었어요.”
내 말에 주희는 잠시 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자살기도자가 아래로 떨어질 까봐 걱정이 되었단 말이니?”
나는 곧장 대답할 수 없었다.
정확히 그게 어떤 감정인지 몰랐으니까.
“제가 책에서 배운 대로라면 그때 느낀 감정은 걱정이 맞는 것 같아요.”
“너 정말…”
주희가 말을 흐리더니 빙그레 웃으며 이었다.
“… 경찰하길 잘했다.”
그녀가 저 말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내가 경찰의 꿈을 가졌을 때부터 줄곧 저 말을 해왔다.
그녀는 내게 끊임없이 수사에 관심을 가지라 했다.
내 정신이 부정적 영역으로 빠지지 않도록 선한 영역 내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라고 했다.
다른 것이 아닌 수사에 미칠 수 있는 건 축복이라는 말도 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주희의 표정이 뭔가 달랐다.
“어쩌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천직인지도 몰라.”
눈망울은 더 초롱했고 목소리는 더 짙었다.
“경찰 내에선 총 쏘는 게 되게 큰 이슈라던데. 조직 내에서 뭐라고 안 하든?”
“몇몇 계장님과 과장님이 파출소로 전화가 와서 팀장님께 화를 내셨습니다. 팀장님은 괜찮을 거라고 하셨지만 표정은 어두웠습니다.”
“그렇게 되면 너 신분상 불이익 받고 뭐 그런 거 아니니?”
“규정대로 무기를 사용했기 때문에 불이익 받을 일은 없습니다.”
“조직이 다 그렇듯 규정이 다가 아니…”
주희는 뭔가 더 조언해주려다 말았다.
“… 오늘은 얘기가 다른 곳으로 길게 빠졌네. 자, 늘 하는 마지막 질문.”
이제 상담이 끝날 때가 되었다.
“부모님이 보고 싶진 않니?”
“네.”
“얼굴이 궁금하지도 않고?”
“전혀요.”
몇 년째 이어져 온 같은 질문과 같은 대답.
하지만 이번에도 주희는 그동안의 건조했던 표정과는 다르게.
“고생했어. 가도 좋아.”
씽긋 웃으며 내게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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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총기 사용 관련 전화를 많이 받았다.
본청 감찰 직원도 내 개인 휴대폰으로 전화가 와서 당시 상황을 상세히 물었다.
자살기도자를 구할 땐 잠잠했던 방송 3사 뉴스에 내 이름이 실렸고, 피의자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경찰의 과잉대응을 규탄해달라며 눈물을 보였다.
그리고 오늘.
나는 서에 호출되어 2층 소회의실에 앉아 있다.
잠시 후.
끼익-
저벅- 저벅-
경찰관 세 명이 줄지어 들어와 상석에 나를 마주보고 앉았다.
셋 다 계급은 경정.
가운데 앉은 안경 낀 사람이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창진서 매천파출소 탁정태 경위의 총기사용 관련 징계위원회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본청 감찰에 근무하는 이철성 경정이고요.”
그가 왼쪽으로 눈짓을 하자.
“저는 매천서 형사과장 최안득입니다.”
안득이 지긋이 나를 보며 자기소개를 했다.
그리고 철성의 오른쪽엔.
“… 생안과장 주민상입니다.”
굳은 표정을 한 민상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단 하나의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