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140
140화. 외면 받는 자들.
“우왁!”
문을 열자마자 썩은 내가 확 풍겨져 나왔다.
경수와 치헌이 코를 막고 인상을 팍 찌푸렸다.
문 밑으론 계단이 연결되어 있었다.
아래는 어두워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한시호가 죽기 전 저와 통화할 때 말했습니다.”
내가 손전등을 아래로 비추고 계단을 내려가며 말했다.
“백양이 죽인 시체가 산처럼 쌓여 있다고.”
경수와 치헌도 코를 막은 채 나를 따라 내려왔다.
“처음엔 망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만약 한시호의 주변에 그런 망상을 현실화시킬 사이코패스가 있었다면.”
“…!?”
“사람의 죽음에 대해 특이한 견해를 가지고 생명을 재료로 요상한 행위를 하는 자가 있었다면.”
“!”
“한시호의 얘기가 진짜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죠.”
계단을 다 내려오니 10m정도 앞에 화한 촛불이 하나 켜져 있었다.
그 촛불 위로는 나무로 만든 십자가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사방으로 진동하는 악취.
“정말 사실이었네요.”
내가 손전등을 들어 좌우를 비췄다.
“이게 바로.”
그곳엔.
“백양이 만든 ‘시체 산’입니다.”
줄을 맞춰 차곡차곡 쌓아놓은 수백 구의 시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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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달리는 관용차 안.
나는 혼자 차를 몰며 라디오 소리를 높였다.
[“··· 발견된 사체는 약 300여구로, 현재 서울청 및 경기남부청 감식팀에서 신원을 조사 중에 있습니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사체 신원 대부분이 서울 및 경기도 소재 경찰서에 등록된 장기 실종인 목록과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져…”]
그때 하남 지하공간에서 발견된 사체는 무려 300구가 넘었다.
실종된 줄 알았던 이들이 생명을 잃고 땅 아래서 썩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가장 부패가 덜 된, 최근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 사체는 놀랍게도 얼마 전 일신교회에서 혈흔이 발견되었던 장애인들의 사체였습니다. 그들은 하나 같이 목이 절단된 채로··· ···현장에서 십자가와 촛불, 안동현 목사의 머리카락까지 발견된 것으로 보아 안목사가 이들의 살인 및 사체유기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신교회에서 살해된 이들의 사체도 발견했다.
설마 했던 일들이 정말 벌어졌던 것이다.
[“사체들 중에는 얼마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장기적출 범죄 피해자처럼 배가 세로로 갈라져 있는 사체도 다수 발견되었습니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조선족 범죄자들도 이 범죄에 가담했을 것으로 추정이 되며…”]
하남서 형사들은 이형준 형사 사건 당시 장기적출 작업을 했던 컨테이너를 수사하며 ‘사체는 불상의 장소에 유기했을 것으로 추정’이라며 사체에 대한 수사를 깊이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장기적출을 조직적으로 하는 이들은 화학약품으로 아예 사체를 녹여버리거나, 모아서 바다 한 가운데 던져 버리는 등 그 흔적을 말끔히 처리한다.
하남서 형사들도 이런 지하실이 있을 거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탁정태 경위의 YBC 기자회견 이후로 전국에서 사이비 종교 관련 제보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각 지역 지방청에선 사이비 종교 수사 관련 특별 조사팀을 꾸리는 등 수사에 만전을 기하고 있으며…”]
끼익-
라디오를 듣는 새에 목적지인 구치소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면회실로 들어가니.
“……”
동현이 무심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뉴스 보셨습니까?”
내가 그의 맞은편에 앉으며 물었다.
“어마어마한 범죄를 저지르셨더군요.”
“……”
“죄는 다 밝혀졌습니다. 머리카락 등 물적 증거도 다 확보된 상태예요. 그 장애인들, 안동현 씨가 신자들 시켜서 살해한 거 맞죠?”
내가 물었으나 그는 대답하지 않고 나를 가만히 쳐다봤다.
“살인 교사와 사체 유기죄가 추가될 겁니다. 교회 바닥의 혈흔과 일치하는 각각의 사체별로 죄가 추가되어 살인 교사만 해도 10건이 넘게 기소가 될 거예요. 무기징역은 확정이라는 소립니다.”
“……”
“교회에서 살해된 장애인들은 장기를 적출하지도 않았더군요. 죽인 후 아무렇게나 방치하다가 그쪽으로 싣고 가 사체를 쌓아둔 거예요. 정말 오로지 살인에서 오는 쾌락을 위해 그들을 살해한 겁니까?”
“……”
“분노, 원한, 금전적 이익 같은 이유도 없이, 그저 본인의 쾌락을 위해 남의 생명을 박탈한 거예요?”
내가 계속 묻자.
“그러니까…”
동현이 천천히 입을 뗐다.
“탁경위 님도 그 지하실에 갔다 왔다는 거죠?”
“네. 직접 다 봤습니다. 그 시체 산을.”
내가 그렇게 답하자 갑자기.
푸닥탁탁-
스스슥-
‘!?’
그가 책상위로 튀어 올라 내게 가까이 기어오더니.
킁킁킁-
내 목과 옷에 코를 갖다 대고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교도관이 달려와 뜯어말리고 나서야 그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하아-”
냄새를 맡은 뒤 그의 표정이 밝아졌다.
눈을 반만 뜨고 흰자위만 내보인 채 야릇한 호흡을 반복했다.
“기분이 좋네요. 그 황홀한 냄새가 느껴지는 것 같아요.”
“……”
“시체가 썩어 들어가는 그 냄새. 가장 강력히 ‘죽음’을 느낄 수 있는 그 냄새를 맡는 황홀함. 당신은 이 기분을 어느 정도 이해하겠지.”
지금 내 몸에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다.
그는 지하실에 있는 상상을 하며 그 냄새를 느껴보려는 듯했다.
물론 나는 그런 그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제정신이 아니시군요.”
“하아-”
“용건만 묻겠습니다.”
내가 노트북을 꺼내 화면을 켠 뒤 물었다.
“하남에서 발견된 사체는 무려 300구가 넘습니다. 각각 부검을 하려면 유족을 찾고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는 등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이미 혐의는 다 밝혀졌으니 이 사체들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다 진술해주시죠.”
“하아…”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왜 죽였는지. 알고 있는 대로 다 진술하세요.”
“……”
“일신교회와 조선족 외에 이 범죄에 가담한 또 다른 세력이 있나요?”
내가 물었으나 그는 눈을 감고 천천히 심호흡을 할 뿐 대답을 하지 않았다.
몇 번을 더 물어도 같은 반응.
나는 다른 사건 질문으로 먼저 입을 터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광천탕 사우나에서 환각파티를 했던 백양 멤버는 누구누구입니까?”
“……”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남자도 있다던데, 그게 누구죠?”
“……”
하지만 그는.
“홍설희와 한시호의 집에 가서 휴대폰을 가져간 이유는 뭡니까?”
“……”
“한시호의 죽음, 또는 홍설희의 행방에 대해 아는 게 있나요?”
“……”
“백양 멤버 중 이번 사건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자가 있습니까?”
“……”
아무 질문에도 답을 하지 않았다.
그 뒤로도 수 십분 동안 질문을 쏟아냈지만 그는 편안한 얼굴로 심호흡만 할 뿐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사실 나도 그가 대답을 할 걸 기대하고 온 것은 아니기에 아쉬운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저 수사 절차상 왔을 뿐.
“묵묵부답은 혐의 부인으로 간주됩니다. 수사 시 태도는 양형에 다 참작이 되죠. 아마 안동현 씨는 가석방이 불가한 무기징역형을 받을 겁니다.”
“……”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탁-
그렇게 노트북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찰나.
“오직 제 쾌락을 위해 죽였냐 물으셨죠?”
그가 입을 뗐다.
“오로지 제 쾌락을 위해 남의 생명을 박탈했냐고.”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아 그의 진술을 들었다.
“대답을 하자면 반은 맞고 반은 아니다, 입니다.”
“…?”
“그들의 죽음은 제 쾌락을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그들 스스로 원한 것이기도 했죠.”
“……”
“서로 합의 하에 그 의식을 치른 것이란 말입니다.”
처음 몇 초간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 생각했다.
“정말입니다. 탁경위님도 눈치를 채셨을 텐데요. 교회 내에, 또 피해자들의 사체에 그 어떤 저항흔적도 없다는 것을요.”
“……”
“그들은 죽음을 원했고, 저는 그들이 원하는 것을 준 것 뿐입니다.”
하지만 곧장 실제로도 가끔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죽음을 원하지만 자살은 할 수 없는 자들.
그런 사람들이 은밀한 사이트에서 타인에게 죽음을 부탁하기도 한다.
“그들은 사회에서 외면 받는 장애인들이었습니다. 장애인들 중엔 자기 운명을 받아들이고 사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습니다. 후자는 평생을 열등감과 고통 속에 살아가죠. 남들에겐 아주 당연한, ‘온전한 신체’를 누리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
“특히 이 스트레스는 학교를 다니면서 가중됩니다. 이들이 정상적인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요? 또래 아이들이 공부하고 대화하고 놀면서 느끼는 감정을 이들이 느낄 수 있을까요? 절대 느낄 수 없습니다. 오히려 즐거워하는 또래들을 보며 자신의 신체와 삶을 더더욱 비관하죠.”
외면 받는 삶.
나는 그런 비관을 느끼진 않았지만, ‘외면’의 느낌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다.
학창시절 내 정신질환을 감지한 동급생들이 설설 나를 피하며 지었던 표정들. 뒤에서 쑥덕거리던 소리.
나도 그런 것들을 다 목격했었으니까.
“이런 스트레스가 축적되면 어떤 이들은 고통에 무뎌지기도 하지만, 어떤 이들은 고통이 계속 가중되기도 합니다. 고통이 무한히 가중되면, 나중엔 삶을 견딜 수 없는 경지에 이르게 되죠. 삶이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워지는 겁니다. 그냥 우발적으로 잠깐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 ‘죽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죠.”
“……”
“그런 극소수의 장애인들이 나를 찾아온 겁니다. 죽고 싶지만 차마 스스로 죽기는 두려운, 그러나 너무나도 죽음을 원하는 사람들이 나를 찾아온 거예요.”
“……”
“나 또한 특이한 것에서 쾌락을 느끼는 극소수의 사람이죠. 이런 극소수의 사람들이 의견의 합치를 이루고 성스러운 의식을 행하는데, 무슨 문제가 된다는 말입니까?”
동현의 표정이 점점 더 환해졌다.
그는 진심으로 떳떳하다는 듯 목소리를 조금씩 키우며 계속 말했다.
“정부는 우리 같은 소수를 존중해주겠다고 말하지만, 사실 존중해주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저 자신들이 한 표라도 더 받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정책들을 낼 뿐이죠. 그런 허황된 정책을 만드는 데 쓸데없이 힘 쏟지 말고, 우리의 이런 신성한 행위를 그냥 존중해주면 안 됩니까?”
“……”
“죽음을 원하는 장애인들에게 당신들이 뭘 해줄 수 있습니까? 그렇게 수사해서 죽고 싶다는 장애인들 살려두면, 그들이 더 행복해집니까?”
“……”
“그 장애인들은 오직 죽음으로만 행복해질 수 있단 말입니다! 타인에게 죽음을 선사하는 것. 그 어려운 일, 그 누구도 못하는 일을 내가 기꺼이 해주고 있는데, 상은 내리지 못할망정 무기징역이라니 이게 말이 됩니까!?”
“……”
“정부와 경찰이 그들의 행복에 대해 뭘 압니까? 그 불쌍한 자들의 행복의 기준을 당신들이 정하지 말란 말입니다! 그들의 행복은 삶이 아니라 죽음입니다! 당신들의 행위보다 내 행위가 그들의 행복에 더 가까운 행위란 말입니다!”
대가리에 든 게 돈밖에 없는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