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141
141화. 대가리에 든 게 돈밖에 없는 인간.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그의 말이 맞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정부와 경찰이 소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거라고.
오히려 피해자들의 마음을 알아준 건 동현일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틀렸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말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
“당신이 피해자들을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말. 틀렸어요.”
“… 뭐요?”
“그들이 정말 죽고 싶었는지, 당신이 어떻게 알죠?”
처음엔 명호가 생각났다.
“‘죽고 싶다’는 건 감정이지만 ‘살고 싶다’는 건 본능입니다. 그러니 피해자들도 스스로 죽지 못한 거예요. 본능은 삶을 원했던 거죠.”
“……”
“감정은 어느 순간 180도 바뀔 수 있는 것입니다. 28년 동안 매일 죽음을 생각했던 배명호 씨도 한순간에 삶을 찬양하는 사람으로 변했으니까요. 장애인들의 삶이 고통스러웠을 것이라는 건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애초에 사람의 힘으로 제어할 수 없는 운명이며, 그들에게 좀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하지 못한 것은 보완해야 할 구조적 결함이지 정부와 경찰의 고의적인 잘못이 아닙니다.”
다음으론 은빈이 생각났다.
“게다가 당신이 저지른 일은 제 3의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어 냅니다. 바로 피해자들의 가족과 지인들이죠. 그들은 당신 때문에 자식을, 형제를, 친구를 잃은 슬픔에 맞닥뜨려야합니다. 어떠한 의견합치도 없이 말입니다.”
“……”
“이들의 고통은 당신이 어떻게 보상해줄 거죠?”
물끄러미 날 바라보는 동현에게 내가 계속 쏘아붙였다.
“개인의 합의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공동의 합의’입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동의한, 그래서 꼭 따라야만 하는 국가적 기준 말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꼭 지켜야만 하는 최소한의 기준들을 모아 위반 시 처벌사항을 만들어놓은 것이 ‘형법’입니다. 형법을 위반하면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는 개인 간의 합의가 이루어져도 국가가 처벌을 합니다. 그만큼 중요한, 꼭 지켜야만 하는 ‘공동의 합의’라는 거죠. 살인죄는 형법에서 규정한 죄 중에서도 가장 중한 죄입니다. 당신은 그 살인을 교사한 죄를 저질렀어요. 개인 간 합의 따위로 무마할 수 없는 엄청난 죄를 저질렀단 말입니다.”
“……”
“어설픈 말로 미화하려 들지 마세요. 무슨 변명을 하든 당신은.”
내가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덧붙였다.
“추잡하고 비열한 살인마일 뿐이니까.”
*
그렇게 별다른 소득 없이 면회실을 나왔는데.
위이이잉-
위이이잉-
경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 “여보세요.”
= “어, 정태야. 안동현 만나고 나왔냐?”
= “네. 방금 나왔습니다.”
= “아 그럼…”
그가 말을 흐렸다 이었다.
= “너 교도소 면회도 좀 다녀와야겠다. 네가 기다리던 놈 전화 왔어.”
#
그 시각, 서울 외곽의 한 폐건물.
“흠.”
인혁이 무거운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의 뒤에는 커다란 덩치의 양복 남자가 손을 앞으로 모은 채 우두커니 서 있다.
잠시 후.
“어이, 내 좀 늦었소.”
장발머리 남자가 터벅터벅 걸어 들어오며 특이한 억양으로 인사를 했다.
그가 인혁의 맞은편에 앉고는 물었다.
“면이 와이래 안 좋소?”
“좋을 리가 있나. 지금 일이 이 사달이 났는데.”
“어허이. 그라이 우리 아들을 계속 쓰지 와 가오리 놈들을 써가 일을 키움까.”
“가오리?”
“고려 놈들 말이오. 거 뒤에 서 있는 아도 가오리 깡패 놈 아임까?”
그렇게 묻자.
“이 씨발 짱깨 새끼가.”
덩치가 표정을 찡그리며 욕을 했다.
“허세부터 부리는 거 보이 아직 사리분별도 못하는 아구나.”
그 말을 듣고 덩치가 재차 달려들려 하자 인혁이 손으로 그를 막고는 말했다.
“거 쓸 데 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얘기한 거나 똑바로 처리해라. 자, 여기.”
인혁이 옆에 있던 가죽가방 두 개를 앞으로 내밀었다.
가방 안으로 5만원권 뭉치가 수두룩이 보였다.
“나머지 반은 일처리 끝나고 줄기다. 헤아리봐도 된다.”
“뭘 헤아리봄까. 법무부차관이라는 사람이 공갈칠 것도 아이고.”
“일은 확실히 계획해놨제?”
“뭘 계획함까. 인제 슬슬 생각해보면 되는기지.”
“뭐!?”
인혁의 표정이 틀어졌다.
“계획도 안 하고 이 돈을 가져간단 말이가!?”
“계획이 뭐 필요함까. 일만 확실하이 하면 되는 거 아임까.”
“야 인마! 확실히 할라면 계획을 세워야지! 글마가 어떤 놈인 줄 아나?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경찰이자 수사관이다. 계획을 세아도 될까 말까한 판에 말이야.”
“어허이. 우리 차관님, 값싼 가오리 놈들 쓰더니 속이 밴댕이가 됐소?”
“뭐?”
“내가 언제 일처리 제대로 못한 적 있슴까.”
“……”
“비싼 값 치르는 덴 다 이유가 있으니 그냥 믿고 기다리면 됨다. 우리가 다 알아서 함다.”
“그래도…”
인혁이 재차 물었다.
“뭐 우째 하겠다는 큰 틀은 있을 거 아이가. 우짤 생각이고?”
“간단함다. 약점을 잡으면 쉽게 끝남다.”
“약점?”
“내가 약점 잡기 전문 아임까. 그라믄 쉽게 게임에서 이길 수 있슴다.”
“……”
“기간은 넉넉히 좀 주십쇼. 깔끔하게 끝낼 테니까.”
“한 달 안에 끝내라. 의원님 슬슬 활동 시작해야 하니까.”
“오케이. 한 달이면 충분함다. 그리 알고 가겠슴다.”
장발머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 나가려다.
“아, 그리고.”
뒤돌아서서는.
“나한테 돈 주는 사람들은 야 인마 야 인마 해도 상관이 없지만은…”
신발 끈을 묶으려는 듯 손을 아래로 가져갔다.
하지만 그의 손은 신발이 아닌 바지 속으로 들어가더니.
“처음 보는 가오리 방쯔(한국인을 비하하는 말) 새이가…”
작은 칼을 꺼냈다.
그리고는 곧장.
“눈깔 치켜뜨고 짱깨 소리나 지껄여서 되겠니!!?”
슈육-!
팍-!
“으아아악!!”
인혁 뒤에 있던 덩치의 눈에 던져 꽂았다.
덩치는 그대로 얼굴을 감싸 쥐고 쓰러져 비명을 질렀다.
깜짝 놀란 인혁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설설 뒷걸음질을 쳤고,
“쥐콩만한 반도에서 깡패놀이 한다고 어깨 힘주고 다니니?”
장발머리가 터벅터벅 걸어와 덩치 옆에 쪼그려 앉았다.
그가 덩치 눈에 꼽힌 칼 손잡이를 잡고는.
푸슉-
“으아악!!”
다시 빼면서 말했다.
“내가 니기랑 같은 급으로 보이니?”
#
잠시 후, 서울남부교도소.
면회실에 앉아 잠시 기다리니.
끼익-
저벅- 저벅-
“안녕하심까.”
왕청현이 걸어 들어왔다.
그는 최종 25년 형을 받고 구치소에서 이곳 교도소로 이송되어 복역 중이다.
“전화를 하셨더군요.”
내 눈치를 살피며 맞은편에 앉는 그.
이전보다 주눅이 많이 들어보였다.
“신문을 계속 보셨나보네요.”
“……”
“마음이 바뀐 겁니까?”
그가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시 묻겠습니다. 상광동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원광남 씨에 대해 아시는 게 있습니까?”
“형사님이 말한 대로 룽징의 뱀파 조직원이 맞슴다. 아마 당시에 내랑 비슷한 위치였을 검다.”
“비슷한 위치요?”
“심부름꾼 말임다. 부름 받고 아들 작업하는 거.”
사람을 납치해 살해하고 장기를 적출하는 짓을 고작 심부름으로 표현하다니.
예전부터 한국 내 조선족들의 장기적출이 만연해있었던 모양.
“그럼 원광남도 지시를 받고 살인을 했다는 말입니까?”
“물론임다. 가가 미쳤다고 사람 함부로 쑤시고 다니겠슴까. 조직에서 지시를 내렸을 검다.”
“제가 묻는 건 그게 아닙니다.”
“… 예?”
“중국 조폭이 뜬금없이 한국에서 살인을 저지르진 않았을 것 아닙니까. 한국 내 누군가에게 의뢰를 받았겠죠. 그 한국인이 누구인지 묻는 겁니다.”
내가 그렇게 묻자 청현이 퉁명스런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이응삼이라고.”
“!?”
“아 형사님도 아시지 않슴까. 저번에 백양백양 막 말하셨지 않슴까.”
“백양 1기 이응삼 말입니까!?”
“… 1기인지 뭔지는 모름다. 백양이라는 모임에 있다는 것만 암다. 여 한국에서 뽕 유통 크게 한 그 이응삼 모름까?”
이응삼이라니.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이응삼이 왜 뱀파에게 그 일반인 여성을 죽이라고 지시했죠?”
“일반인 여성이 아님다. 술집 계집임다.”
“술집이요?”
“그 백양이란 모임에서 그 계집을 포함한 아가씨 여럿을 댈고 주점에서 술을 한 잔 했던 모양임다. 그년은 무슨 장성 군바리 옆에 앉았고요. 근데 그 계집이 술자리에서 뭔가 께름칙한 게 있었는지 다음 날 언론사를 찾아가 뭘 고발하려 했다는 검다.”
고발?
“멍청한 짓을 한 거지요. 기자가 그년 말 듣고 기사를 내주겠슴까? 어림도 없는 소리. 기자 새이가 그길로 그 군장성한테 일러바쳐 버린검다. 그래가이고 이 얘기가 그 군바리 거쳐 이응삼 귀에 들어갔고, 이응삼이 우리 쪽에 사람을 시켜 작업을 한 검다. 뒤탈 없이 깨끗하게 작업할라고 말임다. 당시에도 우리 쪽엔 서류에 기록 없는 칼잽이들이 많았으이까요.”
“……”
“그 작업자가 원광남임다. 원광남이란 이름도 교도소에서 붙은 검다. 검거 당시엔 이름도 없는 들개였슴다.”
“……”
“그런데 그 당시에 범죄와의 전쟁이니 뭐니 해가이고 여 한국 암흑가에 난리가 났었슴다. 그때 서울에 있던 우리 조선족 조직들하고 한국 공무원들하고 관계를 막 조사하고 그랬슴다. 그래가이고 것다가 백양 놈들이 한 번 더 작업을 한 검다. 혹시 원광남이가 검거되가 자기들한테 해를 끼치지 않을까 하고요. 백양에서 곧장 형사들이랑 작업 쳐가이고 그 배명호란 사람한테 죄를 다 뒤집어씌운 검다. 이중으로 막을 쳐놓은 거지요.”
이럴 수가.
상광동 살인사건의 장막은 배명호의 무죄판결로 다 벗겨진 것이 아니었다.
그 뒤에도 백양이 있었다.
“그 끔찍한 일이…”
내가 천천히 입을 뗐다.
“지금 또 똑같이 벌어지고 있다는 거잖아요.”
“… 맞슴다.”
“아니, 어찌 보면 그때보다 더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죠.”
확인된 지하실 사체 신원 목록 중에는 사우나 환각파티 유흥접객원들이 말했던 ‘밤일을 하다 실종된 동료’도 포함되어 있었다.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과거뿐만 아니라 지금도 백양에 관련된 유흥접객원들이 소리 없이 죽어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응삼을 비롯한 백양 1기 관계자들은 대부분 죽었거나 신원이 밝혀지지 않았다.
게다가 그 죄의 공소시효도 다 만료된 상황.
지금은 과거의 진상을 규명하는 것보다 현재 범죄자들을 잡아들이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럴 수밖에 없슴다. 대가리에 든 게 돈밖에 없는 인간이 의뢰를 받고 있으니까요.”
“그가 누굽니까?”
“우리 두목 말임다. 뱀파 보스.”
그가 표정을 삭 가다듬고는 목소리를 깔고 말을 이었다.
“이름은 ‘장천’임다. 어깨까지 오는 장발에 왼쪽 눈부터 턱까지는 길게 칼자국이 나 있슴다. 그리고 이 사람…”
그가 잠시 말을 흐렸다 다시 이었다.
“지금 한국에 있슴다.”
본게임 전에 친 장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