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142
142화. 본게임 전에 친 장난.
“중국이 아니라 한국에 있다고요?”
“예.”
룽징을 주름잡는 뱀파. 그 두목이 한국에 있다니.
“중국에선 돈 되는 일을 마이 모함다. 잡히면 곧장 총살이니까. 그라이 다른 나라에서 사업을 마이 벌리고, 특히 한국이랑 가까운 연변 조직들은 한국에 마이 내려옴다.”
실제 중국에 비하면 한국의 법은 아주 유한 편이다.
지금도 중국에선 연간 수천 명에서 수만에 이르는 사람이 사형을 당한다.
그래서 한국 내 조선족 범죄자들은 검거될 것 같으면 오히려 일부러 더 중한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벌금이나 집행유예를 받으면 자국으로 추방당해 또 무슨 해코지를 당할지 모르지만, 징역형을 받으면 한국에서 편히 교도소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변에서 자꾸 깡패놈들이 내려오이 한국에 이권다툼이 생긴 검다. 룽징보다 돈 되는 한국 땅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우리 보스가 곧장 한국으로 내려와 여기를 싹 정리했슴다. 한국 조선족 조직 중에는 장천이 대가리란 말임다.”
한국 내 조선족 조직원 총수가 장천이라.
“당신 조직엔 중요한 정보 같은데.”
내가 그를 가만히 보며 물었다.
“이렇게 다 말해주는 이유가 뭡니까?”
“형사님이 말하셨지 않슴까. 내 가족의 안전을 맡길 곳이 범죄조직이 아니라 국가와 경찰이란 생각이 들 때 연락을 하라고.”
그렇게 말하며 그가 내 손을 덥석 잡더니.
“형사님.”
전에 본 적 없는 불쌍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누이 좀 찾아주십쇼. 장천이 댈고 간 뒤로 소식이 없슴다.”
*
한 시간 후, 서울청 광수대 사무실.
“백양 이 새끼들.”
청현과 했던 얘기를 해주니 치헌이 곧장 험한 말을 내뱉었다.
“예전부터 좆같은 일이란 좆같은 일은 다 하고 다녔단 거잖아? 시팔 사람 죽인 것도 모자라 그걸 덮으려고 엄한 사람 살인자 만들다니. 이 개새끼들…”
“그때도 사회 각 분야 큰손들이 다 모여 있었던 것 같습니다. 피해자가 언론에 제보를 했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아 살해 당해버렸으니까요. 그땐 지금보다 탄압이 더 심했으니 핵심인물들만 잘 알고 있으면 비밀이 새어나갈 확률이 적었을 겁니다. 상광동 살인사건 피해자도 백양의 비밀유지 차원에서 살해된 거고요.”
“하, 그나저나.”
치헌이 언짢다는 듯 눈썹을 치켜떴다.
“장천? 이 새끼는 뭐야. 중국 뱀파 두목 새끼가 왜 한국에서 설치고 지랄이야?”
“한국이 돈이 되니까 이권다툼을 정리하러 일찌감치 내려왔답니다. 지금도 국내에 거주 중이라네요.”
“그러니까 그 새끼가 국내 짱깨 두목이라는 거지?”
“네.”
치헌이 인상을 쓰며 목을 이리저리 돌려댔다.
“하, 새끼 맘에 안 드네. 재수 없게 이름도 나랑 비슷하고 말이야.”
돌릴 때마다 빠각- 빠각- 소리가 났다.
“일신교회 건엔 특이사항 없습니까?”
“어. 뭐 과수팀에서 계속 신원확인하고, 영장발부하고, 유족들 연락되면 곧장 병원 연락해서 부검 의뢰하고 이러고 있지. 사체가 300구나 되니까 아마 정신없을 거야. 아참 그리고 너 송가락 경정한테 또 뭐 부탁했다며?”
“과거부터 백양 관련자들 사체 사진을 알아봐달라고 했습니다.”
“야, 일 좀 적당히 시켜. 요즘 우리 때문에 송경정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진다는 소문이 있어.”
“스스로 도와준다고 했으면 확실히 도와줘야죠. 지금 머리카락이 중요합니까?”
“……”
“그리고 송경정님만 바쁜 게 아닙니다. 지금은 우리 광수대, 아니 전국 경찰 전체가 다 바쁠 거예요.”
그렇게 말하며 사무실 전경을 둘러봤다.
경수와 기섭, 현민을 비롯한 광수대 전 직원들이 바쁘게 서류를 치거나 전화를 받고 있었다.
지하실 사망자 명단이 수시로 업데이트 되었고, 사이비 종교 관련 전화는 날이 갈수록 더 빗발쳤다.
내부망엔 각 지방청별 종교 범죄 브리핑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그야말로 전국 경찰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땅 아래서 300구가 넘는 사체가 발견되었으니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치헌이 사무실 전경을 보며 점점 헐거워지는 정수리를 만지더니.
“… 그래도 머리카락은 소중해.”
힘없이 말했다.
나는 그에 대답을 않고.
“홍설희 쪽은 진전이 있습니까?”
기섭과 현민의 책상 쪽으로 갔다.
기섭이 뒤통수를 긁적이며 답했다.
“아 계속 CCTV랑 블랙박스 추적하면서 찾고는 있는데, 사우나 이후로는 잘 보이지 않네요.”
“추적만 해서는 안 됩니다. 예상해야죠.”
“… 예상이요?”
“피의자의 뒤를 밟는다고 생각하면 늦습니다. 그녀가 어디로 갈지 미리 예상한 뒤 나타날 만한 유력한 곳들 위주로 먼저 영상을 확인해야 해요.”
그렇게 말하며 내가 마우스를 잡고 그들이 확보해놓은 영상 중 하나를 확대했다.
“자세히 보시면 홍설희의 걸음걸이가 약간 불안정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마 힐을 많이 신어 골반이 틀어진 것 같아요. 더 퀸에서 저와 잠시 대화할 때도 간헐적으로 표정을 미세하게 찡그리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통증이 있다는 얘기에요. 그러니 병원 기록을 먼저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아…”
“이에 더해 고주임님의 말에 따르면 여성들은 관절에 통증을 느낄 때 병원치료보다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마사지샵 같은 곳이죠. 제가 홍설희와 맞닥뜨렸을 때도 코코넛 오일 향이 났습니다. 마사지 샵에서 주로 쓰는 오일이에요. 그러니 인근 마사지샵도 확인해야 합니다.”
“……”
“당시 참고인으로 조사했던 더 퀸 가게 여직원들의 말에 따르면 홍설희는 항상 가게 북편에서 택시를 타고 왔다고 합니다. 그러니 택시 주행로를 예측해 가상의 이동반경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 주거지 및 마사지샵, 병원을 예측하시면 됩니다. 간단하죠?”
설명하는 내내 입을 벌리고 있던 기섭이.
“아 예… 간단하네요…”
멋쩍게 웃으며 답했다.
“그리고 우현민 부장님.”
이어 옆에 있는 현민에게 말했다.
“CCTV 영상을 한 개씩 봐선 이 수사 1년이 지나도 못 끝냅니다.”
“그러면 어떻게…”
“적어도 네 개씩은 동시에 봐야 해요. 각 영상을 3배속 이상으로 재생해놓고요.”
“… 지금 하나를 3배속해서 보기도 벅찬…”
“8개 이상을 동시에 재생하면 더 좋습니다. 먼저 확보된 홍설희 영상을 분석해 그녀의 외형, 움직임 등 특이점을 파악해야 해요. 그 특이점을 하나의 ‘느낌’으로 기억해두고 8개의 영상을 빠르게 훑으며 그 느낌이 와 닿는 장면을 찾아내는 겁니다. 어린 아이들이 퍼즐 하는 느낌으로요.”
“퍼즐 하는 느낌…”
“홍설희 쪽 수사가 너무 느립니다. 속도를 높이세요. 아시겠습니까?”
나는 현민의 손을 치운 뒤 마우스를 잡고 영상 세 개를 더 켜 모니터에 4분할로 띄웠다.
그렇게 한창 설명하고 있는데.
“정태야.”
맞은편에서 경수가 사무실 전화기를 든 채 날 불렀다.
“이검사님 전화.”
“네.”
자리에 가서 전화를 받았다.
= “탁정탭니다.”
= “아, 탁경위님 이정잽니다. 바쁘신 데 죄송합니다. 전화 드린 건 다른 게 아니라…”
= “서인혁 차관 관련 파악하신 게 있나보죠?”
= “… 네 맞습니다.”
= “뭡니까?”
내가 묻자 정재가 잠시 틈을 두고 답했다.
= “한 3년 전부터 차관님이 업무 외 출장을 많이 나가셨더라고요. 그래서 출장지가 어디인지 주변 분들에게 수소문해보니 전부 다 한 곳이었습니다.”
= “어디죠?”
= “하남입니다.”
= “…!?”
서인혁과 하남.
그가 하남에 왜 갔을까.
=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만 일신교회 건과는 깊은 관련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전혀 다른 볼일을 보러 간 것 같아요.”
= “전혀 다른 볼일이요?”
= “아마 부동산 관련인 듯합니다.”
부동산?
= “혹시 유관우청장님께 백양의 부동산 투기에 대해 들으신 적이 있습니까?”
관우에게 처음 백양에 대해 들을 때, 그 내용을 설명했던 것이 생각났다.
= “네, 경기도 쪽에 땅 투기를 한 정황이 있다고.”
= “맞습니다. 몇 개의 법인이 경기도 땅을 대량으로 사들였었죠. 백양 2기 때 있었던 움직임과 아주 유사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대표이사와 주주들의 신원을 확인한 결과 백양 멤버들과의 직접적인 연관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대학교 동문과 먼 친척 등이 몇몇 섞여 있었지만 이런 정황만으론 사안이 약합니다. 분명 뭔가 있긴 있었을 테지만 혐의를 밝혀내긴 거의 불가능하죠.”
정재의 말대로 그런 정황만으로는 혐의를 밝혀내기 힘들다.
아직 ‘백양 멤버’조차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기에, 멤버로 추정하는 이들의 먼 친척과 동문이 법인에 포함되어 있다, 라는 사실은 강제수사의 단서가 될 수 없다.
= “그런데요.”
정재가 어조를 조금 바꿔 말을 이었다.
= “법인 땅 투기, 이건 그냥 본게임에 들어가기 전에 친 장난인 거 같습니다.”
장난?
값이 오른 뒤 매도하면 적게는 수십 억, 많게는 수백 억 까지 차익을 낼 수 있는 땅 투기가 장난이라면…
= “제 생각에 백양은 하남시와 함께 대규모 개발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
= “공공을 가장한, 그들 개개인의 이익을 위해서요.”
= “…!”
= “국가 권력, 그것도 서울 인근에 있는 하나의 시와 손을 잡고 국가 땅으로 사업을 벌이면 단순히 몇 억 단위를 버는 게 아닙니다.”
그가 좀 더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 “적게는 수천 억, 많게는 조 단위의 돈을 벌어들입니다.”
= “!!”
조.
생각해보지 않은 돈 단위였기에 순간 머리가 아득해졌다.
경찰이 이정도 단위의 돈이 얽힌 사건을 조사했던 적이 있었나?
= “일단 제가 수소문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개발사업 관련 몇 가지 말씀드릴 정황이 더 있으나 좀 더 정리해서 추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 “알겠습니다.”
= “아, 그리고.”
그가 몇 마디 덧붙였다.
= “마침 최근에 하남 쪽 부동산 관련 범죄 하나를 서울청에서 인지했더군요.”
하남 관할 범죄를 서울청에서?
= “금수대 쪽에서 잡고 있던 피의자 진술로부터 인지한 거라 수사를 서울청에서 진행하는 것 같았습니다.”
금수대에서 잡고 있던 피의자라면…
= “금수대장이 저와 친분이 좀 있어서 이야기하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얘기할 때 제가 이번에 알게 된 내용들도 좀 전달했고요. 아마 잘 수사하면 백양의 부동산 쪽 움직임에 대해 단서를 얻을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때.
끼익-
사무실 문이 열리더니.
“안녕하십니까.”
저번에 함께 수사를 했던 최정규 금수대 1팀장이 들어왔다.
= “광수대와 합동수사를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했더니, 금수대장도 그러면 아주 좋겠다고 답하더군요. 아마 오늘 내일 중으로 합동수사 요청이 들어올 겁니다.”
= “안 그래도 들어왔네요.”
= “아, 벌써요?”
= “수사 후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정규가 우리 책상 쪽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오며 말했다.
“백성용이 드디어 입을 열었습니다. 얘 말로는 버팔로 클럽 사장인 양대석이란 놈이 경기도 하남 쪽에서 땅 투기를 좀 했다던데.”
그가 눈썹을 꿈틀거리며 덧붙였다.
“저희 금수대랑 한 번 더 합동수사 해보시겠습니까?”
쥐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