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143
143화. 쥐새끼.
나는 고민할 새도 없이.
“합동수사, 지금 바로 시작하시죠.”
정규의 요청에 응했다.
*
잠시 후, 금수대 회의실.
“사건개요 설명 드리겠습니다.”
정규가 스크린 앞에 서서 설명을 시작했다.
지난번보다 훨씬 유해진 얼굴.
“저번에 이어 이번에도 버팔로 클럽 관련 인물입니다.”
지난번처럼 우리 광수대 1팀과 금수대 3개 팀이 모여 정규의 설명을 들었다.
“바로 클럽을 운영하는 양대석인데요.”
대석의 사진이 나왔다.
앞쪽에 가르마를 탄 바람머리에 쌍커풀이 없는 눈. 턱은 굵직한 사각턱이었다.
나이는 40대 초반.
“이 자가 자기 가족끼리만 운영하는 법인 명의로 하남시에 땅을 대량 매수했는데, 그 땅들이 모두 맹지이거나 그린벨트 지역입니다. 시세 오를 확률이 없어 아무도 사지 않는 땅을 헐값에 싹 쓸어 담았어요.”
다음은 땅 사진이 나왔다.
“그리곤 이렇게 나무를 심었습니다. 사실 나무는 이렇게 촘촘히 심으면 안 됩니다. 이 간격보다 네 배 이상은 간격을 띄워 심어야 땅의 양분을 충분히 먹고 나무가 튼튼하게 자랄 수 있죠. 게다가 이 나무 종은 에메랄드그린입니다. 보통 이렇게 에메랄드그린을 빽빽이 심은 땅은 투기꾼들이 투기한 지역이라 보시면 됩니다. 토지보상을 할 때 나 무한 그루당 가격을 매겨 보상이 되며, 나무 중에서도 에메랄드그린이 특히 더 많은 보상금액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키가 작은 묘목들이 겨우 사람하나 지나다닐 수 있는 길만 두고 빽빽이 심겨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나무 작업 후 1년 만에.”
다음은 뉴스 기사.
“이 지역에 신도시 개발 사업이 확정됩니다. 이로써 이 지역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게 되죠.”
기사 제목은 ‘하남시 조삼신도시 민관공동개발 최종 사업승인.’이었다.
“하지만 ‘땅투기’라는 것이 사실 형사처벌하기가 굉장히 힘든 행위입니다. 분명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이용해 땅을 취득했겠지만, 그 정보의 입수 과정과 땅 구매로까지의 인과관계를 밝혀내기가 아주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이 당시에는 양대석이란 인물이 별로 유명하지도 않았고, 이 투기 건을 문제 삼는 사람도 없어서 별도의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다음 사진은 피의자 신문조서.
“허나 최근 백성용 조사 과정에서 양대석 땅투기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후 저희 직원이 나가서 매입과정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봤는데요.”
다음은 ‘농지취득자격증명’이란 제목의 서류.
“원래 비농지인들은 농지를 취득하기 전 이 농지취득자격증명 서류를 득해야 합니다. 투기목적으로 농지를 함부로 구매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죠. 그런데 양대석이 작성한 이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보면 농지 사용 목적 란에 ‘고구마 등의 작물재배’라고 적혀 있습니다. 자격을 쉽게 득하기 위해 허위의 내용을 기재하고, 실제로는 보상을 많이 받을 수 있는 묘목을 심은 거죠.”
지난 더 퀸 사건 이후로 정규의 수사 태도가 달라진 것 같았다.
타 관할에서 발생한 사건 수사는 실컷 고생을 하고 실적은 그쪽 관할 서에 넘겨줘버릴지도 모르는, 실적을 지향하는 수사관들은 하지 않는 수사였다.
허나 그는 전혀 개의치 않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실적 위주의 수사가 아닌, 정말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단서를 잡았으니 현장에 가서 묘목 외에는 땅에 아무 것도 심겨져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세부 사진만 찍어오면 허위공문서작성죄, 공공주택 특별법 위반 등으로 수사를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그가 미간을 찡그리며 다음 사진을 보여줬다.
건달들이 맹지로 들어가는 입구를 막고 서 있는 모습.
“전에는 없던 조폭들이 그 땅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입구를 막고 이렇게 서 있는 겁니다.”
“……”
“이 조폭들은 양대석에게 페이를 받고 이곳을 지키고 있는 용역들이라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사실 이들이 서 있는 이곳부터 양대석의 땅이기 때문에 그가 허락하지 않고 이렇게 막고 있으면 안으로 들어갈 방법이 없습니다. 사실상 이 용역들은 ‘인간 울타리’라고 봐야 하고, 울타리가 있는 곳은 위요지로 취급 되어 함부로 침입할 시 주거침입죄가 성립되니까요.”
주거침입죄의 ‘주거’에는 집뿐만 아니라 경계가 형성되어 있는 땅도 포함된다.
“저희 직원이 ‘허위농지취득자격증명’관련 수사를 위해 들어가는 것이라 설명했지만, ‘묘목 사이사이에 고구마를 다 심어놓았다.’고 발뺌을 하는 상황입니다. 사실 그 땅에 고구마가 심겨져 있지 않음을 명백히 밝혀내지 못한 상황에서 강제로 이 조폭들을 밀어내고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이고…”
나는 정규의 말을 들으며 회의실을 둘러봤다.
그리고 혼자 특이한 리듬을 갖고 있는 이를 발견했다.
나는 잠시 동아 그를 가만히 바라봤다.
‘음.’
아까부터 유달리 저 혼자 분주했던 그.
이제 모든 상황이 이해되었다.
“혹시 지적도 있습니까?”
내가 정규에게 묻자 회의실 내 모든 사람들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네, 있습니다. 여기 보시면…”
정규가 여러 차례 스크린을 넘기다가 멈추고는 답했다.
“이게 양대석 땅의 지적도입니다.”
지도에는 양대석의 땅이 따로 표시되어 있었고, 그 주변으로 다른 땅들의 경계, 지번, 지목 등도 나와 있었다.
“혹시… 이 땅을 수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정규가 내게 조심스레 물었다.
“물론입니다.”
“오.”
“최팀장님이 워낙 자료조사를 잘 해주신 덕에 수사가 수월하겠네요.”
“아, 정말입니까?”
정규가 쑥스러운 듯 웃었다.
다른 금수대 직원들도 기대감에 찬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아직 범죄가 명백하지 않아 강제수사가 어렵다는 말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꼭 범죄의 명백성을 확보하고 수사에 나설 필요는 없습니다.”
“네? 그럼 어떻게…”
“하나의 방법에 매몰될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A라는 수사방법이 막혔으면 B나 C를 이용하면 됩니다. 결국 땅 수사라는 목적에만 달성하면 되는 거니까요.”
특별한 리듬이 내 말을 빠르게 받아 적었다.
“지적도를 보시면 저 조폭들이 막아선 길과 뒤편 산의 산책로가 이어집니다. 따라서 저 길은 양대석의 땅으로 들어가는 길로도 사용되지만 마을 주민들의 산책로로도 사용될 수 있는 길이라는 겁니다.”
“아… 그런데 저 산책로로 들어가는 다른 길도 있는 상황이라…”
“그 다른 산책로들을 막아버리면 되죠.”
“… 예?”
“합법적으로 막아버리면 된다는 얘깁니다.”
“아…!”
수사 경력이 꽤 되는 수사관들 몇 명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했다는 듯 입을 벌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 외에도 몇 가지 방법이 있으나 일단 방금 제가 말씀 드린 방법으로 먼저 수사를 해보는 걸로 하시죠. 이 회의 끝나면 제가 세부 내용 짜서 최팀장님께 전달할 테니 최팀장님이 다시 금수대 쪽에 전달을 해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출동일은 내일로 하겠습니다. 계획 나오는 대로 바로 수사 시작하죠.”
“네.”
정규가 몇 가지 설명을 덧붙이고는 회의가 끝이 났다.
회의실을 나오며 경수가 내게 물었다.
“야, 정태야. 아까 보니 조폭들이 쭉 깔렸던데. 우리 쪽수가 너무 부족한 거 아냐?”
“지원을 요청하면 되죠.”
“에이, 이거 타청 관할에다 땅투기 관련은 하남시랑도 연관되어 있는 거라, 괜히 껄끄러운 일 생길까 싶어서 지원 잘 안 해주려 할 걸?”
“그런 거 상관 안 하는 사람한테 도와달라고 하면 되죠.”
“… 응?”
“타기관이랑 껄끄러운 일이 생기든 말든, 조직 내에서 자기 위치가 위태로워지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 사람한테 도와달라고 하면 된다는 말입니다.”
무슨 말이냐는 듯 쳐다보는 경수.
나는 그의 얼굴을 뒤로 하고.
“팀장님.”
치헌을 불렀다.
“고주임님이랑 같이 1분 뒤에 저 따라 와주십시오.”
“1분 뒤에? 왜. 무슨 일인데?”
나는 대답하지 않고.
저벅- 저벅-
그대로 앞으로 걸어 나갔다.
내 시선이 머무른 복도 끝에서.
총총총총총-
특별한 리듬이 재바르게 발을 놀려.
끼익-
어떤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발걸음 소리를 줄이고 빠르게 뒤따라가.
스윽-
닫힌 문에 귀를 댔다.
“방금 금수대 회의 ··· 탁정태 경위가…”
아주 조심스럽게 얘기하는 특별한 리듬의 소리가 들려왔다.
굳게 닫힌 문 너머로 듣는 거라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좀 더 집중하니.
“내일 출발할 예정이랍니다. 방법은 산의 다른 출입로를 막고…”
소리가 명확히 들려왔다.
나는 사무실 이름을 한 번 더 확인한 뒤,
조금 기다렸다가.
벌컥-
안으로 들어갔다.
“헉!”
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는 특별한 리듬과 이 방의 주인.
방주인은 작은 눈에 작은 코, 작은 입과 작은 귀를 가진 50대 중반의 경무관이었다.
동물로 치면 쥐를 닮은 그.
나는 그들의 모습을 빠르게 눈으로 훑었다.
‘수첩을 들고 보고하듯 회의 내용을 알려주고 있는 특별한 리듬. 하지만 보고를 듣는 쥐는 그의 직속상관이 아니다. 쥐는 그의 말을 귀담아 들으며 휴대폰을 든 채 어디론가 문자를 전송하고 있는 상황.’
“제 예상이 맞았네요.”
생각이 정리된 나는 차갑게 그들을 내려다봤다.
그러자 당황하던 쥐가 정신을 차리고 언성을 높였다.
“지금… 뭐하는 겐가!?”
“제가 묻고 싶은 말입니다. 지금 뭐 하시는 거죠?”
“뭘 하긴 무슨…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노크도 없이…”
“매번 뭔가 이상하다 했더니.”
나는 쥐의 말을 끊고 터벅터벅 그의 앞으로 걸어가.
탁-
휴대폰을 낚아채 빼앗았다.
“뭐… 뭐하는 짓이야 지금!”
“백성용이 더 퀸에 그렇게 빨리 부하조폭들을 불러 모을 수 있었던 것도.”
그의 말엔 대답하지 않은 채 내 할 말을 했다.
“임병규가 제 위치를 알고 따라 붙을 수 있었던 것도.”
“…!”
“제대로 된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양대석의 땅을 조폭들이 둘러싼 것도 전부 다…”
내가 휴대폰을 흔들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내부 스파이의 소행이었군요.”
“이 새끼가… 그거 안 내놔!?”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
휙-
휴대폰을 다시 낚아채려 하였으나.
스윽-
철퍼덕-
“우억.”
내가 손을 살짝 피해 헛손질을 하게 만들었다.
그가 책상 앞으로 풀썩 넘어졌다.
“방금 들은 금수대 회의 내용도 문자로 발신하려 하셨군요. 수신인은.”
내가 휴대폰 화면을 앞으로 내보였다.
“본청 감찰계장 이철성 경정이고요.”
화면엔 철성의 이름과 번호가 떠 있었다.
“혹시 한시호 살인에 이철성과 함께 도움을 주신 것도 당신입니까?”
“이… 이 새끼가 어디 제대로 된 증거도 없이 감히 경무관 앞에서…”
“증거가 있는지 없는지는 조사하면서 확인하시죠. 이 휴대폰 증 제 1호로 압수하겠습니다. 범죄 발생 현장에선 영장 없이 압수 가능하니까요. 그리고 증 제 2호는.”
내가 옆에 서 있던 특별한 리듬의 수첩을 낚아챘다.
“이 수첩입니다.”
“……”
수첩을 뺏긴 특별한 리듬은 입술을 벌벌 떨더니.
다다다다-
문밖으로 도주하려 했다.
하지만.
“어허.”
북극곰이 막아섰다.
그가 도망자의 손목을 잡더니.
“이거이거. 우리 직원들끼리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에 말이야.”
“으아악!”
위로 꺾어 올리며 안으로 걸어 들어와 쥐를 보며 말했다.
“쥐새끼가 일을 망치고 있었네.”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해진 쥐.
“어휴, 진급하려고 하도 더러운 짓 많이 하고 다녀서 후배들한테 그렇게 욕을 먹어놓고는.”
뒤에서 청새치가 나와 쥐를 더 쪼았다.
“아직까지 정신을 못 차리셨어요??”
“……”
“설마, 따님 때문에 이런 식으로 복수하려 하시는 거예요?”
“……”
입을 꾹 닫고 고개를 돌리는 쥐에게.
“따님은 아주 중한 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징역을 살게 된 겁니다. 그건 따님의 잘못이지 따님을 잡아들인 제 잘못이 아니에요.”
내가 차갑게 덧붙이며.
“닭뼈 학대사건의 피의자 방혜수 양의 부친이자 서울청 제 2부장이신 방민신 경무관님.”
그의 손목에 수갑을 걸었다.
“당신을 공무상비밀누설죄 현행범인으로 체포합니다. 변호사 선임할 수 있고 변명할 수 있어요. 체포적부심 청구할 수 있습니다.”
젊은 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