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144
144화. 젊은 노인.
내가 민신의 손목에 수갑을 채움과 동시에.
휙-
철컹-
치헌도 금수대 직원의 손목에 수갑을 걸었다.
“당신도 공무상비밀누설죄 혐의로 현행범 체포합니다. 변호사 선임할 수 있고 변명할 수 있어요. 체포적부심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체포한 둘을 데리고 나가며 치헌이 민신에게 말했다.
“부끄러운 줄 아세요. 경찰 조직을 이끌어야 할 초고위 간부가 이게 무슨 꼴입니까?”
“그럼 내 딸 인생을 망친 놈들이 승승장구하는데… 뻔히 눈뜨고 보고만 있으란 말인가?”
민신이 참았던 한을 터뜨리듯 이발을 뻐득뻐득 갈며 말했다.
“꽃다운 20대 내 딸을 10개월이나 징역을 살게 한 이 썩을 탁정태 개새… 으아악!!”
헛소리를 지껄이는 그의 팔을 치헌이 더 꺾어 올렸다.
그 사이 나는 휴대폰 문자를 확인했다.
[오케이.]
답신이 왔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헉!!”
체포한 자들을 연행해가고 있는데 복도에서 정규를 다시 만났다.
“아니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왜 2부장님을…”
서울청 건물 내에서 경무관이 체포된 모습을 본 정규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스파이에요.”
“예!?”
“그건 나중에 설명 드릴게요. 그보다 빨리 아까 회의한 직원들 불러 모아주세요.”
“직원들요? 갑자기 뭐 때문에…”
“하남으로 가게요.”
“네? 하남은 내일 출발한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이 스파이들을 속이기 위한 말이었습니다.”
“!”
“그 덕에 상대 쪽에는 내일 수사를 나간다고 전달이 되어 있어요. 그러니 저희는…”
내가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오늘 갑니다. 지금 당장이요.”
*
2시간 후. 하남의 한 조용한 마을.
“젊은이.”
노인 남자가 덩치에게로 다가갔다.
“여기 좀 지나가도 되겠어?”
“안 됩니다. 사유지에요.”
“산책을 하려면 여기를 통해야 해서 그래.”
“여기서 300m만 가시면 다른 산책길 입구가 있어요. 그쪽으로 가세요.”
“아냐. 거긴 막혔어.”
노인이 쭈글쭈글한 손으로 휴대폰을 내밀었다.
화면엔.
“뭐야? 어제까지만 해도 길이 있었는데.”
시멘트 작업을 한 바닥과 ‘칠주의’ 울타리가 있는 사진이 떠 있었다.
“여기가 김영감 땅이잖어. 길 닦는 작업을 한대. 오늘만 이 길 좀 이용하면 안 되겠어?”
“하, 정말…”
덩치가 인상을 찌푸리며 옆에 서 있는 다른 덩치들을 쳐다봤다.
그들은 자기도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뒤에 할아버지들도 같이 가실 거예요?”
“응.”
노인 뒤에는 동년배 노인들이 세 명 더 서 있다.
한 명은 조금 젊은 듯했다.
덩치가 귀찮다는 듯한 표정으로 길을 비켜섰다.
“지나가세요. 오늘만입니다.”
“고마우이.”
“묘목이 있는 쪽으로는 가지 마세요.”
“응.”
노인들은 잰걸음으로 길을 지나갔다.
“오늘은 젊은이들이 좀 적게 왔구먼. 사람이 많이 필요 없는 날인가벼.”
선두에 있던 영감이 주변을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에휴, 저 건달 놈들 때문에 요즘 마을이 흉흉해.”
“주민 분들도 저 조폭들이 마음에 안 드는가보죠?”
가장 젊은 노인이 물었다.
“그럼. 험악한 놈들 와서 길 막고 서 있는 게 좋을 게 뭐 있어.”
“오늘부로 쫓아낼 겁니다.”
“그려. 자네가 그래준다고 해서 아픈 다리 끌고 산책하는 척 여기까지 온 거니께.”
그렇게 조금 올라가자.
“이야. 나무가 빽빽이도 심어져있구먼.”
묘목이 심어진 땅이 나왔다.
드넓은 땅에 끝도 없이, 아주 촘촘히 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젊은 노인이 다시 물었다.
“여기에 묘목 말고 고구마도 심겨져 있다는데. 사실입니까?”
“어디 보자.”
나머지 세 명 노인이 밭으로 들어가 땅을 살폈다.
덩치들의 경고는 안중에도 없는 듯.
그들은 땅을 밟고 만지며 신중히 확인하더니.
“에이.”
하나 같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고구마는 여기 심을 수가 없어. 지금 심겨져 있지도 않고.”
“확실합니까?”
“여기 이 양반이 고구마 하고, 내가 과수원 하고 있어. 여긴 나무 심은 땅이지 고구마는 없어. 지금 이 나무만 해도 너무 촘촘히 심어서 몇 년 안 가 다 죽을 거야.”
“그러니까 고구마는 없단 말이죠?”
“아 거참 없다니까 그러네. 우리 다 50년 넘게 농사만 지은 사람들이야. 장담해.”
젊은 노인은 다시 확인하고 나서야.
스윽-
주머니에서 무전기를 꺼내 입에 갖다 댔다.
– “고구마 없단다. 전부 장비 챙기가 올라온나.”
*
같은 시각. 산책로 아래.
– “칠팔입니다.”
무전을 한 중년 남자가 주변을 둘러보고는.
“자, 전부.”
큰 소리로 외쳤다.
“들어가자-!”
그러자.
우르르르르르-
언덕 아래 있던 직원들이 떼로 이동을 시작했다.
그들 중엔 오정록 경장, 이지환 순경 등 오랜만에 보는 창진서 형사들이 있었다.
뒤엔 박규만 6팀장, 아시안 게임 유도 동메달리스트 강상민 경사도 보였다.
이들의 선두엔 아까 무전을 했던.
“탁경위랑 오랜만에 수사를 하니 가슴이 뛰는구만.”
최안득 형사과장이 있었다.
그는 옆에 나란히 선 나와 눈짓으로 인사를 했다.
내 옆으론 치헌과 경수, 기섭과 현민, 정규와 금수대 직원들이 함께 이동하고 있었다.
“이거 완전 우리가 조폭 같은데요?”
경수가 손에 든 곡괭이를 훑어보며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모든 직원이 손에 장비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밭 파 뒤집으려고 가져가는 거야. 이걸로 사람 패면 좆돼.”
치헌이 살벌한 표정으로 괭이를 꽉 그러지며 말했다.
귀 기울여 그 주의를 들어야 할 사람은 본인일 텐데.
“뭐… 뭐야 씨발!”
조폭들이 놀라는 소리가 들렸다.
“저거 짭새야!? 이런 씨… 빨리 전화를…”
덩치가 급하게 휴대폰을 꺼내 들고 전화를 했다.
저벅- 저벅- 저벅-
다다다다다-
우리는 점점 속도를 높여 뛰어서 길 앞에 다다랐다.
우리팀과 금수대 4개 팀, 창진서 형사과 인원들을 합쳐 50명이 넘는 경찰관들이 그들을 둘러쌌다.
“비켜.”
치헌이 괭이를 어깨에 걸치고 인상을 구긴 채 덩치 앞에 섰다.
얼핏 보면 누가 조폭인지 구분이 안 되는 상황.
“뭐… 뭡니까?”
덩치는 떨리는 손을 주머니에 감추고 허세를 부렸다.
“여기 사유지에요. 주인이 출입을 금지했습니다. 외부인은 들어갈 수 없어요.”
“좆까는 소리하지 말고.”
“예?”
“수사목적으로 왔으니까 비키라고.”
치헌이 그의 얼굴 바로 앞에 공무원증을 내밀었다.
뒤에 있던 강상민 경사도 기싸움에 가세해 치헌의 옆에 섰다.
서울청에서 가장 센 사람 둘이 붙어 있으니 그 아우라만으로도 조폭들을 다 집어삼킬 것 같았다.
“무슨… 수사목적입니까? 농지취득자격증명 때문에 그러십니까? 그거 땅 주인이 묘목 사이에 고구마 심었다고 다 해명했는…”
“아 거 건달새끼가 무슨 말이 이렇게 많아.”
치헌이 귀찮다는 듯 그의 어깨를 밀고 앞으로 나가자.
탁-
덩치가 치헌의 어깨를 짚고 앞을 막아섰다.
“못 갑니다. 여기 들어가면 주거침입이에요.”
“수사할 꺼리가 없으면 주거침입이 되겠지. 그때 되면 고소하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고, 지금은 비켜.”
“못 갑니다.”
“이 새끼가. 안 비켜?”
윽박지르는 치헌에 덩치는 손을 덜덜 떨면서도 비키지 않았다.
비키면 조직 선배들에게 죽고, 비키지 않으면 치헌에게 죽는 상황.
“저기.”
뒤에 있던 안득이 앞으로 나왔다.
“마지막으로 경고합니다. 나오세요. 지금부턴 길 막으면 공무집행방해로 현행범 체포하겠습니다.”
“……”
그 말에 덩치가 눈을 이리저리 굴리더니.
“에잇!”
마지막 발악을 했다.
그가 달려들려던 찰나.
“뭐야 이 허접한 움직임은.”
퍼억-!
치헌이 팔꿈치로 그의 입을 으깨버렸다.
“이 씨발!”
옆에 있던 덩치도 상민에게 달려들었으나.
휘릭-
슈욱- 퍽-!
“으억.”
상민은 유연하게 그의 겨드랑이를 파고들어 땅에 메다꽂았다.
옆의 나머지 두 덩치도 에라 모르겠다 식으로 달려들었지만.
파밧- 탁-!
철퍼덕-
꽈아악-
“으아악!”
곧장 나와 경수, 기섭과 현민이 팀으로 한 명씩 잡고 제압을 했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네 명 모두 체포하고 창진서 막내 형사들을 통해 먼저 차로 연행했다.
“자, 다들 들어갑시다.”
다시 안득이 앞장섰고.
저벅- 저벅- 저벅-
농기구를 든 50여명 경찰 행렬이 다시 이어졌다.
조금 올라가니.
“어, 왔나?”
교철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지금 상황이 흥미로운지 활찍 핀 얼굴로 옅게 웃고 있었다.
나는 경수가 쪽수를 채워야 한다고 했을 때 곧장 교철에게 연락했고, 그는 기다렸다는 듯 응해주었다.
그는 타 기관과의 껄끄러운 마찰 따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사람. 맹목적으로 날 도와줄 사람이었다.
마을 주민을 연기하는 것도 교철의 아이디어였다.
지원 병력을 편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현장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작전에 임해준 것이다.
“밑에 가들은 우쨌노?”
“다 체포했습니다.”
“잘했다. 어여 작업 시작하자.”
그때부터.
푸슉- 푸슉-
팍- 그르륵- 팍- 그르륵-
모든 직원들이 땅을 파 뒤집기 시작했다.
“거 채증도 단디 하고.”
금수대 직원 몇 명은 캠코더를 들고 움푹 파인 땅을 쭉 찍었다.
역시나 묘목 외에 다른 작물을 심은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밭은 조금씩 진한 색으로 변해갔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야아아아!!!”
뒤에서 칼 같은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너희 지금 뭐하는 거야아아!!!”
바람머리에 사각턱을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금수대 회의 때 봤던 양대석이었다.
“씨팔 누가 허락도 없이 내 땅 후벼파래!?”
그는 강한 생김새와는 다르게 가는 목소리를 갖고 있었다.
내가 그의 앞으로 나갔다.
“고구마를 심겠다며 허위로 농지를 취득하셨더군요.”
“허위는 무슨 허위야아! 저어기 끝에 고구마 심어놨다니까!?”
“그건 저희가 확인해보겠습니다.”
“확인은 뭔 확인이야?”
그가 어이없다는 듯 덧붙였다.
“하, 이 새끼들 진짜 말귀를 못 알아먹네. 너희 지금 내가 불법 저질렀다는 명확한 증거도 없이 사유재산을 파괴하고 있는 거잖아!”
“수사에 명확한 증거는 필요 없습니다. 수사의 필요성만 있으면 됩니다. 정황은 충분히 확보되었고 이곳을 수사해 볼 필요성은 충분합니다. 혐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 저희가 법적 책임을 지겠습니다. 이 밭도 원상태로 다 복구해놓고요.”
“참나 누굴 빙다리 핫바지로 아나.”
미리 무언가를 메모해놓은 듯 그가 휴대폰 화면을 보며 더듬더듬 말했다.
“적… 적법하지 않은 공무집행에 대해서는 인마 어!? 그에 대항해 물리력을 행사해도 괜찮다고 되어 있어. 이거 대법원 판례야 이 새끼야!”
“……”
“너희가 지금 하는 공무집행은 적법한 게 아니란 말이야아! 그러니까 내가 힘으로 너희 막아도 합법이란 소리야!”
“막을 수 있으면 막아보시죠.”
우리는 그를 무시한 채 계속 작업에 열중했다.
“하, 이 짭새 새끼들. 좋게 해결하려 했더니 안 되겠네.”
짜증을 부리는 대석 뒤로.
“야! 빨리빨리 안 올라와!?”
우르르르르르-
덩치들이 떼를 지어 올라왔다.
세어보니 약 70명.
우리보다 약 20여명 더 많았다.
그들이 대열을 쭉 펼쳐 학익진으로 우리를 둘러쌌다.
“뭐하는 짓입니까!?”
안득이 앞에 서서 목소리를 높였다.
“뭘하긴? 내 땅이 훼손되고 있는데 막아야 할 거 아냐!?”
“말이 안 통하시는군요.”
“안 통하는 건 당신들이고.”
대석도 한 걸음 더 걸어 나와 안득의 바로 앞에 섰다.
“작업 중단 안 하면 나는 여기 인력 동원해서 당신들 막는 수밖에 없어.”
“중단 못 하겠다면?”
“하, 참 정말.”
대석이 고개를 뒤로 돌려 소리쳤다.
“야! 지금부터 곡괭이 소리 한 번이라도 더 나면 저 짭새 새끼들 다 때려잡아. 알겠어!?”
“예, 형님!!”
그 말을 들은 안득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뭐? 때려잡아? 이런 양아치 건달 새끼들이…”
그도 뒤를 돌아.
“자 지금부터 현장은 내가…”
무언가를 말하려던 찰나.
“잠깐!”
뒤에서 교철이 그의 말을 끊었다.
“이런 개 썅노무 새끼들. 옛날 같았으면 곤봉으로 대가리를 후려쳐가 반으로 쪼개놨을낀데…”
교철이 눈에 불을 켜고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리곤 뒤를 돌아.
“지금부터 현장은 창진서장이 지휘한다.”
우리를 보고 외쳤다.
“우리는 수사목적으로 이 땅을 영장 없이 수색하고 있는 거다. 추후 사후영장을 발부받으면 위법 여지가 전혀 없는 수사다. 그라이 땅 파 뒤집는 작업은 계속한다. 알았나!?”
“예!”
“이 모든 지시는 내가 내린 거고, 여기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은 내가 다 진다. 알았나!?”
“……”
“아, 알았냐고!!?”
“예!!”
50명 경찰은 어느새 차렷 자세를 한 채 우렁차게 대답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작업을 방해하는 자는 누가 됐든 간에…”
그가 고개를 돌려 대석을 노려보며 덧붙였다.
“다 잡아 직이뿌라. 알았나!!?”
“예, 알겠습니다!!”
법 밖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