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145
145화. 법 밖에도.
교철의 지시가 있은 후 치헌이 보란 듯이.
푸슉- 그르르-
푸슉- 그르르-
괭이로 땅을 파댔다.
“아이 정마알! 이 멍청한 짜바리들…”
대석이 짜증을 부리고는 뒤를 돌아보고 소리쳤다.
“씨발 다들 뭐해? 저 새끼들 다 죽여 버려!”
“예, 형님!”
우르르르르-
덩치들 70여명이 빠른 걸음으로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툭-
투둑-
툭-
그 모습을 본 직원들이 농기구를 바닥에 던지고는 덩치들을 응시했다.
한 명당 2인분 정도의 몸무게이니 실제로 보기에는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가오는 것처럼 보였다.
“매일 사시미 든 놈들만 상대하다가.”
하지만 치헌은 당황하기는커녕.
“맨손으로 오는 거 보니 귀엽다 야.”
오히려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요. 오늘은 크게 다칠 일은 없겠어요.”
경수도 전혀 긴장한 기색 없이 이리저리 어깨를 풀었다.
“채증 요원들은 카메라 끄세요!”
나도 당장 눈앞의 싸움보다 추후 법적쟁점에 신경이 가 있었다.
왜냐하면 이 싸움은.
다다다다다다-
“으아아아아!”
“짭새들 다 죽여 버리자!!”
어차피 우리가 이기는 거니까.
퍽-!
퍽-!
퍽-!
빠악-!
빠악-!
최전방에 선 치헌은 그 어떤 기교도 없이 먼저 다가오는 놈부터 그대로 가슴팍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잘못 맞은 이들은 뼈가 깨지는 소리가 나기도 했다.
쿠당탕탕-!
“으억!”
100키로가 넘는 덩치들이 종이인형처럼 나가떨어졌다.
쉭- 홱-
슈웅-
푸덕턱턱-!
옆에 있던 상민은 예술적인 움직임으로 덩치들을 넘어뜨리고 던져버렸다.
달려오던 이들은 그대로 중심을 잃고 바닥에 머리를 처박았다.
“요요 비계덩어리 새끼들이!”
“그만 하세요! 이러시면 특수공무방해로 처벌이 엄청 셉니다!”
나와 경수도 공격을 요리조리 피해.
쉭- 쉭-
타닥탁-!
“억!”
쿠당탕탕-!
덩치들을 하나씩 바닥에 눕혔다.
“이… 이게 무슨…”
정규도 처음엔 벌벌 떨다가.
“… 야! 이거 우리 사건이잖아! 앞에 나가서 다 조지자!”
“알겠습니다!”
금수대 팀원들과 함께 앞으로 나와 개싸움을 시작했다.
퍼벅 퍽퍽-
콰당탕-
투둑-
빠각-!
“으아아악!”
기섭과 현민, 정록과 지환을 비롯한 다른 직원들도 최선을 다해 상대를 때려눕히고 있었다.
파바바바박-
꽈아악-
퍼억-! 퍼억-! 퍼억-!
“으헉!”
“……”
“케게게겍.”
그 중 가장 놀라웠던 건.
“요새는 이래 쌈박질 모하는 놈들도 건달시키주나?”
빠악-!
화려한 발차기로 덩치들의 턱을 날려버리는 교철이었다.
나이 60이라곤 믿기지 않는 스피드와 파워.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태권도 6단의 무도인이었다.
그는 마치 화랑처럼 연속발차기를 시전해 덩치들을 때려 눕혔다.
휘릭-
콰당탕탕-!
“억!”
타닥-
두두두두두두두두-
“쿠헉, 쿠헉, 크헤엑…”
빠각-
드드득-
“아아악!!”
백 명이 넘는 인원이 뒤엉켜 싸우니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었다.
나는 혼란스런 와중에도 주변 상황을 관찰했다.
바닥에 누워 있는 건 거의 다 덩치들이었으며, 그 수가 빠르게 늘어갔다.
“연장 있어도 이길까 말까한 판에 맨주먹으로 되겠냐?”
퍼억-! 퍼억-! 퍼억-! 퍼억-! 퍼억-!
전방에 있던 치헌이 다시 뒤쪽으로 돌아오며 잔챙이들을 다 쓸어버리고 나니.
“후…”
붙은 지 10분도 되기 전에 싸움이 끝났다.
“양대석이 어디 갔어?”
치헌이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묻자.
“여기 있네. 허억- 허억-”
밭 입구 쪽에서 안득이 대석을 바닥에 질질 끌며 다가왔다.
“헉. 과장님. 거 애를 너무 많이 팬 거 아닙니까?”
치헌이 그런 말을 할 입장은 아니었지만, 대석의 몰골이 심각하긴 했다.
특히 입은 완전히 걸레가 되어 있었다.
“빨리 119부터 불러야겠…”
“상대할 가치도 없는 양아치 새끼가…”
안득은 분이 안 풀렸는지 이빨을 갈며 대석의 머리채를 잡더니.
“경찰 면전에 대고 뭐? 짭새 새끼들을 때려잡아?”
“……”
“이거나 먹어라 이 새끼야.”
빠악-
그대로 턱을 돌려버렸다.
“……”
바닥에 쓰러진 대석을 보고 치헌이 내게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최안득 과장은 형사시절부터 한 놈만 팼어. 아마 오늘도 시작부터 양대석만 쫓아가서 존나 팼을 거야.”
“……”
10분 동안 한 놈만 팼다니.
입이 걸레가 될 만했다.
예전이라면 이런 대응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했을 것이다.
경찰은 그 어떤 경우에도 피의자에게 폭행을 행사해선 안 된다고.
하지만.
“명심해. 상대가 아무리 많이 다쳤어도 서류에는 직접 물리력을 가한 게 아니라…”
“제압한 거라고 써야죠.”
“… 그렇지.”
이제는 안다.
달려드는 그들을 보며 경직법상 요건을 고려해 최소한의 방위행위로 그들을 막으려 했다간 내 신체와 목숨의 보존은 물론 국민의 안전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가끔은.
“저희는 적법한 공무집행에 항거하는 자들을 제압한 겁니다. 폭행한 게 아니라요.”
법 밖에도 정답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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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 뒤, 광수대 사무실.
“으…”
기절해 있었던 대석이 겨우 눈을 떴다.
“어, 정신 드냐?”
서류를 치고 있는 치헌이 그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거기 앞에 물마시고, 곧 조사 들어갈 거니까 계속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어.”
“여기가 어디… 아아아.”
입술에 통증이 느껴지는 지 그가 인상을 찌푸렸다.
“여기 서울청 광수대야.”
“사람을… 이렇게 패도되는 겁니까?”
“패긴 누가 팼다 그래? 조금 터프하게 제압한 거지.”
“무슨 제압을 이렇게 폭력적으로…”
“너 같이 조폭 수십 명 데리고 와서 경찰 위협하는 새끼들은 그렇게 제압해도 돼. 뭘 잘했다고 눈 뜨자마자 변명 질이야? 한 번 더 기절 시켜줄까?”
“……”
“그나마 최과장님이 너 안 다치게 잘 제압해줘서 그 정도로 끝난 줄 알어. 나한테 걸렸으면 넌 뒤졌어.”
“수사를…”
대석이 아픈 입술을 오므리며 말을 이었다.
“원래 이딴 식으로 해요?”
“응. 그래서 전국 실적 1등하고 있잖아.”
“나 변호사 선임할 건데. 감당 되겠어요?”
“그건 네 권리니까 선임하든 말든 마음대로 해. 그리고 이왕 선임할 거면 좋은 놈으로 해. 우리 팀에 웬만한 변호사보다 말빨 좋은 놈이 있거든.”
“…?”
나는 복사기에서 서류 복사를 끝내고 자리로 돌아가.
“양대석 씨.”
치헌과 대화하고 있는 대석을 마주했다.
“다 들었습니다.”
“뭘…?”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시고요. 혐의 순순히 인정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참나. 사람 꼴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지금 무슨…”
“버팔로에서 마약 유통하셨죠?”
“…!”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현재 검거한 인원이 많아 금수대에 자리가 없으니 양대석 씨는 마수대부터 가죠.”
“뭐… 뭐요?”
“마수대에서도 그동안 자료를 많이 모아놨습니다. 아마 조사 제대로 해줄 겁니다. 가시죠.”
“아… 아니.”
그가 내 손을 뿌리치고 말했다.
“당신들이 직접 수사할 것도 아니면서 왜 이렇게 무리해서 사람을 체포합니까?”
“양대석 씨 죄는 다른 부서에서 충분히 잘 수사해 줄 겁니다. 저희는 더 중요한 사건을 수사해야 해서요.”
“중요한 사건?”
“그 사건에 대한 단서가 아마.”
내가 대석의 휴대폰을 들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이 안에 있을 겁니다.”
“!!”
“이건 쓰고 돌려드리겠습니다. 가시죠.”
“아아아아. 잠시만, 잠시만!!”
엄살을 부리는 그를 끌고 마수대 사무실에 인계한 뒤,
과학수사과에 휴대폰 포렌식까지 맡기고 사무실로 복귀했다.
“그런데.”
자리에 앉자 경수가 내게 물었다.
“포렌식은 왜 굳이 우리가 한다고 한 거야? 어차피 수사는 금수도 쪽에서 다 할 건데.”
“알아내야 할 정보가 있거든요. 사실 이 정보 때문에 조금 무리해서 양대석 수사를 한 겁니다.”
“그 정보가 뭔데?”
“백양과 하남시가 손을 잡고 하는 국가사업 비리에 관한 정보입니다.”
“!!”
새로운 내용이 나오자 팀원들이 고개를 쭉 빼 나에게 귀 기울였다.
“백양이랑 하남시가 손을 잡았다고?”
“이정재 검사 측에서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민관공동개발사업 승인에 비리가 있어요. 뒤로 별도의 이익을 챙기는 겁니다. 적게는 수천억에서 많게는 조 단위의 돈을요.”
“조… 조!?”
경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지만 검찰 측에서도 아직 명확한 증거를 잡아내지 못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단서를 잡아보려고 이 합동수사에 응한 겁니다.”
“그 단서를… 양대석 휴대폰에서 찾아낸다는 거야?”
“네.”
어느새 내 책상 앞에 쪼롬이 모여든 팀원들.
내가 그들을 둘러보며 설명했다.
“사전에 금수대에서 제공한 정보에서 알 수 있듯 양대석은 이전에 부동산 투기를 해오던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개발 사업이 확정될 그린벨트 지역과 맹지를 찾아낼 실력이 없다는 거죠. 따라서 그는 하남시로부터 기밀정보를 받아 투기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 그건 알겠는데. 양대석 사건은 양대석 사건이고. 백양이랑 국가가 연계중이란 추측은 또 별개잖아.”
“두 사건 사이에 연계점이 바로 이 휴대폰입니다.”
“…?”
“양대석이 하남시로부터 기밀정보를 받았으면 그쪽 공무원과 연락을 했을 겁니다. 저는 그 내역을 찾아 이 사건을 언론에 크게 터뜨려 심각성을 부풀린 뒤…”
내가 잠시 말을 흐렸다 다시 이었다.
“하남시청을 압수수색할 겁니다.”
“!!”
“시청을 뒤집어 파헤치면 더 많은 단서가 나오겠죠.”
놀라서 입을 벌리고 있던 치헌이.
“야 그런데 정태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물론 혐의가 있으면 압수수색하는 게 맞는데, 사실 이 관례라는 것도 무시 못 하거든. 역사적으로 경찰이 시청을 압수수색한 건… 정말 손에 꼽는 일이야.”
“물론 관례도 고려할 겁니다.”
“… 응?”
“압수수색을 굳이 저희가 직접 할 필요는 없죠.”
“…?”
“일단 이 건은 포렌식 결과 나온 뒤에 논의하도록 하고요.”
무슨 소리냐는 듯 날 바라보는 치헌을 뒤로하고 나는 경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지금은 고주임님이 좀 해주실 일이 있습니다.”
“응?? 나!?”
가만히 설명을 듣고만 있던 경수가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나, 난 부동산 이쪽은 잼병인데…”
“부동산 관련이 아닙니다.”
“엥? 그럼?”
“여자 신문에는 자신이 있다고 하셨죠?”
“여자 신문…?”
그 말에 그의 표정이 삭 바뀌더니.
“훗. 그건 내 전문이지.”
씨익 웃어 보이며 다리를 탁 꼬았다.
“현재 하남 관련 사건들에 대해 저희가 할 건 없으니, 홍설희에 대한 수사를 이어나가려고요.”
“아하.”
“이번에 여성 참고인들 몇 명을 소환했는데, 고주임님이 홍설희 행적 관련 진술을 좀 캐주셨으면 합니다. 모두 더 퀸 소속의 여성들이에요. 이들은 교묘한 거짓으로 질문을 잘 피해가기 때문에 고주임님이 화법으로 진심을 캐내주셔야 합니다.”
“아, 오케이 오케이. 그런 거야 백 번이고 천 번이고 해주지.”
“백 번 까진 안 되고요.”
그때.
끼익-
사무실 문이 열리더니.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또각-
여자 구두 소리가 길게 이어졌다.
그 행렬은 쭉 줄지어 우리 책상 앞으로 와.
“저기… 참고인 조사 받으라고 해서 왔는데요.”
경수 앞에 섰다.
내가 그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한 오십 명 정도 됩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
차에 치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