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146
146화. 차에 치인 듯.
[“현재까지 신원확인 및 감식이 진행된 사체는 80여구로, 아직 모든 사체의 신원을 파악하고 범죄혐의를 밝혀내는 데까지는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으로…”]
아마 6팀 책상 즈음.
누군가가 작은 볼륨으로 켜 놓은 라디오 소리가 들려왔다.
[“이호중 의원이 당대표를 사퇴했습니다. 다가오는 대선을 위해 본격적인 준비 작업을 시작할…”]
나는 귀로는 라디오를 들으면서.
타닥타닥-
눈으로는 모니터를 보며 키보드를 쳤고.
“이철성 계장과는 언제부터 아는 사이였습니까?”
“……”
입으로는 방민신 서울청 2부장에게 질문을 했다.
“이번 사건 외에도 이철성 계장에게 저에 대한 정보를 전달한 적이 있습니까?”
“……”
“내부망 조회 내역을 보니 제 정보조회를 많이 하셨던데, 그 목적은 뭐죠?”
“……”
“이번 금수대 회의 정보를 입수해 이철성 계장에게 전달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
“그 정보는 양대석 측에게 전달될 예정이었습니까?”
“……”
그는 나를 가만히 쳐다볼 뿐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표정을 보니 전혀 대답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팍-!
“아, 직원이라고 좋게좋게 하려 했더니. 왜 뻔히 보이는 거짓 진술을 합니까!? 제대로 말씀 안 하실 겁니까!?”
“아, 그… 그게. 사실 2부장님이 금수대 회의 내용을 빼오라고 지시를 내렸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옆에서 치헌이 책상을 부술 듯이 치자, 금수대 직원이 진실을 다 실토해주었다.
벌벌 떨고 있는 그는 금수대 3팀 소속 김호철 경위.
아까 민신의 방에서부터 떨고 있던 걸 보니 겁이 많은 성격인 것 같았다.
그런 점을 이용해 민신도 그를 부려먹었던 거겠지.
“그 전에는요?”
“… 예?”
“이번만 이런 부탁을 받은 게 아닐 거 아닙니까! 그 전부터 2부장 지시를 받고 우리 광수대를 염탐했냐는 말입니다!”
“……”
“아, 대답 안 하실 겁니까!?”
“사… 사실은…”
호철은 치헌의 무시무시한 팔뚝을 보며 그간 민신에게 지시받은 내용들을 다 실토했다.
민신은 내가 창진서에 있을 시절부터,
아니, 자신의 딸인 방혜수를 체포했던 매천파출소 시절부터 내 뒤를 캐고 다녔다.
그러던 중 철성과 연결이 되어 정보를 공유했던 것.
“이 씨…”
호철의 진술을 듣고 있던 민신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철성 계장이 서울청에 심어둔 ‘내 편’이란 사람이.”
내가 그를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2부장님이었군요.”
“……”
“그래서 그렇게 저를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공작까지 계획할 수 있었던 거예요.”
“……”
“최근 한시호 사건에도 연루가 되어 있으신 겁니까?”
“……”
“임병규에게 제 위치를 알려준 것도 2부장님 쪽 사람입니까?”
“……”
계속 묵묵부답인 그.
스윽-
내가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말했다.
“임병규 사건까지 연루 혐의가 밝혀지면 살인방조죄까지 기소가 될 겁니다.”
“……”
“곧 따님 출소인데 못 만날 수도 있겠습니다. 이번 사건 수사가 끝나면 아버지가 교도소에 가게 될 테니까요.”
그가 미세하게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나를 노려봤다.
나는 시선을 무시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오늘은 대답할 생각이 없으신 것 같은데 내일 다시 하시죠.”
그를 유치장으로 연행했다.
*
사무실로 복귀하니.
훌쩍- 훌쩍-
호철의 수사도 거의 마무리되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치헌이 얼마나 세게 압박수사를 했는지 호철이 눈물을 훌쩍이고 있었다.
“일단 사안이 중대해서 집에는 못 보내 드려요. 무슨 말인지 알죠?”
“네네… 흑…”
“여기 좀 계시다가 저녁에 유치장 들어가시는 걸로. 지금부터 들어가 있으면 서글프니까.”
“네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유치장에 넣는다고 하는데도 그는 감사하다며 연신 인사를 해댔다.
신기하다고 생각하며 그 장면을 보고 있는데.
끼익-
제 1조사실 문이 열리더니.
“야, 정태야.”
경수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좀 도와줘… 이제 열 명 째인데 죽겠어.”
그는 그새 다크서클이 코까지 내려왔다.
“변부장님이랑 우부장님이 도와주고 계시잖아요.”
기섭과 현민은 2조사실에서 여성 참고인들의 기본 인적사항 정도를 파악해주고 있었다.
회의실엔 조사를 기다리는 40여 명의 여성 참고인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야 본 진술은 나 혼자 받고 있잖아. 50명을 혼자 어떻게 다 받냐?”
“고주임님이 받아야 합니다. 이건 고주임님만 할 수 있는 거니까요.”
“… 그래서 안 도와주겠다는 거야?”
“못 도와드리는 겁니다.”
“……”
“앞선 참고인 조사 자료 통해서 중요 참고인들 가려내고 나머지는 돌려보내 내일 조사를 받는 식으로 인원을 분산하세요. 그럼 조사가 좀 더 수월해질 겁니다.”
그렇게 말하고 나는 가방을 챙겼다.
“뭐야? 어디 가?”
“집에 갑니다.”
“뭐!?”
“약속이 있어서요. 제 할 일은 끝났으니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뒤돌아 출구 쪽으로 걸었다.
“야, 탁정태! 나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데 어딜 간다는…”
소리치는 경수를 뒤로하고.
끼익- 탁-
사무실을 나왔다.
#
잠시 후, 집.
“이거 꼭 입어야 돼요?”
조금 큰 도복을 입은 정우가 깃을 매만지며 물었다.
“도복이 잡고 동작을 하기 편해.”
“실전에선 이런 옷을 안 입잖아요.”
“이건 실전이 아니라 연습이야. 연습 땐 안전이 더 중요해.”
그렇게 대화하고 있는 동안.
끼익-
“괜찮… 아요?”
은빈도 도복을 입고 나왔다.
“네. 청바지보단 낙법치기 편하겠네요.”
“하, 도대체 이런 도복은 어디서 구해서…”
“요 앞 유도장 관장님이 주셨습니다. 제 팬이라면서.”
“이… 매트도요?”
그녀가 바닥에 깔려있는 매트를 가리켰다.
“네.”
“아래층에 시끄럽지 않을까요?”
“아래층 사람은 여행을 갔습니다. 현재는 집이 비어 있어요. 그래서 오늘 은빈 씨와 정우 씨를 저희 집에 초대한 겁니다.”
“아…”
“바로 시작하시죠.”
나는 바로 준비운동을 시작했다.
“목부터 풀겠습니다. 하나, 둘, 셋 넷…”
임병규 사건 직후.
나는 관우가 심어놓은 ‘귀’가 그를 막지 못했을 때의 상황을 시뮬레이션 해봤었다.
병규가 내 뒤로 몰래 다가와 칼을 찔러 넣는 그 장면을.
그랬다면 나는 그를 막을 수 있었을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다음은 어깨 짧게. 하나, 둘, 셋, 넷…”
시뮬레이션 결과 나는 살아남았다.
단순히 살아남음을 넘어 그를 추격해 검거했다.
상상 속 나는 병규가 가까이 오기 전 소리를 감지했고 곧장 잘 대응을 했다.
하지만 만약 은빈과 정우에게 그런 일이 닥친다면.
괴한이 이들에게 범죄를 행하거나 납치해 인질로 삼는다면.
나만큼 잘 대응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우도 실전 경험이 없으니 당황할 수 있다.
“그 다음은 손목 발목 풀고요. 배밀기까지 할게요.”
임병규 사건 이후 관우가 나와 내 주변 인물들의 경비에 더 힘을 써주겠다고 말했지만, 그것만으론 안심할 수 없었다.
누구든 스스로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특히 내 곁에 있는 이들은 더더욱.
“그럼 본격적으로 호신술을 가르쳐드리겠습니다.”
그런 의미로 나는 호신술을 가르쳐주기 위해 이들을 집으로 불렀다.
그동안 일반인들에게 가장 적합한 호신술이 무엇일지 연구를 많이 했다.
“범죄자들이 피해자를 강압할 때 가장 많이 취하는 자세는 손을 잡고 넘어뜨리는 것, 그리고 뒤에서 목을 제압해 넘어뜨려 끌고 가는 것입니다. 어떤 자세냐 하면.”
아마 오늘 호신술을 배우고 나면 이들은 엄청난 방어능력을 갖게 될 것이다.
“이렇게 손을 잡아채면서”
내가 은빈의 손을 잡고.
휙-
탁-
“아야!”
중심을 잃게 만들며 매트에 넘어뜨렸다.
“자, 그 상태에서 최적의 대응법은 무엇일까요?”
“아야… 대응법이… 뭔데요?”
“역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입니다.”
“제압을 하라고요? 피하는 게 아니라?”
“피하면 따라올 겁니다. 그건 일시적인 회피책밖에 안돼요. 가장 과학적인 방법으로 상대를 제압해버려야 합니다.”
“어떻게…”
“바로.”
내가 손으로 내 아랫도리를 가리켰다.
“급소를 가격하는 겁니다.”
“…!?”
“있는 힘껏 이렇게 팍!”
허리를 틀며 주먹을 끊어 쳤다.
“세게 치는 거예요.”
“그렇게 세게요?”
“네. 부숴버린다는 생각으로.”
“……”
은빈이 잠시 말을 멎었다가 이었다.
“이게… 정태 씨가 말한 그 과학적인 방법이에요? 저는 경찰 호신술 같은 걸 배울 줄 알았는데.”
“통계적으로 일반인이 위급상황에서 호신술을 써 피의자를 제압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제일 많이 위기에서 탈출한 방법은 급소를 타격하는 것이었죠. 통계로 증명되었으니 과학적인 방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바로 실습해보죠. 자, 정우부터.”
나와 정우가 매트 위에 마주보고 섰다.
“시작할게.”
내가 그의 손을 잡은 뒤.
스윽- 툭-
콰당-
“내가 이렇게 네 한쪽 손을 제압하고 넘어뜨리면 어떻게 해야겠어?”
“반대 손으로…”
팍-!
정우가 내 급소를 노리고 주먹을 짧게 끊어 쳤고.
슥-
내가 간발의 차로 피했다.
“좋아. 그렇게 실전처럼 해야 도움이 돼. 그 다음은 뒤에서 목을 압박하는 상황.”
스윽-
꽈악-
내가 뒤에서 접근해 그를 넘어뜨리자.
팍-!
그가 팔꿈치로 공격을 해왔다.
이번에도 거의 닿을 뻔했다.
“잘했어. 다음은 은빈 씨요.”
은빈이 걱정스런 얼굴을 하고 매트 위로 올라왔다.
“제가 잘 할 수 있을지…”
“그런 걱정을 할 겨를이 없습니다. 완전히 실제상황이라고 생각하고…”
팍-!
“헙!?”
갑자기 숨이 덜컥 막혔다.
그리곤 눈앞의 모든 것들이 휘어지고 왜곡되더니.
털썩-
저절로 무릎이 꿇어졌다.
그 뒤엔.
“허억… 허억…”
생전 처음 느껴보는 고통이 온몸을 감쌌다.
“어머 어떡해! 정태 씨가 범인이라고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타격은 순식간에 이뤄졌다.
심지어 손도 아닌 발로 가격했다.
그녀의 정강이는 정확히 내 사타구니에 날아와 꽂혔다.
이제 눈앞의 색깔마저 제멋대로 변했다.
하늘이 노랗게 보인다는 게 이런 기분이었나.
그 고통스런 순간에도 나는 본능적으로 바지에 손을 넣어 형태에 이상이 없는 지 확인했다.
“괜찮아요!?”
“허억… 허억…”
1분 정도가 지나니.
“후…”
정신이 조금씩 돌아왔다.
나는 기운을 차리고 일어났다.
“생각보다 잘 하시는군요.”
“… 네?”
“이 정도면 피의자가 꼼짝도 못하겠어요.”
“……”
“계속 연습해보죠.”
그 후로 우리는 두 시간 정도를 치고 꺾고 조르고 메치면서 과학적인(?) 호신술을 연습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렇게 훈련을 마친 뒤, 은빈이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정태 씨 오늘 고생했으니까 제가 맛있는 밥 차려 줄게요.”
“밥은 사무실 가서 먹을 겁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세요.”
“응? 사무실에 간다고요?”
그녀가 놀라며 물었다.
“네. 지금쯤이면 고주임님 참고인 조사가 마무리되어 갈 겁니다. 뒤에 서류 작업은 제가 도와줄 수 있으니 도와야 합니다.”
“아…”
“밥은 집에 가서 드세요.”
은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겉옷과 가방을 챙겼다.
“지금 맡고 있는 사건들. 엄청 중요한 것들이라 그렇게 수사를 열심히 하는 거죠?”
“네.”
“오늘 저랑 정우한테 호신술 가르쳐줬으니 좀 더 안심하고 수사에 집중할 수 있겠네요. 저희 걱정을 좀 덜 테니까.”
“맞습니다. 기분이 편안해졌습니다.”
은빈은 아직도 숨이 찬지 가쁜 호흡을 했다.
그리고 좀 초췌해진 얼굴.
역설적이게도 그녀의 얼굴이 초췌해서 더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열심히 연습했으니 아마 위기가 닥치면 더 잘 극복할 것이다.
…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생각 때문이었을까.
“정태 씨.”
은빈의 다음 말을 들었을 땐.
“우리 그만 만날까요?”
차에 치인 듯 정신이 멍해졌다.
수사는 계속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