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147
147화. 수사는 계속 해야 합니다.
은빈 씨가 방금 뭐라고 한 거지.
잘못들은 건가.
“그만 만나요 우리.”
아니다.
제대로 들은 게 맞다.
“왜 그러시죠?”
마치 울고 있는 피해자를 만난 경찰관처럼,
나는 본능적으로 그렇게 물었다.
“갑자기 왜…”
“나 방해만 되잖아요.”
방해?
“정태 씨 없는 시간 내서 나 만나야 하고, 또 저나 정우한테 무슨 일이 생길 건 아닌지 쓸데없이 걱정해야 하고.”
그건 방해도 아니고 쓸데없는 일도 아닌데.
“나 그냥 장애물 같아요.”
이해할 수 없었다.
“정태 씨 수사하는데 걸리적거리는 장애물 같다구요. 그 기분이 얼마나 비참한지 알아요?”
그녀가 왜 그런 기분을 느끼는지.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속상해요.”
그녀의 음성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멋진 일을 하는 정태 씨를 보면서 난 늘 마음 졸여야 한다는 게 속상해요. 거기다 괜히 방해까지 되니…”
“방해 되는 게 아닙니다. 은빈 씨는 제게 가장 큰 도움을 주는 사람…”
“이런 호신술 하는 게 정태 씨 수사에 무슨 도움을 주는데요?”
그녀가 앙칼지게 물었다.
“이 시간에 조사를 받거나 현장에 나갔으면 정태 씨가 원하는 사건의 실체에 한 발 짝 더 다가갈 수 있는 거 아니에요?”
“……”
“괜히 여기서 시간 낭비한 거 아니냐구요.”
그녀가 좀 강하게 표현하긴 했지만.
아니라고 할 순 없었다.
방금 한 호신술은 수사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억지로 시간을 내 그녀를 만난 게 아니다.
마음이 그렇게 시켜 만난 것이다.
분명 나는 그녀를 원했다.
하지만 수사와 결부시켜 저렇게 얘기하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분명 머리엔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것을 논리로 연결시키질 못하겠다.
너무나도 분명한 이성과 표현하기 서투른 감정이 만나 머리는 더 어지러워졌다.
차에 치인 내 정신은 멀리 날아가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전 수사가 두려워요. 정태 씨가 가장 좋아하는 그 수사가 전 두렵다구요.”
“……”
“저번에 제가 수사 그만하면 안 되냐고 했던 말. 그거 나 얼마나 용기내서 한 말인 줄 알아요? 난들 정태 씨가 수사하는 거 막아서고 싶었겠어요?”
“……”
“근데 정태 씨는 보란 듯이 티비에 나와 인터뷰까지 하면서 저를 무시해버렸어요. 오히려 일을 훨씬 더 크게 키워서 내 두려움을 증폭시켜버렸어.”
“일을 키운 게 아닙니다. 결국 일을 해결하려면 그렇게 해야…”
“그건 정태 씨 생각이에요!”
그녀가 목소리를 키웠다.
“난 항상 뉴스로 충격적인 소식을 들어야 했어요. 정태 씬 단 한 번도 그런 상황을 나한테 미리 설명해준 적 없어요. 그 후에 내 감정을 위로해준 적도 없고요. 난 온갖 걱정이란 걱정은 다 하고 있는데…”
“……”
“전 항상 뒷전이었어요. 정태 씨는 수사가 항상 1순위였죠. 한 번 씩 수사에 완전히 집중해버리면, 며칠이고 난 없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그럴 때마다 수사가 더 미워졌어요. 정태 씨 관심을 다 뺏아 가버리니까. 날 필요 없는 사람 만들어버리니까.”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그동안 내 행동이 은빈의 말과 너무나도 딱 맞아 떨어졌기에.
“이런 마음 드는 거 되게 치사하고 유치한 거 알아요. 가장 정태 씨에게 위로가 되어주고 힘 북돋아줘야 하는 내가 이런 생각하는 거 철없고 멍청한 생각인 거 안다구요. 하지만…”
그녀가 눈물 고인 눈을 하고 말을 흐렸다 이었다.
“계속 내 감정을 속일 수는 없는 거잖아요.”
“……”
“그런 마음이 드는데 계속 괜찮은 척 하고 있을 순 없는 거잖아요.”
그녀의 말이 맞다.
계속 괜찮은 척 할 수는 없다.
그럴 의무도 없고.
“정태 씨는 그저 좋아하는 일에 집중할 뿐인데 나는 계속 괴로움을 느껴요. 그게 너무너무 속상해서 어떻게 해결해보려고 이런저런 말을 던져봤는데 먹히질 않아요. 오히려 정태 씨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더 집중할 뿐. 난 점점 더 괴로워졌죠.”
“……”
“보이는 게 괴로우면 내가 눈을 감는 게 낫지 않겠어요?”
고개를 돌려 눈물을 훔치는 그녀.
눈을 감겠다는 것.
그 은유적인 표현이 너무나도 직관적으로 와 닿았다.
그녀는 진심으로 이별을 고하고 있는 것이다.
저 물음에 대한 답은 이미 정해져있었다.
나는 그녀가 눈을 감는 것이 싫다.
그러려면 그녀의 걱정을 해소해주면 된다.
내가 좋아하지만 그녀가 싫어하는 것. 그것을 안 하면 된다.
…
하지만.
“수사는 계속 해야 합니다.”
생각과 입은 반대로 움직였다.
이성적 사고보다 본능이 먼저 튀어나왔다.
나는 말을 뱉어놓고 스스로 놀랐다.
“멈출 수는 없어요. 수사 중단은 우리 모두에게 해가 되니까요.”
입은 통제를 벗어나 제멋대로 움직였다.
은빈의 눈에 다시금 눈물이 차올랐다.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까.
하지만 그녀는 내가 답을 내릴 시간도 주지 않고.
“정우야, 가자.”
곧장 문밖을 나섰다.
마지막 그 순간까지.
“수사가 끝나면 다시 만나줄 겁니까?”
내 입은 본능을 쏟아냈고.
뚜벅- 뚜벅- 뚜벅-
다다다다다-
은빈은 도망치듯 그것을 떨쳐냈다.
“……”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있는데.
위이이잉-
위이이잉-
전화가 걸려왔다.
= “여보세요.”
= “탁경위님 송가락입니다. 일이 좀 생겼습니다.”
소식을 듣자마자.
= “무슨 일입니까?”
나는 겉옷을 챙겨 밖을 향했다.
*
잠시 후.
“우리 직원이 사체 신원 확인하고는 바로 유가족을 찾았습니다.”
나는 가락이 준 서류와 사진을 보며 그의 설명을 들었다.
“하나 뿐인 동생이 교도소에 있더군요. 게다가 그가 탁형사님이 조사했던 피의자였다니.”
우리가 있는 곳은 남부교도소.
“미리 광수대에 알렸어야 했는데. 워낙 바쁘다보니 판단미스를 했네요.”
“판단미스 하신 것 없습니다. 감식반에서 사체 신원 확인한 것을 광수대에 알릴 의무는 없어요.”
지금 내 앞엔.
“게다가 알았다 해도 죽었을 겁니다. 자살은 언제든지 할 수 있었을 테니까요.”
목을 맨 채 죽어 있는 왕청현이 있다.
그의 목에서 연결된 줄은 벽면의 쇠봉과 연결되어 팽팽히 당겨져 있다.
“저도 그랬을 거라고 생각해요. 누나의 죽음을 안지 6시간 만에 자살해버리다니. 상심이 컸나 봐요.”
서류에 적힌 여성의 이름은 왕선란.
청현이 찾아달라던 누이는 장기를 적출당하고 사망해 땅 아래서 썩고 있었다.
복부에 희미하게 보이는 봉합자국.
부패 상태를 보니 청현이 검거되기 훨씬 전에 사망한 듯했다.
감식반에서 신원을 확인하고 가족인 청현을 찾아 사망사실을 전달했는데, 그날 그가 목을 매 자살해버린 것이다.
“이건 유서입니다.”
가락이 건넨 수첩을 펼쳐봤다.
[돈을 받고 살인을 했으니 나는 사람이 아닙니다. 짐승입니다. 짐승은 오로지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위해 다른 동물을 사냥합니다. 내가 꼭 그렇게 살았습니다. 이제 누이가 죽었으니 나는 살 이유가 없습니다.]
짧은 유서를 읽고 나는 다시 청현의 사체를 바라봤다.
찰칵- 찰칵-
다른 과수반 직원들이 사진을 찍은 뒤.
싹둑-
줄을 잘라 사체를 땅에 눕혔다.
“저번에 탁경위님 말씀하신 것과 유서 내용 종합해보면 왕청현도 가족을 인질로 협박당한 것 같은데.”
싸늘한 주검.
그는 피고인이기 이전에 피해자였을까.
가락이 옮겨지는 시신을 보며 표정을 찡그렸다.
“좀 안타깝네요.”
“안타까워할 거 없습니다.”
“……”
“왕청현은 살인죄로 처벌받은 피고인이에요. 그런 사람의 감정까지 챙겨줄 필요는 없습니다. 그 시간에…”
내가 잠시 틈을 두고 말을 이었다.
“나한테 소중한 사람의 감정을 챙겨주는 게 훨씬 나을 겁니다.”
“……”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 가락.
“송경정님.”
내가 그에게 물었다.
“저희 팀원들이 업무 중이라 그런데 송경정 님께 부탁 하나 드려도 될까요?”
“예? 저도 탁경위님이 부탁하신 일 산더미처럼 쌓여 있…”
“저랑 같이 잠깐 어디 좀 들렀다 사무실 들어가시죠.”
“……”
“잠깐이면 됩니다.”
그때.
위이이잉-
위이이잉-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을 켜 발신자를 확인한 뒤.
= “네, 검사님.”
= “발부 됐습니다. 바로 가져다드릴까요?”
*
잠시 후, 가락의 차 안.
처음엔 한 발 빼던 가락이 이젠 운전까지 해주고 있다.
“아 참.”
그가 핸들을 왼쪽으로 돌리며 입을 열었다.
“말씀하셨던 BY 문신이 새겨진 사체 있잖아요. 몇 구 찾긴 했습니다.”
하남 지하실 사체 확인만 해도 정신이 없을 텐데.
내가 부탁한 과거 사체 찾는 작업까지 계속 하고 있었던 모양.
“정말 다 백양 관련 인물이더라고요. 특히 그 중에 서희팔, 이춘봉이라고.”
나는 그 이름들을 머리에 새겼다.
“각각 서인혁 차관과 이호중 의원의 아버집니다.”
“…!”
“둘 다 군 장성이었고 백양 1기 멤버였던 것 같아요. 아들한테 비리권력을 그대로 물려준 거죠. 그 중에서도 서희팔 이 사람은 조폭들과 연관이 깊더군요.”
백양과 조폭이라면…
“국내 최대 폭력조직인 북성파를 이끌었던 임시백과 절친이었어요. 그래서 자기 세력을 유지하는 데 조폭들을 많이 동원했었습니다. 임시백이 서희팔을 위해 정치깡패 노릇을 한 거죠.”
“그럼 현재 북성파 두목인 임광천 또한 임시백의 아들이겠군요.”
“맞아요. 거기도 권력을 대물림한 거죠. 이에 더해 조선족 범죄조직원들과도 커넥션이 있었다고 합니다. 완전 지금 백양의 모습과 똑같았던 거예요.”
하나로 이어져 있던 여러 사건들.
그건 현재뿐만 아니라 과거까지 이어져 있었다.
“아무튼 그래서 임시백 사체 관련 정보를 알아보려고 대구청에 있는 동기한테 부탁을 해놓긴 했는데, 하남에 그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이쪽은 집중을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아니 그런데.”
끼익-
그가 주차장에 차를 멈춰 세웠다.
“본청엔 왜 오자고 하신 겁니까?”
나는 대답하지 않고 차에서 내려 구석진 곳에 서 있는 사람에게로 걸어갔다.
“이정재 검사님이 보낸 검찰수사관님 맞죠?”
“아, 네. 탁경위님 안녕하십니까. 여기 영장 원본입니다.”
그가 내게 서류를 건넸다.
“그럼 저는 이만.”
“잠시만요.”
돌아서는 그를 내가 붙잡았다.
“집행 같이 좀 해주시죠.”
“네?”
“저희 광수대가 너무 바빠 인원이 부족합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그가 허락함과 동시에.
“같이 좀 가죠?”
주차를 마친 가락이 내 뒤로 따라붙었다.
나는 앞장서 정문을 통과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린 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빠르게 앞으로 걸었다.
그리고는.
팍-!
한 사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전부 동작 멈추세요!”
나는 영장을 앞으로 내보이고는.
“압수수색 영장입니다. 전부 다 밖으로 나가서 송가락 경정과 검찰수사관에게 신분증 제시하세요.”
한 명 씩 밖으로 내보냈다.
깜짝 놀란 직원들이 우르르 밖으로 나갔다.
‘음?’
사무실을 둘러보던 중 구석에 책상이 빈 걸 확인한 나는.
탁-
마지막에 나가던 직원의 손목을 잡아채 물었다.
“이철성 계장 어디 있습니까?”
높은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