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148
148화. 높은 분.
“네, 네!?”
여직원은 화들짝 놀라서는.
“계장님은… 며칠 전부터 여, 연가였는데요?”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어디 간다는 얘기는 없었습니까?”
“네, 그런 말은 없었어요.”
“음.”
나는 손을 놓고 직원을 내보낸 뒤 들고 있던 서류를 넘겼다.
압수수색영장 뒤에 있던 서류는.
[체포영장]
판사 직인이 찍힌 체포영장이었다.
대상자는 이철성 경정.
죄명은 공무상비밀누설교사.
민신의 휴대폰 포렌식 결과 철성과 계속 연락해왔던 정황이 드러났다.
단순 연락이 아니라.
[징계위원회 열었던 탁정태 경위, 정보 좀 추려 보내주세요.]
[유관우 청장에게 던지기를 할 겁니다. 서울청에선 곧장 탁경위 징계를 준비하세요.]
[일신교회 쪽에서 사람이 나올 겁니다. 위치 전달하세요.]
[금일 금수대 회의내용 빠짐없이 전달바랍니다.]
범죄 지시가 대부분이었다.
그것도 내가 매천파출소에 있던 시절부터.
본청 감찰을 등에 업은 철성은 경무관 계급도 무시하고 지시를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죄를 명목으로 압수영장을 집행함과 동시에 체포하려 했지만, 대상자가 없다.
‘민신이 검거되기 훨씬 전부터 연가라.’
연가를 낸 시점만으로 그 의도가 추려졌다.
나는 여러 가능성들을 머리에 그리며.
끼익-
방을 나왔다.
*
인근 창진서 직원들, 남부지검 검찰 수사관들을 몇 명 더 호출해 압수수색을 부탁하고 난 사무실로 복귀했다.
“정태.”
들어오자마자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온 경수가 날 맞았다.
“조사 끝냈다.”
“벌써요?”
“네 말대로 중요 참고인 20명만 먼저 조서 받고 나머지 30명은 돌려보냈어. 그리고 괜찮은 정보를 몇 개 얻었지.”
“괜찮은 정보요?”
그의 얼굴은 초췌했지만 입은 살짝 웃고 있었다.
“이건 진짜 소수 아가씨들만 알고 있던 정보인데, 홍설희가 호빠도 운영했대.”
“…!?”
“어리고 잘생긴 남자들을 들여 여자 손님들 상대로도 장사했다는 거지.”
호스트바.
‘선수’라 불리는 남자유흥접객원들을 고용해 장사하는 주점이다.
“그런데 이상한 게, 이 호빠에 일하던 남자 몇 명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대.”
“…!”
“그리고 뭐 이건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하남 지하실 사체 명단 중엔 아직 이 호빠 선수들 이름은 나오지 않았어. 원래라면 이들 실종 시점이 더 퀸 아가씨들 실종 시점과 비슷해서 사체가 진즉 나왔어야 했을 텐데 말이야.”
아직 사체 신원확인 작업은 진행 중인 건 맞다.
하지만 실종 시점과 부패 정도를 연관 지어 생각했을 때 아직까지 그들의 사체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건…
“혹시 다른 곳에도 시체산 지하실이 있는 건 아니겠지?”
“있을 지도 모르죠.”
사체가 다른 곳에 있을 확률도 있다는 것이었다.
“또 하나 이상한 건.”
그가 잠시 틈을 두고 말을 이었다.
“실종된 선수들 이름이 안동현의 일신교회 신자들 명단에서 확인이 됐다는 거야.”
“…!?”
“이거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일단 이런 정보들은 다 캐놓은 상태야. 이것만해도 엄청 어려웠다고.”
그가 인상을 쓰며 관자놀이를 마사지했다.
들어보니 두통약만 네 알을 먹으며 수사에 집중했다고.
아마 경수가 아니었다면 이런 정보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수고하셨습니다.”
경수가 얻은 정보는 또 다른 수사꺼리를 만들었다.
사라진 남성들은 어디로 간 걸까.
홍설희와 연결되어 있으니 사망했을 확률이 높지만, 꼭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또한 그들의 이름이 왜 일신교회 신자 명단에 올라가 있는 걸까.
“근데 너는 어디 갔다 오는 거야? 아까 집에 간다며.”
“본청 압수수색영장 집행하고 왔습니다.”
“헉. 진짜? 영장 벌써 나왔어!?”
“네. 그런데 이철성 계장은 없더군요. 연가랍니다.”
“연가? 음. 타이밍이 뭔가 수상한데.”
“그래서 본청 주차장과 인근 도로, 이계장 거주지 주변 CCTV 파일 며칠 분 받아왔습니다.”
내가 자리에 앉아 영상들을 하나씩 켰다.
“어휴, 양 많은 거 봐. 확인하려면 하루 종일 걸리겠는데?”
“몇 시간이면 됩니다.”
“… 그래 넌 그렇겠지.”
동시에 10개의 영상을 띄우고 배속을 늘린 뒤 곧장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먼저 철성이 탄 차량을 특정하고 그 느낌을 다른 영상에서 찾았다.
그 뒤엔 느낌이 포착된 영상들을 연결해 가상의 선을 만들고, 그것을 다시 3차원으로 확장해 실제 도주로를…
“저기 탁주임님.”
이제 막 집중하려는데 옆에 있던 기섭이 날 불렀다.
“저희도 성과를 좀 냈는데…”
“홍설희 행적 찾았습니까?”
“네.”
내가 그의 책상으로 가니.
“탁주임님이 가르쳐주신 대로 더 퀸 북편 도로에서 이동경로 설정하고 그 안에 있는 마사지샵과 병원들 위주로 탐문 및 영상 확인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모니터에 홍설희 영상 캡처본이 떠 있었다.
아담한 외제차 옆에 서 있는 그녀.
“홍설희가 이 차량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확보했습니다. 기존에 운행하던 종과 다른 차량입니다. 명의도 다른 사람으로 되어 있는 걸 보니 은신을 위해 구한 세컨 카 같아요.”
“차는 어디 세워져 있던 거죠?”
“의정부 쪽에 있는 폐건물입니다. 그동안 이 근처 호텔에 은신해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때도 명의는 다른 사람 걸 썼고요.”
“호텔엔 가봤습니까?”
“가봤는데 일주일 전에 퇴실하고는 다시 온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이 세컨 카를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텐데요.”
“그래서 이 차량 이동경로를 추적해봤더니.”
기섭이 화면을 넘겼다.
고속도로 톨게이트 사진.
“포천으로 갔더라고요.”
포천?
“톨게이트를 빠져나간 후에는 도로에 카메라가 적어 목적지까지 추적하진 못했지만, 드문드문 이동하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확인된 위치로 봐서는…”
그가 잠시 말을 흐렸다가 다시 이었다.
“지난 한시호 사건이 벌어졌던 별장, 그 근처 마을로 간 것 같습니다.”
“…!”
“게다가 지난 내역들을 살펴보니.”
다음은 차량번호가 나열 된 목록.
“홍설희가 주기적으로 이 포천에 왔다갔다 했더라고요.”
목록엔 홍설희의 세컨 카를 포함, 그녀의 스포츠카 차량번호들도 나와 있었다.
“잠시만요.”
내가 화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홍설희만 왔다갔다 한 게 아니에요.”
“…?”
“이건 이철성 계장 차 번홉니다.”
“…!”
“포천에 뭔가 있는 거예요.”
최근 목록엔 철성의 차번호도 있었다.
‘실종, 백양, 포천, 은신…’
홍설희와 관련된 단어들이 머릿속에 엉켜들었다.
그것들은 이내 풀어지며.
“일단 포천으로 가야겠어요.”
수사 방법이 떠올랐다.
“그렇죠? 포천서 연락해서 의경들 지원받을까요? 인력 쭉 풀어서 수색해야 할 것 같은데.”
“아뇨, 소수만 가야 합니다.”
“… 네?”
내 말에 기섭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저희끼리 찾기엔 반경이 너무 넓은데요.”
“반경은 단서로 좁히면 됩니다.”
“……”
“너무 많은 인력이 수색을 하게 되면 피의자들이 알아채고 다시 도주를 할 수 있습니다. 증거를 인멸해버릴 우려도 있고요.”
“그럼 어떻게 찾으실 건지…”
“가면서 설명하죠. 팀장님은 어디 가셨습니까?”
그렇게 밖을 나서려는데.
끼익-
“정태야.”
치헌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대장님이 찾으셔. 방에 가봐.”
“지금 이철성 계장과 홍설희 수사 때문에 포천에 가야합니다.”
“아니.”
치헌이 진중한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일단 대장 방부터 가봐. 높은 분 와 계셔.”
*
나는 치헌의 말을 따라 치률의 방 앞으로 왔다.
높은 분이라.
나는 관우가 서울청에 온 건가, 하고 생각했다.
똑똑똑-
끼익-
그런데 안으로 들어가 보니.
“…!!”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이 와 있었다.
“충성!”
나는 재빨리 거수경례를 했다.
치률 옆에 앉아 있던 중년 남자는 내 앞으로 걸어와.
“반갑네.”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 손을 맞잡고.
“경위 탁 정 태! 반갑습니다.”
우렁차게 관등성명을 댔다.
경찰대 1학년 시절 예의범절을 배우며 수도 없이 했던 경례와 관등성명.
그 시절 습관이 본능적으로 튀어나온 것이다.
“김종직일세.”
2대 8로 정확히 갈라 올려 빗은 머리.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그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어깨엔 네 개의 큰 무궁화가 빛나는 그는 바로.
“청장님 앉아서 대화하시죠.”
김종직 경찰청장이었다.
경찰조직의 수장.
경찰대 1기 대선배.
그가 내 앞에 있는 것이다.
“그래, 앉지.”
나는 뻣뻣하게 걸어가 소파에 앉았다.
치률은 나보다 더 뻣뻣하게 앉아 있었다.
그런데.
청장이 왜 직접 서울청까지 와 나를 호출한 걸까.
“먼저…”
그가 깍지를 긴 채 내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지난 임병규 사건에 대한 징계는 내 착오였네.”
“…!?”
“함부로 징계를 내려 미안하네.”
경찰청장이 내게 사과를 하다니.
좀 놀랍긴 했지만, 순리에 맞는 일이긴 했다.
“알다시피 수회에 걸쳐 정정보도를 냈네.”
임병규가 스스로 칼을 목에 찔러 넣은 영상이 공개된 후.
종직은 곧장 모든 언론사에 정정 보도를 냈었다.
분위기가 바뀌는 것을 감지한 언론사들은 적극적으로 그 기사를 홍보했다.
“자네를 포함해 우리 경찰 조직 전체 이미지를 다시 제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네. 다행히 국민들도 잘 따라주어 경찰을 응원해주고 있는 추세야.”
“……”
“앞으로 경찰 위상을 드높이는 데 계속 신경을 쓸 예정이네. 우리가 백날 잘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나. 그것을 잘 홍보해야 국민들이 우리 노고를 알아주…”
“저기, 청장님.”
“… 어?”
“그래서 하시고 싶은 말씀이 뭡니까? 제가 지금 시간이 없어서요. 용건만 말씀하시죠.”
아무리 청장이라도 쓸데없는 말을 하는 걸 가만히 듣고 있을 순 없다.
부른 용건이 있다면 곁가지는 다 걷어내야 한다.
“아, 그래. 다른 게 아니라.”
종직이 멋쩍어 하며 말했다.
“방송에 좀 출연해줄 수 있겠나?”
“방송이요?”
“요즘엔 전문직 종사자들이 방송에 나가 인기몰이를 한다더군. 탁경위가 나가서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주면 호응이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조직 이미지에도 당연히 도움이 되고.”
“……”
“요즘 위에서 강조하는 게 친절한 경찰, 친근한 경찰이잖나. 막 무섭게 수사하기 보단 국민에게 편히 다가갈 수 있는 그런 경찰상을 원한단 말일세.”
“……”
“요즘 가장 유명한 경찰관인 탁경위가 티비에 나가 친근한 모습까지 보여주면 다들 얼마나 좋아하겠나? 안 그런가?”
처음이었다.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히는 것은.
적어도 최근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의견 또는 수사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할 줄 알았는데.
방송이라니.
이야기를 몇 마디 나누지도 않았는데 그를 비추던 후광이 싹 사라졌다.
“누가 좋아한단 말이죠?”
내가 차가운 음성으로 물었다.
“… 응?”
“청장님이 말씀하시는 ‘윗사람’은 국회의원을 지칭하는 겁니까?”
“……”
“청장님도 전 청장님처럼 정계 입문에 뜻이 있으신 겁니까? 그래서 이렇게 어이없는 제안을 하시는 거예요?”
내가 쏘아붙이자 광수대장 치률이 어쩔 줄 몰라 하며 나에게 손사래를 쳤다.
“청장님.”
나는 그에 아랑곳 않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신 좀 차리십시오. 멍청한 소리 그만하시고요.”
RPM 올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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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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