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151
151화. 아주 높은 확률로.
부아아앙-
“아니.”
경수가 엑셀을 밟으며 말했다.
“그래서 휘발유 뿌려서까지 그 집을 태운 거야!?”
“네.”
“기섭이랑 현민이는 뭐 한 거야!? 휘발유 뿌리는 거 그냥 보고 있었단 건가?”
“추격하다 놓쳤을 수도 있습니다. 죽기 살기로 도주하는 피의자는 따라가기 힘드니까요.”
앞차와 우리 차 사이 간격도 점점 벌어지고 있었다.
겨우 시야에 유지하는 상황.
“게다가 홍설희가 나왔던 곳에선 집이 보이지 않았어요. 아마 한시호가 사망했던 곳처럼 뒤쪽에 비밀 별장이 있었을 겁니다. 도보로만 갈 수 있는 곳이요.”
“그럼 불길을 보고나서야 이철성을 찾았을 수도 있겠네.”
“그럴 확률이 높죠.”
“그런데 이철성 걔는 도망도 안치고 거기 가서 불을 지르고 지랄이야? 불 지르면 검거될 거 뻔히 알았을 텐데.”
“도주보다 증거인멸이 더 중요했던 거예요.”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와이 씨. 불 생각보다 크게 났는데?”
전방에 불길과 연기가 치솟는 게 보였다.
부아아아앙-
설희는 더 속력을 냈고.
빠아앙-!
빠아아앙-!
경수는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경적을 울리며 계속 추격했다.
마침내 최초 설희의 차를 발견했던 곳까지 왔다.
“어어이! 그만! 멈춰!”
저 앞에 체포된 철성을 연행하는 기섭과 현민이 보였다.
그들이 멈추라는 신호로 손을 휘휘 젓고 있었다.
하지만.
“어… 어어!?”
부아아앙-!
“우왓!!”
설희는 속도를 조금도 늦추지 않고 그들을 지나쳐.
끼기기기긱-
부와아아앙-
제대로 길도 나 있지 않은 언덕을 그대로 올라갔다.
콰가가가가가강-
그극그극그귺-
웨애애애앵-
낮은 차체가 긁히는 소리, 흙바닥에 바퀴가 헛도는 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이미 거리가 많이 벌어져 있었던 우리는.
끼기기기긱-
부릉-
두닥탁탁 부웨애애앵-
수십 초가 지난 뒤에야 언덕을 오를 수 있었다.
길이 닦여있지 않아 돌부리를 밟는 충격이 그대로 몸에 전해져왔다.
그 순간에도 나는.
콸콸콸-
차에 있던 수건에 물을 적시고 있었다.
언덕을 오를수록 불길이 더 선명해졌고 이젠 별장까지 보였다.
며칠 전 눈이 와 주변으로 불이 옮겨 붙진 않았지만, 집은 벌써 반 정도 타들어가고 있었다.
“씨팔 벌써 저만큼 뛰어가고 있네.”
설희는 차에서 나와 정신없이 별장으로 뛰고 있었다.
스윽-
나는 경수가 차를 세우기도 전에 문을 열고.
다다다다다다-
설희 쪽으로 내달렸다.
매캐한 연기와 휘발유 냄새가 코를 찔렀다.
“홍설희 씨! 이쪽으로 오세요! 위험합니다!”
“아… 안 돼! 내 돈… 내 새끼들…”
그녀는 실성한 듯 팔을 아무렇게나 내저으며 미친 사람처럼 앞으로 뛰어갔다.
조금만 더 다가가면 연기를 잔뜩 마실지도 모르는 상황.
다다다다다-
나는 전속력으로 달려가.
타악-
한 팔로 그녀를 낚아채듯 안았다.
“이거 놔! 안 돼! 내 돈! 내 새끼들!”
“가만히 있으세요! 돈보다 사람 목숨이 훨씬 중요합니다!”
“우웁…!”
그리고는 적신 수건으로 그녀의 코를 막고.
다다다다다-
다시 뒤로 내달렸다.
불길에서 멀찌감치 떨어지고 나서야.
털썩-
“호흡하세요.”
“허어억… 허억…”
수건으로 막은 입을 풀고 그녀를 바닥에 눕혔다.
그리고는 나도.
“스으으읍- 파하아아-”
수건에 코를 대고 호흡했다.
무호흡으로 뛰다가 지금 첫 호흡을 하는 것이다.
쩌저저저적-
그때, 별장에서 나무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쿠궁-
벽 한 쪽이 내려앉았다.
무너진 벽 뒤로 비쳐진 실내엔.
“와 미친… 저, 저게 다 얼마야??”
“씨팔… 돈으로 탑을 쌓아놨네.”
5만원권 뭉치들이 사람 키만큼 쌓여 있는.
말 그대로 ‘돈탑’이 불에 타들어가고 있었다.
어느새 내 뒤에 붙어 있는 치헌과 경수가 그 광경을 보고 입을 쩍 벌렸다.
“아… 안돼…”
호흡을 찾은 설희가 미친 사람처럼 다시 앞으로 튀어나가려 했다.
나는 그녀의 손을 꺾고.
“홍설희 씨. 당신을 도로교통법 위반, 차량으로 사람을 들이받으려 한 특수폭행 혐의로 현행범체포합니다. 변호사 선임할 수 있고 변명할 수 있어요. 체포적부심 청구할 수 있습니다.”
“내 돈!!”
“범죄수익은 어차피 전액 몰수입니다. 추가로 더 추징당할 수도 있어요. 조사하면서 다른 혐의도 다 밝혀내 드리겠습니다.”
나머지 손에 마저 수갑을 걸고 나니.
“팀장님!”
기섭과 현민이 철성을 끌고 올라왔다.
“다들 괜찮으십니까?”
“어, 괜찮아. 너희는?”
“저희도 다친 곳 없습니다.”
그런데 불타는 별장을 보는 철성의 모습이.
“후-”
편안해보였다.
“왜 불을 지른 겁니까?”
내가 다가가 묻자.
“그러게요. 왜 불을 질렀을까요. 하-”
계속 별장이 잘 타나 확인하며 대충 대답했다.
“증거를 인멸하려 한 거죠?”
“무슨 그런 말씀을. 제가 잠시 미쳤었나봅니다. 일단 방화로 인한 죄는 달게 받겠습니다.”
“방화보다 훨씬 큰 죄. 그에 대한 증거들이 저기 다 있었던 거예요.”
“휴… 잘 타고 있구만.”
태연히 불구경을 하는 철성.
“제가 반드시 죄를 낱낱이 파헤쳐드리겠습니다.”
그를 보며 내가 차갑게 덧붙였다.
그때.
쩌저저저적-
나무 갈라지는 소리가 한 차례 더 들리더니.
쿠궁쿵-
안쪽 벽이 한 번 더 무너졌다.
그런데.
“아, 아니 저게 뭐야…”
“헉! 이런 씨팔…”
내벽 안쪽을 확인한 직원들이 하나같이 얼굴을 찌푸리며 욕지거리를 뱉어댔다.
그들의 눈이 머무른 곳은 테라스 앞에 설치되어 있던 방이었다.
나도 가만히 그 방을 바라봤다.
그 방은 특이하게 전면이 다 유리로 되어 있었고,
그 안엔.
“홍설희가 ‘내 새끼’라고 지칭했던 게 돈이 아니었네요.”
“……”
“이철성 당신은 단순 방화죄를 저지른 게 아니에요.”
목에 목줄이 감긴 채 갇혀 있는.
“불을 질러 사람을 죽였으니 현주건조물방화치사죄가 적용될 겁니다.”
수십 명의 젊은 남자들이 뒤엉켜 죽어 있었다.
#
다음 날, 광수대 사무실.
“어, 어떻게 됐어?”
치헌이 사무실로 들어오는 경수를 보고 물었다.
“어제랑 똑같아요. 막 소리 지르다가 울고, 또 웃다가 ‘내 돈!!’하면서 소리 지르고 그러고 있어요. 병원 간호사들도 치를 떨더라고요.”
“진짜 미친 건가?”
“모르겠어요. 미친 척 하는 건지 진자 미친 건지.”
“하긴. 돈 수백억 불타는 거 보면 눈 돌아가긴 하겠다.”
“거기다 가둬놨던 남자들까지 다 죽었으니까요.”
어제 별장 화재를 다 진압한 후.
설희는 곧장 병원으로 옮겨졌다.
신체엔 이상이 없었으나 제 정신을 찾지 못했다.
경수가 조사를 하러 갔으나 기괴한 행동이 계속 이어져 그냥 돌아와 버렸다.
별장 안 내용물은 거의 다 소훼됐다.
사라진 돈은 최소 300억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정태가 찾던 ‘증거’도 전혀 남지 않았다.
유리방 안에 있던 남자는 모두 22명.
전부 연기를 마시고 사망했다.
유리방 옆 도구함에는 젤과 채찍, 성행위용 고문도구 같은 것들이 있었다.
설희가 미쳐있던 쾌락은 젊은 남자와의 성행위였던 것이다.
남자들 중 다수는 더 퀸의 여성종업원들이 말했던 ‘실종된 선수’였다.
그들의 이름은 안동현의 일신교회 신자 명단에도 등록되어 있었다.
동현은 고아들을 양육해 장애인은 살인도구로, 멀쩡한 이들은 설희의 애완남으로 만들어버렸다.
인간이지만 인간의 삶을 살지 못했던 그들은 모두 비참하게 죽었다.
“저는 안동현한테 한 번 갔다 올게요. 진술은 안 해줄 것 같지만 절차는 밟아야 하니까요.”
“그래. 진술 유도 잘 좀 해봐.”
“알겠습니다.”
“정태는 조사실에 있냐?”
“네, 이철성 제대로 쪼고 있을 거예요.”
*
“왜 불을 질렀습니까?”
내가 계속 물었지만.
“하, 참나. 사람이 있었다니… 하하…”
철성은 낮은 소리로 계속 웃을 뿐이었다.
그도 설희처럼 정신이 나간 듯했다.
“백양이 저지른 범죄 관련 서류입니까?”
“백양은 무슨. 나 백양 아니라니까요. 하하…”
저 말은 진실이다.
어제 종로서 유치장에 그를 입감할 때 신체검사의를 들춰 몸을 확인했었다.
그의 몸엔 문신이 없었다.
“그래도 백양의 하수인 노릇을 한 것 아닙니까?”
“……”
“원하는 게 뭡니까? 백양 멤버도 아니면서 왜 그들을 도왔죠?”
“원하는 거라…”
그가 ‘흠’하고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사람이 원하는 게 다 똑같죠.”
“백양이 계장님 승진을 약속했습니까?”
“제가 승진을 바라는 것 같습니까?”
“……”
“높은 자리 올라가면 잘리기 일쑤인 데다 급여도 적은 이 경찰 조직에 제가 미련이 있었을까요?”
“……”
“보통의 사람이 목표하며 사는 건 부와 명예입니다. 경찰 조직 내에선 절대 이룰 수 없는 것들이죠.”
조직 내에서 이룰 수 없다면?
“본청 감찰 같은 요직을 꿰차고 돈 되는 일을 의뢰받아 처리하는 것. 그러면서 외부 세력과의 신뢰를 쌓는 것이 훨씬 더 부와 명예에 가까워 질 수 있는 행동이죠.”
“……”
“제가 백양의 하수인이었다면 그런 생각으로 근무를 했을 겁니다.”
그가 씨익 웃으며 덧붙였다.
“정말 하수인이었다면 말입니다. 실제는 전혀 관련이 없지만요.”
그러고는 다시 실없는 표정을 하더니.
“미친 년. 젊은 남자를 개처럼 키우고 있었다니. 참 일이 좆같이도 꼬였구만 하하…”
“여기.”
내가 그의 웃음을 끊고 서류를 한 장 내보였다.
“체포영장입니다. 방민신 서울청 2부장에게 지시했던 공무상비밀누설죄 관련 구속 수사를 받으실 거고요. 이번 현주건조물치사죄 조사도 같이 받으실 거예요.”
“……”
“지금은 개인에 국한된 조사만 받지만.”
내가 그를 차갑게 노려보며 덧붙였다.
“백양 관련 혐의들도 싹 다 밝혀내드리겠습니다.”
“……”
“점심 먹고 계속 하죠.”
끼익-
내가 그를 데리고 조사실 밖으로 나오니.
으쓱-
치헌이 눈썹을 올리며 무언의 물음을 던졌다.
도리도리-
나도 무언으로 답을 하니.
“하, 정말.”
치헌이 한숨을 쉬며 이쪽으로 다가와 철성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우리 조직이 얼마나 깊이 썩었는지 정말 대단해 경찰 간부들, 응?”
“……”
“못된 거만 배워가지고 말이야. 진술이나 삭삭 피해대고.”
“……”
“이런 새끼들은 인권이고 뭐고 밥도 쳐먹이지 말아야 하는데, 흐이구.”
상사였다가 피의자가 되자 사람취급도 하지 않는 그.
“밥 시켜놨으니까 저기 가서 쳐 앉아있어요.”
그가 턱짓을 하자 철성이 1팀 자리로 쭈뼛쭈뼛 걸어갔다.
“하.”
치헌이 날 돌아보고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
“사람 감금시켜 죽인 미친년이나 조직 다 헤집어 망가뜨린 저 씹새끼나 둘 다 여죄까지 싹 다 털어 죽여 놔야 하는데. 별장 안에 증거들이 다 타버려서 어떡하냐.”
그가 걱정하며 물었지만.
“다른 데서 증거를 구하면 됩니다.”
나는 태연히 대답했다.
“응?”
“백양이 저지른 모든 사건들은 다 연결되어 있어요. 연관된 사건들을 수사하다보면 이 건에 대해서도 실마리가 잡힐 겁니다.”
“… 다른 데 어디서 증거를 구한단 거야?”
“저희가 구하는 게 아닙니다. 구해 줄 거예요.”
“뭐?”
“아주 높은 확률로 그렇게 될 겁니다.”
무슨 소리냐는 듯한 표정을 짓는 치헌을 뒤로하고 나는.
띡-
사무실 티비를 켰다.
물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