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152
152화. 물꼬.
[“방민신 서울청 2부장에 이어 경찰청 본청 감찰계장인 이철성 경정까지 검거하셨습니다. 내부 비리를 집중 수사하는 건가요?”]
뉴스에서 전화 녹음 음성이 나오고 있었다.
질문자는 YBC 윤정수 기자.
그리고 답변하는 목소리는.
[“그런 건 아닙니다. 범죄혐의가 있는 자들을 수사하다보니 조직 내부 비리를 발견한 거예요.”]
내 목소리였다.
어제 전화통화한 내용을 뉴스에 내보내고 있는 것이다.
[“보통 동료직원을 수사하게 되면 봐주기 논란이 일기 마련인데, 탁경위님은 전혀 그런 논란이 없겠어요. 경찰 피의자 전원 다 체포하셨죠?”]
[“네, 다 체포했습니다. 봐주기는 없습니다.”]
[“역시 탁경위님 다운 모습입니다. 앞으로 수사 계획에 대해 간단히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앞으로도 백양에 대한 수사를 계속 할 겁니다. 수사 과정에서 확인되는 피의자들은 일반인이건 경찰이건 모조리 잡아들여 여죄까지 샅샅이 다 밝혀낼 예정입니다. 특히 최근에 검거된 경찰 피의자들은 계급이 경정, 심지어 경무관도 있었는데요. 저는 계급에 상관없이 이들 상대로 최고 강도의 강제수사를 이어나갈 겁니다.”]
정수가 중간중간 ‘오’하며 작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보다 더 높은 계급도 상관없습니다. 다른 기관도 마찬가지고요. 백양을 파면 팔수록 고위공무원 피의자들이 많이 나오는데…”]
내가 잠시 틈을 두고 말했다.
[“저한테 검거되면 봐주기는 없습니다. 명심하세요.”]
그렇게 녹음 파일이 끝난 후.
[“아…”]
화면이 전환되어 정수의 얼굴이 잡히더니.
[“속보입니다.”]
속보 내용이 송출되었다.
[“김종직 경찰청장이 최근 하남시 개발사업 비리 관련 긴급 브리핑을 열었다고 하는데요.”]
“!?”
치헌을 포함 뉴스를 듣던 이들이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브리핑 현장 실시간으로 보시겠습니다.”]
다시 화면이 전환되어.
[“경찰청장 김종직입니다.”]
본청 기자회견장에 서 있는 종직의 모습이 나왔다.
[“최근 발생한 양대석 하남시 땅투기 사건 관련해서…”]
그가 말을 흐렸다 다시 이었다.
[“금일 저희 본청 중대범죄수사과와 서울 남부지검이 합동해 하남시청을 압수수색할 예정입니다.”]
*
다음 날, 본청 중대범죄수사과 회의실.
스크린 앞에 40대 후반 남자가 똑바로 섰다.
처음 본 그의 이미지는 ‘칼’ 같았다.
내가 본 그 어떤 경찰보다 날카로운 눈빛.
“중범과장 차현철입니다.”
칼이 짧게 자기소개를 한 후.
“어제 실시한 하남시청 압수수색 결과보고 하겠습니다.”
곧장 보고에 들어갔다.
“영장집행 이전에 서울청 금수대와 저희 중범, 남부지검이 파악했던 범죄정황은 ‘조삼신도시 개발사업비리’였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정황이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되었습니다.”
넓은 회의실엔 나와 우리 팀 직원들, 최정규 팀장을 비롯한 금수대 직원들, 중범 직원들, 심지어 이정재 검사와 검찰수사관들도 와 있었다.
각 분야 최고의 수사관들.
회의 참여 인원만 봐도 이번 수사의 중대성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비리의 시작은 2012년경 부터였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보고를 하고 있는 현철의 계급도 무려 총경.
그는 전혀 으스대는 기색 없이 똑바로 서서 말을 이어나갔다.
“이전에 100% 공영으로 조삼신도시를 개발하겠다던 하남시는, 2012년 4월 경 돌연 입장을 바꿔 민관공동개발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그의 멘트에 맞춰 화면이 착착 넘어갔다.
보기 좋게 정열 되어 있는 서류와 정보들.
압수 후 단 하루 만에 이 정도 수준의 정보를 뽑아낸 걸 보니 중범의 수사력이 대단한 듯했다.
“시 자본만으론 사업비 충당이 어려워 민간기업과 힘을 합치겠다고 한 겁니다. 여기서부터 이상 움직임이 일어납니다.”
다음 화면은 개발 사업에 참여한 회사들 목록.
“2013년 2월 조삼신도시 개발 사업 공모를 하고, 3월 마감했습니다. 그런데 마감하고 하루 만에 하남시에서 ‘두리은행’을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한 겁니다. 마감부터 선정까지 통상 일주일 정도 걸리는 기간을 무시하고 하루 만에 바로 선정해버렸어요.”
이어 두리은행 관련 서류.
“이보다 더 문제가 되는 건 두리은행이 선정한 시행사의 자산관리회사인 ‘황철나무’라는 회사입니다.”
자산관리 회사 란에 쓰여 있는 ‘황철나무’라는 이름이 확대되었다.
“당시 이 회사는 조삼신도시 아파트 부지중 알짜 부지들만을 골라 경쟁 입찰 과정도 없이 직접 계약으로 시행권을 다 가져갔습니다. 이에 대해 하남시는 ‘황철나무가 개발사업 자본을 출자해 리스크를 공유해 주었기에 이에 대한 보상차원으로 협약한 내용이다. 이미 협약 당시 서류에 부지 할당에 대한 내용이 다 기재되어있다.’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출자한 자본금 내역을 보면.”
다음은 자산관리회사 황철나무 관련 서류.
“최초 황철나무가 들인 자본금은 고작 30억 원에 불과합니다.”
이어 조삼신도시 완성도면.
“하지만 이로 인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최소 8000억에 달하죠.”
“!!”
어마어마한 액수에 다들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이 수익을 갖는 사람. 황철나무 구성원들을 조사해보니.”
스크린에 인적사항이 쭉 나열되었다.
“김은미, 이혜숙, 안현정, 홍도현 등이 있었습니다. 이들 개개인만 보면 별 의미가 없는 집단 같지만…”
현철이 잠시 말을 흐렸다가 다시 이었다.
“각각 이호중 의원의 처제, 서인혁 차관의 부인, 안동현 목사의 조카, 홍설희의 오빠입니다.”
“!!”
“게다가 우연히 사전적 뜻을 살펴보니.”
그가 잠시 틈을 두고 말을 이었다.
“황철나무가 ‘백양’이란 뜻이더군요.”
“…!”
“이정재 검사님이 최초 예측했던 것처럼…”
현철과 정재의 눈이 마주쳤다.
“백양이 국가사업에 개입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재의 예측이 현실이 되었다.
하지만.
“허나 여기서 하남시를 더 깊게 수사하긴 어렵습니다. 하남시의 주장대로 ‘비리 같은’ 이 모든 행위들은 서류상으론 별 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애초에 이 압수수색은 양대석의 하남시 땅투기 사건에 대한 압수수색이었기에, 백양 쪽으로 수사방향이 넘어온 것 자체로 벌써 영장 집행의 재량권을 초과했다고 볼 수 도 있습니다.”
영장집행은 국가 직권으로 최고 강제력을 행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확히 정해진 범위 내에서 행해져야 한다.
이 이상 백양 수사가 확대되면 불법수사가 되어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이 모두 상실될 수도 있다.
“완벽한 범죄 혐의를 발견했다면 여죄나 별죄를 터는 방식으로 수사에 들어갈 수 있지만, 지금은 그것도 어렵습니다. ‘더 정확한 정황’만 찾아낸 상태에 불과하죠.”
그 말에 사람들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일단 사건에 관계된 수사기관에 내용을 알리긴 해야 할 것 같아 빠르게 정리해 보고 드렸습니다. 이상입니다.”
현철이 조금 힘 빠진 목소리로 끝을 맺었고.
“……”
회의실엔 침묵이 이어졌다.
다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듯했다.
분명 비리가 있지만 백양에서 미리 대처를 잘 해놓았다고.
힘을 들여 압수수색을 했지만, 이번 수색으론 백양에 더 다가갈 수 없다고.
하지만.
“영장 집행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백양 수사에 큰 도움이 되겠어요.”
나는 그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백양… 수사에요?”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묻는 최정규 금수대 1팀장.
왜 이들은 생각의 전환을 하지 못하는 걸까.
“애초에 양대석 수사를 위해 발부한 영장이라 여기서 백양 쪽으로 더 들어가면 위험할 것 같은데요. 상대가 만만한 사람들도 아니고…”
“굳이 이번 수사를 더 깊게 할 필요 없습니다.”
“…?”
“개발사업 최종 결재권자가 하남시장이죠?”
내가 스크린 앞에 서 있는 현철을 보고 묻자.
“맞습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럼 백양 비리와 관련 있는 자는 시장일 겁니다. 개인적인 연락, 또는 별도의 서류를 만들어 그들만의 계약을 했겠죠. 그 밑 직원들은 시장의 지시를 받은 것에 불과할 거고요. 그러니 시장만 털어낼 수 있으면 되는 겁니다.”
“시장을 뭘로 털어낸단 말씀입니까?”
“여태 저희 광수대가 수사한 정보로요.”
“…?”
의아한 표정을 짓는 그를 뒤로하고.
“고주임님.”
나는 옆에 앉은 경수를 불렀다.
멍하니 있던 그가 조금 놀라며 답했다.
“어… 어?”
“고주임님이 아시잖아요. 백양 털어낼 방법.”
“내… 내가!?”
“너무 많은 인원을 조사하셔서 기억이 안 나시나보네요. 서류엔 적혀 있던데.”
내 말에 경수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아!”
뭔가 생각난 듯 눈을 크게 떴다.
“저… 제가 얼마 전에 더 퀸이라는 유흥주점 아가씨들을 좀 조사했는데요…”
얘기가 시작되자 모든 이들이 경수에게 집중했다.
전국구 검사인 정재와 검찰수사관들, 경찰청 최고 수사기관인 중범의 과장 및 직원들, 정규와 금수대 직원들까지 쳐다보니 경수가 적잖이 당황한 듯했다.
하지만 경수는 이내 여유로운 표정을 짓더니.
“맞장구를 쳐주며 마음을 풀어주니 은밀한 얘기도 마구 꺼내더라고요.”
당당한 기세로 설명을 이어갔다.
“그 중에 몇몇은 실수로 성매매에 대한 얘기를 하기도 했어요. 깜짝 놀라며 입을 닫는 진술자들에게 어차피 영상녹화 중인 조사라 음성이 다 들어간다며 더 추궁을 했죠. 우리가 알만한 유명 인사나 고위공직자만 이야기해보라고 했더니, 그 중에 하남시장 임학수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가게 단골이랍니다.”
“…!”
“그러니 정태가 다른 수사로 임학수를 털자는 얘기는…”
그가 잠시 말을 흐렸다 다시 이었다.
“성매매특별법 위반 혐의로 털어보자는 얘기인 것 같은데.”
그가 날 돌아봤다.
“맞지?”
“정확합니다.”
내가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을 받았다.
“성매매를 언급한 여성들 중에는 ‘임학수가 카메라 촬영을 해 시비가 된 적이 있었다.’는 진술을 한 사람도 있습니다.”
“!”
“그러니 이 진술만으로 임학수를 조사는 물론이고 그의 휴대폰을 압수할 명목까지 생긴 겁니다. 이번 수사에서 발견된 비리 정황 등도 영장 발부하는 판사에게 심리적 영향을 끼칠 거고요. 아마 영장은 바로 나올 겁니다.”
“오…”
“비록 성매매특별법위반 관련 휴대폰 압수지만, 거기서 개발사업 관련 비리가 확인되면 그것은 명확한 범죄혐의기 때문에 바로 별건 수사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시작은 성매매특별법으로 해서 끝은 백양 개발사업 비리로 마무리 짓는 거죠.”
“와…”
사람들이 입을 벌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경수도 작게 한숨을 내뱉으며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경수와 내가 물꼬를 트자.
“아, 그럼 저희 금수대에서도 하나 말씀드릴 게 있는데요.”
유의미한 정보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청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