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153
153화. 청하나.
“어제 시청 공무원들 조사하다보니 최근 사무실에 덩치 큰 양복 남자들이 몇 명 왔다 갔다고 하더군요.”
최정규 금수대 1팀장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래서 CCTV를 확인해봤는데.”
그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양대석 검거했을 때 같이 검거했던 그 북성파 놈들이더라고요. 그런데 그 놈들이 그냥 왔다 간 게 아니라.”
그가 잠시 틈을 두고 덧붙였다.
“컴퓨터를 들고 나가더라고요.”
“…!?”
“아니나 다를까 시장실이랑 수행비서 컴퓨터 확인해보니 최초 등록된 컴퓨터가 아니었어요. 실제 컴퓨터를 빼돌린 뒤 다른 컴퓨터를 갖다 놓고 위장을 한 겁니다.”
수사의 방향만 한 번 틀었을 뿐인데 각자 수사했던 것들이 모두 연결되고 있었다.
연결된 선은 새로운 수사꺼리를 만들며 피의자에게 한 발씩 다가갔다.
“북성파랑 시장이랑 관련이 되어 있는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북성파와 백양이 관련이 있죠. 한시호 사건 때도 북성파가 개입한 정황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북성파에 컴퓨터 은닉을 지시한 건 시장이 아니라 백양이란 거죠. 시장도 그들의 꼭두각시에 불과한 거예요.”
무려 시장을 꼭두각시라 하자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하지만 잘 됐습니다.”
“…?”
“범죄조직이 연관된 사건은 단서 찾기가 쉽거든요. 그들은 충성스럽지만 영민하지 못합니다. 실수가 잦고 흔적을 남기죠.”
내가 고개를 돌려 차현철 중범과장을 봤다.
“차과장님. 압수수색한 자료들 아직 정리 덜 끝나셨죠?”
“네. 아직 한창입니다. 이건 급하게 추려 중요내용만 요약한 거예요.”
“그럼 영장 재량권 해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백양 관련 자료를 많이 모아주세요. 그런 쪽으로는 중범이 힘을 발휘하기도 좋고 수사력도 뛰어나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최팀장님.”
이어 정규를 봤다.
“네.”
“금수대에서도 지난 양대석 사건 관련 체포한 북성파 조폭들 추가조사 명목으로 다시 소환 조사 부탁드립니다. 컴퓨터 은닉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자들은 강하게 수사해 캐낼 수 있는 정보들을 다 캐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다음은.
“이정재 검사님.”
정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네.”
“오늘 회의한 사항 숙지하시고 중범이든 서울청 금수대든 저희 광수대든 영장 신청하면 적극 청구해주시기 바랍니다. 지체 없이요.”
“알겠습니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
어느새 내가 모두를 지휘하고 있었다.
다들 날 가만히 바라보며 다음 지시를 기다리는 상황.
“그럼…”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회의 마치죠.”
“알겠습니다.”
시작은 중범과장이 하고 마무리는 내가 해버렸다.
그대로 뚜벅뚜벅 걸어 회의실을 나오니.
“정태야.”
경수가 내게 물었다.
“그럼 우리는 무슨 역할 해야 하지?”
“실전을 위한 준비를 해야죠.”
“실전을 위한 준비?”
“이건 저 혼자 갔다 오겠습니다.”
“응? 갑자기 어딜 간다는 거야?”
저벅- 저벅- 저벅-
나는 그에 대답하지 않고 앞으로 계속 걸어.
똑- 똑- 똑-
끼익-
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엇, 탁정태 경위님 아니세요?”
여직원이 나를 맞았다.
나는 그녀의 인사는 무시하고.
“안에 계십니까?”
방 안에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네, 계세…”
그녀가 대답하자마자.
똑- 똑- 똑-
끼익-
곧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탁정태입니다.”
경찰을 위해 설치된 모든 건물 중 가장 호화로운 방.
그 제일 안쪽 책상에 앉아 있던 2대8 머리 남자가 나를 보더니.
“아, 아니…”
놀라서 펄쩍 뛰었다.
책상 위 패에 적힌 이름은.
“시… 시키는 대로 했잖은가! 시키는 대로 하면 수사하지 않기로 한 거 아닌가!?”
김종직.
경찰청장이었다.
그는 조직 수장답지 않게 불안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그런 약속은 한 적 없는데요.”
“뭐!?”
“조직 수장으로서 할 일을 알려드린 것 뿐 수사하지 않겠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하 이런…”
발을 동동 구르며 안절부절 못하는 그.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 응?”
“청장님 수사하러 온 게 아닙니다. 지금은 그럴 여력이 없어요. 다른 수사하기 바빠서.”
“아… 그래? 어휴…”
“피의자 같은 표정이랑 행동 그만하시고요.”
내가 성큼성큼 걸어 가 그의 앞에 섰다.
“오늘은 부탁을 드리려고 왔습니다.”
“부탁?”
그가 한 시름 놓은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그래, 무슨 부탁?”
“조만간…”
내가 부탁할 내용을 쭉 얘기했다.
종직은 내 말을 다 들은 뒤.
“음… 그런데.”
조금 언짢은 표정을 지었지만.
“이건 부탁이 아니라… 명령 아닌가…?”
“하라면 하세요.”
나는 내 할 말만 한 후.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하세요.”
방을 나왔다.
#
그 시각, 서울 어딘가 주차된 검정색 차 안.
= “하, 정말. 씨팔!”
뒷좌석에 앉은 남자가 답답하다는 듯 전화기에 대고 욕지거리를 했다.
= “점점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요! 이제 하남시청까지 건드렸단 말입니다!”
= “그래. 상황이 마이 안 좋다. 좆긑은 거.”
= “임학수 시장까지 잡혀가면 진짜 어떡합니까?”
= “……”
= “이러다가 우리 턱밑까지 칼이 들어오는 거 아닙니까?”
= “후우-”
수화기 너머 사람이 담배 연기를 뱉는지 긴 한숨을 쉬더니.
= “어허. 니 와이래 흥분하노.”
= “흥분 안 하게 생겼습니까!”
= “릴렉스 해라 릴렉스. 일단 임학수랑 컴퓨터는 내가 아들 시키가 폐기하라 캤으이 너무 걱정하지 말고 좀 기다리봐라.”
= “하, 정말…”
= “카고 설령 일이 다 뒤집어지더라도 우리는 안전하다는 거, 니도 알잖아?”
= “… 그렇긴 하지만…”
= “명심해라이.”
경상도 남자가 낮은 어조로 덧붙였다.
= “니랑 내는 아-무 잘못 없다. 알겠나?”
= “……”
= “멤버들 중에 유일하게 뒤가 깨끗한 놈들이 우리 둘이다. 애초부터 그랄라고 멤버들 모은 기고.”
= “… 예, 물론 알죠.”
= “니는 다른 거 생각하지 말고 지지율 높이는 데나 힘써라. 탁정태 글마가 아무리 날뛴다 캐도 국민지지 얻는 사람을 해하진 못한다.”
= “… 예.”
= “지금 나가떨어지는 놈들 다 필요 없다. 일단 니가 대통령만 되면.”
그가 잠시 말을 흐렸다 다시 이었다.
= “그때 탁정태 깨끗이 밟고 새로운 세력 만들면 되는 기야.”
#
그날 오후, 서울청 금수대 사무실.
“이놈들 완전.”
정규가 분석한 영상들을 모니터에 띄웠다.
“대놓고 쳐들어와보란 식인 것 같은데요. 뭐 몸을 숨기거나 차를 바꿔 탄다거나 이런 것도 전혀 없어요.”
금수대 직원들은 엄청 빠른 시간 안에 컴퓨터의 행방을 찾았다.
그들이 잘 찾았다기 보단 조폭들이 멍청했다.
그들은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 채 목적지까지 이동했다.
“그런데 얘들이 간 곳이 폐기물 처리장이에요.”
마지막 영상엔 폐기물이 쌓여 있는 처리장이 나왔다.
“하드를 완전 박살내려나 본데요?”
“함부로 박살내진 못할 거예요.”
“… 네?”
“시장이 그렇게 놔두지 않을 겁니다.”
내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일단 금수대 인원들 전체랑 저희 광수대 1팀 곧장 출동하죠.”
“네? 바로요? 다른 준비도 없이요?”
“네. 그냥 평소 현장 나가던 것처럼만 하고 가면 됩니다.”
“아니, 조폭들이 우글우글 거릴 텐데…”
“중범 쪽엔 저희가 연락할게요. 최팀장님이 금수대 인원들 다 데리고 나오세요.”
*
1시간 후.
드륵- 드륵- 드륵-
내 뒤로 승합차 문 열리는 소리가 여러 차례 들리더니.
저벅- 저벅- 저벅-
직원들이 한 명 씩 나왔다.
철컹- 철컹- 철컹-
굳게 닫혀 있는 철문.
문 사이로 쌓여 있는 폐기물과 커다란 파쇄 기계들이 보였다.
철컹- 철컹- 철컹-
“계십니까? 문 좀 열어보세요!”
내가 외쳤으나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
“나와 봐.”
뒤에 있던 치헌이 나를 밀어내더니.
쾅-!
발로.
쾅-! 쾅-! 쾅-! 쾅-!
문을 힘껏 차대기 시작했다.
그러자.
끼익-
“뭡니까?”
불량한 표정의 빡빡이가 문을 살짝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
“여기 안에 임학수 시장 있지?”
“뭐요?”
“니들이 컴퓨터까지 가져갔잖아.”
“무슨 소릴 하는지 모르겠네요. 그런 사람 없는데요.”
빡빡이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뭐 이렇게 많이 왔어? 뭐, 경찰이에요?”
“어. 시장 있는 거 알고 왔으니까 비켜.”
“아 참 아니라니까 그러네. 뜬금없이 폐기물 처리장에서 무슨 시장이에요 시장은.”
“CCTV로 다 확인하고 왔으니까 변명하지 말고 나와.”
“아 거참.”
그가 인상을 찌푸리더니 언성을 높였다.
“지금 경찰들 우루루 몰려와서 뭐하는 짓입니까? 정 들어오고 싶으면 영장을 가져와요 영장을!”
“여기.”
내가 서류를 그의 코앞에 내밀었다.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입니다.”
“… 예!?”
“나오세요. 영장 집행해야 하니까.”
“아니 영장이 나올 리가 없댔는데…”
그 말을 들은 경수가 옆에서 버럭했다.
“뭐야. 영장 얘기는 어디서 듣긴 들었나보네? 안에 하남시장 있는 거 맞지? 시치미 떼지 말고 나와 이 새꺄.”
“……”
“나오라니까?”
경수가 그의 멱살을 잡기 직전.
파앙-!
치헌의 발이 먼저 그의 가슴팍에 꽂혔다.
“으억!”
“너희는 꼭 쳐맞아야 말을 듣지?”
저벅- 저벅- 저벅-
치헌이 길을 트고 안으로 들어가니.
“……”
50명이 넘는 거구들이 쭉 늘어서서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하, 씨팔. 이 새끼들은 하여튼 쪽수는 존나게 많아요.”
내가 치헌 앞으로 나가 영장을 펼쳐 보였다.
“영장 집행하는 겁니다. 다들 비키세요. 안 그럼 공무집행방해로 체포합니다.”
그렇게 말은 했지만 우리 숫자는 스무 명이 채 되지 않았다.
수갑도 다 채울 수 없는 숫자.
상대가 잘 협조해줘야만 집행을 원활히 할 수 있다.
하지만 역시나.
“……”
덩치들은 반항적인 표정을 하고 비켜서질 않았다.
치헌이 다시 앞으로 나섰다.
“얼마 전에 밭에서 너희 조직원들 죽도록 쳐맞았다는 소리 못 들었냐? 좋은 말로 할 때 다 비켜.”
“……”
“이 비계덩어리들이 왜 대답이 없어? 너희도 한 번 다 죽어볼래?”
“……”
“하, 이 새끼들 봐라. 법보다 형님 명령이 더 중요하다 이거지?”
그가 주먹을 꽉 그러쥐었다.
“한 번 더 싸그리 박살내줄게.”
그가 덩치들에게 다가가려던 그때.
위이이이이잉-
드르르르륵-
“… 뭐야!? 이런 씨팔…”
저 뒤에서 커다란 포크레인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포크레인으로 싸우겠다고?”
위이이이잉-
쿵-!
포크레인이 한 번 해보자고 답하듯 버킷을 크게 들었다가 땅으로 내리찍었다.
덩치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계속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런 젠장 할. 정태야. 아무리 나라도 포크레인은 무린데?”
“네. 사시미를 꺼낼 줄 알았는데 더 강력한 무기를 들고 왔군요.”
“어떡하지?”
“저희도 강력한 무기를 꺼내야죠.”
“… 응?”
무슨 소리냐는 듯한 표정을 뒤로하고 나는 무전기를 들었다.
– “청하나, 여기 광하나 탁정태 등원(경찰관)입니다.”
잠시 후.
– “여기… 청하나(경찰청장)”
종직이 대답했다.
– “둘시(지시) 내리실 게 있다고 하셨죠.”
– “… 칠팔.”
뭔가 어쩔 수 없다는 뉘앙스로 짧게 답한 그는 조금 뜸을 들인 뒤.
– “금일 폐기물 처리장 동원된 등원(경찰관)들에게 청하나 직권으로 둘시합니다.”
이내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 “영장 집행 과정에서 피의자가 무기를 들고 달려드는 등 경직법상 요건 충족되면…”
그가 잠시 뜸을 들이고 말을 이었다.
– “38권총 즉시 발포하세요.”
왜 이렇게 늦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