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154
154화. 왜 이렇게 늦었습니까.
“!!”
직원들 모두 깜짝 놀란 표정.
무려 경찰청장이 직접 무전을 했다는 사실에도 놀랐겠지만.
– “청하나(경찰청장)가 다시 한 번 둘시(지시)합니다. 우리 등원(경찰관)들 다쳐선 안 됩니다. 무기 들고 항거하는 즉시 38권총 발포하세요.”
무전 내용에도 놀란 듯했다.
총기에 그렇게 소극적이던 조직의 수장이 되레 총을 쏘라니.
무전 내용은 자동으로 본청에 기록이 된다.
경찰청장이 직권으로 발포 지시를 했다는 건 이에 대한 책임을 다 지겠다는 것.
“전부.”
직원들의 의아한 표정도 잠시.
“거어- 총!”
치헌이 지시를 내리자.
착- 착- 착- 착- 착- 착-
직원들 모두 38권총을 꺼내 앞을 조준했다.
“뭐… 뭐야 씨팔.”
은빛 총구를 본 덩치들이 조금씩 뒷걸음질 쳤다.
“비켜. 항거하면 진짜 쏜다.”
뒤를 보니 덩치들 몇 명은 이미 사시미와 쇠파이프를 손에 들고 대치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포크레인 운전수도 차를 비스듬히 세워놓고 우리를 내려다봤다.
“무기 전부 내려놓고 바닥에 엎드려. 거기! 포크레인 이 씹새야 너도 내려오고!”
“……”
“어허, 이 씨발놈들이. 말 안 들을래?”
치헌이 윽박질렀지만.
“……”
덩치들은 비켜서지 않았다.
오히려.
꽈악-
이빨을 꽉 깨물고 무기를 더 단단히 그러쥐었다.
여기서 물러나면 자기 집단에서 버림받을 것을 알기에.
물러 설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은 모두 입술을 벌벌 떨면서도 자리에 꿋꿋이 서 있었다.
조직의 거대한 두려움이 그들을 조종하고 있는 것.
– “서울청 상황실 여기 광하나(광수대 1팀)입니다.”
나는 무전기를 들고.
– “광하나 공착(도착)해 있는 현장에 피의자 수가 많습니다. 인근 순마 지원바랍니다.”
– “순마 지원 칠팔!”
일단 지원요청을 했다.
총을 들어도 물러서지 않는다면 물리적인 몸싸움이 불가피하고, 그땐 인원이 더 많이 필요하니까.
무전 뒤 내가 앞장서서 말했다.
“무기 버리고 물러서세요. 안 그럼 발포합니다.”
“……”
“세 번째 경고합니다. 무기 버리세요. 항거하면 발포합니다.”
그렇게 경고를 했음에도 덩치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이제 요건은 다 채웠다.
나는 총구를 하늘로 들고.
탕-!
“!!”
한 발을 먼저 발사했다.
덩치들은 물론 직원들도 깜짝 놀라 움찔했다.
“첫 발은 공포탄입니다. 다음부턴 실탄이에요. 전부 물러서세요.”
내가 다시 경고하자.
“어이구 무서워라.”
덩치 하나가 실실 웃으며 앞으로 나왔다.
나이는 30대 중반 정도.
중간 보스쯤 되는 듯했다.
“티비 보니 짭새들 총은 쏘는 게 아니라 던지는 거라며? 자신 있음 쏴봐.”
그가 껌을 짝짝 씹어대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나왔다.
“아니 그렇게 자신 있음 쏴 보라…”
탕-!
“… 으아악!!!!”
나는 먼저 그의 허벅지를 맞춘 뒤.
위이이이잉-
앞으로 움직이는 포크레인 운전석을 조준해.
탕-!
“아악!!”
쿠궁- 털썩-
운전수 허벅지를 맞춰 그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리고는 곧장 다시 전방을 조준했다.
깜짝 놀라 주춤주춤하는 덩치들.
“총상을 당하면 완치가 어렵습니다. 수술해도 평생 불편함을 안고 살아야 해요.”
“……”
“더 이상 환자를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무기 내려놓으세요.”
그렇게 두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고 나서야.
투둑- 툭-
툭- 툭- 툭- 툭-
덩치들이 무기를 바닥에 던졌다.
– “상황실. 여기 광하나. 남자 2명 허벅지 총상있습니다. 병차(구급차) 신속히 지원해주세요!”
– “칠팔입니다! 참고로 인근 순마 공착(도착) 1분 전입니다!”
– “칠팔.”
웨애애애애앵-
곧장 순찰차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무전을 한 뒤.
“전부 다 바닥에 엎드려!”
치헌이 소리치자.
풀썩- 풀썩- 풀썩-
덩치들이 도미노처럼 바닥에 엎어졌다.
다다다다다-
때 맞춰 파출소 경찰관들 십 수명이 현장에 도착했고.
철컹- 철컹- 철컹-
“당신을 특수공무방해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 변호사 선임할 수 있고···”
대량 체포가 이어졌다.
수십 명이 미란다 원칙 읊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치헌이 그들을 둘러보다 고개를 멈췄다.
“참나. 기세 좋게 덤비더니 이 새끼는 오줌까지 지렸네.”
총을 맞은 이 옆에 있던 덩치는 사타구니가 축축이 젖어 있었다.
“저 직원은 왜 이렇게 떨어?”
수갑을 채우는 금수대 직원 중에는 온몸을 벌벌 떨고 있는 이도 있었다.
눈앞에서 사람을 향해 38권총 발포하는 모습을 본 게 믿기지 않는 것.
사람과 대치하며 총을 발포하는 건 경찰 역사를 통틀어서도 몇 없는 일이다.
그 몇 없는 일의 최근 부분을 내가 다 장식했고.
“팀장님. 저희는 시장부터 찾아야 합니다!”
“오케이. 바로 들어가자고. 총 그대로 파지하고 가. 또 어떤 새끼가 튀어나올지 몰라.”
광수대 1팀과 중범 직원들은 엎어져 있는 덩치들을 지나쳐 안쪽으로 갔다.
폐기물 뒤에 있는 낡은 2층 건물.
우리는 좌우를 살피며 건물 정문으로 바싹 붙었다.
스윽-
내가 먼저 앞을 확인하니.
다다다다다-
약속이라도 한 듯 치헌, 경수, 기섭, 현민과 중범 직원들이 안으로 들어가 시야를 확보했다.
난 사방을 주시하며 건물 내부의 모든 것들을 세심히 살폈다.
‘낡았지만 먼지는 없어. 자주 사용하던 곳이야. CCTV상으론 시장을 강제로 이곳으로 데려왔어. 강제로 데려왔다면 인질극 혹은 감금을 위한 것일 텐데…’
그렇게 둘러보던 내 눈은.
끼익- 끼익-
나사가 풀려 고장 난 후문에 멈췄다.
문은 반쯤 열려 삐그덕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도주했어요.”
내가 목소리를 내자.
“쉿! 야, 조용해!”
치헌이 몸을 팍 낮추며 작게 소리쳤다.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나머지 조폭들은 도주했습니다. 이 건물 어딘가 임학수 시장만 있을 거예요.”
총구까지 내리고 덤덤히 말했다.
“… 뭐?”
“뒷문이 열려 있어요. 인질을 잡았다면 출입구를 여러 군데 열어놓진 않았을 겁니다. 복도에 먼지가 없는 걸 보니 자주 사용한 장소예요. 모르는 건물이 아니니 실수로 문을 열어둔 것도 아니라는 말입니다. 뒷문으로 도주한 거예요.”
“…!”
“뒷문 밖은 부지가 넓지 않으니 차가 한 대 밖에 들어오지 못했을 겁니다. 소수의 인원만 여기 있다가 도주한 거예요. 인원이 소수이니 인질을 데려가진 못했을 겁니다. 저희가 오는 즉시 자기들만 몸을 피했을 거예요.”
다다다다다-
그렇게 말하며 나는 2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사람 소리가 들립니다! 2층이에요!”
그러자.
다다다다다-
치헌과 직원들도 경계를 풀고 나를 따라 올라왔다.
다다다다다-
그렇게 2층 복도를 지나 가장 안쪽 방에 들어가 보니.
“읍읍!!!”
입에 테이프가 발린 채 의자에 묶여 있는 임학수가 있었다.
쫘악-
내가 테이프를 거칠게 떼내니.
“왜 이렇게 늦었습니까!”
그가 다짜고짜 소리쳤다.
“그놈들이 컴퓨터 가져갔습니다! 빨리 따라가셔야 돼요!”
*
잠시 후 관용차 안.
부아아아앙-
경수가 차를 거칠게 몰았다.
– “29소 81XX 검정색 그랜저 차량입니다. 폐기물 처리장에서 나와 동편으로 구동(이동)했습니다. 차량 탑승자는 남자 2명으로 운전석에 앉은 자는 20대 후반 짧은 머리의…”
관제센터 직원의 무전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나는 무전을 들으며.
“동편… 20대 후반 짧은 머리…”
노트북을 켜 15개의 영상을 동시에 보고 있다.
띠링-
띠링-
띠링-
메일함이 계속 울렸다.
구청과 관제센터, 상가 빌딩 경비업체 수십 곳에서 실시간으로 CCTV 영상을 보내주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나 또한 실시간으로 위치추적을 할 수 있었다.
나는 영상들을 확인하며 아까 임학수 시장이 한 말을 떠올렸다.
‘내가 하드 비밀번호를 알고 있어요. 하지만 함부로 알려줄 수 없었습니다. 그 안에 있는 내 자료들이 지워지면 안 되니까. 그 하드 안엔… 언젠가 밝혀질 비리에 대한 증거도 있지만, 내가 ‘그들’의 협박으로 어쩔 수 없이 그 비리를 저질렀단 증거도 있으니까.’
그는 자신이 협박을 당해 비리를 저질렀다고 했다.
‘북성파 놈들도 컴퓨터를 폐기하기 전에 하드를 열어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북성파 쪽도 ‘그들’ 약점을 잡고 싶었던 거지. 그놈들은 나한테 비밀번호를 요구했지만, 나는 함부로 가르쳐줄 수 없었어요. 내 자료를 어떻게 해버릴지 알 수가 없으니까. 그렇게 실랑이를 하다 경찰이 들이닥쳤고, 그놈들은 컴퓨터를 들고 그대로 도주를 해버린 거예요.’
이들 사이에서도 이해 대립이 있었던 모양.
‘정 나를 처벌하고 싶거든… 그 컴퓨터를 찾아 제대로 수사를 해주세요! 나는 억울하단 말입니다! 목숨을 위협받는데 어떻게 결재를 안 해요!? 어쩔 수 없이 사업승인을 한 거란 말입니다!’
억울하다며 소리치는 학수.
허나 우리는 학수의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 그 컴퓨터를 찾아야 하는 게 아니라.
부아아아앙-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찾아야 한다.
“차 발견했습니다.”
나는 결국 영상에서 차를 발견했고.
“좌회전해서 2차선 도로 쭉 달리세요.”
“오케이!”
경수는 더더욱 세게 엑셀을 밟아댔다.
“또 으쓱한 데로 들어가네. 이놈들은 어떻게 매번 이리 은밀한 곳을 잘 찾지?”
차는 언덕을 넘어 인적이 드문 곳으로 들어갔다.
“영상은 여기까지예요. 계속 들어가세요.”
영상은 이 길에서 끊어졌지만, 나는 그들의 차가 어디 있을지 예상되었다.
이제 이 정도 길이 추려지면 목표물은 쉽게 찾아낸다.
경수와 치헌도 별다른 대꾸 없이 내 말을 따랐다.
그렇게 몇 분간 이동했을까.
“잠시만요!”
내가 차를 멈춰 세웠다.
“저길 보세요.”
내가 가리킨 곳엔.
“창문도 없는 폐건물에 불이 켜져 있어요.”
“어, 그러네?”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집이 있었다.
경수가 얼른 라이트와 시동을 껐다.
“검정색 정장 입은 남자들이 돌아다닙니다.”
“폐건물에 정장이라…”
“건물 뒤에 저희가 찾던 차량도 있어요.”
“어디? 어디?”
“주임님 눈엔 안 보일 겁니다.”
드륵-
나는 곧장 차문을 열고.
“도보로 이동하죠. 차로 가면 들킵니다.”
밖으로 나왔다.
치헌과 경수도 살며시 문을 열고 내 뒤를 따랐다.
– “서울청 상황실, 여기 광하납니다. 도주 차량 발견했습니다. 주소는…”
나는 마지막 무전을 한 뒤.
띠디디디딕-
무전기 소리를 최소로 줄였다.
깡-! 깡-! 깡-!
가까이 다가갈수록 날카로운 마찰음이 들렸다.
쇠와 둔탁한 것이 부딪히는 소리.
다다다다다-
나는 점점 속도를 높여 거의 뛰듯이 걸었다.
뒤에서 경수가 속삭이듯 소리쳤다.
“야, 정태야! 소리 죽이고 천천히 가야지!”
“하드를 부수고 있어요. 속도를 높여야 합니다.”
“뭐?”
“임학수 시장이랑 협상이 안 되니 하드 정보를 아예 지워버리려 하는 거예요. 애초에 폐기물 처리장도 그 목적으로 갔다가 저희 때문에 도주를 한 거예요.”
다다다다다-
그렇게 걸음을 재촉해 건물로 들어가니.
“!!”
컴퓨터 본체를 앞에 놓고 작업하던 남자 두 명이 깜짝 놀라 우리를 쳐다봤다.
그 뒤로 보이는 십여 명의 정장 남자들.
그리고 그들 가운데 놓인 의자엔.
“뭐꼬? 겨우 셋이 왔나?”
북성파 두목 임광천이 앉아 있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색깔과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