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16
16화. 감정수업 한 번 해줘야겠다.
정적.
소회의실 내 모두가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제가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한 건 아닙니다.”
내가 계속 말했다.
“형사과장님 말씀대로 3인 수색조로부터 혼자 이탈해 앞으로 나간 것. 그건 규정에 어긋나는 행동이었습니다. 김덕규 팀장님의 멈추라는 지시를 듣지 않고 독단적으로 행동한 것이니까요.”
“……”
“하지만 그 덕에 피의자를 조기에 검거해 2차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습니다. 수색에 시간이 지체되었다면 피의자의 칼이 또 다른 민간인을 향했을 지도 모를 일이었죠.”
철성과 안득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됐건 규정을 위반한 것이니 수색조 이탈에 대한 징계는 받겠습니다. 하지만 38권총 사용에 대한 징계는 근거가 없으므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규정은 고려치 않고 언론의 질타에 휘둘려 내리는 징계는 부당하니까요.”
“…!”
민상의 얼굴이 다시 한 번 일그러졌다.
허를 찔렸을 때 나오는 표정.
대학 경찰윤리 강의 때 배운 적이 있다.
언론은 경찰 내부 규정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진다고.
규정에 어긋나지 않더라도 언론이 질타하면 보여주기 식으로라도 징계를 내릴 수밖에 없다고.
이것은 꼭 고쳐야 할 폐해라고.
“부당한 징계는 억울한 피해자를 만드는 일입니다. 현장에서도 만들지 않은 2차 피해자를 여기서 만들지 마시고 부디 현명한 심의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덕규에게 조언 받은 마지막 멘트.
‘~부탁드립니다.’하고 끝을 맺는 것.
“말씀 끝났습니까?”
“네.”
“다른 위원 분들 더 하실 말씀 없습니까?”
철성이 물었으나 안득과 민상은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자, 그럼 회의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징계위원회 회의가 끝났다.
#
다음 날 저녁, 매천파출소.
“주민상이가 아무 말도 못하고 입 꾹 다물고 있었단 말이야?”
“그렇다니까요.”
“아유, 꼬시네.”
일찍 출근한 덕규와 경수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정태가 총기사용 요건이니 정당방위니 하면서 쏘아붙이니까 형사과장이랑 본청 감찰에서 나온 위원장도 아무 대꾸를 못하더라고요.”
“키햐. 정태가 진짜 난놈이긴 난 놈이야. 난 주민상이가 위원들 기세 등에 업고 ‘나대지 말라고 했는데 왜 나대!’하면서 막 몰아치면 좀 주눅이 들어서 올 줄 알았는데 말이야. 그 판을 되레 엎어버리다니…”
“근데 진짜 정태가 무서운 점이 뭔 줄 아십니까?”
경수가 비밀을 말하듯 속삭이며 물었다.
“뭔데?”
“현장에서 총을 쏠 때, 놀라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는 거요.”
“에이 또 그 소리냐?”
“진짜라니까요? 피의자가 허벅지에 피를 뿜어내면서 비명을 지르는 데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지혈을 하더라니까요. 그땐 뭐랄까… 사람이 아니라 기계 같았어요.”
“넌 인마. 지 목숨 구해준 애를 이상한 사람 만들고 있어.”
“아니, 그렇잖아요. 테이저도 아니고 총을 쐈다고요 총을.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침착할 수 있냐고요.”
“… 일 잘 끝났으면 됐다. 정태도 속으론 많이 놀랐을지 모르니 오늘 근무할 때 잘 위로해 줘. 괜히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그때.
끼익-
파출소 출입문이 열렸다.
*
“안녕하십니까.”
“어, 정태 왔냐?”
출근하니 덕규와 경수는 이미 와 있었다.
“팀장님. 방금 전에 본청 감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징계가 확정되었다고.”
“벌써? 뭐로 내려왔다던데?”
“경고랍니다.”
“와, 정말이냐?”
덕규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방송 3사까지 터졌는데 고작 경고라고?”
“네.”
경고는 징계 중 가장 가벼운 징계인 견책보다도 낮은 단계의 것으로, 따로 기록에 남는 것 없이 구두로 주의를 주는 것을 말한다.
“정태 니가 대응은 잘 했다고 들었지만, 언론에서 지랄할 텐데 본청에서 어떻게 감당하려고 경고밖에 안 줬지? 적어도 견책은 줄지 알았는데. 뭐 아무튼 우리한텐 잘 됐다!”
덕규가 활짝 웃으며 내 어깨를 툭 쳤다.
근무복을 갈아입고 나와선 경수와 차를 타고 순찰을 돌았다.
경수는 운전을 하며 민상의 욕을 해댔다.
부하직원이 죽을 뻔 했는데 그에 대한 걱정이나 위로는 한 마디도 없이, 벌어진 일의 수습만 생각하며 징계를 운운하는 그는 과장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자고로 조직의 장이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자신의 입신양명이 아니라 부하직원들의 안전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일리 있는 말이었다.
“아무튼 고맙다 정태야.”
“뭐가 말입니까?”
“나 구해준 거.”
“경직법 상 총기사용요건에 따라 행동했을 뿐입니다.”
그 대답에 경수가 나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다시 물었다.
“… 정태 너 여자친구 없다고 했지?”
“네.”
“그럼 마지막 연애가 언제야?”
“없습니다.”
“응?”
“연애 해본 적 없습니다.”
“헉.”
그가 핸들을 탁 치면서 말을 이었다.
“이거 봐, 이거 봐. 내 이럴 줄 알았어.”
“뭐가 말입니까?”
“왠지 모르게 너한테서 모태솔로의 기운이 느껴지더라니깐. 애가 감정이 메말랐잖아 감정이.”
나는 연애는커녕 사랑의 감정을 느껴본 적도 없다.
그리고 그것의 필요성도 느껴본 적이 없다.
판례집은 온통 사랑 때문에 일어난 폭행, 상해, 감금. 살인 사건으로 가득하다.
도대체 인간들은 왜 그 위험한 감정을 느끼려고 안달인 걸까?
“설마 너… 아다냐?”
“아다가 뭡니까?”
“여자랑 섹스 안 해봤냐고.”
“안 해봤습니다.”
그러자 경수가 내 사타구니와 얼굴을 번갈아 훑어봤다.
“너 천연기념물이었구나!”
“천연기념물요?”
“아니 어떻게 이십대 중반이 될 때까지 한 번도 안 해볼 수가… 너 설마 게이는 아니지?”
“아닙니다.”
“혼자도 안 하고?”
“안 합니다.”
“허참…”
그가 혀를 끌끌 차며 말을 이었다.
“정태 너 지금 인생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의 반 이상을 못 느끼고 사는 거야. 그럼 아랫도리를 오줌 눌 때만 쓴다는 거잖아?”
“네.”
“그거 부작위에 의한 범죄 수준이야. 네 몸 속의 정자들한테 죄를 짓는 거라고.”
사랑을 하지 않는 게 죄였다니.
“하, 안 되겠어. 내가 너한테 감정수업을 한 번 해줘야겠다.”
“감정수업이요?”
“그래. 이렇게 인간냄새 없이 뻣뻣하게 살아서야 쓰겠냐? 나랑 언제 한 번 같이 소개팅이나 나가자.”
“싫습니다.”
소개팅.
남녀가 사랑을 위해 실없는 말들을 주고받는 자리.
나는 그런 곳에 나가고 싶지 않았다.
“안 돼. 동료의 감정이 메말라가고 있는데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정태 넌 강제로라도 나랑 데이트 하러 나간다. 오케이?”
“싫습니다.”
“잘 안 들리는데 뭐라고?”
“싫습니다.”
“알겠다고? 오케이. 날 한 번 잡아볼게.”
그때.
똑똑똑-
누가 정차 중인 순찰차 운전석 창문을 두드렸다.
경수가 창문을 내리니.
“도와주세요.”
웬 중년 여자가 울상을 하고 서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우리 딸애가 집 안에 있는 것 같은데 문도 안 열어주고 이상해요. 좀 도와주세요.”
“위치가 어딥니까?”
“이 앞에 빌라예요.”
“잠시만요.”
경수와 나는 얼른 갓길에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렸다.
“같이 가시죠. 따님은 혼자 삽니까?”
“네. 여기서 자취를 해요.”
“119에는 연락하셨습니까?”
“아니요 아직…”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업무용 휴대폰으로 119구급대원들을 호출했다.
딸의 생명이나 신체에 이상이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니까.
이어 상황실에 무전을 해 신고접수를 했다.
우리는 그녀가 말하는 빌라 2층으로 올라갔다.
“이 집입니까?”
“네.”
경수가 몇 차례 벨을 눌러봤지만 아무 응답이 없었다.
“따님 이름이 뭡니까?”
“이진희요.”
“진희 씨가 이 안에 있는 게 확실합니까?”
“확실해요. 집에 있다고 연락이 왔었으니까요.”
“그게 언제죠?”
“한 시간 전쯤이에요.”
“지금은 연락이 안 되나요?”
“휴대폰이 꺼져있어요.”
경수는 이제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진희 씨, 문 좀 열어보세요! 경찰관입니다!”
“이진희 씨. 안에 있어요?”
하지만 응답이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이진…”
“쉿-! 부장님 잠깐만요.”
나는 경수의 행동을 멈춘 뒤 현관문에 귀를 대고 집중했다.
잠시 후 빌라 복도의 울림이 잦아들자,
방 내부의 미세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휘이익-
아주 작은 소리.
바람이 빠지는 것 같은 소리였다.
히익- 히이익-
자세히 들어보니 웃음소리 같기도 했다.
조금 더 귀를 기울여보니.
흐억- 헥- 케헤엑-
‘!!’
나는 소리의 정체를 확인하자마자 경수에게 소리쳤다.
“호흡이 불안정해요. 기도에 뭔가가 걸린 겁니다!”
“뭐?”
“일단 빨리 이 문을 강제 개방해야 합니다.”
“강제 개방하려면 소방이 기구를 들고 와서…”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나는 경수의 말을 끊고 빠루를 앞으로 들이밀었다.
“헉. 이건 어디서…?”
“순찰차 트렁크에 하나씩 실려 있는 겁니다. 문을 안 열어주고 있다기에 혹시 몰라 차에서 내릴 때 갖고 왔습니다.”
이어 나는 무전기를 들었다.
– “매천 팀장, 여기 매천 하나 순마. 현시간 매천 하나 순찰 중 신고 접수받고 둘치(조치) 중입니다. 신고 장소 내에 호흡이 불안정한 요구조자가 있으나 문이 닫힌 상태입니다. 강제개방 해도 되겠습니까?”
– “칠팔. 필요하면 강제개방하세요.”
덕규의 허락을 얻은 뒤 나는 빠루를 문틈에 끼운 뒤 손잡이를 잡았다.
옆에 있던 경수도 같이 손잡이를 잡고 힘을 보탰다.
“하나- 둘-”
우리는 함께 숫자를 센 뒤.
“셋!”
파앙-!
빠루를 힘껏 젖혀 문을 열었다.
“이진희 씨!”
아니나 다를까 방으로 들어서자 20대 초반 여자가 게거품을 물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빨리 심폐소생술을…”
“아닙니다. 하임리히법부터 해야 해요!”
폐쇄된 기도를 확보하는 게 우선이다.
나는 경수를 막아서고 곧장 그녀를 일으킨 뒤 뒤에서 양 손으로 명치를 압박했다.
그렇게 네다섯 차례 압박을 가하자.
투둑- 툭-
그녀의 입에서 무언가 흘러나와 바닥에 떨어졌다.
“뭐야? 닭 뼈잖아?”
주위를 둘러보니 상 위에 배달된 치킨이 있었다.
그녀는 치킨을 먹다가 목에 치킨 뼈가 걸린 것이다.
뼈를 뱉어낸 뒤에도 그녀는 여전히 의식을 차리지 못했다.
나는 이제 그녀를 눕혀놓고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입안에 이물질 없는 거 확인하고, 기도확보한 뒤…”
나는 경찰대 응급처치술 특강 때 배웠던 내용을 상기하며 양손을 모으고 상부 압박을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그 와중에 119 구급대원들이 도착했다.
그들은 신체 상태를 체크 할 기구를 바닥에 놓고는 내가 심폐소생술 하는 것을 지켜봤다.
“열하나, 열 둘, 열 셋…”
그렇게 압박이 들어간 지 20초 정도가 흘렀을 무렵.
“케에에엑!”
뿜어내는 기침소리와 함께 진희가 의식을 차렸다.
“하아, 하아, 엄마! 으아앙!”
“우리 딸 괜찮아!?”
그녀는 눈을 뜨자마자 엄마를 보고는 울었고, 엄마도 딸아이를 안고 같이 눈물을 흘렸다.
구급대원은 간단히 진희의 몸 상태를 체크한 뒤,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며 그녀를 앰뷸런스로 데려갔다.
신고자는 딸아이를 살려줘서 고맙다며 내게 거듭 인사했다.
‘휴…’
그렇게 치킨 소동(?)이 끝이 나고, 나와 경수도 순찰차로 돌아가려는데.
‘…?’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나는 밖으로 나가려다 말고 그 자리에 섰다.
그리고 구급대원의 부축을 받으며 나가는 진희의 모습과 이 원룸 방 안 상태를 면밀히 살폈다.
…
자세히 살펴보니 느낌만 이상한 게 아니었다.
“고부장님.”
진희의 상태, 그리고 이 방에 놓인 모든 물건들과 가구들이 말하고 있었다.
“응?”
“이 원룸…”
이곳은 단순히 치킨 소동이 벌어진 곳이 아니라.
“감식해봐야겠는데요?”
범죄현장이었다.
누군가 같이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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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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