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161
161화. 행방불명된 사람.
“당장 쫓아가선 되레 당하기만 할 겁니다.”
내가 주위를 둘러보며 덧붙였다.
“저희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해요.”
#
다음 날. 서울청 광수대 제 1 조사실.
촤라라락-
나는 빈 조사실에서 피의자를 기다리며 서류를 넘겨보고 있다.
어제는 집에 가지 않았다.
잠도 자지 않았다.
미친 듯이 자료를 취합하고, 또 취합했다.
촤르르르-
형법 책 5권은 될 분량의 서류.
나는 스무 번도 넘게 이 서류들을 훑어봤다.
이제 각 문단의 첫 글자만 봐도 내용이 연상될 정도.
하지만.
촤르르르-
촤르르르-
촤르르르-
아무리 취합하고 살펴봐도 풀리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묘하게 겉을 도는 기분.
그 기분이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어제 수사를 통해 장천의 소재지를 단 몇 곳으로 추려낸 건 맞다.
설희와 임학수 시장의 휴대폰에서 백양과의 연관성을 찾아낸 것도 맞다.
허나 그것들은 사건의 실체를 정확히 꿰뚫지 못하고 있다.
장천과 설희, 학수의 뒤에서 그들을 조종하던 이들.
이들의 혐의는 어떻게 밝힐 수 있을까.
한창 생각에 잠겨 있는데.
끼익-
기섭이 피의자를 데리고 들어와 앉힌 뒤 다시 나갔다.
내 눈치를 살피는 피의자.
“협조 해주신다고 하셨죠?”
“네. 해드리겠습니다.”
그래도 어제보단 많이 진정된 듯했다.
“죄도 인정하셨고 피의자 신분이 되셨으니 계장님 호칭은 빼겠습니다.”
“……”
“이철성 씨.”
나는 곧장 조사에 들어갔다.
“작년 제가 창진서 형사로 있을 때, 허위의 내용으로 저를 기망하여 유관우 경기북부청장을 조사하게 만드셨죠?”
“… 맞습니다.”
“그건 백양의 지시였습니까?”
철성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안경을 올리며 답했다.
“그렇게 지시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백양에선 유관우 청장과 탁정태 경위가 ‘거슬린다’고 했을 뿐, 그런 지시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럼 유청장을 조사하게 만든 건 이철성 씨만의 계획이었단 말입니까?”
“맞습니다.”
“왜 그런 행동을 한 거죠?”
“그들의 눈에 들고 싶었으니까요.”
“……”
“더 정확히 말하면.”
그가 잠시 틈을 두고 덧붙였다.
“백양 멤버가 되고 싶었으니까요.”
안경 너머로 비치는 아련한 눈빛.
“왜 백양 멤버가 되고 싶었습니까?”
내가 묻자 철성은 후- 하고 한 차례 한숨을 내뱉고는 답했다.
“돈과 권력을 갖고 싶었으니까요.”
“……”
“제가 최초 본청 감찰에 들어온 것도 그 때문입니다. 조직 내 최고의 권력을 휘두르고 싶어서. 제대로 된 빽은 없으니 청장은 못할 것 같고, 시험으로 경정까지만 빨리 올라가서 권력이라도 휘둘러보자, 그래서 본청 감찰에 온 겁니다.”
여태 그에게서 들어본 적 없는 나지막한 음성.
“하지만 우리 조직은 한계가 있더군요. 돈을 못 버는 건 당연하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검찰, 법원, 언론 앞에선 찍소리도 못하죠. 어깨를 펴고 다니다가도 어느 순간 부하직원들 앞에서 개망신을 당해야 하는, 그런 불안한 위치에 놓이게 된 겁니다. 역설적이게도 이 계급사회는 높은 위치로 올라갈수록 더 위태로워지죠. 제가 느끼는 위태로움은 날이 갈수록 점점 커져만 갔습니다.”
그가 마침내 진실을 말하고 있다.
“이 위태로움을 극복하려면 더 높은 차원으로의 도약이 필요했습니다.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의 도약. 그것이 필요했죠. 하지만 조직 내에선 이룰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도약을 시도하기에 이릅니다.”
“……”
“우연히 공수훈 차장 눈에 들어 백양 멤버 중 하나인 한시호를 만나게 됩니다. 공차장은 백양이 저질러 놓은 일을 뒤처리하는 심부름꾼이었거든요. 몇 가지 지시를 받아 제가 잘 처리하니 공차장은 물론이고 한시호까지 저를 신뢰하기 시작했습니다. 같이 밥 먹고 술 마시는 시간이 늘어갔죠. 이대로만 가면 나도 백양 멤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 프라이빗한 최상위 집단에 제가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요. 그런데 그렇게 신뢰를 잘 쌓아가던 와중에.”
그가 순간 눈을 번뜩 뜨며 날 쳐다봤다.
“탁경위 님이 나타난 겁니다. 그 전에 유관우가 있긴 했지만 탁경위 님이 오신 뒤부터 왠지 모르게 유관우까지 탄력을 더 받았죠. 창진서 첫 발령부터 조선족 범죄자들을 뒤집어엎기 시작하더니 나중엔 버팔로까지 샅샅이 파내버렸어요. 때문에 백양의 심기는 불편해졌고, 한시호가 공차장과 저에게 그런 눈치를 준 겁니다. 제가 유관우와 탁경위님을 동시에 제거해보려 했지만 보기 좋게 실패해버렸죠. 그때부터 한시호와 저 사이의 신뢰도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그때부터 한시호가 직접 일처리에 나선 거군요.”
“맞습니다.”
“박지석 때부터죠?”
“네.”
나는 곧장 오래된 기억들을 꺼냈다.
기억은 순식간에 시각화되어 머릿속에 생생히 펼쳐졌다.
“박지석은 왜 죽인 겁니까?”
“그가 백양의 마약파티를 목격했거든요.”
“…?”
“홍설희는 젊은 남자들을 상당히 좋아해 연예인들을 두루 끼고 다녔는데, 술에 취해 실수로 박지석을 백양 파티에까지 끌고 온 겁니다. 그 후에 박지석은 버팔로 관련 마약 혐의로 경찰에 검거되었죠. 혹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었기에 백양에서 조선족들을 시켜 제거한 겁니다. 그 후 한시호는 자신을 귀찮게 하는 이형준 형사도 제거해버렸죠. 그 때문에 탁경위 님께 검거되긴 했지만.”
“검거만 된 게 아니죠. 그 후에 살해당했잖아요.”
그 말에 입을 닫는 철성.
“당신이 그 살인에 개입하셨죠?”
“……”
“백양의 지시를 받고 한시호를 죽이는 데 동참한 거예요. 그러면 그의 빈자리를 꿰차고 백양 멤버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거죠.”
철성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 맞습니다.”
고개를 숙이며 범죄를 시인했다.
“제가 북성파 조직원들에게 범행 방법을 지시했습…”
“그건 이미 알고 있고요.”
“……”
“당신에게 그 지시를 한 게 누굽니까? 한시호를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이라고 지시한 사람이요.”
“후…”
철성이 다시 한숨을 쉬었다.
이미 범죄가 다 탄로 난 상황인데도 이름을 실토하는 게 두려운 모양.
그만큼 그 사람의 권력이 어마어마하다는 건가.
하지만 철성은 이내 숨을 가다듬고.
“서인혁 법무부차관입니다.”
그의 이름을 말했다.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사람 말입니까?”
“네.”
나는 일부러 그의 억양까지 콕 집어 물었다.
그러면서 지금 철성이 취하는 행동, 표정, 제스처, 분위기까지 세세하게 조서에 기록했다.
왜냐하면.
“녹음파일 같은 물적 증거는 있습니까?”
“없습니다. 서차관의 하수인으로 추정되는 다른 사람의 전화기로 통화했습니다.”
물적 증거가 없을 것이라는 걸 알았기에.
이러면 또 다시 진술밖에 증거를 가지지 못한다.
그나마 세세하게 기록이라도 해놔야 조금이라도 더 증명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박지석과 이형준 형사 후로 백양이 연관된 범죄 모두 진술하세요.”
그 후로 철성은 범죄를 쭉 말하기 시작했다.
정말로 내가 수사했던 버팔로 관련, 조선족 범죄자 관련, 마약 관련, 땅투기 관련 모든 범죄에 백양이 다 연관되어 있었다.
“그 연관성을 증명해줄 증거는 하나도 없습니까?”
“없습니다.”
예상한대로 철성에게도 증거를 남기지 않았다.
“백양과 내통하며 보고 들은 것 중 특이한 것이 있습니까?”
“……”
“이번 수사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라면 뭐든 좋습니다. 조금이라도 특이하다고 생각되면 다 말하세요.”
철성은 잠시 생각하더니.
“딱 한 번. 한시호가 서인혁 차관, 이호중 의원과 함께 차를 마시는 데 옆에 서 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멀리 서 있긴 했지만 바짝 긴장하고 있던 터라 그들의 얘기를 다 들을 수 있었죠. 거기서 좀 특이한 대화가 오갔습니다.”
“어떤 대화죠?”
“백양에서 수년간 누군가를 찾고 있다는 겁니다.”
“…!?”
“하지만 백양에서도 그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듯했습니다. 서차관과 이의원은 그가 ‘행방불명되었다.’고 표현했어요.”
이건 완전히 새로운 내용이다.
그는 누구이며 왜 행방불명된 것일까.
백양은 그를 어떻게 알게 되었으며, 왜 그를 수년간 찾아다니는 걸까.
그를 찾으면서도 왜 그에 대한 정보는 없는 것일까.
“그 이야기는 짧게 오갔습니다. ‘그때 확인해봤어야 했는데.’라고 말하는 걸 보면 뭔가 친분이 있던 사이 같기도 했습니다.”
친분이 있었다면 분명 그에 대한 정보가 있을 텐데.
갈피가 전혀 잡히지 않았다.
내가 여태 해왔던 그 어떤 수사에서도 이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제 경험상 백양이 사람을 추적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 밖에 없습니다.”
“…?”
“그를 죽이기 위함입니다. 그가 백양에 대한 무언가를 아는 자이니까요.”
백양에 대해 무언가를 아는 자라.
머리가 더 복잡해졌다.
그는 백양을 알지만 백양은 그를 모르는.
그런 사람이 대체 누굴까.
“마지막으로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철성이 계속 말했다.
“장천을 수사할 때 안전에 심혈을 기울이세요.”
“이미 안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해왔던 일반적인 방법으론 안 됩니다.”
“…?”
“그들은 성격이 포악한데다 숫자도 개떼같이 많습니다. 게다가…”
그가 잠시 말을 흐렸다 이었다.
“좋은 무기까지 갖추고 있죠.”
*
잠시 후, 서울청 대강당.
저벅- 저벅- 저벅-
나는 똑바로 걷다가 강당 주 출입구로 들어가지 않고.
휙-
몸을 돌려 무대 뒤편으로 갔다.
저벅- 저벅 저벅-
가는 내내 머리가 복잡했다.
철성이 말한 ‘행방불명된 사람’은 도무지 내 퍼즐판에 끼워 맞춰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서 더 관심이 갔다.
그 어긋난 퍼즐이 이번 수사의 정곡을 찔러줄 것만 같아서.
끼익-
문을 열고 들어가니.
“어, 좀 늦었네.”
치헌이 날 맞아주었다.
옆엔 경수도 있었다.
“이철성 수사가 좀 길어졌습니다.”
“쓸 만한 진술 좀 하더냐?”
“네. 꽤나요.”
“오케이.”
내 대답을 듣고 치헌은 옷깃을 가다듬었다.
“이제 조서 받을 놈 다 받았으니 다음 할 일을 하자고.”
“알겠습니다.”
“가자.”
저벅- 저벅- 저벅-
그를 따라 쭉 걸어 어두운 통로를 지나니.
파밧-
밝은 빛이 눈을 때렸다.
우리는 지금.
저벅- 저벅 저벅-
강단 위에 올라와 있다.
우리 앞엔.
“어서 하지.”
서울청장인 기환수 치안감이 앉아있다.
그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치안감, 경무관, 경무관, 총경, 총경, 총경, 경정, 경정 경정…’
수십 명의 고위 간부들 및 일반 직원들이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다들.”
내가 마이크를 들었다.
“모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청중은 계급의 고하를 막론하고 집중해 나를 올려다봤다.
“여기 계신 여러분들은 모두 ‘뱀파 조선족 조직원 검거작전’에 투입되실 겁니다.”
나는 장천과 그 무리들을 검거하기 위해 이들을 불러 모았다.
“차현철 과장님 예하 중대범죄수사과 분들이 계속 첩보 수집에 힘을 써주실 거고.”
특유의 칼 같은 눈을 하고 날 보는 현철.
“특공대원들은 저희 광수대, 그리고 기동대원들과 함께 물리적 접근에 앞장설 겁니다.”
옆엔 서울청 특공대장도 있었다.
“다른 형사 및 수사관분들은 안전 확보되면 같이 물리적으로 힘을 보태주셔야 합니다. 상대 숫자가 많거든요.”
그 뒤로는 서울청과 본청, 경기남부청 형사 및 각 부서 수사관들.
백양이 연루된 범죄가 워낙 방대해 각 부서 인원들이 다 모였다.
“저는 여러분들을 이끌어 이번 검거 작전을 계획 및 지휘 할 서울청 광수대 소속 탁정태 경위입니다.”
일개 경위가 초고위 간부들을 지휘한다고 말하는 데도 표정 하나 찡그리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짧게 목례한 뒤.
“작전 설명 시작하겠습니다.”
레이저 포인트로 거대한 스크린을 가리켰다.
역사를 쓸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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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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