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paths are good at investigating RAW novel - Chapter 162
162화. 역사를 쓸 수도.
“뱀파는 연변 조선족 자치주 내 룽징이라는 지방에서 활동하는 중국 폭력조직입니다.”
화면에 도끼를 들고 싸우는 뱀파 조직원들 모습이 나왔다.
“중국 폭력조직들, 특히 이 연변의 조직들이 돈벌이를 위해 한국으로 많이 내려왔습니다. 그 중 이 뱀파가 서울을 비롯 국내 조선족 범죄조직들을 꽉 잡고 있죠. 이들은 주로 장기매매, 마약 등의 불법사업을 합니다.”
다음은 몸이 반으로 갈라진 시신들 사진.
이어서.
“국내에서 활동하는 뱀파의 두목이 바로 장천입니다.”
장천의 모습.
긴 머리를 휘날리며 인상을 쓰고 있는 사진과 어제 CCTV 영상에서 캡처한 사진, 총 2장.
“그가 이끄는 뱀파 무리들은 최근 몇 달간 백양의 지시를 받고 각종 범죄를 일으켰습니다. 유명 연예인이었던 박지석, 저희 동료였던 이형준 형사, 그 외에 하남 지하에서 발견된 피해자들 중 다수도 이 뱀파 조선족들에 의해 살해됐습니다.”
동료의 죽음이 거론되자 앞에 앉은 직원들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고.
“최근엔 저까지 생명의 위협을 받았죠.”
내 얘기까지 하자 인상을 찡그리며 분노를 표하는 이도 있었다.
“버팔로를 기점으로 제가 전국 조선족 범죄자 수배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뱀파 조직원들은 경찰과 국민을 놀리듯.”
다음은 하남시청 공무원 피해사진.
“계속 범죄행위를 했습니다. 타인의 생명을 박탈하고 유족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줬죠.”
피해자 어머니의 통곡이 귀에 선히 들려왔다.
“그들은 백양의 세력을 등에 업고 저희 조직에 스파이를 만들어 CCTV 영상까지 조작했지만.”
이어 함기영 경사 현장검거사진.
“저희가 스파이까지 다 색출해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장천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었죠. 그는 현재 화용동에서 조직원들을 이끌고.”
다음은.
“인천으로 갔습니다.”
인천 북항 사진.
“뱀파 조직원들의 원래 본거지는 인천이었습니다. 이들은 서울로 진출한 이후에도 인천에서 마약과 밀수입하고 장기를 밀수출했죠.”
아직 건물과 도로가 들어서지 않아 공사 중인 모습이었다.
“인천 북항 항만부지엔 새 도로를 내고 새 건물을 짓고 있습니다. 공사 인부들 말고는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없죠. 뱀파 조직원들은 최근 공사 인부들을 매수해 이곳을 자기들만의 아지트로 만들어버린 듯합니다. 중범의 첩보와 CCTV관제센터에서 보내온 영상을 토대로 계속 장천과 그 조직원들을 추적한 결과, 30분 전에 그들이 인천 북항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다음은 북항쪽으로 이동하는 검은 세단들과 차에서 내리는 뱀파 조직원들의 사진.
모두 중범 직원들이 확보한 사진들이다.
“정보 입수하자마자 인천청 공조해서 기동대 병력들 배치했습니다. 북항으로부터 먼 도로이긴 하지만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는 길목에요. 모두 사복 및 사제차 배치해서 티를 내지 않게 했어요.”
이어 인천청 기동대에서 찍어 보내온 현장 사진이 나왔다.
그들은 신속히 현장에 도착해 대기 중이었다.
“지금 당장은 눈치 채지 못할 테지만 곧 그들도 알아차릴 겁니다. 연락책이었던 공수훈 차장이 검거된 상태니까요.”
차장이 검거됐단 말에 몇몇이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저희는 장천과 조직원들이 다시 움직이기 전에…”
내가 잠시 말을 흐렸다 이었다.
“북항에 그들을 가둬놓고 모조리 검거할 겁니다.”
묘한 침묵.
다들 결의에 찬 표정을 날 바라봤다.
“밀항하는 배들까지 매수하면 좋지만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내가 그들을 보며 계속 말했다.
“배들은 이미 장천 편일 테니까요.”
다들 고개를 끄덕끄덕.
“대신 해경에 공조요청을 해 서해에서 중국으로 들어가는 길목으로 해경함정을 보내놓았습니다.”
“오…”
“이제 장천과 조직원들은 뭍으로 나오지도, 물로 도망치지도 못하는 상태입니다.”
이 모든 공조과정은 어제 단 하루 만에 이루어졌다.
물론 경찰청장인 종직이 힘을 써주긴 했지만, 공조 과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까다로운지 아는 간부들은 입을 벌리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작전의 시작은 특공대원들과 저입니다.”
내가 특공대장 쪽을 바라봤다.
“항만부지 내에는 수십 개의 가건물이 있습니다. 그 중 장천과 조직원들이 어디 위치하는지 알아내야 합니다. 하지만 부지가 넓어 하나하나 확인해볼 수 없습니다. 때문에 제가 특공대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먼저 정찰을 하는 거예요.”
“…?”
“제 눈과 귀로 그들의 위치를 찾아내는 겁니다.”
처음엔 의아해하던 직원들이 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공사 인부로 위장을 해 진입할 겁니다.”
스크린에 미리 준비한 작전 계획도를 띄웠다.
직관적인 그림으로 표시된 차량과 사람, 이동경로를 표시하는 화살표.
“중범에서 공사차량 하나를 매수해놓았고 저와 특공대원 3명이 그 차량에 탑승해 안으로 진입합니다.”
내가 탄 차량이 화살표를 따라 항만부지로 들어갔다.
“그동안 다른 인원들은 인천청 기동대원 라인에서 함께 대기하고요.”
화면 아래쪽엔 기동대원들 라인이 그려져 있었다.
“제가 위치를 파악하고 신호를 주면 대기 중이던 병력 전원 신속히 현장까지 들어옵니다. 해당 위치를 감싸는 형식으로 포위, 피의자들을 검거합니다.”
간부들은 유심히 화면을 바라봤다.
메모를 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이번 현장 진입 및 검거를 할 땐 안전에 매우 유의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내가 고개를 돌려 앞을 보고 덧붙였다.
“총을 소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총격전이 벌어질 수도 있어요.”
철성이 말했던 ‘좋은 무기’는 총이었다.
조선족 범죄자들이 다량의 권총을 소지하고 있는 걸 봤다고.
“숫자도 최소 300명 이상이에요.”
“……”
“수사가 아니라 전쟁에 임하는 자세로 가야 합니다.”
총격전, 전쟁이란 말에 직원들이 침을 꼴깍 삼켰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주변에 민간인이 없다는 거예요.”
“……”
“오늘 검거는 목표가 아니라 의무입니다.”
위이잉-
설명이 끝난 후 스크린이 올라갔고.
“어쩌면 오늘, 경찰 역사상 가장 큰 범죄조직을 다 소탕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뱀파, 그리고 백양까지 다 쓸어버린다면 정말 역사를 쓰는 것이다.
“출발하죠. 저와 특공대원들이 선두에 갑니다.”
내가 브리핑을 끝맺자.
슥- 슥- 슥- 슥- 슥-
우르르르르-
모든 직원들이 잰걸음으로 강당을 나갔다.
*
1시간 30분 후.
“야, 정태야.”
주차한 뒤 경수가 뒤를 돌아봤다.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위험한 거 같은데. 다 같이 들어가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럼 뱀파 쪽에서 눈치를 챌 거예요.”
“눈치 채더라도 안전하게 가야지!”
“이게 제일 안전한 겁니다. 제대로 붙어버리면 정말 전쟁이 될 수도 있어요.”
“……”
“전쟁이 아닌 제압 선에서 끝내야 합니다. 그게 경찰이 할 일이에요.”
여전히 불안하다는 듯 미간을 찡그린 채 입을 닫는 경수.
“방탄조끼는 입었냐?”
옆에서 치헌도 나를 돌아봤다.
“공사인부 옷 안에 입으면 티가 나서 안 입었습니다. 총만 가져가기도 버거워요.”
“이씨, 그래도 방탄조끼는 입어야지!”
“저는 정찰조입니다. 조끼는 인원 투입 후에 받아서 입을게요.”
치헌도 걱정스런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하, 아무튼 무슨 일 생기면 바로 무전해. 혼자 무리해서 위험한 짓하지 말고.”
“네.”
“대답만 하지 말고 진짜 위험한 짓 하지 마. 알겠냐?”
“네.”
나는 짧게 답한 뒤.
드륵-
“좀 있다 뵙겠습니다.”
차에서 나왔다.
뒤쪽으로 조금 걸어가니.
“이쪽입니다.”
특공대장이 나를 맞았다.
“인사를 못 드렸군요. 문병갑 총경입니다.”
“탁정태 경위입니다.”
간단한 목례 후.
“이문환 경감. 여수일 경위, 이병철 경사.”
그가 뒤돌아 대원들을 소개했다.
“서울청 특공대 최고의 엘리트들입니다. 개인 능력부터 작전수행까지 전국 최상위 능력을 지녔죠.”
대원들은 미동도 없이 차렷을 하고 있었다.
“청장님이 말씀하신대로 오늘은 탁경위 님이 제 권한을 위임받아 지시하시면 됩니다.”
“네.”
“무전하시면 대원들 추가 투입하겠습니다.”
“네. 시간 없으니 출발하죠.”
내가 지시하자.
타닥- 탁탁탁-
대원들이 순식간에 덤프트럭에 올라탔다.
나도 탑승한 후.
부와앙-
우리는 북항으로 출발했다.
사이드미러로 멀어지는 차량들이 보였다.
“저… 저기.”
운전석에 있던 남자가 말을 더듬으며 입을 열었다.
“제… 안전도 보장이 되는 거죠?”
40대 후반, 작업복 차림의 남자.
중범이 사전에 매수한 공사 차량 운전자였다.
“물론입니다.”
“그 짱깨 놈들이 저를 위협하면 어쩌죠?”
“저희가 곧장 총으로 대응할 겁니다.”
내 말에 맞춰.
스윽-
이문환 경감이 품안의 총을 보여줬다.
38권총 보다 작은 크기의 권총.
다리를 걷으니 그쪽에도 특수 장비로 묶어놓은 총이 있었다.
“인당 두 세정씩 가지고 있습니다.”
덤덤히 말하는 문환.
그 말에 운전수가 한숨을 쉬고는.
“잘 좀… 부탁드립니다.”
“더 밟으세요.”
부와아앙-
거세게 차를 몰았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저깁니까?”
멀리 공사차량들이 보였다.
“예.”
“공사는 몇 시까지 하죠.”
“저녁 6시 전에 끝납니다. 제가 마지막 들어가는 차예요.”
지금은 17시.
드넓은 부지에 비해 사람이 많지 않았다.
작업을 마무리하는 중인 모양.
나는 전경을 눈에 담으며 귀에 착용한 최신형 무선 무전기 이어폰을 다시 한 번 매만졌다.
“저기 앞에 보면 사람 하나 서 있는 거 보이죠?”
기사가 앞을 가리켰다.
꾀죄죄한 남자가 서 있는 통로.
옆으론 노란색 철제 바리케이트를 쳐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게 해놓았다.
“저 놈이 출입 담당하는 짱깨예요.”
이어 오른쪽을 가리켰다.
“저 출입구를 넘어 우측으로 가면 공사 현장이고요.”
그리곤 다시 앞쪽.
“직진하면 그 짱깨 놈들 모여 있는 아지트입니다.”
대화하는 사이 차는 출입구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통과는 그냥 합니까?”
“아뇨, 차를 세울 때도 있어요.”
“네?”
“원래는 세우는 게 원칙이에요. 세워서 차 안에 어떤 장비들이 들었나 보더라고요.”
“……”
“왜 그러시죠? 세우는 걸 감안해 인부 복장을 한 거 아녜요?”
“앞 유리로 비치는 모습 때문에 이 옷을 입은 거지 세우는 줄은 몰랐습니다.”
작전은 바로 어제 계획됐고 이 차량은 오늘에야 매수가 되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매우 신속하게 계획을 세우고 수행한 것이 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허점이 없을 수가 없었다.
“일단 가죠.”
이제 유도리로 이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
나는 룸미러와 사이드미러로 모든 상황을 살피며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상상했다.
마침내 차는 출입구에 다다랐고.
“뭐 그냥 보내줄 때도 많긴 한데…”
아니나 다를까.
휙-
끼익-
남자가 차를 세웠다.
운전수가 창문을 내리니.
“사람이 뭐 이리 많니?”
꾀죄죄한 남자가 특이한 억양으로 물어왔다.
“아, 오늘 작업자가 여러 명 필요합니다.”
“추가 작업자는 원래 포터로 오는 거 아이니? 왜 땀프에 다섯이나 타고 오니?”
“아, 그게…”
“잠깐 내려 보라.”
다시 고개를 들고